프로덕트가 초기 기획 후 (어쩌다) 7년간 전혀 바뀌지 않게 된 이야기
우리가 정보를 접하는 방식은 너무 많은 것 같지만, 유형으로 나누면 크게 “검색”, “소셜 미디어”, “뉴스레터” 및 “메신저”, “커뮤니티”, “포털” 등 몇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중 ‘소셜미디어’의 경우 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지금의 X)를 주로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가 있을 때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추천해주는 정보가 너무 일방적이라고 느껴왔던 저는 능동적으로 내 “관심사”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정보만 잘 선별되고 올라오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스타트업을 시작했어요.

첫 기획 당시 스크린샷. 해당 스토리보드 작성 시점은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현재 스닙팟 화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 초기 기획 이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없었네요. 🤣
해당 기획이 나오고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 2016년도 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세상은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났음에도 말이죠.
2016년만 해도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를 다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저 역시 그러한 페이스북의 영향을 받아 페이스북이 가진 문제점을 크게 고려해서 서비스를 기획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시간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론칭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 되었어요. 🥲
* 이부분은 왜 오래거렸는지 간략히 남겨 본 메이커로그가 있어요.
그러는 동안,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많은 경쟁서비스들이 나왔어요. 마치 싸이월드가 완전히 페이스북으로 이전된 것처럼 페이스북을 완전히 대체하는 서비스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던 역할을 조금씩 여러 서비스들이 나눠 먹게 되었구요. 그럼에도 새로운 정보를 보는 채널로서 '페이스북'의 역할은 지금도 강력합니다.
저는 페이스북의 여러 역할 중 ‘새로운 정보’를 소비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에 집중했기에 이 역할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고, 그래서 유사한 도전을 하는 수많은 신규 서비스들의 흥망성쇠를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았어요.
정말 많은 국내외 신규 서비스들이 도전한 분야죠. 네이버, 카카오는 한번도 아니고 그동안 정말 여러번 시도했구요. 그외 뉴스만 집중한 경우를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현재도 물론 도전 진행중인 서비스들이 많구요. (스닙팟을 포함해서 말이죠 😁)
이 기간 동안 가장 관심있게 보았고 가장 눈에 띄게 성장까지 이뤘던 서비스 (MAU 20만 이상) 로는 네이버가 전사적 자원이 집중되었던 DISCO (디스코) 가 있었습니다.

디스코는 네이버 라인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신중호’ 라인 대표가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밀어부친 것으로 유명하죠. 당시 디스코 앱에서 글을 올리거나 하면 신중호 대표님의 댓글까지 달아주실 정도였고, 그래서 IT 업계 분들이 많이 사용했었어요. 초기에 빠르게 성장했고, 꽤 활발하게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닙팟과 유사한 요소들이 정말 많다고 느낀 앱이었구요. 당시 vingle 대표님이 디스코가 빙글 배낀 서비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빙글과 디스코의 유사성보다 스닙팟과 디스코의 유사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구요. 그정도로 디스코는 스닙팟과 비슷한데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서비스 였어요. 네이버 라는 대기업에서 정말 전력을 다해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 만들었고 또 네이버가 가진 포털 메인 배너 등 광고 까지 대대적으로 했었기에 만감이 교차했었습니다.
일단 처음에 드는 생각은,
디스코가 잘 되면 스닙팟은 디스코와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조금 약한데 서비스를 피봇해야 할까?
그런데 사실은 그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는데요.
이정도의 고퀄리티로 스닙팟과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고 마케팅까지 하는데 잘 안된다면? 스닙팟은 잘못된 아이템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고민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
디스코는 초기 성장 이후 정체 되었고 네이버가 기대한 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어요. 당시 대대적으로 앱을 개편하고 2.0 오픈을 알리며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2019년 10월 서비스 종료 했어요.
비단 디스코 뿐 아니라 7여년간 "큐레이션" 혹은 "개인화" 등을 앞세우며 관심사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피봇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많은 고민이 계속 뒤따를 수 밖에 없었구요. 분명 매우 뛰어난 품질의 좋은 서비스들도 대부분 실패하는데 그 원인이 무엇일까 수없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익숙한 '페이스북' 이 가진 방식에서 기능적으로 일부 개선하는 것이 유저 습관을 바꿀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긴 어렵다는 것 입니다. 특히 "개인화" 혹은 "큐레이션" 등은 사실 페이스북이 이미 알고리즘 내에 충분히 녹아 있죠. 특히 "개인화" 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제일 잘하는 영역이고 이를 서비스에 잘 녹여낸 상황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내가 관심있는걸 잘 추천해주지 않는것 같아..."라고 느낄 때가 많아도 이부분을 개선해서 승부하긴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이 개인화 만족도가 떨어지는건 유저의 만족도 보다, 체류시간 등 수익성을 고려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으로 봐야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형 서비스에서 더 개인화, 관심사를 잘 고려한 정보 제공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개인화 뉴스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 이 기술을 연구하기위해 대학원에 갈 가서 연구 주제를 정할 정도로 관심있는 기술이었는데요. 해외에서도 심지어 뉴스만 한정해서 봐도 자이트 (zite) 를 비롯한 여러 시도들이 실패한 것을 보면 "개인화"만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디스코 역시 가장 크게 강조한 건 "개인화" 였었구요.
그래서 스닙팟은 서비스 기획은 그대로이지만 "개인화", 스닙팟 내 "마이피드"가 가진 역할보다는 개별 주제별 #해시태그 팟 페이지를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기획은 그대로 이지만, 스닙팟에는 주제 별 #해시태그 페이지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이 페이지가 독립적인 형태 (standalone) 로 작동하는 것에 신경을 썼어요.
#해시태그 와 같은 페이지가 대부분 플랫폼에서는 보조적인 역할로 작동하는것과 다르게 스닙팟은 이 페이지가 하나의 완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스닙팟 서비스를 굳이 가입하지 않더라도, 그냥 해당 주제 별 정보에 관심있을 때 그 페이지에 방문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닙팟이 어떤 서비스인지 몰라도, 가입을 하지 않아도, 당장 #스타트업 마케팅 관련 좋은 정보를 보고 싶다면 해당 #스타트업 마케팅 페이지에 방문해서 원하는 정보를 체리피킹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스닙팟에서 개별 #해시태그 페이지를 일종의 Wiki 페이지처럼 이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해당 페이지 별 SEO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였구요. 현재 구글, 네이버 검색에서 스닙팟이 제공하는 12,000여개 #해시태그 중 1% 수준이 검색을 통해 유입될 정도로 상단에 검색되는데요. 점차 이용자가 늘어나면 이러한 페이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제로 스닙팟 트래픽의 90% 이상은 지금도 구글, 네이버 검색으로 유입되고 해당 주제 페이지를 로그인 없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닙팟이 서비스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로그인하고 서비스 내에서 활동 (포스팅, 업보트, 댓글) 해주는 유저가 늘어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여타 유사한 플랫폼 서비스들과는 접근을 조금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론은 어쩌다보니 서비스 기획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서비스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자랑은 아님... 😅
앞으로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는 확정된 것은 없지만,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계속 또 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