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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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 레터가 4년 동안 걸어온 길: 172번째 휴튼 레터

찬바람 부는 연말이라 휴튼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휴튼 ‘레터’가 걸어온 길입니다.

돌아보니 휴튼 레터를 발행한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중간중간 쉬는 기간은 가졌지만 벌써 172개의 생각을 자극하는 레터를 발행했습니다. 뉴스레터로 시작한 제 개인 프로젝트는 어느덧 휴튼이라는 AI 앱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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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딩 때부터 책 읽는 걸 워낙 좋아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얕았던 사고에 깊이가 생기는 것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이었을 수도 있고, 지적 허영심을 느끼고 싶은 것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공부하기 싫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다만 1학년 1학기부터 대학교라는 시스템에 크게 실망하여, 대학 생활 내내 엉성하게 적응한 채 지냈습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건 제 눈에 옳지 않아 보였고 그 대신 ‘나한테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그냥 반항심이었을 확률 99%).

어쨌든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했고 아마 그때부터 휴튼은 제 마음 속에서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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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이 많았다보니 글도 많이 썼습니다. 생각이 생각에 그치고 인풋이 인풋에 그치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휘발되어버리는데, 그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글 쓰는 것의 가장 큰 효익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흐리멍텅한 생각을 홱 붙잡아서 명료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이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와는 무관합니다. 활자의 형태로 쏟아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을 많이 옮겨적다 보면, 또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 실력은 자연스레 좋아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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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작은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목은 기억납니다. <무척이나 개인적이면서 무척이나 보편적인 이야기>.

저는 거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일수록 읽는 사람에게 깊숙이 가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생각은 거의 10년 전부터 혼자 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디 가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같아”라는 말을 하면 왜 봉준호 따라하냐는 얘기를 듣습니다. 사람은 역시 유명해지고 봐야 합니다.

휴튼 레터의 시작

저는 읽은 책을 꼼꼼히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걸 저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3, 4학년 때 우리나라에 뉴스레터 붐이 일어날랑말랑 했고, 학업과 취업 따위 안중에도 없던 저는 제가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서 직접 한입 한입 떠먹여준다는 컨셉의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책한조각 레터’였습니다. 그게 2020년 즈음이었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이것 좀 읽으라고 잔소리 해가면서 강제 구독을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그 친구들이 또 자기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하면서 점점 제가 모르는 사람들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들이 비중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메일로 답장이 왔습니다. 구독자*인데 글이 좋아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휴튼 ‘유저’와 ‘구독자’를 섞어서 쓰지만 이 레터에서는 ‘구독자’로 통일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공들여 작성하는 레터를 좋아해준다니 감사한 마음이 컸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은 아닐지, 괜히 만났다가 콩팥 털리는 거 아닐지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서 약속 일정을 잡았습니다. 며칠 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걱정이 무색할 만큼 배울점 많은 멋진 사람이었고 지금은 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제 콩팥도 무사하구요. 

구독자를 만나는 게 유익한 경험이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저에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다 만났습니다. 나아가 휴튼 앱을 잘 써주시는 분들은 제가 먼저 ‘유저 인터뷰’ 명목으로 만나달라고 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못해도 50명은 만난 것 같습니다. 1:1로도 만나고, 독서모임 같은 모임 형태로도 만났습니다. 그 정도 만났으면 빌런이 한 명쯤은 있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저일지도?).

만난 분들 모두 하나같이 생각이 깊은, 배울점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중 아주 일부는 제가 지금까지 질척대며 소중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무슨무슨 '법칙'은 반례가 나오기 전까지 참으로 여겨지는데요,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렇다 보니 제 머릿속에는 '휴튼을 좋아하는 사람' = '평소 생각이 깊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휴튼좋아하는사람은평소생각이깊고성숙한사람의 법칙이 귀납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높은 확률로 참인 법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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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 인간관계의 일부가 휴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되어갔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큰 수확입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주기적으로 독서모임 같은 것을 열고 싶지만, 제가 가진 소셜 에너지와 물리적인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는 주 8일 술 먹으면서 놀았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소셜 에너지가 금방 바닥납니다. 하지만 내년 초에는 꼭 한번 열 예정입니다.

어쨌든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해주고 싶어서, 정확히는 제가 받은 자극을 나눠주고 싶어서 4년 전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하면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에, 얼마 뒤 구독자분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어찌저찌 하다 보니 지금의 휴튼 앱이 되었습니다.

결론

저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A라고 한다고 해서 나도 맹목적으로 A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안에 아무런 기준이 없어서 바깥의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 무책임한 짓입니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채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것 물론 좋고, 저도 매일 치열하게 일하면서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매몰되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씩은 잠시 빠져나와 나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저는 휴튼이 바로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휴튼 앱이 매일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또는 일주일에 한번 발행되는 휴튼 레터를 읽으면서 아주 잠깐이라도 깊이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가 전달드리는 내용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으로도 봐주시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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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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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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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서 배우고 있는 것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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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천재적인 사람이라면 한번에 척척 답을 찾겠지만(부럽다), 아쉽게도 그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한번에 답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고,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지 예상도 되지 않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비로소 찾아지는 게 답이다. 그래서 성취 뒤에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초라하게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는 헤매기도 하고 빙빙 돌아가기도 하고 상처도 받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구덩이에 한없이 빠져들기도 한다. 그럼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일희일비 하지 않고 끈기있게 할 수 있느냐인 것 같다. 또 그래서 중요한 것이 내 끈기의 원천을 어디에서 찾느냐다.

심지어 답은 한번 찾는다고 끝이 아니다. 하나의 답을 찾으면 그 기쁨도 잠시, 바로 다음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고 또 다음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하고 이 과정의 끝없는 연속이다. 다행히 휴튼도 답을 하나둘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분명 어려운 길이다.

2.

어떤 사람이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하면 누구나 헉 나도 빨리 저거 해야 하나? 하는 조급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잘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지금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잘 분별해내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방정식을 건너뛰고 인수분해를 배울 수는 없다.

근데 사실 그것보다 어려운 건 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그래서 꾸준히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얻는 건 분명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외부와의 소통을 잠시 차단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집중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으니.

라는 걸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조급해지면 잘못된 곳에 리소스를 쏟게 되고, 한두 번이야 그렇다 쳐도 여러 번 누적되면 너무 큰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근데 사실 또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서야 알게 되니 이 과정은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3.

끈기를 갖고 오랫동안 버티기 위해서는 (1) 장기적인 마인드셋과 (2) 환경 조성이 둘 다 필요한 것 같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마인드셋을 잘 유지하는 한편, 주변에서 조급한 선택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 요즘은 특히 (2)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4.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게 하나 둘 많아질수록 오히려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해진다. 어디서 어줍잖게 주워들은 것과 직접 부딪히며 해본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똥인지 된장인지 내가 찍먹해보고 깨달은 게 아니면 말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알맹이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한다. 는 매번 실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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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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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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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 회고

오랜만에 메이커로그를 적네요. 퇴사하고 창업한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기만의 삶의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션으로 지금까지 휴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평생 이 정도로 밀도있는 기간은 없었을 정도로 지난 1년 동안 많은 고민과 경험을 했고, 물론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간단히 적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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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풀타임으로 휴튼에 몰입한지가 벌써 1년이다. 그간의 초고농축 경험/고민들이 쌓여서 지금 느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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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돈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주어진 리소스가 부족한 여건 속에서 한 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1년도 빡센데 몇 년 씩 하는 사람들은…). 단 한번도 단기적인 요행을 바란 적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하며 매일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다행히 아직 탈모의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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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을 쭉 읽어보니까 PMF라는 그 놈 하나를 찾겠다고 1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고 그만큼 많이 헤매기도 했다.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이라고 무척이나 단순화해서 부르는 그 신기루같은 곳으로 향하는 길은 아쉽게도 일직선이 아닌 듯하다. 길이 예쁘게 쫙 뻗어있어서 그냥 눈 딱 감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게 아니었고, 그보다는 안갯속에서 손을 뻗어 앞에 있는 무언가를 더듬더듬 만지며 한발자국씩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가깝지 않나 싶다. 다행히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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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많은 것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기본적으로 매일 불안을 안고 산다. 그럴 때마다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도 많이 찾아보고 관련 책이나 자료도 많이많이 흡수하려고 한다. 그럼 다행히 그것들이 나의 모든 불안을 말끔히 잠재워주고,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정답을 명쾌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성공 사례나 이론들은 옳았던 결정들만 쭉 이어서 보여주지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틀린 선택들과 방황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쟤네들의 성공은 간단명료하고 심지어 쉬워보이는 착시 효과를 낳는다. 남의 성공 방식은 참고하되 의존할 수는 없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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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믿을 건 (1) 휴튼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문제의식, (2) 지금 당장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 그리고 (3)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집념이 전부인 것 같다. Evil is whatever distracts. 라고 카프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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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다니던 회사를 나올 때 대표님이 “영준 창업하면 본인 스스로를 정말 잘 알게 될 거예요”라는 무시무시한 격려의 말을 해주셨다. 그때는 아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제서야 그 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위해서 무엇을 어디까지 희생시킬 수 있는지, 나를 진짜로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지, 나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중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등 나에 대한 많은 것들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나이가 서른한 갠데 아직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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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argin, no mission. 미션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비즈니스를 택한 이상 수익화를 집요하게 챙겨야 한다. 슬프지만 그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도 필요하다. 돈 못 벌면 미션이고 나발이고 다 물거품이다.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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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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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휴튼이 유저를 움직이기 위해 피똥 싼 이야기

어제 @Doeon Kwon 권도언 님, @최현종 님과 커피챗을 했습니다.

디스콰이엇과 휴튼 모두 유저들이 글을 많이 써야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디스콰이엇에서 그동안 시도한 것들도 공유해주시고, 휴튼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며 피똥을 쌌는지 말씀드렸는데, 이 참에 메이커로그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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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니 휴튼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네요.

1. time to value 줄이기 (효과 : ⭐️⭐️⭐️)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는 척 좀 해보면, time to value란 유저가 우리 제품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는 순간까지의 시간입니다. 보통 [서비스 사용을 시작한 순간 ~ 가치를 느끼는 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됩니다. 당연히 짧을수록 좋습니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는 time to value가 무척 긴 행위입니다. 사실 글을 작성하는 행위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만(생각이 정리되고,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등등), 이건 글을 어느 정도 써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라고 할까요?

또,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오래, 꾸준히 해야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야 점점 더 좋은 글을 쓸 수가 있고, 더 좋은 글을 쓸수록 내 생각이 더 명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죠.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그저 고통스러운 숙제처럼 느껴질 수밖에요.

아무튼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time to value가 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라도/간접적으로라도 줄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이 맥락에서 휴튼은 다음 세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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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집중한 시간 : 휴튼에서 글을 작성한 총 시간을 보여줍니다. 글 작성 인풋 필드를 벗어난 시간은 포함되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글을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측정합니다.

  • 글자 수 : 휴튼에 작성한 총 글자의 수를 보여줍니다. 또, 이걸 책으로 낸다면 몇 페이지 분량의 책이 완성되는지도 함께 보여줘요. 참고로 저는 40페이지짜리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갈 길이 머네요.

  • 잔디 심기 : 깃헙에서 하는 바로 그 방식입니다. 휴튼은 주단위로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단위로 작성한 글자 수에 따라 색깔의 진한 정도가 달라집니다.

위 세 가지 모두 유저에게 '쌓여감'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효과는? 유저의 반응은 세 가지 중에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 꽤 괜찮았습니다. '글자 수'도 책 페이지 수로 변환해주니 재미있어 했고요. 다만 정성적 데이터밖에 수집하지 못하여 실제로 글 수의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여기에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gamification을 만들 수도 있고, 보다 예쁘게 시각화를 해서 보여줄 수도 있겠습니다.

2. 심리적 허들 낮추기 (효과 : ⭐️⭐️)

솔직히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행위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심리적 허들이 높은 탓도 있습니다. 이 심리적 허들을 낮춰주기 위해 글 작성 페이지에 두 가지 소소한 장치를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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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40자 : 적절히 쉽고 적절히 까다로운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주었습니다. 140자까지만 쓰자고요.

    • 140자인 이유는, 경험상 이 정도는 조금만 노력하면 쓸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이 기능은 딱히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어떤 유저분들은 140자까지만 쓸 수 있는 건 줄 알았다고 오해하셔서 지금은 내린 상태입니다.

  • 응원 문구 : 글자 수의 구간에 따라 응원 문구가 달라집니다.

    • 0~50자까지는 "시작이 좋아요!", 50자~140자까지는 "얼마 안 남았어요, 화이팅!"이라는 문구를 노출시켰어요.

    • 140자를 막 넘기면 "이 기세를 몰아 더 써볼까요?", 그리고 1000자를 넘어가면.... 2000자를 넘기면.... 5000자를 넘기면..... 휴튼에서 직접 글을 쓰며 확인해 보시길 ㅎㅎ

    • 저는 제품 내의 이런 센스있는 UX writing을 매우 좋아합니다.

3. 오히려 제약을 주기 (효과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제약을 주면 더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글 작성 페이지에 타이머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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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 타이머 : 글쓰기의 큰 방해꾼은 주의력 분산입니다. 그러므로 10분이라는 제약을 걸어주면 오히려 딱 그 시간에만 집중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0분인 이유는, 너무 짧다고 느껴지면 조급해져서 글이 나오지 않고, 너무 길다고 느껴지면 루즈해지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10분이 적당한 수준의 압박을 주는 것 같아요. (실제로 10분 꽉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 10분이 지나면 타이머가 🫨갑자기🫨 🫨정신사납게🫨 🫨진동을🫨 합니다.

4. Motivation 높이기 (효과 : ⭐️)

저는 Fogg 행동 모델을 아주 좋아합니다. 인간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강력하고도 무서운 모델인가요. 선한 의도로 사용하면 정말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Fogg 박사는 인간을 움직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motivation, ability, trigger를 꼽습니다. 이 중에서 motivation에 집중했습니다. 즉, 동기를 높여주면 그만큼 행동으로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휴튼은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휴튼 레터에서는 구독자에게 좋은 생각할거리와 질문을 던져드려요. 이것이 독자의 motivation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었으니, 여기에 대한 네 생각도 작성해 보는 거 어때? 하면서 휴튼을 제안하는 것이죠. 실제로 구독자분들의 요청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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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방법은 '이메일 ➡️ 휴튼 웹사이트'라는 마찰력 높은 퍼널이 존재해서인지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Ability가 낮았던 것이죠. 하지만 motivation을 높이는 건 분명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맥락의 다양한 시도를 더 해볼 예정입니다.

5. 가변적 보상 주기 (효과 : ⭐️⭐️⭐️⭐️)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이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공수를 들인 기능입니다. 휴튼에서는 글을 몇 개 이상 작성하면 내가 지금까지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나만의 위키피디아를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저에 대한 아래와 같은 항목을 GPT가 작성해주죠.

  • 오영준의 기본 정보

  • 오영준의 생애

  • 오영준을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 세 개

  • 오영준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

  • 오영준의 예상 MBTI 유형

  • 오영준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는 사실들

  • 오영준과 비슷한 역사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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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효과가 꽤 좋았습니다. 이건 스키너 박사가 얘기한 가변적 보상에 해당합니다. 피험자가 X라는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매번 A/B/C/D/... 중 랜덤한 리워드를 주는 것입니다. 그럼 피험자는 중독적으로 X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종종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이론은 반복적인 행동을 유도할 때라야 진정으로 효과적인데, 그러기엔 GPT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현재는 잠정적으로 1회로 제한해 두었습니다. 즉 가변적 보상으로써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그냥 리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팁을 공유해주세요!

여기까지가 휴튼의 실험 로그입니다. 물론 여전히 피똥 싸고 있습니다. 또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휴튼은 유저에게 주기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입니다. 유저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많이 할수록 그 유저에게 더욱 개인화된 맞춤형 질문이 생성되기 때문에, 유저로 하여금 (특히 초반에) 글을 많이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을 많이 쓸수록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가 높아지는 서비스입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유저들이 글을 쓰도록 할 수 있을까요? 또는, 반드시 글 작성이 아니더라도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면 공유해주세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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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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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시대 - 휴튼의 WHY

저마다 그 이유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안갯속을 걷는 것 같을 때는 단단히 붙잡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건 다름 아닌 why입니다.

삶이 힘들 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처럼, 휴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제가 찾는 것은 제가 휴튼에 녹여내고 있는 가치관입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에 대한 답입니다. 휴튼의 뿌리가 되는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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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세상이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더 빨라야 하고 더 많아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모든 것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현재 선택한 방식은, 우리 역시 그에 발맞춰 빨라지는 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세상이 빠르니 너도 나도 그 속도를 빠르게 따라잡으려 하고, 그러니 세상은 더욱더 빨라집니다. 전 약간 멀미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대한 광장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혼비백산입니다. 사람들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일단 뛰고 볼 겁니다. 무서우니까요. 점점 더 빨리 뛰면서 한 명이라도 더 제치려고 할 겁니다. 불안하니까요. 대체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 아니 애초에 뛰긴 해야 하는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숙고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조급하니까요.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조급해지고 불안하면 우리는 생존 모드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 모드에서 장기적이고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합니다. 당장의 생존이 급급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만성적인 단기적 사고에 빠져있습니다. 우리는 만성적인 조급함과 불안에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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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미디어

삶의 많은 부분이 빠르고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잠시 빈 공간이 생겼을 때 그것을 참지 못합니다. 마치 말 많은 사람이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요. 우리는 그 정적에서 불안과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 얕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그 시간을 메우려고 합니다.

릴스와 숏츠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시나요? 저는 가끔 인스타그램 릴스를 무한 스크롤할 때의 제 멍청한 얼굴을 누군가가 찍어서 저에게 보여주는 상상을 한답니다.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요?

아무튼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여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세상을 지나치게 투명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화려하게(화려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투명해진 덕에, 이제 우리 곁에는 인스타그램의 회원 수만큼이나 비교의 대상이 많아졌습니다. 세상이 투명해졌으니 모두가 자신의 화려한 모습만 전시합니다.

바로 얼마 전 작고하신 찰리 멍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은 욕심이 아니라 질투에 의해 돌아간다고요.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화려한 모습과 나의 일상적인 모습을 비교하게 됩니다. 내가 초라해 보이니 나도 화려한 모습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내 삶을 구성하는 것들의 기준이 내 안에 있지 않고 저 멀리 바깥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더 행복한 삶?

잠깐, 더 행복한 삶이라고요?

내가 정의하는 ‘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삶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충분히 깊이, 오랫동안, 꾸준히 고민해 보셨나요?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는데,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나요? 지금 내가 지향하는 삶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맞나요? 나는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인가요? 지구에 사는 인간의 수만큼이나 행복의 정의와 형태는 다를 텐데,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지나친 소셜 미디어가 해롭다는 걸 너도나도(저도) 아는데, 앞서 말한 이유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인스타에 들어갑니다. 심심해서, 불안해서, 머리가 복잡해서, 궁금해서. 도저히 시선을 내 안으로 가져오려야 가져올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도저히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한편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한 번, 두 번 질문을 던지며 생각의 깊이를 만들고, 또 세 번, 네 번 던지며 새로운 관점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느립니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아무런 질문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생각은 얕기만 할 뿐입니다. 쉽게 반박당하고 쉽게 휩쓸립니다. 내 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생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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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근본적인 원인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논하자면 여러 교육 철학자의 이름을 대야 할 테지만, 제가(휴튼이) 생각하는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이 사회에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개인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12년의 교육을 통해, 또 대학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는 법,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법, 나 자신을 깊이 탐구하는 법, 나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법, 그리고 삶의 주요한 선택에 대한 나만의 판단 기준을 갖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훈련을 받았던가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며 받는 교육을 통해, 우리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더불어 추후 더 나은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기계적인 훈련을 받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보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 교육을 받습니다.

우리는 그저 늘 남보다 빨리 익혀야 하고 늘 남보다 많이 외워야 했습니다. 저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따르면 우리 교육은 사실상 그게 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자 삶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느립니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니까요. 우리 교육이 하듯이 줄 세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나만의 정답을 찾는데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요.

속도와 양에 삶을 희생시키기에는 내 삶이 너무 소중합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없이는 생각이 깊어질 수 없으니까요. 

🫣 냉소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슬픈 사실은 우리가 냉소주의자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 가서 진지한 얘기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소는 깊이 생각하길 거부하는 자들이 하는 짓입니다. 성찰, 노력, 사랑, 희망, 의미, 가치, 그 대상이 무엇이든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비웃으면 끝이니까요. 얼마나 간단한가요? 냉소는 쉬운 길입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한 명인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냉소는 겁쟁이들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했습니다.

또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냉소주의자들이 마치 그것이 쿨하고 멋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심드렁하고 조소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서 자신은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이 보이려고 하죠.

하지만 냉소주의의 진짜 실체는 유치한 두려움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 그랬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로버트 그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러한 냉소주의는 “순전히 나태함에서 비롯되며, 냉소주의를 믿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위로를 제공”합니다.

휴튼은 냉소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 퍼즐 조각 맞추기

깊은 생각을 한다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 맞추는 과정입니다. 하나씩 맞춰가며 나 자신에 대한 크고 상세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성찰의 과정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림의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씩 바뀔 수도 있고, 그림의 크기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 내가 성장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오직 속도와 양이 최선의 가치로 숭배받는 세상에서는 마치 퍼즐 조각 많이 모으기 경진대회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이게 내 퍼즐 조각인지 누구의 퍼즐 조각인지 모르지만 일단 모으고 보는 겁니다. 하나하나 맞춰볼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무작정 많이 그리고 빨리 모으기만 하는 겁니다. 그걸 모두 짜 맞추면 무엇이 나올까요?

휴튼은 퍼즐을 맞추는 곳입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찾는 곳입니다. 마치 과학자가 깊은 우주 속 미지의 영역을 밝혀내듯, 나에게서 보지 못했던 영역을 탐험하는 곳입니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말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휴튼은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 기술 + 철학 = ?

휴튼은 오직 좋은 질문을 통한 성찰만이 진정한 생각의 깊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 젊은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그리고 나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 할 수도 있지만(즉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나를 잘 아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으면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우리는 이것이 모두에게—말 그대로 의지만 있다면 그 누구든—가능한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휴튼은 AI가 던지는 나만의 맞춤형 질문에 대해 혼자 사색에 잠기며 기록을 하는 공간입니다.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엿볼 수도 있고, 아예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휴튼은 깊은 생각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기술과 철학을 결합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아 탐구를 돕는 것, 이것이 바로 깊은 생각이 사라져 가는 이 세상에 휴튼이 존재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휴튼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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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치료법으로써의 글쓰기, 그리고 AI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심리/정신 치료가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외국,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주기적으로 정신과(therapy)를 방문하는 것이 꽤나 흔한데 말이에요.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상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개인적으로 명확하게 체감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이 뉴욕의 한 투자회사에서 일하는데, 그 친구의 회사에서는 직원 복지 프로그램 중 하나로 Calm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쓰냐고 물어보니 실제로 많이 쓴다고 하더군요. 단, 한국인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라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유난히 많이 의식하는 것인지, 애초에 정신 건강 문제에 둔감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멘탈이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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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urnal Therapy

휴튼은 자신의 경험, 생각, 감정 등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정신 건강에 무척 효과적이고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치료 기법이 있어서 소개드리려고 해요.

정신과 치료에는 다양한 기법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로 journal therapy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기 치료법? 글쓰기 치료법?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Center for Journal Therapy라는 기관에 의하면, journal therapy란 "정신적, 신체적, 감정적, 그리고 영적 건강의 증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행하는 성찰적 글쓰기"입니다. 이것은 1960년대에 Ira Progoff라는 한 심리학자가 개발한 방법론인데요, 기존에는 글쓰기(일기)가 그저 특정 사건과 경험을 서술적으로 쓰는 것에 불과했다면, journal therapy는 구체적인 목적과 방법론에 입각하여 진행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journal therapy가 일반적인 글쓰기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프롬프트(가이드)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 주제에 대해 써보세요."에 그치지 않고, 글의 구체적인 형식 또는 가이드를 정해준다는 것이죠.

간단한 예시로는 편지의 형태로 작성하기, 시간을 정해두고(5~10분) 몰입해서 쓰기, 주어진 문장 완성하기, XX에 대한 리스트 100개 쓰기 등이 있습니다.

💡 휴튼의 역할

아마 불안이나 고민이 있을 때 그걸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걸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진 고민이나 감정을 글로 쓰는 행위는 내가 당면한 문제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더라도요.

그래서 어쩌면 글쓰기라는 것이 다양한 치료 기법 중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편하게, 하지만 효과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기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AI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각 개인에게 보다 맞춤화된, 1:1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와 같이 물리적 제약조건으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사람들이 일종의 '낙인'의 두려움을 느끼는 분야에서는 이렇게 AI 기술을 활용하여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democratization을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고,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정신 건강 관리는 필요합니다. 실제로 휴튼의 유료 고객 중에는 일상에서 불안과 막막함, 공허함 등을 느끼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 분들의 공통된 피드백이 휴튼에서 제공하는 질문에 차분하게 답을 함으로써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보다 명확해졌고, 이를 통해 평소 불안이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가슴 벅찬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휴튼은 AI 기술과 인간의 철학, 그리고 다양한 치료 기법/방법론을 활용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며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앞으로 잘 지켜봐주세요!

휴튼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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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GPT-4 Turbo, 제가 직접 한번 써보겠습니다.

얼마 전 OpenAI DevDay에서 🔥 GPT-4 Turbo가 공개되었죠. 기존에 비해 16배 늘어난 토큰 수, instruction following의 개선, 맥락 파악 능력 향상 등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휴튼에서도 '휴키피디아' 기능을 통해 간단하게 한번 도입해 봤습니다.

📜 휴키피디아?

휴튼의 유저는 매주 제공되는 1:1 맞춤형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할 수 있는데요, 그 답변(글)들을 모아서 나만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비스무리한 것)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휴키피디아'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유저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JTBD를 위해 추가한 기능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이전 메이커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휴키피디아에는 아래와 같은 항목들이 포함됩니다.

  • 이 유저의 기본 정보

  • 이 유저의 생애

  • 이 유저의 주요 키워드 세 개

  • 이 유저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

  • 이 유저의 예상 MBTI 유형

  • 이 유저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는 사실들

  • 이 유저와 비슷한 역사적 인물

예를 들어 저의 휴키피디아는 이런 모습입니다. 👇

👍 GPT-4 Turbo로 갈아끼워 봤더니...

당연한 얘기이지만, 많은 질문에 길고 상세한 답을 할수록 휴키피디아의 내용 역시 풍부&정확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는(=GPT-3.5) 중요한 내용이 누락되거나 심지어 틀린 사실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 아웃풋의 길이가 너무 짧기도 했고요.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모델을 GPT-4 Turbo로 바꿔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세 가지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어요.

  1. 누락되는 내용 감소 : 휴키피디아는 어쨌든 요약 기능이기 때문에 누락되는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GPT-3.5를 썼을 때보다 GPT-4 Turbo를 썼을 때 누락되는 내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2. 자연스러운 연결 : GPT-3.5를 썼을 때는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들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어색하거나 쌩뚱맞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GPT-4 Turbo는 확실히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이어붙이고 이것을 자연스러운 맥락으로 풀어냅니다.

  3. 길이 : 프롬프트는 건드리지 않고 모델만 갈아끼웠을 뿐인데 아웃풋의 길이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나에 대한 페이지는 길고 자세할수록 좋잖아요?

첫 번째 이미지는 GPT-3.5, 두 번째 이미지는 GPT-4 Turbo입니다. 차이가 눈에 보이시나요?

스크린샷 2023-11-11 오후 5.09.22.png스크린샷 2023-11-11 오후 5.09.53.png

이 정도가 제가 휴키피디아를 통해 느낀 GPT-3.5와 GPT-4 Turbo의 차이점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여 휴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되네요!

휴튼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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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휴튼] 첫 앱을 만들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생성AI를 활용하여 유저별 1:1 맞춤형 질문을 던져주는 휴튼의 앱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함께 PMC W23에 참여하고 있는 @David 님이 PMC 디스코드 채널에 샤라웃을 해주기도 하셨는데요, 오늘 메이커로그에서는 휴튼 앱을 처음으로 만들게 된 과정을 회고 형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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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앱이 '지금' 필요한가?

사실 저는 앱 개발을 최우선순위로 두지는 않았습니다. 휴튼은 기본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서비스인데, 아무래도 모바일 환경에서는 기록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죠. 저만 해도 모바일로는 아주 짧은 메모만 작성하고,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긴 글은 무조건 PC로 작성하거든요.

그래서 휴튼의 기존 방식은, AI를 통해 생성한 각 유저별 1:1 맞춤형 질문을 일주일에 한번씩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앱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서비스 특성상 우선순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앱 개발은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실험하듯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제가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유저분들 때문이었어요. 제가 유저분들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파악해보니, 유저분들은 실제로 이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휴튼에서 던져주는 1:1 맞춤형 질문들이 정말 좋긴 한데, 곧바로 답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림. 그래서 질문이 이메일로 오면 -> 메일을 열어보고 -> 메일에 있는 버튼을 클릭해서 휴튼 웹사이트로 이동하고 -> 거기에서 질문을 확인한 뒤 -> 그 질문에 대해 하루(며칠) 동안 생각을 해본 뒤에 -> PC로 들어와 글을 작성.

그러니까 유저분들에게는 '글 작성'에 앞서서 '질문 확인'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뒤돌아보니 당연한 것 같지만 당시에는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지 못했던 저의 실수였습니다.

2. 앱이 '지금' 필요하다!

다시 정리하면, 유저분들이 가치를 더 많이 느끼는 부분은 '질문에 답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질문 그 자체였습니다. 내가 과거에 작성한 답변에 대해 어떤 후속 질문이 생성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죠.

하지만 질문을 확인하기에는 이메일이라는 퍼널이 좀 긴 편이었습니다. 먼저 수많은 이메일 속에서 휴튼에서 온 질문을 찾아야 하고요, 이메일 안에 있는 버튼을 클릭해서 웹사이트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에 자동으로 스팸 처리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꽤 많아서 왜 Pro 멤버십을 구독했는데 메일이 오지 않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따라서 '휴튼AI의 질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를 위해서는 공수가 많이 들어도 앱 개발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유저가 가장 큰 가치를 느끼는 부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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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가지 더, 휴튼은 사실 심리적 장벽이 낮은 서비스는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별 생각없이 아무때나 들락날락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더욱 중요했습니다. 앱이 웹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구요.

3. 운명처럼 나타난 "그"

하지만 문제는 저는 웹 개발만 할 줄 알지 앱 개발에는 문외한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앱 개발을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나중에 생각해보니 취미 삼아 배워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따라서 앱 개발자를 구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또다른 큰 문제 두 가지는,

(1) 세상에는 앱 개발자가 차고 넘치지만 아직 휴튼의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휴튼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2) 앱 개발자에게 제가 물질적으로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때 운명처럼 제 오랜 개발자 친구인 @이승민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이 친구야말로 두 가지 문제를 해소해줄 사람이었죠.

(1) 저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제가 휴튼에서 어떤 미션을 실현시키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고,

(2) 이 친구도 앱 개발을 배우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휴튼처럼 상대적으로 복잡한(가입/로그인, 결제, 멤버십 관리 등) 앱을 만들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았다는 것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저희는 바로 앱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3.5. 무리한 요청

4로 넘어가기 전에, 제가 친구에게 부탁한 중요한 요청사항 하나를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제 생일인 11월 4일에 맞춰서 앱을 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연예인병 걸린 관종 같지만, 주변 사람들과 휴튼 유저분들께 앱 출시 소식을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오늘이 제 생일인데 축하는 앱 다운로드로 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여기저기 뿌릴 계획이었죠.

저는 2년 반 동안 두 개의 스타트업에서 PM으로 일했는데, 간혹 PM이 무리한 요청을 할 때 개발자의 표정 변화를 잘 알고 있습니다. 카톡이라 친구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분명히 저한테 쌍욕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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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앱 개발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 9월 말이었고 제 생일이 11월 4일이니, 한달이 조금 넘게 남은 상태였습니다. 아 물론 디자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요.

4. Learning by doing

인생은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요. 저는 휴튼 웹 기획/디자인/개발을 모두 혼자 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것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충 손으로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구체적인 디자인은 개발하면서 수정해나가는 방식이었어요. 정책도 다 머릿속에 있었구요. 문서화는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누군가와 협업을 할 일이 생기자, 더이상 손으로 5분만에 와이어프레임을 그려서 건네줄 수도 없고, 정책도 '다 알지?' 하면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sync and align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것입니다.

제가 디자인과 API, 그리고 세부 정책을 준비해놔야 친구가 앱 개발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피그마를 부랴부랴 배우고, 제가 웹에서 사용했던 Django 프레임워크에서 REST API를 만드는 법을 부랴부랴 배웠습니다. 다행히 배우는 속도가 빨라 뚝딱뚝딱 해냈습니다(잘 해냈는지는.....).

말 그대로 learning by doing이었어요. 길고 자세한 101 튜토리얼을 보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당장 뭐가 필요한지 빠르게 파악하고 그 내용에 대해 찾아본 뒤 빠르게 적용해보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거쳤습니다.

5. 생각보다 너무 빠른 개발 속도

제가 세팅을 얼추 마친 뒤, 이제 친구가 달릴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개발 속도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제 머릿속 계획으로는 한 달이라는 기간을 대략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3주의 개발

  • 0.5주의 QA

  • 0.5주의 심사 및 마무리

그런데 친구는 2주도 되지 않아 기본적인 개발을 거의 다 마치고 심사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개발 다 마친 뒤에 같이 한번 보면서 QA도 꼼꼼히 하고 디자인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위 계획은 앱을 0to1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착각이었습니다.

앱을 처음으로 출시한다면, 가장 큰 리스크는 심사입니다. 특히 애플놈들(사랑합니다)의 심사는 더더욱 큰 리스크입니다. 친구의 계획은 일단 기본적인 부분만 만들어서 심사 승인을 빨리 받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첫 심사만 까다롭고 그 이후에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니, 일단 기본적인 기능만 잘 돌아가게 만든 뒤에 추가 부분은 그 뒤에 붙이자는 전략이었죠.

6. 적중한 전략

친구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안드로이드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통과가 됐는데, 애플놈들(사랑합니다)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앰플리튜드로 보면서 '이런 것까지 체크한다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냥 QA를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그렇게 애플은 심사에 떨어지고 -> 수정해서 다시 올리고 -> 떨어지고 -> 그 사이에 추가로 개선하고 -> 수정해서 다시 올리고...의 연속이었습니다.

앱을 처음으로 출시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리고 명확한 데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면(생일처럼..),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애플에서 어떤 부분들을 문제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메이커로그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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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일 선물

그래서 결국, 제 생일 전날인 11월 3일 금요일 저녁에 앱 스토어 최종 승인이 났습니다. 물론 첫 승인은 그 전에 났지만, 그건 말씀드린 것처럼 말 그대로 '첫 승인만 받기 위함'이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정하며 두세번 정도 추가 심사를 올렸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최종 심사(라고 생각하고 올린 게) 11월 2일 목요일 밤이었는데 크리티컬한 이슈를 발견해서 11월 3일 금요일 오전에 다시 넣었습니다. 오늘을 넘기면 주말이라 여간 초조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11월 3일 오전~낮부터 애플에서 심사 제출이 되지 않는 이슈가 발생해서 친구와 저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똥줄을 타다가 결국 오후가 되어 이슈가 해결되었고, 다행히 빠르게 승인이 나서 그날 밤에 앱 스토어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변에도 생일 축하를 명분으로 앱 출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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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aways

  1. (당연한 얘기이지만)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서 판단하지 말고 꼭 유저와 대화를 하자 : 유저가 모든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판단의 오류를 찾아줄 수 있습니다.

  2. 이해관계를 잘 맞추자 : 저는 개발자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이 명확했습니다. 개발자 친구 역시 원하는 것과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명확했고요. 시작할 때 이걸 잘 얘기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Learning by doing : 속도가 중요할 때는 부채가 쌓일지라도 일단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자.

  4. 앱 첫 출시를 한다면 심사도 린하게 : 애플놈들(사랑합니다)은 첫 심사를 무척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심사를 올리고 빠르게 수정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아 참, 휴튼 앱은 아래 링크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 iOS / Android

휴튼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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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1000번째 배포 회고 : 소프트웨어가 가진 본질적인 특징

저는 퍼블리라는 스타트업에서 APM(Associate Product Manager)로 1년 반 정도 일했는데요, 퍼블리가 정말 좋은 제품팀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걸 재직 기간 내내 느꼈습니다.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오늘 오전에 휴튼 질문 패키지의 코드를 수정하여 배포했는데 정말 우연히 이것이 휴튼의 1000번째(!) 배포*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아니 벌써 1000번이나 배포했다고? 하며 제가 퍼블리에서 배운, 소프트웨어 제품이 가진 본질적인 특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사소한 수정사항이라도 바로바로 배포하려고 해요(오히려 사소한 수정사항일수록 더 즉각적으로). 웬만하면 한 명의 유저라도, 1분이라도 일찍 더 나은 경험을 하면 좋으니까요. 물론 휴튼이 아직은 웹만 서비스하는 극초기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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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에서 온보딩 기간동안 제품팀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하며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너무 당연하지만 또 너무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소프트웨어는 극단적으로는 하루에도 수십수백번, 또 매우 빠르게, 그리고 꾸준히 개선/수정을 하며 사실상 무한한 최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드웨어 제품과의 가장 크게 다른 점이죠.

이 특징 하나 때문에 제품팀이 일하는 방식이 결정됩니다. 이 특징으로 인해 초기에는 제품의 다소 낮은 완성도가 용인되기도 하고, 완성도보다는 속도가 우선시되어 제품을 매우 빠르게 출시할 수 있고, 그 덕분에 사용자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이터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것이죠.

사소한 개선을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특징이 가져오는 장점입니다. 과거에 현대자동차에서 PM(Project Manager)을 하던 친구가 일하는 방식을 본 적이 있는데, 제품(자동차)의 기획/개발부터 출시까지 1년~1년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아요. (몇 년 전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그 긴 기간동안 모든 부서들이 착착착 맞춰 일해서 마지막에 짠! 하고 멋진 제품을 내놓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트렁크 문을 이렇게 만들지 저렇게 만들지 결정하는 데만 몇 주를 쏟았다고도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는 보통 그 기간을 ‘스프린트’라는 이름으로 1~3주 단위로 잘게 쪼개서 채우니까요. 소프트웨어는 트렁크 문을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고 그렇게도 만들어본 뒤에 셋 다 세상에 내놓아볼 수 있으니까요. 하나로 결정한 뒤에도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로바로)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이 마냥 장점이냐고 물으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프트웨어는 초기의 다소 낮은 완성도가 용인되는데 이것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너무 잦은 배포로 인한 단점도 분명 있을 거예요.

아무튼 소프트웨어가 가진 당연하지만 중요한 본질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있으면 이 제품을 어떤 프로세스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제품팀, 더 나아가 회사 자체가 어떻게 일하는지까지도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1001번째 배포를 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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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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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First1000] 12가지 초기 GTM 액션 - Part 2

Part 1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 고객의 두 가지 유형

글에서는 제품이 타게팅하는 고객의 케이스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각 유형에 적합한 액션들을 소개합니다.

  1. 고객이 이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경우 (high-intent customers)

  2. 고객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 (low-intent customers) <- 이 글

이번 글에서는 2번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져와봤습니다. 글에는 각 액션에 대한 여러 예시가 나오지만, 제 입맛대로 특히 와닿은 것만 옮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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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w-Intent Customers

: 고객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

  1. 무작정 연락하기 (Cold outreach)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대체재가 많으며,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2. 예시

      1. HingeHealth : Fortune 500 기업의 경영진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임직원들의 MSK 문제(척추 관련 질병)를 해결해주겠다고 어필.

  2. 커뮤니티에 출시 (Launch somewhere)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된 상태, 제품을 고객이 혼자 써볼 수 있음

    2. 예시

      1. Notion : 프로덕트 헌트를 비롯하여 여러 개의 작고 뾰족한 커뮤니티에 런칭하였음.

      2. Fast : 커뮤니티에서 Build-in-public을 열심히 한 덕분에 런칭했을 때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한번에 받았음.

  3. 지인 또는 본인의 인지도 활용 (Warm outreach. Sell relationship or credibility)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된 상태, 제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설치와 같은 인프라 작업이 필요한 경우

    2. 예시

      1. Workday : 초기 고객들은 모두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창업자의 지인들이었음

      2. Charli HR : 창업자가 초기 고객들을 일일이 만나며 제품 설명, 온보딩까지 모두 직접 해줌. 이 과정을 통해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함

  4.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Embed yourself in the community, authentically)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되지 않은 상태, 제품이 niche한 소구 포인트가 있는 경우

    2. 예시

      1. Github : 창업자들이 Ruby on Rails 커뮤니티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을 했음.

      2. Snackpass : 페이스북과 비슷하게 대학 캠퍼스 중심으로 활동함.

  5. 길거리에서 프로모션 (Grab attention, on the streets)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되지 않은 상태, 제품이 지리적인 영향을 받을 때

    2. 예시

      1. Neiybor : 1달러 지폐를 전단지에 붙여서 뿌림. 이 전단지에는 "Neiybor를 통해 공간을 대여했을 때 벌어들이는 첫 수익"이라는 문장이 써있었음.

      2. Thursday : 데이팅 앱. 런던의 길거리에 요상한 글이 쓰여져 있는 화이트보드를 전시함. 예를 들어 "바람 핀 전남친 XXX에게 ~"와 같은 어그로성(?) 글과 함께 앱 이름을 홍보함.

  6. 빌딩 인 퍼블릭 (Building in public)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되지 않은 상태, 제품이 광범위하게 어필할 수 있을 때

    2. 예시

      1. DesignJoy : 창업자가 indiehackers.com이라는 인디 메이커들의 커뮤니티에서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글로 남겼음

  7. 인플루언서 활용하기 (Influencers)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기존 플레이어들에 의해 시장이 점유되지 않은 상태, 제품이 광범위하게 어필할 수 있을 때

    2. 예시

      1. Spotify : 음악 블로거들을 베타 테스터로 모집함. 초기 제품이 가졌던 가장 강력한 특징은 속도였고, 블로거들은 이 특징에 대한 글을 발행했음.

      2. Medium :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는 자신의 지인 중 유명인들을 미디엄 얼리 어답터로 유입시킴. 그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있었음(...).

  8. 언론 기사 (Full-blown PR)

    1. 적합한 고객 : low-intent, 제품이 강력한 사회적 미션이 있는 경우

    2. 예시

      1. Telegram : 개인정보 이슈 및 정부의 감시에 대항한다는 미션을 내세워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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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First1000] 12가지 초기 GTM 액션 - Part 1

저는 요즘 (많이들 알고 계실) first1000이라는 뉴스레터를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 단계의 프로덕트 휴튼의 초기 그로스 힌트를 얻기 위함인데요,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요. 메이커로그로 조금씩 풀어보겠습니다.

오늘은 first1000에서 발행된 글 중 <12 Different GTM Motions>라는 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원래 first1000는 개별 케이스 스터디를 하기 좋은 뉴스레터인데, 이 글은 다양한 케이스들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그로스 액션을 소개하는 글이에요. 좀 긴 편이라 두 파트로 나누어서 소개드릴게요.

✌️ 고객의 두 가지 유형

글에서는 제품이 타게팅하는 고객의 케이스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각 유형에 적합한 액션들을 소개합니다.

  1. 고객이 이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경우 (high-intent customers) <- 이 글

  2. 고객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 (low-intent customers)

이번 글에서는 1번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져와봤습니다. 글에는 각 액션에 대한 여러 예시가 나오지만, 제 입맛대로 특히 와닿은 것만 옮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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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h-Intent Customers

: 고객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는 경우

  1.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Produce discoverable content)

    1. 적합한 고객 : high-intent,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며, 만족스러운 솔루션을 찾지 못해 고통을 느끼는 상태

    2. 예시

      1. Gemini : 크립토 커뮤니티에 자신들이 최초로 fully licensed 비트코인 거래소라는 내용을 강조한 글을 여기저기 포스팅하고 다녔음

  1. 한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하여 슈퍼팬 만들기 (Create a super-fan by over-serving one customer at a time)

    1. 적합한 고객 : high-intent,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지는 않으며, 제품이 사용 맥락에 따라 다소 복잡한 요구사항을 필요로 하는 경우

    2. 예시

      1. Substack : 창업자 Hamish는 자신의 지인이자 온라인 작가였던 Bill Bishop에게 뉴스레터 툴을 만들어주면 쓸 의향이 있냐고 물었음. Bill은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그렇게 서브스택은 오직 Bill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첫번째 버전을 런칭함("worked maniacally close with Bill").

저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였습니다.

  1. 유통 채널 똑똑하게 활용하기 (Hack a distribution channel)

    1. 적합한 고객 : high-intent,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지는 않으며, 제품의 offering이 직관적인 경우

    2. 예시

      1. Whatsapp : 업데이트할 때마다 앱 이름을 계속 바꿨음. 왜? 앱스토어의 "What's New" 섹션에 올라가기 위해.

      2. TikTok : 앱 이름 끝에 "for Facebook & Instagram"을 붙여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검색에 함께 걸리는 것을 노림

      3. Paypal : 봇을 만들어 이베이에서 판매자들에게 접근. 이때 돈을 페이팔로만 지불할 수 있다고 하여 판매자들로 하여금 강제로(?) 페이팔을 쓰게 만들었음.

  1. 타깃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낚아 올리기(?) (Fish on Forums)

    1. 적합한 고객 : high-intent, 대체재가 많으며, 특성상 락인이 약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경우

    2. 예시

      1. Veed : 창업자들이 Quora에서 비디오 편집과 관련한 질문 100개 이상에 직접 답변을 하며 제품을 간접적으로 알렸음.

      2. Postman : 창업자가 StackOverflow에서 답변을 달며 제품을 소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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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다루는 high-intent customer를 위한 액션은 위 네 가지가 전부입니다. 나머지 8가지는 low-intent customer, 그러니까 고객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에 대한 액션인데요, 다음 글에서 마저 다뤄보겠습니다. :)

급하신 분들은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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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First1000] 초기 타깃 일일이 모셔오기

나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을 할 수 있는 블로그 서비스 '휴튼'은 현재 👶🏻 단계에 있는 프로덕트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초기 그로스를 위한 액션 중 하나를 시도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을 공유하려고 해요.

👋 직접 데려오기

어디에선가 들은 얘기인데요, 개인이 소셜 모임을 열 수 있는 '문토'라는 서비스가 초기에 그로스를 일으킨 방법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호스트를 할 만한 사람을 인스타그램에서 일일이 찾아 디엠 보내기'였다고 해요. 그렇게 하루에 500명씩 콜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게 초기 그로스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지만 저에겐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폴 그레이엄의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읽었을 때는 "그래서 어떤 'unscalable'한 액션을 하면 되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렇게 실제 예시를 (게다가 제가 사용하는 제품!)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아 저렇게 매뉴얼한 방법도 있구나, 그리고 실제로 워킹하는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로스 엔진이 세차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직접 손으로 돌리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 휴튼은?

소셜미디어에서 타깃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 무턱대고 콜드 메시지를 보내는 액션이 아마 모든 제품에 적용 가능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휴튼과 같이 글쓰기, 기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제품에는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초기 타깃으로 보고 있던 대상이 '소셜 미디어 또는 블로그와 같은 채널을 통해 자신의 경험/생각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 기록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뉴얼한 일은 너무 싫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일일이 한명씩 찾아 연락하고, 직접 사용해봐달라고 요청하고, 각각 피드백을 듣고, 개선하고, 다시 피드백을 듣는 과정을 반복하기로 했어요. 비효율적인 일일수록 일찍 해버려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 채널1. 인스타그램

여기서 문제.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기록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1. 해시태그 활용 :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해시태그를 검색할 것이냐. 저는 #생각, #생각정리, #회고, #기록 등과 관련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계정들을 찾아냈습니다. 찾다 보니 "#1일1글"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어 검색에 포함하였습니다.

    1.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해시태그를 적극적으로 쓰는 계정은 상업성(?)이 짙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기록이 많았어요. 이런 계정들은 휴튼의 페르소나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솎아내야 했습니다.

  2. 계정 이름 활용 : 인스타그램에 진짜 기록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아예 부계정을 파서 사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정 자체에 "note", "writing", "daily", 이런 단어가 포함된 계정들을 찾아냈습니다.

쉽게 예상하실 수 있다시피 아주 노가다였습니다. 지금 기능 개발할 게 산더미인데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또 이렇게 찾은 계정들이 모두 제가 생각한 타깃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었죠. 일일이 계정에 들어가보고 글을 읽어보며 골라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폴 그레이엄 선생님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200개가 조금 넘는 계정을 찾아냈습니다. 쓰고 보니 좀 변태스럽네요.

참고로 저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검색을 해보며 인스타그램에 감성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x100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휴튼은 F보다는 T에 가까운 글*을 지향하는 서비스라 이들은 풀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휴튼이 지향하는 기록은 '내적 글쓰기(personal writing)'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 또는 경험을 글로 풀어내며 자신을 성찰하고 탐구하는 데 그 의의가 있어요. 나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메타인지를 높이는 데 내적 글쓰기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이 휴튼이 딛고 서있는 믿음입니다.

✌️ 채널2. 네이버 블로그

가장 많은 타깃이 모여있을 거라고 판단한 채널입니다. 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이야말로 기록에 진심인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했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겪는 불편함을 휴튼이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었어요.

이곳에서도 몇 가지 키워드로 계정들을 추려냈습니다. 특히 휴튼이 제공하는 기록장을 키워드로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 "버킷리스트", "월말 결산", "연말 결산", "회고" 등과 같은 키워드로 찾으니 굉장히 많은 블로그가 나오더군요. 여기에 더해 "글쓰기 습관", "1일1글", "1일1포(포스팅)" 등과 같은 키워드로 350개 정도의 블로그를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일일이 글을 읽어보며 휴튼이 지향하는 기록을 하는 분들로만 추려냈습니다.

진짜 👁👁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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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메시지를 보내자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타깃의 범주에 속할 만한 분들을 일일이 추려내는 것도 굉장히 지루한 작업이지만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지루할 뿐만 아니라 두려움까지 수반하는 작업입니다. 이제 550번(200+350)의 잠재적 거절이 제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죠.

하기 싫었지만 게으름을 이겨내고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콜드 메시지는 내용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공을 들여서 작성했어요. 특히 내가 그냥 아무에게나 뿌린 것이 아니라, 콕 집어서 당신에게 부탁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꼭 전달했습니다.

이렇게요! (조금 길긴 하지만, 메시지 내용을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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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먼저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200명 중 20+명이 수락해주셨습니다. 수락율 10%면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했어요. 이분들께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절차를 안내드렸고, 약 1~2주가 지난 지금은 이분들로부터 1차 피드백을 받아둔 상태입니다.

놀라운 건 네이버 블로그였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네이버 블로그에 타깃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 채널은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수락율이 채 3%가 되지 않았어요.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에 대해서는 다음 메이커로그에서 작성해보겠습니다 ㅎㅎ

이렇게 손수 모은 초기 고객들(이라기보다는 체험단에 가까운)이 휴튼을 사용해주시며 여러 정성/정량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해나가고 있고요.

여러가지 그로스 액션을 너무 성급하게 와다다 실행하기보다는 한번에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주 동안 느낀 것은, 극초기에는 이러한 매뉴얼한 방법을 통해 고객을 모으는 것도 충분히 할만하고 실제 지표 상승에도 도움이 되지만(그래서 눈속임이 가능하지만), 아직 아직 제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만큼 어렵게 모은 신규 고객이 모두 이탈해버릴 위험도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Acquisition-Activation-Retention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며 키워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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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Django로 자동 이메일 구현하기

이번 메이커로그에서는 조금 기술적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비개발자인 저에게는 꽤나 큰 챌린지이자 공부였거든요. First1000 클럽에 딱 맞는 그로스 얘기는 아니지만, 그로스를 위한 기술 작업이기 때문에 자동 이메일의 배경 설명과 함께 기록용으로 적어봅니다.

*개발자분들께: 혹시 제가 잘못 이해/묘사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수정해두겠습니다.

저는 개발자는 아니고, 지금까지 두 개의 스타트업에서 PM으로 3년 가까이 일한 경험만 있습니다. 다만 제 머릿속에 있는 걸 실제 움직이는 무언가로 구현해보는 걸 좋아해 취미로 개발을 배운지가 4년 정도 되었어요.

저는 장고(Django)라는 파이썬 기반 웹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봤지만, '자동 이메일 구현'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능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DB에서 데이터 가져다가 로직 짜고 API 만들어서 화면에 그려주는 것, 그러니까 아주 기본적인 것만 해왔는데, 휴튼의 그로스를 위해 자동 이메일 기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 자동 이메일 기능? 왜?

사실 자동 이메일은 흔히 쓰이는 장치이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휴튼에 대입하여 맥락을 소개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저는 AARRR에서 앞 세 단계인 Acquisition, Activation, Retention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Activation과 Retention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그래서 아래와 같이 각 퍼널별 액션 아이템을 펼쳐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제품/비제품 작업을 쳐내고 있습니다. 물론 제품의 성격에 따라 Activation과 Retention의 정의는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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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액션의 우선순위가 매겨지는 기준 중 하나는 '몇 개의 퍼널을 건드릴 수 있는가'입니다. 자동 이메일의 경우 Activation과 Retention 모두에 효과가 있는 액션입니다. 예를 들어 가입했을 때 환영 이메일, 내 글에 댓글이 달렸을 때 알림 이메일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요. 특히 휴튼과 같이 아직 웹밖에 없는 제품은 자동 이메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Fogg 모델을 가져와보면, 자동 이메일은 모델의 세 가지 요소 중 두 가지를 건드립니다.

  1. Trigger : 이 행동을 해야 한다는 신호의 역할을 함

  2. Motivation : 메일 내용을 효과적으로 구성하여 유저가 행동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일 수 있음

다만 자동 이메일이 (비개발자인 저에게는) 기술적으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요, 최근 유저 피드백 및 제품 전략을 고민하다가 우선순위를 높여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백그라운드에서 작업 돌리기

자동 이메일을 보내는 절차는 사실 굉장히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가입한 뒤 3일 동안 들어오지 않은 유저에게" 메일을 보낸다고 해볼까요. 절차는 이렇습니다.

  1. 매일 특정 시간에, 가입한 날짜가 오늘로부터 3일이 초과하는 유저를 DB에서 골라냅니다.

  2. 이 유저들의 정보를 API에 담아 메일링 툴(저는 스티비를 사용합니다)로 쏴줍니다.

  3. 그럼 메일링 툴이 알아서 해당 유저들에게 메일을 발송합니다.

문제는, "매일 특정 시간에" 특정 업무(유저 골라내기)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수작업으로 매일 직접 DB에서 조건에 맞는 데이터를 뽑아내도 되지만, 발송해야 하는 메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일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뒤에서 제 일을 대신 해줄 놈이 필요했습니다.

한편 제가 장고를 사랑하는 이유는 쉽게 갖다 쓸 수 있는 패키지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가 저에게 "너 이런 건 어떻게 구현한 거야?"라고 물어보면 "몰라 그냥 장고에서 갖다 쓰니까 되던데?"라고 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이러한 백그라운드 작업도 당연히 장고 패키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 역시, django-background-tasks라는 게 있다네요. 오케이, 이번에도 원리 따위는 모르는 채로 구현할 수 있겠군. 그래서 ChatGPT가 친절하게 알려준대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똑같은 오류가 발생합니다. ChatGPT가 뻔뻔한 거짓말을 자주 뱉는 녀석이긴 하지만, 이 오류는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봤더니 이럴수가, django-background-tasks는 더 이상 장고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잠시 접어둔 채 열심히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Celery와 Redis라는 놈들입니다.

🥦 Celery..? Redis..?

낯선 기술을 도입하는 건 저와 같이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피상적인 수준으로만 개발을 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두려운 일인데요, 여러 아티클을 읽으며 공부해보니 Celery와 Redis라는 조합을 사용하여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쉽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Celery는 현재 서버에서 주고받는 요청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놈입니다. 이걸 기술적인 용어로 '비동기'라고 한다네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서버에서 다른 작업이 돌아가고 있어도 Celery는 비동기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놈입니다.

Redis는 임시 서버 정도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Message broker"라는 역할을 하는데요, 해야 할 일을 장고로부터 받아, 작업을 수행할 Celery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는 퍼포먼스 개선을 위한 캐싱 용도로도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Celery는 또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Worker : Redis로부터 일을 받아 실제로 수행하는 녀석입니다.

  2. Beat : 주기적으로 작업을 할당하는 녀석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특정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라면 Celery beat가 그 주기에 맞게 Redis에 작업을 넣어두는 것이죠. 그럼 그걸 worker가 가져다가 수행합니다. 주기적으로 수행할 작업이 없다면 이 놈은 필요 없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설정해둔 주기(하루, 1시간, 1분, ...)에 맞춰 Celery beat가 Redis라는 임시 저장소에 할 일을 할당합니다. 예를 들어 "유저 A에게 메일 보내기"가 있겠죠. 그럼 Celery worker가 그 작업을 확인하고 가져가다가 수행합니다. 그러니까 메일링 툴(스티비)에게 API를 쏘는 역할을 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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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제가 그로스를 위해 자동 이메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다른 메이커로그에서 소개드리겠습니다. 🙂

*미흡하거나 잘못된 설명이 있었다면 꼭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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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First1000] 휴튼이 지금까지 초기 고객을 모은 방법

질문하는 블로그 휴튼은 매우 초기의 제품이고, 아직까지 본격적인 GTM 액션을 한 적도 없어 현재 회원수*는 세자릿수입니다. 이번 메이커로그에서는 미미하지만 어떻게 이 숫자까지 오게 되었는지 공유해드리려고 해요. 사실 흔히 알려진 GTM 액션보다는 휴튼이 가진 특성을 활용한 거라 일반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 누군가에게는 힌트가 되길 바라며 작성해보겠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휴튼이 달성하고자 하는 First1000 지표는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가입한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1. 휴튼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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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메이커로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휴튼은 뉴스레터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제가 종종 하는 생각들, 겪은 경험, 읽은 책 등을 매주 보내드리는 레터예요. 그래서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TMI 가득한 레터를 만든 이유는 세상에 점점 정보성 뉴스레터가 범람하게 되면서 뉴스레터를 읽는 게 점점 피곤해진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의 주요한 역할은 정보의 홍수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큐레이팅 해주는 것인데, 이제는 뉴스레터의 홍수에 허우적거리게 되었달까요.

그래서 저는 유익한 지식이나 정보는 많지 않지만, 마치 친구한테 편지가 온 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풍부한 공부거리보다는 우리 삶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주제들을 제 생각과 함께 가볍게 던져주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2년 전에 뉴스레터를 시작했고, 다행히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저만의 오디언스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만든 것이 휴튼 웹사이트(제품)입니다. 저의 생각과 경험만 쓰는 걸 넘어서, 구독자분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간단하게라도 글로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구독자 중 일부가 휴튼 제품의 회원으로 전환되어 잘 사용해주고 계십니다.

2. 계란 한 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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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튼을 본격적으로 ‘제품화’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94년생으로, 올해 30대 체험판을 마치고 바로 얼마 전 다시 스물여덟 살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이 저에게는 굉장히 싱숭생숭했어요. 뭐 했다고 벌써 서른 살이지? 싶었거든요.

아마 20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을 텐데,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죠.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는 질문이 최곱니다. 그래서 내 20대에 대한 여러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져보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20대 때 나한테 영향을 미친 사건 다섯 가지는?”, “20대 때 놓친 인연 중 가장 아쉬운 사람은?” “30대가 되면 달라질 것 같은 것은?” 등.

그런데 분명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 특히 내년에 서른 살이 되는 94년생 친구들은 저와 동일한 니즈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걸 혼자 하기보다는 주변 또래들을 모아서 해보자, 라고 생각하여 기획한 것이 ‘계란 한 판 에세이’입니다.

지금은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지만, 당시에는 ‘계란 한 판 에세이’에서 유저들은 정해진 기간동안 내 20대에 대한 질문 약 40개에 답을 할 수 있었어요. 질문에 답을 하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답을 보면서 좋은 회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때 모객을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휴튼 레터를 통해 구독자들에게 알려준 것, 인스타 스토리로 지인들에게 알려준 것, 그리고 디스콰이엇 톡방에 올린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디스콰이엇에서 🔥트렌딩 프로덕트에 올라가며 꽤 많은 분들이 유입되었습니다(🫶x100).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제품의 특징을 살린 이벤트성 액션으로 꽤 많은 분들이 휴튼에 유입되었습니다.

스크린샷 2023-07-09 오전 10.05.42.png

3. 정리

위 두 가지가 제가 처음에 회원을 유입시켰던 방법입니다. 사실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들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이걸 했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네? 그럼 여기서 더 발전시켜볼까? 의 방향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계란 한 판 에세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기록’에 대한 니즈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에야 휴튼을 본격적으로 제품화하며 여러가지 기록장을 추가해왔습니다. (휴튼은 아래 이미지처럼 나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할 수 있는 템플릿을 하나하나 추가해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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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더 일반적으로 알려진 GTM 방법들을 실험해보며 First1000을 달성해가려 합니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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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혼자 제품 만드는 사람이 개발을 멈춰야 할 때

제가 만들고 있는 휴튼은 현재 제품 개발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이제 초기 유저를 모으기 시작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개발해야 할 것이 산더미지만, 여기에서 제품을 더 개선하기보다는 실제로 잘 사용하는 분들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중요한 단계라고 판단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6월 한 달은 제품의 완성도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고, 7월은 이제 본격적으로 GTM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온갖 방법을 통해 초기 유저를 공격적으로 모으기보다는, 우선 Lenny가 얘기한 super-specific who를 찾아 그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는 지난주~이번주 초 며칠동안 🔥디스콰이엇 트렌딩 프로덕트에 오르며 계획보다 많은 분들이 유입되어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콜드 메시지를 보내자

그래서 7월의 가장 중요한 태스크는 super-specific who를 찾아 그들에게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방금 말씀드린 Lenny의 뉴스레터에서도 언급된 바 있고, 그만큼 극초기에는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난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겠지?'라는 우아하고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휴튼에서 정의하는 super-specific who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인스타그램으로 일일이 찾아 메시지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얼마나 찾을 것이며,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 것이며 하는 것이었습니다(이 과정에 대해서도 다른 메이커로그로 다뤄볼게요🤐).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검색해야 최대한 타깃에 가까운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예상 전환율을 고려했을 때 몇 명에게 연락을 해야 최소 N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들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작성해야,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고 설득력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등 고민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냥 아무에게나 스팸성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 문제는 콜드 메시지가 아니라 cold feet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6월 내내 개발만 했던 제가 7월이 되니 개발에 더더더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참고로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다만 혼자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해 취미로 개발을 해온지가 벌써 4년이네요. 처음에 개발을 배운 과정도 유튜브에서 한 인도인 아저씨의 세 시간짜리 강의를 반복해서 본 것이 거의 전부여서 실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제가 머리 처박고 하루종일 코딩만 하고 있던 겁니다.


매일 회고를 하며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걸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일입니다. 내가 정성껏 만든 걸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죠. 모두가 내 제품을 만족스럽게 사용하며 행복해하는 '생각랜드'에서 나오기가 두려운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휴튼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이걸 본격적으로 세상에 내놓는 건 결코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7월이 되어 머릿속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 찾아야지, 리스트업해야지, 메시지 작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는 코딩만 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명분도 좋습니다. 백로그가 산더미만큼 쌓여있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이 많고,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릅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챗GPT가 제가 과거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능까지 도와주니 더 신나게 개발에 빠진 거죠.


겨우겨우 본성을 거슬러 타깃에 가까운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구글 시트에 리스트업하고 나서도 똑같았습니다. 진짜 해야 하는 일은 그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인데, 시트에 수북히 쌓여가는 계정만 보고 흡족해하고 있던 겁니다. 마치 성과를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 Action-faking

엠제이 드마코는 그의 책 <언스크립티드>에서 action-faking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진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 자신을 잠시 속임으로써 '좋은 기분'이 들도록 행동을 취하는 것

저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개발을 많이 쳐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려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래서 해결책은?

사실 이건 심리적인 문제라 뚝딱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딱히 없는 것 같고요, 다만 내가 지금 회피하고 있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는 것 자체가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인지해야 행동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저도 회고를 통해 이 문제를 인지한 뒤 개발 일정을 모두 미뤄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시도한 방법은 구글 캘린더에 아예 시간을 박아두는 건데, 이것도 회피에 대한 의지가 너무 크면..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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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준

오영준

[First 1000] 고객이 적을 때만 할 수 있는 것

...을 실천해보았습니다.

Things that don't scale

리드 호프먼이 그의 팟캐스트 <Masters of Scale>에서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기에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는 것인데요(things that don't scale), 이 얘기는 대부분 알고 계시다시피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강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극초기에는 확장성이 없는 방법으로도 고객에게 와우 경험을 주는 것이 충분히 감당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이 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팻 플린 역시 그의 저서 <슈퍼팬>에서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구독자 이메일 목록이 20만으로 늘어난 지금도 나는 매달 새로운 구독자 10명 이상과 대화를 나눈다. 이메일 목록에서 10명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쪽지를 보내 15분간 영상 통화로 요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내가 도울 방법이 있는지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냐고 묻는다.
막 사업을 시작한 경우에는 팬이나 구독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아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메일 목록이 없어도, 팔로워가 많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는 사업이 크게 확장되었음에도 여전히 고객(구독자)을 대할 때는 확장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는 듯합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서는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이 오히려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경

저는 '휴튼'이라는 개인용 블로그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휴튼이 기존 블로그들과 가장 다른 점은 빈 백지를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휴튼은 유저로 하여금 그가 자신에 대해 써볼 수 있는 글감을 역으로 제안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무척 많은데, 각 기록을 제안할 뿐 아니라 각 기록의 특징과 목적에 특화된 기록장들을 제공합니다. (휴튼이 가진 철학과 미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뤄볼게요 🙂)


그런데 휴튼의 시작은 원래 뉴스레터였습니다. 그 이름도 2년 사이에 '책한조각 레터' ➡️ '에필로그 레터' ➡️ '휴튼 레터'로 바뀌어왔네요.

휴튼 레터는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 태도 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아티클/책을 요약해드리거나, 제가 직접 했던 경험 또는 생각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예요. 오랫동안 뉴스레터로만 운영을 해오다가, 구독자분들을 위한 글쓰기 프로덕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만든 것이 바로 휴튼입니다.


실천

매주 레터가 발송되면, 구독자분들로부터 피드백/감상평이 올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얼마나 벅찬지 몰라요. 이미 수많은 의견들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하나하나 열어볼 때마다 설렘과 떨림을 느낍니다.

사실 어떤 글을 읽은 뒤 그 글에 대한 긴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허들이 높은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읽은 사람이 진짜 만족했을 때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분들에게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팻 플린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즉 아직 구독자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니, 그만큼 개개인에게 더 커스텀되고 정성스러운 답장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휴튼 레터 피드백을 남기는 폼에 "원하신다면 답장을 보내드릴게요!"라는 설명과 함께 답장을 받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인풋 필드를 배치했습니다.


그렇게 이메일 주소와 함께 온 의견에 답장을 보내드릴 때는 이런 원칙을 지키려고 했어요.

  1. 이름 언급해드리기 : 이건 설명하기도 민망한 CRM의 기본이니 넘어가겠습니다.
  2. 주신 의견을 요약해서 언급해드리기 : 감사하게도 의견을 주신 분들 중에는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가 요즘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번 레터의 내용에 특히 공감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요. 저는 답장을 보낼 때 반드시 그 얘기를 요약하여 한번 더 언급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주신 의견을 꼼꼼히 읽어보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3. 감사한 마음 + 제 생각 아낌없이 얘기하기 : 제가 평소에 갖고있는 신조이기도 한데, 감사는 확실하게 표현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답장에서도 감사한 마음을 아낌없이 담으려고 했어요. 레터 잘 읽어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의견까지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 저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이런 내용을 정성을 담아 포함했습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별 거 아닙니다. 그런데 "귀찮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게으름 때문에 이 '별 거 아닌 것'을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런 사소하고 확장 가능하지 않은 행동에 귀찮음을 느끼는 진짜 이유는 ROI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보내봤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딱히 없기 때문이죠. 답장을 보내드린 뒤 레터 오픈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대부분 이미 오픈율이 높은 분들이기 때문), 주변에 유독 더 많이 추천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답장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정량화할 수 있는 리턴을 얻을 수 있는 액션은 아닌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초기에 하는 이러한 확장가능하지 않은 일은, 매크로한 숫자 그 자체보다는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 한명 한명을 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최근 (매우 이례적으로) 받은 답장 덕분에 더 견고해졌어요.


마무리

정신없이 글을 적다 보니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무맥락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구독자분들께 하고 있는 이러한 액션이 First 1000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단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액션이라 하나의 사례로 공유드려요. 다른 분들은 어떤 'things that don't scale'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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