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효과가 IT 업계에 미치는 영향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메이커 문화에 매료가 되었었고 이들이 어떻게 글로벌 IT 업계의 압도적인 리드가 되었는지 호기심이 생겼었다. 이들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메이커 문화가 아이디어, 자본, 인재의 네트워크 효과와의 결합되어 시스템적으로 IT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글로벌 시장을 독점했다.
실리콘밸리의 메이커문화
내가 느낀 실리콘밸리의 메이커문화는 “이상주의적인 가치관, 미래와 실패에 대한 낙관, 무모한 아이디어라도 일단 빠르게 실행해보고 개선해나가는 메이커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무모해 보이거나 이상주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독려를 한다.
실리콘밸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회사들을 보면 매슬로우 욕구의 상위층에 있는 것들을 해소하는, 일반적으로 봤을때 “이게 사업이 될까?”하는 이상주의를 바탕으로한 서비스들이 많다. 애플은 “A bicycle of the mind”를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자기표현 욕구를 해소한다. 구글은 지식을 민주화했다.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정보를 민주화하겠다”, “인공지능을 민주화하겠다”, “로켓 회사를 만들겠다”처럼 무모하고 이상주의적인 아이디어를 말하면 현실을 모르는 망상가라는 반응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이런 반응을 여러번 마주하게 되면 아무리 열정이 많던 사람도 마음이 흔들리게 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이런 아이디어를 독려하고 어떻게 하면 실현시킬 수 있을지 같이 고민을 한고 실제 실현한다.
2)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모한 아이디어들을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항상 우상향하는 이유는 생산성이 증가하기 때문이고 생산성 증가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아이디어, 시기, 적절한 팀 등 상황이 맞지 않아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지속하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경제적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실리콘밸리는 그 어디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1]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은 실패를 비난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에 격려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법인 설립 후 투자를 받아 프로덕트를 만들었으나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 남은 투자금을 돌려준 후 기존 법인을 폐업하고 다시 재창업해서 이전에 투자들로부터 재투자를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전에 실패를 했다고 해서 창업자를 안좋게 평가하지 않으며 창업자들도 이를 알고 훨씬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
3) 과감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개선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하드웨어 산업과 다르게 초기에 필요한 자본이 거의 없고 따라서 리스크를 매니징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
하드웨어는 원자재, 금형, 생산, 재고 관리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굉장히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하고 이미 생산을 했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시장의 반응이 없으면 회복이 어렵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 개발 역량, 그리고 노트북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수정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보면서 개선해나가야 사업 리스크가 줄어든다.
아이디어, 자본, 인재의 네트워크 효과
2018년 CB인사이트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탑 20가지”의 탑 3개를 보면 아이디어, 자본, 인재에 관한 것이다. [2]
1위: No market need → 아이디어
2위: Ran out of cash → 자본
3위: Not the right team → 인재
위 3가지의 리스크를 잘 매니징 할수록 사업 실패 확률이 줄어드는데 실리콘밸리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위 3가지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회사들은 다른 지역들보다 10년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선구적인 기술은 이를 개발하고 싶은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끌어들이고 우수한 인재들에게 투자하고 싶은 자본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 자본이 우수한 인재와 기술에 투자가 되면서 선순환을 일으키게 되고 이는 다른 지역들과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이런식으로 아이디어, 자본, 인재가 계속 몰리면서 위 3가지 리스크가 줄어들게 된다.
역사
어떻게 실리콘밸리는 이런 네트워크 효과와 메이커문화가 생겼을까?
1950~1970에 HP, IBM, Xerox와 같은 컴퓨터 회사들이 생겨나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게 되고 스탠포드, 버클리 같은 대학들에서 컴퓨터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런 환경은 Don Valentine과 같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기술 벤처 투자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버클리 대학을 중심으로 counter culture movement가 확산되면서 표현의 자유, 다양성 존중 등 기존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해 반발하는 이상향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는 이와 같은 이상향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후 Atari, Apple, Microsof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회사들에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웹과 클라우드 기술이 생기면서 Google, Facebook, Amazon과 같은 웹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에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게 되고 YC나 a16z 같이 투자뿐만 아니라 IT 업계에 대한 지식 교류를 전략적으로 하는 기관이 생기면서 그들만의 메이커 문화를 확산시키고 견고히 다지게 된다.
YC 사례
YC사례를 보면 아이디어, 자본, 인재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YC는 지금까지 총 68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면서 역사상 가장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기관이다. 그리고 보통 스타트업의 생존률은 10%이고 나머지 90%는 폐업한다고 하는데 YC출신 회사의 90%는 생존하고 있고 6%는 인수가 되었으며 4%만이 폐업을 했다고 한다. YC 이후 YC를 따라하려는 정말 무수히 많은 엑셀러레이터들이 생겼지만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아니면 YC에 비해 그 성과가 미미하다. [3]
이에 대한 설명도 네트워크 효과로 가능하다.
1) 서로의 프로덕트 구매
IT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려면 2가지를 잘하면 된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과 프로덕트를 판매할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2가지를 잘하면 성공하지만 이 2가지를 잘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런데 YC는 그들의 alumni network를 통해 이 2가지를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다. alumni network를 활용해 서로에게 프로덕트을 판매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만으로도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어느 정도 자생할 수 있는 상태에 빠르게 도달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B2B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메이커들에게 유리하다.
2)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
스타트업을 하면 프로덕트 개발 외에도 신경써야 될게 정말 많다. 법률, 재무, 회계, 팀빌딩, 투자 유치 등에 신경을 써야 된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배우고 도입하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든다. YC는 세계에서 가장 IT 스타트업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혁신하고자 하는 것을 제외한 다른 부가적인 것들은 그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놓은 방식을 그냥 따라하라고 한다.
3) 서로 인수
PMF를 찾지 못해 회사를 폐업할 위기에 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나쁘지 않다. 다른 우수한 회사에 인재 인수가 될수도 있고 채용이 될수도 있다.
4) 자본 네트워크 효과
YC는 서로 엔젤투자도 활발하게 한다. 시리즈 B이상 키운 회사들의 선배 창업가들이 엔젤투자를 하기도하고 YC데모데이와 선배 창업가들의 소개를 통해 보통 스타트업들이라면 만나기 힘든 VC들을 비교적 쉽게 만나 투자유치를 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사실상 YC에 들어가면 창업가가 지는 리스크 거의 없으며 창업가는 오로지 혁신적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대부분 스타트업에게 투자유치, 채용, 재무, 법률 등을 신경쓰라고 하지만 YC는 혁신적인 프로덕트 개발 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무시하라고 하며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잘 구축해놨다. 이런 환경에서 창업가들은 훨씬 과감한 도전을 할수 있다.
새로운 기회
지금까지 언급한것처럼 실리콘밸리는 네트워크 효과와 그들만의 메이커 문화로 IT 산업의 독점적 리더가 되었다. 여기에는 어두운 면도 많다. 역설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없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으며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버블이 생기면서 양극화 되는 현상을 낳았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런 지리적으로 생긴 네트워크 효과가 희석되고 있으며 그 외의 지역들에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면서 대학교, 전공, 이전 직장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리모트로 일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주거비가 비싼 실리콘밸리에서 벗어나는 인재들,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후 counter culture movement가 생겨난 1960년대처럼 현재 사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극단적인 정책이 생겨나고 있고 이에 대항하는 탈중앙, 가치 중심, 다양성 존중과 같은 이상향이 생기고 있다.
나는 이런 시기에 디스콰이엇을 통해 몇가지 이루고 싶은 미션이 있다.
한국 IT 메이커들 또한 오로지 혁신에만 집중하고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도록 아이디어, 자본, 인재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 IT 메이커들이 쉽게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만드는 것의 인센티브를 단순히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는 것(Fiduciary Duty)을 넘어서 메이커들이 그들의 이상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바꾸고자 한다.
Foot Notes
[1] 내가 자주 듣는 팟캐스트 중 All-In 팟캐스트가 있는데 44:36에 David Sachs가 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와 같은 관점을 잘 대변해준다. / https://www.youtube.com/watch?v=ftNCKO_crGE&t=15s
[2] 2021년에 CB인사이트에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탑 20가지”를 다시 업데이트 했는데 내용은 비슷하고 순위가 조금 다르다. / 2018버전: https://eisaiah.blog/2018/12/19/manage-10-of-the-20-top-startup-failure-risks/, 2021 버전: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startup-failure-reasons-top/
[3] YC출신 회사들의 생존률: https://clearbit.com/blog/what-type-of-companies-get-into-y-combinator
IT 프로덕트 메이커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열심히 해볼게요!
좋은 글 감사해요! 깊은 고찰이 느껴지네요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은건 기분 탓이겠죠 😉)
감사합니다 ㅎㅎ 1박 2일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거 아닐까요? ㅋ
국회 발표라니.. 멋지십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메이커들의 오아시스 = 디스콰이엇 화이팅!!
링코도 화이팅!!
오예 성덕~~
한국 IT 메이커들 또한 오로지 혁신에만 집중하고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도록 아이디어, 자본, 인재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 IT 메이커들이 쉽게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만드는 것의 인센티브를 단순히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는 것(Fiduciary Duty)을 넘어서 메이커들이 그들의 이상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바꾸고자 한다. 앞으로의 디콰 행보가 정말 기대됩니다. 응원 드립니다.^^
종석님도 응원합니다 :)
🔥🔥🔥🔥🔥
💥💥💥💥💥
1) 진짜 부럽고 재밌는거 같아요! 새로운 이상을 맘껏 꿈꿀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아이디어에 대해 누가 보면 나를 현실을 모르는 바보아 생각하겠지?와 같은 눈치도 안보겠져!? 2) 우리나라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 우리나라는 투자자들이 실패하면 돈을 직간접적으로 돌려받으려는게 있다는데,, 진짠가요?
1) 이상만 이야기하면 눈살을 찌푸리지만 이상을 실제 묵묵히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나라에 있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ㅎ 2)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서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될 것 같고 저희 디스콰이엇과 같은 플랫폼이 아이디어, 인재, 자본의 네트워크 효과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될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는 이미 성공한 창업가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재투자를 하기 때문에 투자 계약이 좀 더 선구적인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출자를 정부, 금융 기관 등으로부터 받아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투자 계약서가 많이 다르긴 해요 ㅠㅠ
그렇군요! 재투자가 많아지는 환경이 되야겠네요 ~
매력적인 글 감사합니다. ^^ 읽으면서 제 잘못된 사고를 반성하고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인상깊은 구절 담아가요! "IT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려면 2가지를 잘하면 된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과 프로덕트를 판매할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2가지를 잘하면 성공하지만 이 2가지를 잘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런데 YC는 그들의 alumni network를 통해 이 2가지를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다. alumni network를 활용해 서로에게 프로덕트을 판매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만으로도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어느 정도 자생할 수 있는 상태에 빠르게 도달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B2B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메이커들에게 유리하다."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표님! 디스콰이엇의 생태계 구축에 깊이 공감하며, 저희도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주세요 ^0^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