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상태로 일하지 않기
스스로에게 잠시 휴가를 주기 위해서 혼자 속초로 왔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서울에서 이 지역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 편하다. 작년 여름 결성된 동갑내기 서핑 크루 덕분에 이 맛을 알게 되었다.
이번 1분기 동안 작년 말 겪었던 혼란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세 개의 커뮤니티의 책임을 가진 멤버가 되었다. 1월에는 집을 구하러 다녔고, 러닝크루 리더 인수인계를 받았으며, 메이커 클럽에 집중할 디스콰이엇 오퍼레이터 실행 계획을 짰다. 2월에는 메이커 타운을 시작하고, 방통대로 편입하고, 창업가들의 집 '대장간'으로 사는 곳을 옮겼다. 3월에는 러닝크루 회원을 모집했고, 디스콰이엇 팀이 일하는 방식을 이식했다(WBR, 의사결정 비용 최소화). 또 디스콰이엇에 AI 분야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컴퓨터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 나에게 일요일 하루는 한 주를 돌아보며 회고하는 글쓰기를 하는 날이었다. 일일모 사람들과 일요일 루틴을 함께 하면서 이 루틴이 일과 삶을 가다듬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했다. 그래서 Sunday Blogging Club도 만들었다. 그런데 나보다 더 바쁘게 사는 애인과의 일정을 맞추고, 새롭게 책임을 맡은 커뮤니티를 잘 하고 싶어서 욕심을 내다 보니 어떤 주는 글쓰는 날이 토요일이 되기도 하고, 일요일 오전 잠깐이 되기도 하고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내가 점점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크게 쉬어도 미세먼지만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바다를 보러 왔다! 저녁 7시에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달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 한 병과 과자, 치즈를 먹으며, 오래된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웃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5km 정도 조깅을 하고 돌아오니까 다시 나의 호흡을 찾은 느낌이다. 뛰고 와서 다짐한 바가 있다:
나는 긴장된 상태로 일하고 살지 않을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동태 눈이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적어도 조금의 선호는 있을 것이다). 일을 잘 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일을 하고 휴식은 사치라고 여긴다. 그렇게 일에 삶이 잡아먹힌 사람은 본래 가진 맑은 눈빛이 흐려진다. 출근하는 순간 퇴근을 생각하고, 직장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고, 퇴근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시간만 죽이게 된다. 남의 삶을 부러워하게 된다.
일을 하는 사람의 삶에는 회복이 필요하다. 나는 스무살 때 학교 옆의 크로스핏 박스에 다녔다. 회원들은 대부분 일주일 내내 운동을 하러 박스에 오는데, 운동 스케줄을 보면 매주 목요일 하루는 늘 recovery day 였다. 이날은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간단한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의 회복을 돕는다. recovery를 잘 해주지 않고, 근육을 긴장한 상태로 놔두면 근육이 굳고 근 성장이 더뎌짐은 물론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일요일에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일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간단한 과제를 뇌에게 부여하고 완수하도록 함으로써 일하는 뇌를 recovery 하기 위함이다.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한다면 더욱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만약 내가 많은 사람들과 대면하고, 나의 스토리가 곧 콘텐츠가 되어 커뮤니티 멤버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면 내 몸과 마음이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눈빛이 살아있을 수 있도록 회복을 잘 가져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디콰 팀에서 함께 일하는 개발자 홍민님께 이런 것을 많이 배운다. '휴식이 필요해서 오늘은 day off 할게요!' 라고 구성원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쉬러 가거나, 요가와 조깅을 꾸준히 하고 책과 영화를 가까이하는 모습에서 스스로를 챙긴다는 것은 무엇인지 얼핏 배우는 중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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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한님 글 덕분에 제 눈은 지금 맑은지 다시 점검해보게 됐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쉬어야 하는 타이밍을 알고 잘 쉬는 것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잘 못하지만...ㅎㅎ) recovery day를 한번 정해봐야겠네요!
요즘 엄청 열심히 잘하고 계신 예진님 보면서 좋은 자극 받고 있어요🙏🙏🙏! 사실 일이 잘 되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을 땐 좀 덜 쉬어도 좋은데, 일이 조금 혼란스러워지거나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recovery를 가지지 못하면 좀 힘들어 지는 것 같슴다,, ㅋㅋ
맞아요🥲 그럴 땐 집중이 잘 안되다보니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일이 쌓이게 되면서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악순환이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회복시간에 음악들으면서 그림그리는걸 좋아합니다아
음악들으면서 그림그리기라니! 재미있겠네요. 혹시 예진님 디자이너이신가요???
종종 이렇게 종한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글을 통해 보다보면 일하는 방식은 물론, '삶, 일, 가치'에 대한 개인의 사고관이 정말 많이 변하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형태로요ㅎㅎ 속초에서의 쉼과 정리된 일상.. 최곱니다!ㅋ 저도 예전에 별이 보고싶어서 밤 9시에 혼자 차를 끌고 훌쩍 강원도로 떠나 불꺼진 천문대의 캠핑장 주차장에서 혼자 무수히 많은 별을 맨눈으로 보며 압도 당한적이 있거든요. 덕분에 '아, 나의 고민과 걱정은 별거 아니었구나..!'하고 깨달았죠ㅎ 뭐니뭐니해도 치유는 '자연 압도 치유'가 제일..! 그렇게 차박을하고 아침 일찍, 다시 동해 바다로, 강릉 해변으로 차를 몰아 혼자 바닷 바람, 하늘 그리고 파도를 보며 리프레시한 후, 화장실에서 비누로 머리감고(?) 와이프에게 줄 기념품 오징어 10마리를 사서 개운하게 돌아온 기억이 있답니다. 이후, 나홀로 별보고 바다보고 오기를 몇번 더 했죠. 올해도 기획중..ㅎㅎ
저도 방금 불꺼진 천문대의 별에 압도당했던 루니님을 떠올리며 파도에 압도되고 왔습니다 ㅎㅎ 자연 압도 치유가 제일이네요 증말로! ㅋㅋ 속초에서 고성 와서 잠시 노트북 펴고 할 일 하고 있네요! ㅎ 늘 이렇게 따뜻한 댓글과 소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부럽습니당ㅎ 언제 돌아오세요? 암튼 마저 힐링하고 오세요!!
오늘 아침 미팅 마치고 바로 사무실로 달려가려구요!!
으아아! 엄청 좋은 회사네요! 그 근무 환경이 오래오래 정착되시길 바랍니다ㅎㅎ
워라벨이라는 단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데, 그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휴식과 회복에 대해 너무나도 통찰력 있는 글이어서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스스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네요
앗 ㅋㅋㅋㅋ 통찰력 있는 글이라뇨,, 부끄럽네요! 저는 요즘 여러가지 혼란을 겪으면서 좀 힘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바다 보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격려 감사합니다!!
본인이 Recovery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바다로 달려나가는 실행력,,,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내가 쉼이 필요함을 알지만서도 그냥 묻어두고 침대에 누워있거나, 그대로 혼잡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의 방법을 택하기 쉬운데 바로 바다로 가는 종한님의 실행력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ㅎㅎ 바다를 보며 종한님의 휴식을 충분히 취했길 바래요😊 맑은 눈의 광인의 힘을 보여줘요 종한님ㅋㅋㅋㅋ
안 달려나가면 안될 것 같았어요 ㅋㅋ ㅠㅠㅠㅠ 맑은 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도 동태눈이 되기 전에 종한님처럼 쉬러가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재원님과 같이 일하는게 쉬는 거에요(?)
ㅋㅋㅋㅋ 종한님에게 본보기가 되어드리기 위해 더 자주 day off 선언해야겠네요!! 잘쉬고 오신것 같아서 내일 종한님 눈빛이 기대돼요😀
감사해요 홍민님. 사실 아직 속초에 있어요 ㅋㅋㅋ ㅠ WBR에서 봐요! 마루로도 곧 갈게요!
분명히 댓글을 썼는데, 왜 안써졌을까요. 저도 요즘 동태눈 되어가는 것 같아서 ㅋㅋ 휴식이 필요하네요 ㅋㅋㅋ
저도 가끔 댓글 열심히 썼는데 날아갈 때가 있어요 ㅠㅠ 삶의 밸런스를 잡는게 마냥 쉽지만은 않네요.
나는 요즘 욕심과 걱정 & 근심 때매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어. 내일 몇시까지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심해. 새벽에 이 글을 보고 느꼈어. '잡생각은 잠시 멈추고 내 눈과 뇌, 그리고 몸에서 휴식을 부여해야겠다.' 종한아. 나를 자극해줘서 고맙고,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줘서 감사하고,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할게. 커피챗 예약해야겠다..!
웅 커피챗 예약해줘!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 :) 승현 너도 좀 쉬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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