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는 프로덕트 사용해 보실 분?
안녕하세요. 스모어 팀의 비즈니스 리드 박종화입니다.
지난주에 업로드한 두 번째 로그에서 실리콘밸리의 엘리베이터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비즈니스와 기술력(제품)으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었죠. 그래서 처음 사람과 마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스몰토크 전략에 대한 글을 공유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스몰토크 이후에 어떻게 비즈니스적인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지, 혹은 대면으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공유할만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고객 개발과 데모 피드백을 목표로 잡았던 저는, 첫날부터 멘토들에게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우리 프로덕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멘토들은 Lunch and Learn 혹은 포커스 그룹 등을 추천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1대 1로 커피챗을 하며 프로덕트에 대한 의견을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날 저녁부터 Bay Area에 있는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할만한 기업을 구글맵을 보며 리스트업 하고, 링크드인을 통해 해당 기업의 마케터와 PM 분들을 찾아 콜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정형화된 메시지를 작성하여 100명 이상에게 뿌린 후 ‘이렇게 크고 유명한 기업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많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몇 명은 답장이 오겠지?’라는 저의 안일한 생각은 보란 듯이 무너졌습니다.
제 메시지에는 단 한 개의 답장도 오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의 답장도 받지 못했던 콜드 메시지
나라는 제품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약간의 충격을 받고 있던 차에, 이곳에서 만난 VC 멘토분께 굉장히 의미 있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본인과 제품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놨으니, 제품이 알아서 잘 크겠지?라는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초기의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건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습니다. 아무리 잠재력이 높고 똑똑한 아이더라도 성장과 독립을 위해서는 부모의 교육과 끊임없는 헌신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거죠.
저 같은 투자자들이 ‘팀’을 평가한다는 것, 얼마나 허슬한지 눈여겨본다는 것은 제품을 갓난아이를 키우듯이 헌신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것입니다. 몸에 좋다는 것은 어떻게든 구해서 먹이고,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냐는 거죠.
이를 듣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나와 우리 프로덕트를 분리해서 보고 있었구나. 스스로가 우리 프로덕트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남들도 당연히 좋아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나와 프로덕트를 동일시해서 생각해 보자. 나 자체를 하나의 프로덕트로 보자.'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세일즈와 고객개발을 담당하는 저와 스모어 프로덕트는 닮은 점이 참 많은, 하나의 프로덕트로 동일시할 수 있는 점이 꽤 많았습니다.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초기의 프로덕트이며 여러 의견과 조언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어 한다.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다.
제공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고객의 의견을 듣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하면 더 인터랙티브하게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제품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스모어와의 공통점 외에도 더 장기적인 생각도 가능했습니다.
나라는 제품이 명확하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현재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능력(기능)이 업데이트되어야 하는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대가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다른 제품(남들과) 나를 차별화할 것인지
나라는 제품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ICP는 누구인지
등의 생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짧은 경험이지만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며, 프로덕트가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그저 좋은 기능과 예쁜 디자인만 집중하다가 시장에서 거들떠도 보지 않는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가치의 교환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의 가치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면 내가 얻을 것도 잘 모른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가치를 찾는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특히 저는 이 미국에서의 경험과 고객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고 싶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이때 COO 라운님의 말씀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라운님, 제가 이곳에서 여러 멘토들의 조언과 세션을 듣거나 많은 분들과 커피챗을 하면서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여기서 얻는 인사이트들을 첫째는 고객개발의 입장에서 스모어에 적용하는 방법, 둘째는 제가 나중에 창업한다면 (특히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항상 동시에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있는 걸까요 하하.
종화님, 그건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그렇게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해야만 이곳에서의 경험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얻는 인사이트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종화님이 나중에 창업할 때를 같이 생각하다 보면, 그 아이디어를 스모어에 적용하고 싶은 때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분명 나중에 올 거예요. 그러나 종화님이 그렇게 장기적인 고민까지 하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 자체를 떠올리지 못할 거예요.
저는 종화님이 더더욱 창업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래야 종화님이 성장하면서 우리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그만큼 늘어날 테니까요. 그 두 가지 고민은 분명 교집합이 있고, 그 파이를 키울수록 회사도 종화님도 함께 성장할 거라고 저는 확신해요.
일단은 스모어에 좀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저는 저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라운님의 말씀처럼 지금 당장 스모어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제가 나중에 창업할 때 참고하고 싶은 점의 교집합을 찾고 그 파이를 키우는 것을 미국에서 제가 얻고 싶은 가장 큰 가치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저 자신을 스모어와 동일한,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저는 아무도 답장하지 않는 콜드 메시지에서 조금씩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라는 제품을 AB 테스트 해보자.
제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저의 모든 것을 AB 테스트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메시지, 저의 목소리 톤, 저를 소개할 때의 페르소나, 메시지를 보내는 대상, 미팅을 하는 장소 등 모든 것을 조금씩 변주를 주어봤습니다.
누군가에게 저는 테크 회사의 비즈니스 리드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사업적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온 젊은 청년이자 시니어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은 어린 주니어였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미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었죠.
또 누군가에게는 무료체험을 제공하여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한 후 피드백을 받고자 하였고,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할만한 다른 사람을 추천받으려고 했습니다.
매번 첫 콜드 메시지부터 미팅이 마무리되고 그 이후의 팔로업 소통을 할 때까지 AB 테스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저의 페르소나를 정해두고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밤마다 실험의 결과를 나름대로 분석하며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니 미팅으로의 전환이 더 잘 되는구나, 저렇게 페르소나를 잡으니 예상했던 것보다 내가 제공하는 가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구나' 등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AB의 목적과 핵심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AB 테스트를 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결국 고객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다음 액션의 전환율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저 또한 고객 개발을 통해 고객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려고 하며, 저 자신에 대해서 변주를 주는 이유는 결국 잠재고객의 다음 액션 (유저 피드백이나 결제 등)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정의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모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 또한 기업이 고객과 더 진정성 있게 소통하도록 도우며, 응답자의 다음 액션으로의 전환을 돕는 것입니다.
AB 테스트의 본질, 저라는 사람의 본질, 그리고 스모어 프로덕트의 본질까지. 이렇게 3가지 본질이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얼라인된다는 저의 결론은, 제가 어떤 액션을 취하던지 항상 올려다볼 수 있는 강력한 북극성이자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결국 AB 테스트는 결코 남에게 맞춰서 제공하는 가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AB 테스트를 첫 주 동안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저만의 최적화된 메시징과 소통 방식 등이 어렴풋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2주 차에는 하루에 2~3개의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와 팔로알토까지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 저에게는 2주 차를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로 좋은 조언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피곤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신이 나는 한 주였습니다.
특히 이때 도움도 많이 주신 학교 선배분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해 커리어를 쌓고 계신 분들, 그리고 저의 링크드인이나 브런치 글을 읽고 연락 주신 분들께 너무나도 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중에서는 ‘일단 학생이라는 점을 레버리지 삼는다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등으로 저의 AB 테스트에 대해서도 조언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나라는 제품의 리텐션을 높여보자.
저라는 제품에 대한 Acquisition 퍼널을 어느 정도 최적화 했으니, 이제는 Retention에 대해서도 생각해야겠죠. 많은 회사들이 CRM 마케팅, 이탈 넛지, 윈백 전략 등을 통해 Retention에 심혈을 기울이듯이, 저 또한 저라는 제품에 대한 리텐션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 집착입니다.
미국에서 라운님이 저를 다른 분들께 소개할 때 ‘relentless salesman’이라고 별명을 붙여주셨는데요, 저는 그만큼 지독한 컨셉에 잡아먹힌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의 목적은 세일즈 딜 클로즈가 아니라 고객개발이었기 때문에 유료고객의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접근보다는 저라는 사람이 상대에게 가치를 주기 위해 집착한다는 인상을 남기려고 했습니다.
저는 어떤 회사의 방문자 등록 폼이나 만족도 조사 등을 보더라도 구글폼이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구글폼보다 저희 제품이 훨씬 광범위한 커스터마이즈 범위로 높은 고객 경험과 응답률을 제공할 수 있어요”라고 어필하며, 해당 구글폼의 똑같은 내용을 스모어 폼으로 제작하여 차이를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에도 만나 뵌 분이 있었는데요, 구글 본사 안에서 ‘구글폼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저희가 해결하고 있어요’라고 한창 어필하다가, ‘아 여기 구글이었죠. 죄송합니다 하하’ 했던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 폼의 가치 전달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구글 본사 한가운데서 '구글폼 별로예요'를 외치다.
같이 실리콘밸리로 떠났던 다른 9개의 팀 분들과도 호텔 로비에서 자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다들 한국과의 업무 싱크를 맞추기 위해 불편한 시차에도 불구하고 늦게까지 로비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곤 했습니다. 이때 저는 서로의 서비스에 대해서 가볍게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저희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 스모어를 해당 회사의 어떤 use case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함께 아이디에이션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B2C 기업이라면 고객들의 만족도 조사를 위해서, B2B 라면 인바운드 계약을 신청하는 등록 폼으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할 때 저희 폼을 사용해 보시면 어떨지 물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면, 저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고 그분의 회원가입을 도와드렸습니다. 2분이면 할 수 있는 회원가입을 ‘나중에 한번 고려해 주세요’라는 멘트로 어영부영 넘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밥 한번 먹자’ 하고 아무도 실제로 날짜를 잡지 않으니까요.
미국에 오기 얼마 전에 폴 그래이엄의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 에서 저는 Stripe가 그 좋은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했다는 점 (Collison 형제는 누군가 나중에 Stripe를 한번 사용해 보겠다고 대답하면 ‘컴퓨터 줘봐’ 하고 그 자리에서 서비스를 설치해 줬다고 합니다.)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고, 이를 꼭 미국에서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회원가입을 도운 후엔 무료체험을 제공하거나, 지금 당장 쓸만한 폼을 제가 직접 제작해 주며 한 번이라도 저희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저와 다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두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주최인 Mind the bridge의 만족도 조사, 그리고 신한 스퀘어브릿지의 만족도 조사 역시 저희 폼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렇게 직접 사용하는 기회에서 제작을 담당한 분들이 저에게 주는 피드백과 조언을 꼼꼼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이제 보름 정도가 지났는데요, 여전히 미국에서 만났던 분들과 계속해서 소통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라는 제품의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 제가 노력하는 것은 더 많은 네트워킹을 쌓는 것입니다. 저를 직접 소통해 보고 만나본 사람이 많을수록 저에 대해 피드백과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네트워킹의 고리를 계속해서 연결할수록 일명 ‘네트워킹 이펙트’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에서 달고 살았던 말이 바로 ‘혹시 저에게 소개해주실 만한 분이 있을까요?’ 였습니다. 마치 저라는 제품에 대해서 Affiliate 마케팅이나 Referral 마케팅을 하듯이 말이죠.
미국에서 네트워킹의 힘을 알게 된 후로, 사람을 소개받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히 소개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가치를 일부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에 합당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 저라는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리텐션이란, 제공 가는 가치가 크고 확실할수록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이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저라는 제품의 가치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