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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
이요한 ·

법으로 보장된 ‘방랑할 권리’ - 알레만스라텐 (ALLEMANSRÄ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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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춤추는 가족’, 1950년대

마티스 dance

돌아다닐 권리, 자연에 머물 권리, 길을 잃고 헤맬 권리, 일정을 중단할 권리, 아무 행동도 안 하고 멍하게 있을 권리.

북유럽의 법 중 ‘방랑할 권리’, 알레만스라텐 (ALLEMANSRÄTTEN) 이 보장하는 권리들입니다.

북유럽의 아름답고 장대한 자연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내외국민 상관없이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어요.

그 속에는 북유럽 사람들이 어릴 적 부터 몸에 익힌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프리루프트슬리브(Friluftsliv)' 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자유(fri)와 공기(lufts), 삶(liv)을 조합한 단어에요.

스칸디나비아에서는 학생 때 부터 법으로 보장된 야외생활을 통해 자연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개인의 성장과 사회성 함양을 비롯해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터득한다고 합니다.

EBS 라디오를 듣다가 발견한 이 단어에 꽂혀서, 짧게 조사해본 바로는 이렇습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신 기사가 있어 참고했으니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www.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56916

저는 대한민국에 이 단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단어가 당장 필요하고, 가장 어울리는 사람들은 ‘경로를 이탈한 사람들’ 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가고, 스스로 일과 길을 만들고, 적극적이고.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면 회사 때려치우고, 학교 때려치우고 창업하거나 딴짓 한다고 한 소리 듣는 사람들이요.

아시겠지만 북유럽과 다르게 우리는 방랑, 방황이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정해진 템플릿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도 힘든데, 왜 굳이 돌아돌아 먼 길을 가려느냐는 말을 듣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불안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스탠다드’ 에 집착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하던 것은 위화감이었어요.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지?를 문득 생각하게 되었을때 느껴지는 불안감.

그것은 사실 주변에서 바라는 기준들이 이미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도 그때부터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갈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대학생이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전공을 고르면서도 결국 내가 정말 이 전공을 좋아해서, 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전 그랬어요.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는 수많은 다른 고등학교 3학년들과 같이 수능을 치고 성적을 봤어요. 12년의 교육 과정을 종이 한 장에 정리해서 받아보는 기분은 뭐랄까요. 허망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속이 이상했습니다. 이 한 장으로 내 미래의 출발점을 고르는 거라니.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안 그랬을거라구요? 일단 속이 안 좋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하네요.)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 ‘좋은 것’ 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로가 정해진 그런 삶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그 기준이 주변 사람들에 맞춰져 있는 것은 빠르게 불행해지고 맹목적인 삶을 살게 되는 원인 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아야가는 이유가 단순히 ‘주변이 그렇게 살기 때문에’ 라는 분위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점점 오르는 물가와 집값, 그리고 벌어지는 소득 격차, 부를 쌓은 계층은 더욱 부를 쌓고 가만히 있으면 천천히 가난해지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 시스템의 문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저번에 @Cailyn Yong 님 글에 달린 댓글에서 봤던 내용 중에 - 한번 실수(실패) 했을 때, 그 실수가 용납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라는 댓글을 봤던 게 생각나서요. 잘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은 나 중에 다뤄보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의 의견과 생각도 궁금합니다.

반면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고, 심지어 우리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과 인생관, 신념,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를 통해 자신이 믿고 좋아하는 것을 서비스로, 프로덕트로, 작품으로,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는 시대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2년 전보다 너무나 쉽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 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되는 시간을 우리는 좀 허락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의미없게 시간을 날려버린다고, 편한 길 내팽개치고 엉뚱하게 산다고 이놈, 그러지 말고 우리.

방황하고 방랑하는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지, 어떤 삶의 가치와 개인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레만스라텐, 알레만스라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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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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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방랑자 이요한 멋있다

이요한
이요한

히사이시 도 멋있다

이하늘
이하늘

잘 읽었어요! 글을 읽으면서 '완벽주의'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는데, 나중에 이 키워드에 대한 요한님의 시선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요한
이요한

좋은 글감 추천 감사해요!! 얼마전에 서핏 메인에 글 올라온거 보고 신기했습니다 :) 디스콰이엇에도 글 자주 올려주세요!!

William Jung
William Jung

wayfinding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필연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요한님의 글이 그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요한
이요한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민교님! 같이 들을 노래로 떠오르는 건 윤종신의 오르막길이에요!!

황현지
황현지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얼마전 읽은 글이 떠오르네요 ㅎㅎ "효율성은 매우 과대평가되고 있고 빈둥거림은 매우 과소평가되고 있다. 목적지 없는 산책의 계획은 모든 일에서 최고 성과를 내는 데 필수다."

이요한
이요한

ㅋㅋㅋ 맞아요 주의 환기를 시키는 일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좋은 글이에요! 어디서 보셨는지도 궁금해요 (* * )

황현지
황현지

think_note_ 인스타그램계정에서 봤는데, 현실적인 인생조언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ㅋㅋ

최현종
최현종

요한님이 딱 재밌게 보실 것 같은 예능 하나 추천드려요 ㅎㅎㅎ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라고 웨이브 오리지널 프로그램 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아요

이요한
이요한

오! 하늘이도 이 예능 안대요ㅋㅋㅋ 재밌는 예능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David Bang
David Bang

대한민국헌법 제14조 -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David Bang
David Bang

요한님이 멋진 방랑의 개념을 소개해주셨지만 저에게는 말그대로 그냥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요한
이요한

샌프란 베이 에이리어로 이동할 자유..? ㅋㅋㅋ 저번에 주신 텀블러 결국 아부지는 못드리고 제가 쓰고 있어요 ㅎㅎ 조만간 또 사무실 놀러와주세요 데이빗님

상원
상원

저는 러닝이 이것과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달리는 것은 몹시 고통스럽고 귀찮은 일이고, 어떻게 보면 아무런 생산성 없는 일이면서도, 주위를 둘러보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마음을 단련시키는 일이어서요 ㅎㅎ

이요한
이요한

오 ㅎㅎ 추천 받은 책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이 있었던거 같은데, 좋네요 :) 방황하고 방랑하는 그 시간이 달리기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위해 애쓰는 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