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2023년 회고
회고를 작성하기에 앞서...
2022년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한 <Working Backwards>이다. 제목인 "Working Backwards"는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 주제 중 하나로, 고객 경험을 제품 개발과 출시의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방법론이다. 워킹 백워드의 주된 목적은 팀원들의 시각을 내부적 관점에서 고객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고객이 제품을 처음 접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가장 먼저 제품 출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 팀원들은 보도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정말 고객에게 매력적인지를 검증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3년의 목표도 워킹 백워드 방식으로 작성할 수 있지 않을까?"
퍼블릭한 공간에 공개할 올해의 회고를 미리 작성하고 읽어봄으로써 우리 팀과 제품이 고객들에게 정말 매력적인지 자가점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은 색다른 형식으로 올해의 목표를 세워볼 생각이다.
2023년 회고
2023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다. 많은 고객들을 만나며 Furo에 대한 귀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Furo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구현하다보니 벌써 한 해가 다 가버렸다. 나와 우리 팀 호패는, 그리고 Furo는 1년 전보다 얼마나 멀리 왔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크게 "제품 개발"과 "글쓰기", "개인의 삶" 이라는 주제에 대해 간단하게 회고를 작성해본다.
1. 제품 개발
Furo의 고객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하다. 프로덕트에 필요한 기능을 더 적은 리소스로 구현하는 것. 22년까지 우리가 ”더 적은 리소스”에 집중했다면 2023년에는 “필요한 기능”에 집중하였다. 어떤 솔루션을 사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더라도 “필요한 기능”을 모두 구현할 수 없다면 해당 솔루션은 다시 찾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경험으로만 비추어봐도 간단한 일이었다. 메일링 서비스인 스티비를 사용하고자 했을 때, Transactional Mail 기능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 채택하지 않았고, 결제 대행 서비스인 스텝페이를 사용하고자 했을 때에는 카드 등록과 정기결제 시작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채택하지 않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의 다양성보다는 그들이 필요한 핵심 기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필요한 핵심 기능을 제공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연초에 계획한 기능이 커스텀 유저 프로필, 커스텀 UI/UX, Backend API 제공, DB 마이그레이션 프로세스 구축, Multi tenancy였다.
커스텀 유저 프로필
우리는 항상, 입력할 사항이 많은 회원가입 페이지를 보며 “아 이러면 전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여기서 다 떨어져 나가겠네”, “이런 서비스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프로덕트 메이커의 입장에서 그 정보들의 수집은 필수사항일 것이다. 그들을 우리의 고객으로 만드려면 적어도 우리가 그 정보를 입력받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전에 Furo의 고객은 대시보드에서 유저 스키마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없었는데 연초에 대시보드를 업데이트하여 유저 스키마에 커스텀 필드를 추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하였다.
커스텀 UI/UX
커스텀 UI/UX 역시 많은 고객들에게 필요한 기능이었다. 다양한 사용자 인증 기능을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구현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사항이었다. 이전에는 Furo를 사용할 경우 로그인/회원가입 페이지의 UI/UX가 한 가지로 강제되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고객들은 프로덕트의 디자인 컨셉과 어울리도록 로그인/회원가입 페이지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싶어했다. 커스텀 UI/UX 기능을 개발하는 일은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 아무래도 작업 범위가 Furo에서 개발하는 대부분의 리포지토리에 영향을 주었고, builder를 만드는 프론트엔드 작업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커스텀 UI/UX 기능이 좋았다는 응답률이 높았고, 올해의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Backend API 제공
Backend API 제공은 우리가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 중 하나였다. 웹 애플리케이션 만큼이나 모바일 앱에서 Furo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요구가 많았는데, 작년까지의 Furo는 프론트엔드 SDK만 제공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잠재고객들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모바일 SDK를 개발할까 고민했지만 기대효과 대비 너무 많은 공수의 투입이 예상되었다. 결국 우리는 대부분의 개발 환경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REST API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고객들이 API 제공을 당연하게 여겨서인지 설문조사에서는 제공되는 API가 편리하다든가 하는 응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모바일 앱 기반의 프로덕트를 개발한다는 응답의 숫자를 본다면, Backend API의 제공은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회사의 규모가 더 커지고 개발자가 채용된다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SDK도 언어별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그 시점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화이팅해야겠다.🔥🔥🔥
국가별 컴플라이언스 지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별 컴플라이언스였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하는 A사는 중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명시하는 동의 절차를 회원가입 프로세스에 추가해야 하고, 유럽에 진출하고자 하는 B사는 쿠키 수집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 절차를 프로덕트의 홈 화면에 추가해 한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족히 수백에서 천 만원 이상의 수임료가 들어가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컴플라이언스를 지원한다면?"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올해 2분기 부터였고, 현재 중국과 EU 가입국 진출을 위한 컴플라언스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상태이다. 내년에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컴플라이언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별 컴플라이언스 지원 기능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실제로 H사의 중국 진출시 Furo에서 컴플라이언스 작업을 지원하였고, 앞으로도 많은 고객의 고민을 덜어줄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다. 올해 우리 팀에게 가장 어려웠지만 보람있는 미션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기업 경영에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법과 사회 규범에 대한 준수를 의미한다. 쉬운 예시로 GDPR( EU의 일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에서 기업이 사용자의 쿠키를 수집할 때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야 함을 규정한 것을 들 수 있죠. (https://www.drupal.org/project/eu_cookie_compliance)
DB 마이그레이션 프로세스 구축
DB 마이그레이션 프로세스 구축과 가이드 제공은 기존에 이미 로그인 시스템이 있는 고객들을 Furo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올 해 G사를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어던 가장 큰 원동력은 상반기에 DB 마이그레이션 프로세스를 미리 만들어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 기존 유저 DB를 Furo로 이관한 고객은 10팀 정도이지만 내년에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CSAP 인증 획득
CSAP 인증은 공공기관에 프로덕트를 납품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CSAP 인증을 획득한 클라우드 서비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 결과 얼마 전 인증을 획득하였고, 이제부터는 드디어 B2G 시장을 타게팅하는 프로덕트의 짐을 덜어줄 수 있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Furo의 보안성을 인정받은 것 자체도 굉장히 뿌듯하다.
CSAP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 제 23조 제2항에 따라 정보보호 기준의 준수여부 확인을 인증기관이 평가·인증하여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설명 제공 : KISA)
2. 글쓰기
연초에 세웠던 목표 중 가장 꾸준히 지켰던 것을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글쓰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을 글을 써서 디스콰이엇처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개발 일이 바빴던 와중에도 꾸준하게 글을 쓴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디스콰이엇의 메이커로그 챌린지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강제로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글쓰기의 재미도 알게 된 것 같다. 또한 열심히 살아가는 챌린지 맴버들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이 그 자체로 재미있고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다보니 스스로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챌린지 맴버들과 챌린지를 제안해주신 디스콰이엇 팀원 분들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글쓰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3. 개인의 삶
운동
재작년에 이전 직장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 아쉬웠던 점을 하나만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하고 늘어나는 뱃살을 방치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현시점에 목표했던 75kg보다는 2kg이 더 나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84kg였던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라고 합리화해본다ㅎㅎ ) 그래도 날씨 좋을 때는 로드자전거로 출퇴근도 많이 했고, 좋아하는 실내 클라이밍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하고 있으니 운동을 다시 습관화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로드든 클라이밍이든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에 조금 더 욕심내볼 생각이다.
술 줄이기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전형적으로 코로사 시국을 맞이하며 혼술을 즐기게 된 케이스인데, 재작년에 살이 많이 쪘던 것도 퇴근 후 위스키를 홀짝거렸던 것이 크게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연초에 다짐했던 주 2회를 꾸준하게 지키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운동하는 날이 많아지니 그 날에는 술을 안 마시게 되어서 요즘은 주 2회 정도 술을 마시고 있다. (몸이 건강해야 농부, 증류기 장인, 오크통 장인, 마스터 디스틸러의 노고와 천혜의 자연이 합작한 예술을 오래오래 즐길 수 있겠지...) 내녀에는 조금 더 노력해 보기로! 하핳
글을 마치며
약간은 장황한 글이 되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12월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자괴감이 아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 해가 바뀐지 9일이나 지나기는 했지만 메이커분들 모두 목표한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끝으로, 모두들 목표한 바를 꾸준히 이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스모어데이로 생성한 이미지를 올려봅니다.

"검정색 헬멧을 쓴 남성이 빨간색 로드바이크를 타고 제주도 바닷가 자전거 길을 달린다 (날씨는 맑음)"
by 스모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