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1000] 고객이 적을 때만 할 수 있는 것
...을 실천해보았습니다.
Things that don't scale
리드 호프먼이 그의 팟캐스트 <Masters of Scale>에서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기에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는 것인데요(things that don't scale), 이 얘기는 대부분 알고 계시다시피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강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극초기에는 확장성이 없는 방법으로도 고객에게 와우 경험을 주는 것이 충분히 감당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이 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팻 플린 역시 그의 저서 <슈퍼팬>에서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구독자 이메일 목록이 20만으로 늘어난 지금도 나는 매달 새로운 구독자 10명 이상과 대화를 나눈다. 이메일 목록에서 10명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쪽지를 보내 15분간 영상 통화로 요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내가 도울 방법이 있는지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냐고 묻는다.
막 사업을 시작한 경우에는 팬이나 구독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아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메일 목록이 없어도, 팔로워가 많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는 사업이 크게 확장되었음에도 여전히 고객(구독자)을 대할 때는 확장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는 듯합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서는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이 오히려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경
저는 '휴튼'이라는 개인용 블로그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휴튼이 기존 블로그들과 가장 다른 점은 빈 백지를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휴튼은 유저로 하여금 그가 자신에 대해 써볼 수 있는 글감을 역으로 제안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무척 많은데, 각 기록을 제안할 뿐 아니라 각 기록의 특징과 목적에 특화된 기록장들을 제공합니다. (휴튼이 가진 철학과 미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뤄볼게요 🙂)
그런데 휴튼의 시작은 원래 뉴스레터였습니다. 그 이름도 2년 사이에 '책한조각 레터' ➡️ '에필로그 레터' ➡️ '휴튼 레터'로 바뀌어왔네요.
휴튼 레터는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 태도 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아티클/책을 요약해드리거나, 제가 직접 했던 경험 또는 생각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예요. 오랫동안 뉴스레터로만 운영을 해오다가, 구독자분들을 위한 글쓰기 프로덕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만든 것이 바로 휴튼입니다.

실천
매주 레터가 발송되면, 구독자분들로부터 피드백/감상평이 올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얼마나 벅찬지 몰라요. 이미 수많은 의견들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하나하나 열어볼 때마다 설렘과 떨림을 느낍니다.
사실 어떤 글을 읽은 뒤 그 글에 대한 긴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허들이 높은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읽은 사람이 진짜 만족했을 때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분들에게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팻 플린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즉 아직 구독자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니, 그만큼 개개인에게 더 커스텀되고 정성스러운 답장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휴튼 레터 피드백을 남기는 폼에 "원하신다면 답장을 보내드릴게요!"라는 설명과 함께 답장을 받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인풋 필드를 배치했습니다.
그렇게 이메일 주소와 함께 온 의견에 답장을 보내드릴 때는 이런 원칙을 지키려고 했어요.
- 이름 언급해드리기 : 이건 설명하기도 민망한 CRM의 기본이니 넘어가겠습니다.
- 주신 의견을 요약해서 언급해드리기 : 감사하게도 의견을 주신 분들 중에는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가 요즘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번 레터의 내용에 특히 공감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요. 저는 답장을 보낼 때 반드시 그 얘기를 요약하여 한번 더 언급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주신 의견을 꼼꼼히 읽어보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감사한 마음 + 제 생각 아낌없이 얘기하기 : 제가 평소에 갖고있는 신조이기도 한데, 감사는 확실하게 표현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답장에서도 감사한 마음을 아낌없이 담으려고 했어요. 레터 잘 읽어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의견까지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 저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이런 내용을 정성을 담아 포함했습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별 거 아닙니다. 그런데 "귀찮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게으름 때문에 이 '별 거 아닌 것'을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런 사소하고 확장 가능하지 않은 행동에 귀찮음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ROI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보내봤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딱히 없기 때문이죠. 답장을 보내드린 뒤 레터 오픈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대부분 이미 오픈율이 높은 분들이기 때문), 주변에 유독 더 많이 추천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답장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정량화할 수 있는 리턴을 얻을 수 있는 액션은 아닌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초기에 하는 이러한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은, 매크로한 숫자 그 자체보다는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 한명 한명을 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최근 (매우 이례적으로) 받은 답장 덕분에 더 견고해졌어요.

마무리
정신없이 글을 적다 보니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무맥락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구독자분들께 하고 있는 이러한 액션이 First 1000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단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액션이라 하나의 사례로 공유드려요. 다른 분들은 어떤 'things that don't scale'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