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Anna Choi
Anna Choi ·

세 번의 피봇팅, 팀 장수 멤버로 자리 지키기(창업자 아님)

저는 스타트업 창업을 한 건 아니구요, 팀에 고용된 멤버로 곧 3년 만근을 앞두고 있어요. 저희 팀이 2018년에 창업했고 제가 2020년에 입사했는데 어쩌다보니 공동창업자 두 분을 제외하면 제가 최고 장수 팀원이네요.

디스콰이엇에서 글을 읽다보면 대부분은 창업자 또는 공동창업자분들이신 것 같은데 팀에 고용된 팀원으로서의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적어봅니다.


제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막 첫 번째 피봇을 실행한 때였어요.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서 아마존 판매 에이전시로 사업 분야를 전환한 때였는데, 제가 입사할 당시 제게 주어진 미션이 매우 명료했습니다. SEO에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아마존 판매 컨설팅 등 새 사업 관련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일이었어요. 저는 홍보대행사 출신인데, 저희 팀에서는 같은 경험을 해본 팀원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이 미션을 도맡아 했고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또 팀이 아마존 코리아, 정부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면서 모든 일이 굉장히 순조로웠어요. 이때 팀원 수도 많았고, 빠르게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저만의 생각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피봇을 하게 됐어요.

팀이 피봇을 결정한 이유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고 저 또한 깊게 공감했습니다. 아마존 에이전시 역할을 지속하는 것 보다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이 시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월등할 것이라는 것이었는데요.

이때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아마존 컨설팅을 하는 동시에 아마존 셀러가 자사 판매 데이터를 관리, 분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어요. 팀에 아마존 셀링을 해본 팀원, 데이터 분석 경력이 있는 팀원, 개발 가능한 팀원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 기사도 내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즐겁게 일하던 때였어요.


유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이 없어서 세 번째 피봇을 합니다.

사실 아마존 데이터 분석 툴을 홍보할 때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어요. 저는 아마존 셀링 경험이 없는데, 이 툴이 아마존 셀러의 매출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가설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라면 당연히, 누구라도 이 툴을 써야 한다고 믿고 그대로 홍보를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변명 같지만 이유를 대자면

1) 아마존 셀링 경험이 있는 팀원의 견해를 '아마존 셀러 모두의 견해'로 인식한 점-나조차도 이 툴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함

2) CBT유저(대부분 정부기관 협력으로 컨설팅하고 있던 국내외 중소기업의 아마존 담당자들)의 듣기 좋은 피드백만을 수집-당시에는 사용자 피드백 중요성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MVP없이 바로 사이즈가 큰 소프트웨어를 만든 것 역시 피봇을 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많은 기능을 갖추고 그럴싸하게 만들어놔야 모객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하튼 CBT로써 저희 툴을 사용하는 고객사 수는 제법 있었지만, 정작 매출이 발생해야 할 시점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저희 툴을 쓰겠다는 사용자를 찾지 못했어요. 이렇게 표현하자면 마음이 아프지만 없으면 안되는 툴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툴이었나봐요.


그리하여 지금 저희 팀은 크롬 익스텐션도 만들고 동시에 다른 아이템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베타 테스트 하고 있는 툴, 트위터 인게이지먼트에 사용하는 크롬 익스텐션 Hummin 입니다.(왜 트위터인가, 어떻게 하다가 아마존에서 트위터로 갔는지 다음에 적어볼게요!)

블록체인-아마존 컨설팅-아마존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트위터 관련 크롬 익스텐션까지, 몇 년 사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피봇팅이네요.


사실 홍보 담당자로 입사해서 내내 그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홍보 대행사에서 줄곧 그런 경험을 쌓아 왔고, 고객사로 만나는 기업들 대부분이 업력이 오래 되어서 마케팅이나 홍보 메시지에 큰 변화가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보니 전같이 일해서는 안되더라구요. 피봇을 몇 번 거치다보니 제 경우는 더욱이 그렇습니다. 저희 팀원 중 한 분이 '스타트업 팀원은 여러 개의 모자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준 적이 있는데 피봇을 거듭하며 나는 여러 개의 모자를 잘 쓰고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홍보의 역할보다는, 팀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다른 일들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평생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을 한 10년 전에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평생직업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트렌드에 맞게, 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내 일이 될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공감하는 분들도 계실까요?


이렇게 적다보니 저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가짐을 다시 점검할 수 있어 좋네요. 자주 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Sunday Blogging Club 그룹의 글
Hummin 허밍

트위터 운영을 더 빠르게

24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평생직업도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ㅎㅎ 그리고 엄청 다양한 프로덕트를 넘나들고 있는 것도 재밌어요. 다른 이야기도 더 풀어주세요!!!

Anna Choi
Anna Choi

메이커로그 하나 쓰고 나니까 다음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줄줄이 떠오르네요. 곧 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문영
강문영

엄청 매력적인 멤버들이신가봐요🤩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는 홍보 대행사 담당자보다 더 민첩해야 하고,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팔도 필요한 것 같아요! 3년 만근 미리 축하드립니다 🥳

Anna Choi
Anna Choi

감사합니다! 워킹맘으로서 오후1시 서비스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응원합니다^^

Anna Choi
Anna Choi

만나본 적 없지만 어쩐지 내적친밀감이 느껴지는 다운님! 댓글로 만나게 되어 기쁘네요. 다음번에 트위터 관련 서비스에 뛰어들게 된 경로를 적어볼게요.

Sihyun kim
Sihyun kim

다양한 경험이 모이면 언젠가 결실이 맺어지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기록 남겨주세요 ㅎㅎ

Anna Choi
Anna Choi

네 결실을 기대하며 또 즐겁게 기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세희
박세희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네요. 앞으로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Anna Choi
Anna Choi

네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로 소통하도록 해볼게요!

박세희
박세희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네요. 앞으로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Ayoung Jo
Ayoung Jo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셔서 재밌으시겠네요 화이팅입니다!!

Anna Choi
Anna Choi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승학
유승학

시행착오에서 배우는거죠. 화이팅이에요!!

Anna Choi
Anna Choi

응원 감사합니다^^

임송미
임송미

아마존 채널에서 담당 제품을 관리하는 MD + 아마존 대행/컨설팅 경험이 있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 또한 고도화된 아마존 판매/광고 데이터 분석 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맨날 했었는데, 실제로 실행하여 결과까지 보신 게 대단하십니다! 여러 가지 재밌게 시도하시는 것 응원하겠습니다.

Anna Choi
Anna Choi

응원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시도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려구요^^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MR #214에 선정되었습니다! https://stib.ee/RE38

Anna Choi
Anna Choi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당!

전승엽
전승엽

소중한 인사이트 공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