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아이템도 제대로 없던 만 24세의 대학생을 투자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feat. 경청부터 동창까지)
때는 바야흐로 호기롭게 시작한 첫 창업(item: 카페 사장님들을 위한 자동 발주 솔루션)으로 흘러갑니다.
개발자의 순진무구 창업 스토리가 늘 그렇듯이 내가 만드는 것이 최고의 제품인 걸로 착각했고, 비즈니스를 망친 아주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나름 굉장히 빠르게 실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진행하는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연계형 오피스 아워 프로그램 '경청'에 지원을 했었는데요. 오피스 아워 당일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한 회의실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의 기술력은 어떻고,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설파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경청하고 계시던 예비창업육성팀 '마젤란'팀의 팀장님께서 도티오 팀에게 몇 가지 미션을 주셨습니다.
제품 내에서 코드 레벨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수동으로 진행해서 출시일을 바짝 당기기
진짜 고객을 찾아오기 (여기엔 검증해 볼 수 있는 여러 미션이 있었습니다)
반전은 없다! 😵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젤란팀이 제시해 준 시장 검증 방법론으로 호기롭게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직접 고객과 부딪혀 보고, 땡볕에 수많은 카페를 돌아다녔고, 그들의 반응을 실제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우리의 제품은 시장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를 그렇게 지새우고, 2차 미팅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데이터를 적절히 바꿔서 제출을 해볼까..? 혹은 핑계를 좀 대볼까?"
고심 끝에 미팅 당일 허심탄회하게 모든 과정을 설명했고,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 분석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발가 벗겨진 느낌이 들었고, 팀원들과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정말 많은 피드백을 주셨고, 비즈니스의 근본은 '고객'이라는 것을 완전히 머릿 속에 박아버렸던 날이 되었습니다. 단 2개월 만에 돈과 시간의 낭비를 아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핵심 가치: 고객! 고객! 고객!
그렇게 빠르게 피벗을 하고, 고객만을 생각하면서 세무 대리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로드맵이 보이진 않았지만, 한 땀 한 땀 고객을 위한 코드만을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마젤란 팀을 만나게 됩니다.
솔직하게 실패를 맞닥뜨리고, 고객이 정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우리 팀에게 동창 티켓을 건네주셨습니다. 사무실도 없고, 아이템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극초기 팀에게 1억이 베팅됐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동창은 무려 '1년간' 팀에게 전담 심사역이 매칭됩니다. 함께 의지하고, 끊임없이 고민해 주며, 때론 같이 승리를 만끽하는 전우가 됩니다.
일주일에 3-4번은 통화를 하고, 정말 수백 개의 카톡과 슬랙을 주고받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가끔 나 자신이 못 미더울 때가 다가올 때면,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보내줍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벅참과 용기를 줍니다.
그 외에도 마젤란팀의 RA님, 디자이너님, 타 심사역님들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느 똑같은 시간에 항상 팀을 위한 맞춤 아티클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대신 IR 장표를 손수 디자인해 주기도 합니다. 고객을 찾고 싶으면 직접 영업도 뛰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 실제 감사 일기장에서 발췌
동창과 경청 프로그램에 좋은 사람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많은 분들이 지원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글을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정말 준비가 미흡했었던 팀입니다. 경청을 통해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동창과 함께 좋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원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메일(kimtang@dotio.team) 주셔도 되고, 커피챗 주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