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의 가설, 하루만에 검증했습니다.
안녕하세요, SaaS 관리 서비스 '스코디' 를 운영하는 제로원리퍼블릭 김규리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메이커스프린트를 용현님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로 인해 웃고 울며 얻었던 내용들을 여러분께 아낌없이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작년 이맘때, 엄청나게 싸웠던 이유를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개발자 출신 ENTP와 마케터 출신 ENFJ 저희는 박터지게 싸우기에 참 좋은 조합입니다.
각자 잘 하는 영역도, 성격도, 일 해왔던 과정도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죠.
용현님은 창업을 3번 겪고, 그 안에서 아이템도 10개 넘게 시도해보고, 제로투원부터 그로스를 경험했어요.
저는 초기 스타트업의 첫 번째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신사업을 통해 세일즈를 경험하며 약간의 제로투원을 찍먹한게 전부였고요.
그러다보니 가설검증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겪었습니다.
'제품 없이' 어떻게 'SaaS 관리' 아이템을 어떻게 검증하고 팔아볼지 말이죠.
그놈의 '제품 없이',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에 나오는 'XYZ 가설', '린 스타트업'
이라는 3가지 키워드 때문에 정말 수도 없이 부딪혔던 여름을 보냈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디스콰이엇 세션을 통해서 1년만에 깨달았습니다.
우리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제품 없이' 가 아니라 '개발 없이'
저희는 가설검증 방법에 대해 서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제품 없이' 라는 단어에 대해 말이죠.
용현 : 제품 없이 = 개발 없이
규리 : 제품 없이 = 고객 인터뷰만으로
라는 생각 때문에 저희는 정말 x999999 싸웠던겁니다.
저희는 XYZ 가설 세워서 숫자를 찍고 달렸어야 했습니다.
XYZ 가설은 다음과 같은 예시로 많이 보여집니다.
적어도 X%의 Y 사람들은 Z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이 때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슨 확신으로 X%를 우리가 정의해?'
'Y 사람들? 우리는 우리 타깃유저조차 몰라.'
'아니 심지어 제품 없이 검증할건데 무슨 유저를 타겟해?'
'Z 행동? 제품 없이 당장 어떤 행동을 유도해?'
'행동이 아닌 고객 인터뷰를 통해 답을 얻는다고? 아니! 고객은 말한대로 행동하지 않을거야.'
'제품 없이 팔게 만든다고? 비용과 계정을 다루는 제품을 기업이 어떻게 말만 듣고 사?'
지금 돌아보니 생각이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팀이 확신할만한 숫자만큼 가설이 검증되는지 파악되는게 중요해.'
'우리가 생각하기에 고객일 것 같은 ICP를 일단 정하고 전부다 10명씩 만나자.'
'가장 값싸고 빠른 방법으로 검증해내는게 중요해. 가장 비싸고 느린 방법이 바로 개발이야.'
'우리가 꿈꾸는 제품까지 만들고 팔 수는 없어. 그건 당연한거야.'
'말 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 그래 맞아. 다만, 말로도 절대 아니라고 한다면 진짜 행동도 안 할 확률이 높아.'

지금 돌아보면 다음과 같은 시도들을 했을 것 같습니다.
엑셀로 정리한 구독정보 파일만 인풋하면 그대로 SaaS화 해줄테니 xlxs 파일 넣으라고 하기
로그인 연동 방식을 개발하지 않고, 연동에 필요한 값을 일단 넣게 만들기
짜잔! 하는 마법의 연동 플로우를 꿈꾸지 말고 직접 일일이 등록하게 만들기
내부적으로 확신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 기능 딱 하나만 만들어서 빨리 검증하기
일단 아무 가설 딱 한 개만 가지고 검증 되었을 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지금 돌아보면 잘 했던 시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랜딩페이지 딱 하나만으로 디스콰이엇이라는 유입채널 딱 한 개로 수요 확인하기
SaaS 관리 영역 중 가장 번거롭고 귀찮지만 기능 만들기 간단한 딱 하나로 소구하기
1개라도 기능 빨리 만들어서 1개 이상의 기업에게 빨리 써달라고 하기
랜딩페이지와 서비스소개서 밖에 없을 때부터 잠재고객 만나면서 비전세일즈 하기
카드 결제내역만으로 구독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가설을 결국 검증해내기

"가설 검증, 이미 늦었어."
현솔님의 '1-Pager' 첫 세션이 끝나자마자 용현님이 말했습니다.
1시간 동안 푸념을 나눈 뒤, 결국 저희의 결론은 '지금 당장 대규모 업데이트에 집중하자.' 였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저는 1시간 동안의 푸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1년이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놈의 XYZ 가설, 그놈의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검증 좀 해보자구요.
타이밍 좋게 다음 날 세션은 'Baseline' 주제로 가설검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종일 PMF, 가설검증, 다른 팀들이 가설검증을 해내는 방법론과 방식 등에 대한 것을 묻고 듣고 봐가면서 배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미 검증했다고 믿는 가설들을 재검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Pager Baseline 을 기반으로 가설검증시트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다들 푹 쉬었던 공휴일, 저희는 스코디를 처음 검증하기로 마음 먹었던 작년으로 돌아갔어요.
시장이 가지고 있던 구독관리의 문제나 생각을 30개로 정리했습니다.
해당 문제나 생각을 기반으로 가설을 60개나 뽑아냈습니다.
사실 저는 이때 '와 미쳤다. 언제 다 검증해?' 라고 생각했어요.
빨리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서 KPI와 성공척도를 세울 참이었어요.
그 때 용현님이 얘기하더라구요.

'이거 진짜 문제 맞아?' '문제 맞는지 확인하자.'
'?'
정말 황당했어요 사실.
문제가 맞는지부터 찾자니? 근데 그게 가설 검증 아닌가?
혼란스러움은 배가 되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맞더라구요.
문제가 아니면 우리는 결국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없는거니까.
새로운 문제를 오히려 다시 찾아야 하니까.
문제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다행히 기존에 만났던 기업의 담당자분들 인터뷰를 CRM DB 와 슬랙에 공유하고 있었거든요.
속기록처럼 디테일한 내용 하나하나를 다 기록했기에 다행히 촘촘한 검증이 가능했어요.
다행히 기존에 핵심 액션인 연동에 대한 데이터 트래킹도 꼼꼼히 하고 있었거든요.
어드민, 내부 데이터를 엮어놓은 시트 등을 통해서 빠른 체크가 가능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진짜 문제' 를 더욱 뾰족하게 다듬었습니다.
이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들을 메이커로그와 스코디 제품을 통해 보여드릴게요.

스코디 팀의 세일즈마케팅 전략 2줄로 종결합니다.
영업전략 : 고객이 겪는 진짜 문제를 찾자. 어떻게든 해결해준다. 내가 못 푼다면 도와준다.
마케팅전략 : Building in Public. 고객집착. 빠른실행.
저희는 사실 똑똑하게 일하는 팀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저희가 똑똑하게 일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정말 사무치게 강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민망함이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드려요.
1년 동안 오해가 있던 부분이 1주만에 풀렸고,
1년 동안 흐린 눈으로 검증했던 가설이 사실은 60개나 더 되며,
1년 동안 속도를 핑계로 오히려 뾰족하게 일하지 못했다는걸요.

그렇지만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저희 팀을 응원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성과 뿐만 아니라 실패와 배운점까지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성장해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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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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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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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규리님과 스코디를 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영훈님 정말 감사합니다! 매번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진짜 감사할 따름이에요. 또 메모어라운지 놀러갈 때 연락드릴게요! 스몰톡해요 ㅎㅎ
> 1년 동안 속도를 핑계로 오히려 뾰족하게 일하지 못했다는걸요. 이 부분 너무 공감이 되네요 🥹 저도 속도를 위해서 하나하나 흐린눈하며 뭉게다 보니, 사실 뾰족한 방향이 뭔지는 제일 잘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서 속도가 늦어지더라구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디콰 슬랙에서도 댓글에서도 응원 받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저희 팀이 봤을 때 에이스는 YC 서비스 같은 느낌이라 굉장히 속도감 있게 잘 하시는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도 얼른 읽고 싶어요 ㅎㅎ 공감도 응원도 정말 감사합니다!
레슨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어 하나에 대한 서로의 오해로 발생하는 소통 이슈에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스코디 응원합니다 💪
빠르게 또 얼라인하면서 이슈를 줄여나가야지요! 감사합니다! 허슬 모임에서 효정님 발표 하시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 ㅋㅋㅋㅋ
짱멋져요 규리님! 인터뷰와 데이터 리뷰를 통해 60개의 가설에서 몇개가 추려졌는지 궁금합니다 👀
우석님 감사합니다 ~.~ 현재 가설중에서는 엔터프라이즈 고객군만 집중적으로 언급했던 부분은 살짝 흐린 눈을 하고 있긴 해서 아직 완벽히 몇 개를 추렸다고 말씀드리긴 애매한 것 같아요. 다만 문제가 확인된 가설 중에서는 보편적인 SMB 기업을 타겟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품으로 보여드릴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우선 60개 중 딱 하나 짚어서 가고 있는데 그 과정은 다음 메이커로그들에서 공유드릴게요!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 이 글 읽고 저도 제 프로덕트의 가설 검증부터 해보려구요!!
대표님께도 내부 슬랙에 제 글이 공유됐다고 전달 받았어요! 코르카 팀이 저희 창업 초기부터 정말 많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되고 있습니다 ㅎㅎ 승윤님의 가설검증도 응원하겠습니다!
지난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집과 고집이 아닌 유연한 사고와 소통, 경청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게 스타트업이 생존하는 전략이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응원합니다.
공감해요! 사실 말로는다 이해되는 내용인데 직접 실천하는 영역에서 소프트스킬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대로 유연한 사고와 소통, 경청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국이라면 타지라 더욱 고생하셨겠어요 ㅜㅜ 공통된 정의에 대해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용어부터 딱 서로 얼라인 맞추고 얘기 나누는게 저희 팀 습관이 되고 있어요 ㅎㅎ 댕챱님의 조언 피가 되고 살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직 많이 부족해요 많이 도와주세요!
100개 모으셔야한다고 주워들어서 드리고 갑니다 ㅋㅋ
가격검증 할 때 쯤이면 1000개 되는 것도 감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100개 가보자고!
와...넘 몰입해서 후루룩 읽었습니당 촘촘하고 밀도 있는 레슨런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규리님! 싸우기 좋은, 개발자 출신 ENTP와 마케터 출신 ENFJ 조합이지만 두 분의 케미는 볼 때마다 넘 멋져요!! 스코디의 building in public을 함께 하며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운님 💗 비캔 걸즈들 덕분에 제가 넘 도움 받고 있어요 크크 저희 창업 초반부에 가장 먼저 들었던 세션이 하운님 여경님 삽질기였는데 이제 저희가 삽질기 콘텐츠를 쓰는 날도 오네요! 항상 고맙구여 우리 얼른 놀아요.. ㅋㅋㅋㅋㅋ
소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규리님! 뭔가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현실에 적용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ㅠ 개인적으로 저는 "진짜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언제 끝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규리님의 다음 메이커 로그가 더욱 기대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확신할 수 없는게 너무 많아 탈이긴 해요.. '진짜 문제인가?' 를 알기 위해 5번 이상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적어도 우리 팀 내부적으로는 확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약간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나아가고 있답니다 ㅎㅎ 다음 메이커로그도 꼭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규리님, 짧은 시간에 밀도 있는 시간을 경험하셨네요.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스스로 되짚어 보게 되는 것도 많은 글 같아요. 스코디에 고민이 잘 녹아나 개쩌는 제품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길 기대할게요!
허백님! 저희 팀의 첫 고객님이 와주시다니 영광이군요.. 말씀주셨던 방향으로 저희 계속 가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개발에 시간이 들고는 있지만 방향이 맞으니 이제는 속도만 내면 되겠다는 믿음 아래에서 가고 있어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