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창업을 마음먹게 된 계기
주식회사 샌디플로어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야흐로 2022년 9월로 올라가게 됩니다. 오늘은 빌딩 인 퍼블릭 첫 과정으로 저희가 시작하게 된 계기를 남기고자 해요.
조선 선조 시기 무신이었던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처럼, 그날의 기상 변화, 점심 메뉴 선정, 업무에 대한 고민, 본가와 모친에 대한 걱정, 개발 과정에 도움을 줬던 조력자의 코멘트까지 기억날 때마다 섬세하게 작성하고 있는 브런치에 있는 내용의 일부를 Disquiet*스럽게 각색하여 리메이크하고자 합니다.
2022년 9월 13일(화).
부끄럽지만 게임 디렉터(Game Director)라는 높은 직급을 맡은 프로젝트의 실패 이후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던 날입니다.
실패 이후 도전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기 위해 1)나 스스로 과거에 얽매여서 위축되지 않고자 노력했고, 2)실패했던 프로젝트의 상황보다 성장한 내 모습을 어필해야 하며, 3)시장의 상황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키워드와 기획이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사람들의 독립적인 생활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고,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이 친구 또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연결되어 게임을 즐기고 있었던 터라 이미 해당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만큼 멀티 플레이어 게임(Multi-player game)의 수요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이상의 많은 시장 예측이 있었지만, 결론을 얘기하면 차기작은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이전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과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 실수를 정의했고, 팀의 규모가 작지만 이 작은 팀을 통해서도 게임 플레이를 한 단계 진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여러 가지 물음을 가지고 프로젝트 제안서를 써 내려갔습니다.
-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 : 길드(Guild) 이상의 단단하지만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 자발적 이벤트 참여의 게임 : 유저들은 여전히 억지로 만들어진 퀘스트(Quest)라는 시스템을 반기고 있고, 지표상에 도움을 주고 있을까?
- 자발적 스트리밍 플랫폼 게임 : 여전히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강한 상태에서 그들이 우리 게임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 낼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는가?
2022년 9월 20일(화).
그러다 현타가 세게 왔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계속 만드는 게 맞을까?"
아시는 분들을 아실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등 성공적인 IP를 만들었던 넥슨의 연봉 바람 인상이 있었던 2020년 이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기술자 대부분의 신입 연봉은 최저임금에 맞먹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분들이 이 산업으로 진출합니다. 참 독특하죠.
그럼에도, 게임 개발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와 적은 임금의 게임 제작 어시스던트 과정을 인고하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게임과 가상 세계를 전 세계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는 상상과 그 로망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다면 가장 괴로운 일은 나중에 삶이 지칠 때 도피할 곳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매출 성과가 좋지 못한 팀이 유의미한 반등 없이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운영되어 오면서, 업무 강도와 업무 성과 측면에서 함께 일하고 있던 동료들의 신세한탄이 커져갔고, 그 신세한탄은 업무라는 울타리를 넘어 직업 가치관의 영역까지 건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료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2022년 9월 22일(목).
제가 먹는 걸 진짜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회식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맛집 리서치를 하고 다닙니다. 이번 회식은 팀의 마지막 회식이 될 것 같다는 육체적인 직감이 있어 지금까지 저희 프로젝트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모든 조력 동료까지 초대해 함께 회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위 글에서 서술했듯, 각 사람들이 너무 지친 상태다 보니 꽤나 글루미 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며 오후 6시에 시작한 회식은 장장 10시간이 지난, 오전 4시 30분에 한강공원의 일출을 보며 마치게 됩니다.
즐거운 이야기, 가슴 찡한 이야기, 프로젝트하면서 화가 났던 이야기, 게임 업계로 왜 들어왔는 지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지금 프로젝트가 서비스 종료하게 된다면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차기작의 기본적인 컨셉과 형태, 철학등을 나눴는데 마침 그 자리에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가 있었네요.
그렇게 차기작을 준비해보자는 작당모의가 시작되었습니다.
8명의 동물 인형이 치고 박고 싸우는 전략적인 2.5D 탑뷰 방식의 캐주얼 슈팅 8인 배틀로얄 게임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스샷을 봤을 때부터 기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ㅋㅋ 파이팅!
감사합니다!! 화이팅 :)
아 맞아요.. 저도 다운님을 뵐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ㅠㅠ PMC 마지막 네트워킹 데이때는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다운님 너무 궁금해요!!ㅎㅎ
종창님, 일단 난중일기를 메이커로거에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때의 실패와 괴로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제 모토가 "빠르게 실패하라"인데요. 종창님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대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빠르게 실패하라에 대한 의미에 대해 너무 공감하는데, 이게 게임 업계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네요ㅎㅎ 글 전개하면서 느끼시는 문영님의 인사이트와 조언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이번주도 화이팅하세요!
Must Reads #211에 선정되었습니다! https://stib.ee/ME38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다면 가장 괴로운 일은 나중에 삶이 지칠 때 도피할 곳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라는 말이 뭉클하네요 🥺
저 당시에는 저런 고민들이 머리를 감쌌지만, 지금은 다행히 그런 걱정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괴롭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다음 편인 2022년 10월을 기록한 메이커로그를 작성했습니다. 2022년 9월호를 재밌게 읽어주신 모든 메이커분들, 시간 될 때 읽어주시면 감사드릴께요 :) https://dis.qa/9rst1ml
저도 게임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괜시리 짠하게 느껴지네요. 앞으로 난중일기 애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