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어떻게 좋은 디자이너를 채용할 수 있을까?
끝까지 읽고 실망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 방법을 알아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전 뛰어난 개발자를 알아보고 채용하는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음, 채용은 빼지요. 아직 성사시킨건 없으니까요. 잘 알아보기만 한다고 해둡시다.
특히 저는 이력이나 학벌을 전혀 보지 않고, 짧은 커피챗 한번으로도 뛰어난 개발자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력이나 학벌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개발자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오히려 더 설렐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저평가되어있는 종목을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니까요.
그런데 디자이너는 어떻게 채용하죠?
어떤 디자이너가 뛰어난지 작업물을 보고 제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구인 사이트에서 디자이너의 이력서들을 한번 살펴봤었는데, 저도 모르게 학벌에 눈이 먼저 가더라고요. 포트폴리오는 제 눈엔 모두 모자람없이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명패가 더 신경쓰이나 봅니다.
차라리 쇼미더머니 심사위원을 하는게 부담이 덜하겠단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주에 함께 PMC에 참여중인 디자이너 출신의 메이커 @오혜수 님과 커피챗을 나누었는데요. 말씀을 나누며 몇가지 감을 잡은게 있습니다.
우선 제가 가진 디자이너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풀스택 디자이너는 드물고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풀스택이란, 로고, UI/UX, 그리고 기타 발에 채이는 일들까지 모두 다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력서를 봤을땐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로고 디자인만 할수 있고, 저사람은 UI/UX 디자인만 해본 걸로 보였죠.
그런데 혜수 님의 말씀이, 사실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할 것이고, 이력서에 하나만 써놓은 것은 다른 걸 아직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풀스택 디자이너에서 크게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고 들렸브니다.
또, 이건 제가 혜수 님의 말씀에서 행간을 읽어본 것인데요, 디자이너도 미리 많은걸 알고 있기보다는 그때 그때 필요한걸 빠르게 익히고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나니, 사실 개발자 뽑는거랑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후에 전 노트폴리오에 가입해서 UI/UX(일단 당장 하게될 일은 이거니까요)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다 똑같이 잘 한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끼리의 평가가 있었는데요. 그걸로 작업물을 정렬하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재밌게도, 지금 제일 위에 올라와있는 건 비전공자의 작업물이더라고요. 이런점이 오히려 저에게 이 목록에 대한 신뢰를 주었습니다.
지금 제 전략은, 디자이너 사이에서 평가가 좋은 작업물을 만든 디자이너들에게 커피챗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작업물 각각에 대한 제 자신의 호오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려합니다.
대신에 성사된 커피챗에서, 제가 좋은 개발자를 알아볼 때 쓰는 질문을 그대로 쓰려고 합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차근차근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질문들이요.
말은 자신만만하게 했는데, 사실 커피챗 성사부터 쉽지 않아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두드려보고 재미있는 결과가 있으면 또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