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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김용현 ·

이걸 어쩌지

뭘 어째

뭔가 첫 마디부터 상당히 회의적인 단어로 시작해서 조금 당황하셨을 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요 근래 스스로의 상태를 무엇보다도 잘 나타낼 만한 표현이 이것밖에는 안 떠오르더라구요. 같잖게 무게나 잡아보는 글이 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벌써 주차로는 11주차, 웹 파트의 기준으로 React를 개념적으로는 끝까지 배운 시점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번학기는 정말 빠르네요 (매년 느끼는 부분입니다만, 정말 이러다 조만간 환갑을 볼지도...). 아직 학기에 대한 회고를 적을 때는 아니지만 짧게는 LDJ를, 길게는 롱커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정리 해 주는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메이커로그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무지성 돌격

도전.jpeg

저에게 있어 23년 하반기는 상당한 용기와 열정이 필요했습니다. 전산 4학기지만 빨리 졸업해보고 싶어서 선수과목을 병수해가며 졸업프로젝트를 신청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영어 전공이나나 근로, TA에 파드까지 신청했으니 말이죠. "사람은 갈아넣은 만큼 성장한다" 라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도 같은 나름의 개똥철학으로 시작했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 주차가 진행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기는 싫고, 막상 책상에 앉거나 모니터를 켜도 멍 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공프기 완성과 롱커톤 마무리라는 목적지까지는 가야하는데, 이건 도로가 막히거나 차가 느린것과는 별개로 애초에 기름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들이 스스로를 좀먹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 상태가 이러니 별로 즐겁지도 못하는데 피해 주기는 싫어서 밝은 척 하느라 꽤 애썼던 기억도 납니다.

처음 겪는 번아웃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극복은 해야겠고..

번아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처음 든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과연 내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나?" 였습니다. 그동안 봐 왔던, 학기 후 힘들어서 휴학하거나 주말에 집에 가서 힐링하고 오는 친구들은 정말 누가봐도 모든 걸 쏟아부은 사람들이어서 그랬는가봅니다. 그만큼 해 보지도 않고 퍼진 나라는 똥차를 바라보면서, 일단 당장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해서 극복해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정말 하나도 안됐습니다. 글이 안들어온다? 집중이 안된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하려고는 하는데 안되는 불가항력을 느꼈습니다. 거기가 이 즈음 공프기 관련해서도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결국 위장약을 처방받은 병약한 개발자 지망생이 되어버렸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

열심히 살아보려다 3주치의 길다란 위장약 약봉지와 더 길다란 과제 일정표를 모두 갖게 된 저는 이게 단순히 마음먹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스스로가 어딘가에 막혀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고, 지금의 나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종이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1.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

  2. 일 옆에는 시작일과 종료일

  3. 현재까지의 진행상태와 앞으로의 전망

  4. 일들을 중요도와 마감기한에 맞춘 우선순위로 나열

  5. 일들을 내가 즐기는 순위에 따라 나열

다 적고 보니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일수록 즐기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이 반복되다보니 하고 싶었고, 열정 넘치게 시작했던 일들이 스스로에게 커다란 숙제의 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일들의 가능성이 보여 신이 났었고, 밤을 새더라도 내일은 더 발전할 프로젝트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적은 머나먼 과거의 일 같았습니다.

저는 이걸 자신감의 문제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저답지 않게 "내가 실력이 부족하니까.." , "나보다 더 잘 하는 거 같은데 분명히 생각이 있겠지", "알지도 못하는데 나서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한 번 지배하고 나니, 저답지 않게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할 말을 못하니 내 프로젝트, 내 과제가 아닌 거 같았고 자연스럽게 재미도 없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신감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사고의 악순환

사라진 자신감을 되찾아오기 이전에, 현재 문제가 뭔지 정확히 짚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한 제 문제는 이랬습니다.

  1. 할 말이 있어도 속으로 삼킴

  2. 내 의견이 좋은 거 같아 보이지만 무언가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해 침묵

  3. 1이 2를, 2가 1을 불러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내가 하고싶은 게 뭔지 생각조차 안 나는 악순환

/*(recursion이 생각난 당신! vscode부터 끄고 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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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1이나 2를 끊어야 했고, 저는 제가 가장 잘 하는 방식인 "말하기"로 이 문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

시작은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나 스스로의 최선을 담은 질문이었습니다. 회의 도중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반드시 해결한 후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제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무언가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중에 파드에서 주셨던 두 장의 MVP 상장도 좋은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걸 넘어 거의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이런 방향성을 잡으면 되는구나" 라는 가이드라인을 얻은 것도 같아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MVP.jpg

(그때 올렸던 인스타스토리. 전산오류전형이라고 적었는데 이대로 파드계정에 올라가서 꽤 당황했습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내 생각이 들어가고,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획한 사람과 말을 섞으니 그제서야 "내 일"이 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또 이 즈음부터는 집중하면 일이 조금 손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위장약도 2주치에서 끊었습니다. 아마 남은 1주일치 21팩은 반면교사처럼 계속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노력중이에요

사실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이라면 짠! 극복했습니다! 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저는 터널 안에 있는 거 같아요. 그래도 출구는 어렴풋이 보이는? 이제는 솔직하게 말하고, 부딪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하면서 점점 폼을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신나서 뭔가에 집중하다가도 급격히 피곤해하고, 시니컬해보이다가도 열정적이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아직은 좀 불안정하다는 증거라 느낍니다. 하지만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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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D_CLUB 그룹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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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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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길
강산길

MVP 3관왕 드가봅시다~~

김유진
김유진

극복해가는 과정이 너무 멋있네요!! 그 열정 그대로 롱커톤도 파이팅입니다!

유채우
유채우

디버깅을 정말 잘 해내고 계신 거 같아요! 이번 학기에 큰 것들을 하고 계시는데, 모두 잘 소화해내실 수 있길 응원할게요 :)

조세희
조세희

이렇게 오픈하고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용현님은 잘 해낼거에요!!!

조환
조환

형님, 지나가다 마주친 약간의 잿빛이 도는 안색에는 이런 고민들이 담겨있었더군요,, 이렇게 솔직한 글을 올린 것부터가 회복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 다 지나갈꺼고, 지나간 후에 돌아보면 충분한 열매들이 송글송글 드러날 겁니다!!!!

이한나
이한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겨낸 용현님 대단해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