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수렴 진화
이하 내용은 PMC에서 만난 @백민기 님과 커피챗을 진행하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셜 미디어'란 단어를 처음 나온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페이스북은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습니다. 세월이 무상하군요.
이쯤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소셜 미디어들이 처음에 어떤 컨셉을 지향하고 출범했는지를 한번 돌아볼까요?
유튜브
그냥(좋은 의미로)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스타그램
폴라로이드 사진의 감성을 디지털로 옮겨놓은 서비스.
틱톡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챌린지를 하는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스냅챗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트위터
140자 제한으로 부담없이 중얼거릴 수 있는 서비스.
이렇게 가지각색의 컨셉을 갖고 출발한 서비스들은 각자의 영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며 성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약 5년 전부터 시작된 숏폼 비디오의 유행은 새로운 기류를 일으키고 있는데요. 틱톡이 열어 젖힌 이 새로운 영역은 많은 기성 서비스들을 유혹했습니다. 결국 2023년 현재 상기한 모든 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숏폼 비디오 + 무한 스와이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INSIGHT OUTSIGHT] 점점 짧고 강렬해지는 '숏폼' 콘텐츠 전쟁 - 모비인사이드 MOBIINSIDE](https://mobiinsidecontent.s3.ap-northeast-2.amazonaws.com/kr/wp-content/uploads/2022/07/19181740/%ED%99%94%EB%A9%B4-%EC%BA%A1%EC%B2%98-2022-07-19-181731.png)
아시겠지만, 어떤 서비스건 그 기능은 다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언뜻보면 구분도 안될 정도에요.
수직 스와이프로 다음 동영상으로 넘기는 조작도 똑같구요. 뭐, 그건 그렇다 칩시다. 좋은 UI/UX를 서비스들끼리 서로 가져다쓰는게 사용자 입장에서 나쁠린 없으니까요.
흥미로운건 저 숏폼 비디오의 내용마저 서비스를 가리지않고 거의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밈 / 유머
춤 / 노래
토막 상식 및 가벼운 정보
인기있는 영화나 드라마의 클라이막스
이건 아마 3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이라는 형식이, 그 내용의 범위를 강하게 제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틱톡에서 시작된 배경음악을 필수적으로 넣는 유행도 이런 현상에 일조했을거라 짐작합니다. 음악은 우리가 전혀 맥락이 없는 동영상에도 순식간에 집중하게 하는데 대체불가능한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또 '음악이 들어간' 짧은 동영상으로 좀더 범위가 좁혀집니다.
결국 저 개성적인 소셜 미디어들이, 유튜브의 '쇼츠'에 해당하는 탭을 여는 순간 몰개성한 서비스가 되고맙니다. 동시에 (트위터 정도를 제외하면) 그게 해당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걸까요?
약간의 무모함을 무릅쓰고 단순명쾌한 결론을 한번 내려보겠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광고 수익으로 먹고 살고,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사용자의 사용 시간을 늘려야합니다. 그리고 '쇼츠' 류의 UX는 그걸 극대화하는 하는데 드디어 끝장을 봤다구요. 사실 전 이보다 더 시간을 쉽게 뺐을 수 있는 방법이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제 상상력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서비스들이 '수렴 진화'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어쩌다 유튜브 쇼츠를 켜서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이러고 있는 것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다른 서비스에선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햇어요.
그래서 뭘 해야할까요? 지금 소셜 미디어를 개발하고 있는 메이커들은 이 숏폼 비디오란 녀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나름의 결론을 몇번 썼다 지웠습니다. 자명하지 않은 제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리는게 어렵내요. 그래서, 섣불리 대답하기보다는 일단을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숏폼 비디오가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의 영토는 이미 다 개척된걸까요? 제가 느끼기로, 지난 1년간은 밈과 음악만 바뀌었을뿐 사실상 같은 형식의 동영상들이었던것 같습니다. 혹시 헤비 유저들에겐 다르게 보일지가 궁금합니다.
비리얼(BeReal)은 무한 스와이프의 시대에 작정하고 반대로 가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무한해지면서 그만큼 무가치해진 컨텐츠에게 다시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컨텐츠를 일부러 유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지속가능한 해결책일까요? 틱톡과 달리 비리얼 피드를 하루종일 볼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비리얼 입장에선 몇시간이고 볼수 있는 피드를 제공해야하는 부담을 내려놓을수 있는건 좋겠군요.
10년 전쯤에 누군가 '나는 인스타그램이 좋아'라고 한다면 거기서 어떤 정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누군가가 '나는 틱톡이 좋아'라고 한다면, 그게 무얼 의미하는걸까요?
아무리 스와이프해도 계속 재밌는 피드는 더 개선할게 없는 완벽한 개념인 걸까요? 그냥 활자로 읽었을땐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같은 느낌이네요. 그냥 '더' 재밌는 피드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게 경쟁의 유일한 방법일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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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은 여러모로 뇌과학의 원리를 너무 잘 이용해서 문제인 것 같아요. 777 룰렛머신을 돌리는 것보다 쉽고 보상은 확정적이니 중독이 쉽게 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비리얼이 흥미로운 서비스였어요. 앞으로 숏폼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런걸 만들어도 될까? 하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gwyng님!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광고 비즈니스다] -> [체류시간 늘려야 함] -> [숏폼이 우세] 에 동의해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과금 모델들을 실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SNS는 사람들이 '별다른 결정 없이 매끄러운 사용'을 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그러면 과금을 B2C보다는 B2B에, 또 일반 사용자(B2C)들에게는 어떤 행위가 내가 무엇인가를 지불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죠.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면 직접 돈을 꺼내서 직접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SNS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Substack과 같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좋아합니다 ㅎㅎ 어떻게 해야 우리가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들이 많아지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두서 없이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gwyng님의 글이 저에게 영감을 줬어요 :) 감사해요!
링코: 링크 공유 소셜 미디어 를 만들고 있어서 그런지 더 재밌게 읽게 된거 같아요. 어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UI가 유저가 스크롤에 사용하는 힘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스크롤은 적당히 내리고 딱 멈춰서 읽어야하니까요
소셜 네트워크가 체류시간으로 돈을 벌려면 저 구조가 어쩔 수 없는거 같아요. 종한님이 과금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셨는데 절대 공감합니다ㅎㅎ
재경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217에 선정되었습니다. https://stib.ee/fQG8
와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