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애플보다 잘한 것
디지털 뱃지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1]
디스콰이엇 팀은 요즘 사이트에 게임같은 요소를 붙이는 과정이 한창인데, 팀에서 얘기하던 중 ‘애플 피트니스의 뱃지가 예쁘긴 한데 한번 보고 안 보게 되더라’는 의견이 나왔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디지털 뱃지를 단순히 ‘참 잘했어요!’ 라는 칭찬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디지털 뱃지는 수집하고 꺼내 보고 자랑하는 디지털 오브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서 오브제란 물질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보이거나,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특정 모양으로 생겨난(generated) 된다는 특징이 있다.
위 이미지에서 왼쪽은 애플 Fitness의 Awards 뱃지들이고, 오른쪽은 Nike Running Club의 러닝 기록 이미지이다. 둘 모두 디지털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뱃지는 목표를 달성해야만 보여지고, 나이키의 러닝 기록 이미지는 내가 뛴 루트의 모양대로 생성된다. 애플의 뱃지는 사용자에 관계 없이 같은 모양인데, 나이키의 이미지는 사용자의 움직임 데이터에 기반하여 만들어진다. [2]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하여 개인화된 디지털 오브제를 제공하면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다:
- 유일함(희소성): NFT 수집품이 인기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
- 커스텀(특별함): 그냥 향수를 선물하는 것과 ‘널 생각하며 조합해 새롭게 만든 향이야’는 수준이 다른 의미를 가짐
- 기억 반영: 시각화된 형태에 따라 오브제를 보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음
- 강화된 자기 표현: 오브제가 나를 대표하는 기능이 강화됨
위와 같은 생각으로 작년에 메타버스/언택트/헬스케어 키워드가 한창 핫할 때 아래 사진의 같은 컨셉트를 만들어 공모전에 가지고 나간 적이 있었다. Gravity라는 이름의 전용 모래주머니와 결합된 걸음/러닝 트래킹 앱이다.
모래주머니에는 가속도 센서가 달려 있어 움직임을 측정하고, 휴대폰 앱과 연동된다. 휴대폰 앱은 GPS를 사용해 걸으면 지도를 그려준다. 모래주머니의 센서는 팔다리 움직임의 강도를 파악하고 GPS가 되지 않는 실내 운동에서도 앱에 기록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앱의 컨셉트가 재미있는데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고 개척하는 컨셉트이다. 지구보다 중력이 무거운(모래주머니를 찼으니) 행성인데, 행성에 입장해서 걷거나 뛰면 그 경로가 앱 안의 행성에 그대로 기록되고 거리와 운동 강도에 따라 탐사한 영역을 획득한다. 이때 다른 사용자들과 경쟁하여 정해진 기간 안에 가장 많은 면적을 획득하면 그 행성의 주인이 된다. 행성 개척 경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걷거나 뛴 모양으로 만들어진 행성인 것이다. 행성의 주인이 되면 해당 행성의 NFT를 발행받을 수 있다.
나는 모으고 소장할 가치가 있는 디지털 오브제를 디자인할 때는 사용자의 경험과 기억이 반영되도록 하면 더 큰 가치가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걸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습하는 중이다. …기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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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표준어는 '배지'이다.
[2] 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서 애플의 뱃지와 나이키의 러닝 코스 이미지를 가져와 비교했지만 사실은 나이키에도 뱃지가 있고 애플에도 지도 이미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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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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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으고 소장할 가치가 있는 디지털 오브제를 디자인할 때는 사용자의 경험과 기억이 반영되도록 하면 더 큰 가치가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다. “ 저도 동의합니다! 디지털 학습 플랫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동기부여 요소로 참 잘했어요 도장이 아니라 종한님이 말씀하신 나의 노력과 경험이 기록될 수 있도록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에요 ㅎㅎ
진짜 재밌는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네요!! 시각화의 영역인데 저는 그래서 오늘부터 블렌더를 써보려고 해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뱃지나 디지털 오브제는 남긴다는 것이 아날로그적 수집의 기억같이 서비스에 머물수 있게하고 사용자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중요할것 같네요.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이미 제목부터 이 콘텐츠는 가치를 얻었습니다!ㅋ 잘 읽고 갑니당
어머어머 저는 애플 헬스에서 주는 뱃지로도 엄청난 성취감을 느껴서 가끔 열어보곤 했는데 나이키 러닝은 아예 희소성이 있는 뱃지를 주는군요 *_*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용해봐야겠습니다!
기대 바람!
저는 뱃지를 함부로 집에 공유했다가 추적을 당합니다... 조심 하세요.
좋은 아티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