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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sol Park
Hyunsol Park ·

2023년 회고

BM 테스트

2023년 디스콰이엇의 주요 마일스톤은 BM을 찾는 것이였다. 이를 목표한 이유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PMF를 찾는 것이 탄탄한 회사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이전에 나온 많은 B2C, B2B 스타트업들을 보면 우선 유저들의 숫자를 늘린 후 BM을 찾아 이후 BEP를 넘기는 Growth at all cost 전략을 택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시장에 자본이 많아지면서 이와 같은 전략에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유저 숫자의 성장, 매출 성장, 기업 가치의 성장에 초첨을 둔 수많은 회사들이 자금줄이 사라지자 회사를 닫게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1]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에 의존해서 성장하던 B2C는 금방 무너졌다. 이번 버블 붕괴는 우리 모두에게 비즈니스의 본질은 입소문이 날정도의 좋은 제품을 적정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둘째는 디스콰이엇의 본질적 성향 때문이다. 디스콰이엇은 굳이 따지자면 미션주도적인 회사[2]이다.

“메이커들을 연결하여 세상에 영감을 주는 프로덕트가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라는 미션을 법인 설립하기 전부터 갖고 있었고 디스콰이엇의 팀원들 그리고 열혈 유저들은 이런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모였다.

이는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미션이라 생각한다. 내 본래 성향이 이상주의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인지한 상태로 대학생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갖고 시도해보면서 배운 것은 장기적으로 이상과 낙관을 유지하되 이를 달성하는 과정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어느 정도 비관을 섞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을 택했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메커니즘인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해야 된다. 이를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이상적인 가치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허황된 망상이다. 이런 나의 깨달음을 비슷하게 이상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팀원들에게도 강조하고 근육을 기를 수 있게 가이드를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이유들로 디스콰이엇은 소셜네트워크이지만 초기부터 BM 테스트를 많이 해보면서 최대한 빨리 BEP를 넘길 수 있는 것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팀한테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작년 말 올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BM으로 생각했던 것이 3가지 있었다.

  1. IT 메이커들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메이커들이 서포터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 모델

  2. Community led growth: IT 업계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곳들에게 프리미엄 툴과 오퍼레이션을 제공하고 툴 이용 구독료 혹은 유료 클럽 중개 수수료 받는 모델

  3. 채용: 아웃바운드 채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용 구독료를 받는 모델

IT 메이커들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BM은 생각은 했지만 시장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아 시도 조차 안했다. Patreon이나 크라우드 펀딩, 혹은 Angelist 같은 플랫폼 같은 비즈니스 모델 등을 생각해봤지만 Patreon이나 Substack 같은 모델일 경우 내가 돈을 주고 싶을 만큼의 뛰어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수와 이들의 컨텐츠를 유료로 구독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Mirror(mirror.xyz)나 Angelist 처럼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서포터들이나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하게 도와주는 모델도 생각해봤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시장이 투자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뀐 것도 있고 규제 문제도 있어 지금 당장 시도해볼 BM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채용쪽은 초기때부터 궁극적으로 디스콰이엇이 가야되는 시장,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 생각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메이커를 연결하는 것은 디스콰이엇의 본질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고 적절한 영감을 받는 것이 인생에 정말 중요하며 기술을 활용해 적절한 인연을 만날 확률을 높여 우리 삶의 풍요를 증가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3] 연결이라는 주제 안에서 채용은 디스콰이엇이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 AI로 인한 생산성 증대 등으로 인해 채용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스콰이엇만의 Tech economy graph를 만들고 여기에 뉴럴넷 기술을 얹혀(이를 Graph Neural Network라고 한다) 점점 기존의 교육방식과 이력이 무의미해지고 AI, SaaS, 높은 기술 문해력 등으로 인해 개인에게 파워가 많이 가는 IT 업계에 최적화된 우리만의 독자적인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올해초 디스콰이엇이 이를 하기에는 아직 유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고 기술적인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일단 시도해본 것은 IT업계에서 Community led growth를 하고자 하는 곳을 타깃해서 BM을 테스트해보는 것이였다. 시장이 작긴 하지만 그래도 초기 매출을 내면서 채용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유저들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클럽 기능을 빠르게 만들어서 직접 클럽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클럽 개설 신청을 받아 클럽 운영을 도와줘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때 우리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모더레이터들의 JTBD는 클럽 운영이 아닌 커뮤니티 빌딩을 통한 리드 수집, 수익화, PR 등이니 모더레이터들이 모더레이션에 최소한의 신경을 쓰게 해야된다는 것이였다. 특히 디스콰이엇은 이미 IT 프로덕트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모여있고 입소문으로만 성장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네트워크 밀집도를 갖고 있어 리드 수집을 잘 도와줄 수 있었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클럽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한 것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더레이터들이 모더레이션에 최소한의 신경을 쓰면서 커뮤니티 빌딩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상반기를 커뮤니티 빌딩 BM 테스팅으로 보내는 동안 GPT api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GPT를 써보고 공부해보니 독자적인 GNN(Graph Neural Network)를 만들지 않아도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채용 관련 기능들(팀페이지, 채용 공고, 메이커 네비게이터)을 만들었고 그전까지 디스콰이엇에 채용을 도와줄 수 있냐는 회사들에 연락해 고객 인터뷰와 세일즈를 해봤다. 이 시도 또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국내 채용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디스콰이엇이 고객이 만족할 만한 채용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을 충족해야 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미숙한 팀 운영

올해는 디스콰이엇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힘든 한해였다. 디스콰이엇 전에 창업을 시도해보면서 운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불확실성을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했다.

운을 다른 말로 하면 확률 싸움이다.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다들 앞서 말한 것처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인재나 파트너, 적절한 아이디어, 급작스러운 그로쓰를 만들어주는 어떤 특이한 이벤트 등이 회사 역사의 곳곳에 묻어 있다. 이런 운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초창기 사업일 수록 불확실 한 것이 많아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를 잘 매니징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번아웃이 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input과 output 영역을 만들어 여기서 보상을 느끼면서 꾸준함을 만들어야 된다. 그리고 이 input과 output은 계속 내가 운을 마주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 된다. 나는 아침에 글을 쓰며 생각 정리하는 것, 주기적으로 building-in-public 하는 것, 유저들과 인터뷰하고 테스트하는 것들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고 확률을 높여나갔다.

하지만 이번 창업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팀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였다. PMF를 찾기 위해서 실험의 속도를 높이고 싶었고 이에 최적화된 규모로 팀원을 늘렸다. 팀원을 늘리면서 내가 간과했던 것들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 개개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날 확률이 높아지고 팀내부에도 컨트롤할 수 없는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팀 구성원의 변화가 크게 생겼는데 이 과정이 마치 앞이 안보이고 안전 장치가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 롤러코스터가 낙하하거나 거꾸로 뒤집어 엎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내가 앉아 있는 좌석을 팔힘으로 잡고 버텨야 되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내가 기대었던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영자로써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PMF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내 시간의 대부분을 전략,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데 썼다. 그러다보니 팀문화, 운영 정책, 온보딩, 소통 및 일하는 방식에는 고민이 부족했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오니 손발이 잘맞는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가 되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더더욱 빨리 PMF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 자신과 팀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는 역효과를 내어 팀분위기를 더 안좋게 만들었고 나를 포함한 몇몇 팀원들에게 번아웃을 가져왔다.

올해 11월 아산나눔재단의 도움을 받아서 3주 동안 미국 출장을 갔는데 팀과 떨어지니 생각을 정리할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미국에서 다양한 창업자 현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동안 읽지 못한 책도 읽었다. 몇가지 도움 되었던 인사이트들이 있는데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된다.

  2. 사업은 스프린트가 아닌 마라톤이다. 힘주고 하면 금방 지친다. 반면 즐길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

  3. 매니저가 해야 될 것은 코칭과 동기부여다.

  4. 리더는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끄는 Why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매니저는 거기까지 가는데 방법과 효율을 만들어내는 how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5. 신뢰관계, 유대감을 형성하기 전에 사람들은 방어적이다.

  6. 나에게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 기대하면 안된다. 혜택은 내가 노력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생각 정리 후 한국에 돌아와 내가 바로 한 것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 디스콰이엇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우리의 미션과 비전 등을 문서로 정리해 소통하는 것이였다. 이후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다시 각자 고객 인터뷰를 통해 JTBD를 파악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재들을 조사하고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보고 우리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서 우선순위를 나눠보고 각자의 강점과 약점, 스트레스 포인트,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잠재성,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운영자로써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현재 전 Stripe의 COO인 Claire Hughes Johnson가 쓴 Scaling People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팀운영이 무엇인지 공부해보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팀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굉장히 기술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은 느낌이다. 결국에는 디스콰이엇스러운 것을 잘 찾아나가야 되는데 이또한 부딪혀 보면서 만들어나갈 것 같다.

앞으로 디스콰이엇은 어떤 곳이 될지

모두에게는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트리거가 있다고 한다. 보통 이 트리거는 어렸을때 어떤 상처로 인해 형성되며 이 상처를 아물기 위해 튀어나온다고 한다. 나에게도 이런 것이 몇개 있는데 이게 자연스럽게 사업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다.[4]

나는 어렸을때 정말 내성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이것 저것 깊게 고민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웠다. 철학적이거나 과학적인 것, 위인들, 아이디어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번은 명절에 친적들과 차를 타고 가는데 어쩌다 인간에게 호기심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친척 어른 중 한명이 나에게 머리 아픈 이야기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버럭 윽박지르셨다. 이런 이벤트들이 나에게는 상처였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날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말을 안한 적도 있었고 친구들로부터 “너는 영어를 잘하는데 왜 말을 안해?”, “쿨해보이려고 말을 안하는 거야?”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람들과 있을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될지 잘 몰랐다. 그리고 말이 없어지다 보니 나의 가치를 어필하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창작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삶의 의미를 느끼고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깊은 고민들이 담긴 것들을 접할때였다. 어떤 사상, 이론, 아이디어, 제품, 예술 작품, 음식, 회사 등 이런 것들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스토리를 들을때 거기서 감동과 풍요를 느끼고 나도 저런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다.

왜 이런 것들로부터 감동을 느낄까? 나는 그 이유가 본질적으로 이를 만든 사람들의 이타적인 헌신과 배려를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퀄리티가 좋은 것들을 보면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구가 담겨 있다.[5] 예전에 한번 일본으로 출장을 간적이 있다. 어디선가 남자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모든 소변기 옆에 가방이나 소지품을 걸 수 있는 고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사려 깊음, 인간적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세상에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개인의 도파민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들도 많다. 하루 하루를 이렇게 영양가 없는 도파민을 채워주는 제품들을 소비하면서 보내다보면 삶이 피폐해진다.

지난달 찰리멍거가 돌아가시고나서 Poor Charlie’s Almanack 책을 사서 읽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좋은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는 좋은 인생에 더 가치를 두는 삶, 증오나 남보다 잘났음을 내세우기 위한 것을 동력으로 삶지 않고 순수히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함을 동력으로 하는 삶, 끊임없이 배우며 한가지만 파고드는 전문가가 아닌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는 삶 등 다양한 지혜가 많았고 읽으면서 힐링 되었다.

사업을 어떤 자세로 해야 되는지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찰리멍거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야 된다고 하며 사업도 이런 자세를 갖고 해야된다고 한다. 찰리멍거의 3가지 비즈니스 원칙이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내가 구매하지 않는 것을 팔지 않는다는 거다. 찰리멍거는 이런 사업체에 투자를 해왔고 남을 속이면서 이익을 챙기는 곳, 인간에게 피폐한 자극이나 중독을 만들어내면서 이익을 챙기는 사업체들에게는 분노를 표현해왔다.[6] 예전에는 아편 같은 것들이 있었고 요즘에는 틱톡 같은 것이 있다.

경제학에서 Economic surplus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자가 내려는 가격보다 실제 판매 가격이 낮은 Consumer surplus와 판매자가 실제 판매 적정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가격보다 소비자가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는 Producer surplus를 더한 것을 말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Economic surplus가 늘어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 모든 사업체가 이렇게 윈윈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해야 된다. 특히 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되는 것이 Economic surplus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갈망으로 인해 나는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이 깊은 고민들에 대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 자기 과시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공간, 배려심이 느끼는 공간, 그리고 이런 것들을 교류하면서 의미있는 유대를 형성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는 것 같다.

디스콰이엇이 꾸준히 성장할수록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에 더 큰 챌린지를 느낀다. 모든 B2C 소비재는 개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서 혹은 개인의 불안함을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개인의 불안함을 자극하는 것중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남과의 비교가 강한 에고, 낮은 자기 효능감과 결합되면 남에 대한 증오나 자기 과시로 변질된다.

내가 남보다 잘난 것 같은 느낌을 가장 쉽게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회의론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소비자로써 비판은 정말 쉽게 할 수 있다. 왜 안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똑똑한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이를 충족하기가 너무 쉽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사회를 분열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기 효능감을 채우기 위한 비판은 메이커의 도전 정신에 안좋은 영향을 준다. 메이커들에게는 정말 상대방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격려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디스콰이엇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터넷이라는 공간안에서 이런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중요한 문제는 원래 다 어렵다. 핵심은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으로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이다.

찰리멍거가 했던 유명한 말중 인센티브 구조가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말이 있다. 인센티브는 디스콰이엇이 구축하는 문화, 환경, 정책 그리고 이를 투영한 기능들과 이벤트들이 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자기 과시를 기반으로한 컨텐츠나 비판보다 순수한 아이디어와 남을 돕고자하는 마음에서 나온 격려와 피드백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구조를 만들면 유저가 많아지더라도 건전하고 메이커들이 창작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건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문화와 인센티브 구조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 곳들은 LinkedIn, Nextdoor, Hackernews가 있다.

LinkedIn은 본인 인증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실명을 쓰게 하고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커리어 소셜네트워킹으로 관리가 자연스럽게 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 전후로 개인 정보 문제, 가짜 뉴스, 선거 조작 등으로 한창 소셜네트워크 회사들이 청문회에 불려나가면서 LinkedIn이 유일하게 건전한 소셜네트워크 공간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7] 하지만 이로 인한 단점으로 유저들이 너무 남을 의식한 글만 올려 의미있는 대화보다는 성취한 것들 자화자찬 내용만 올라오는 것이 있다.

Nextdoor는 이웃들의 소셜네트워크로 애초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나의 이웃이며 그들을 만나기 쉽다는 것이 1차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그 외에도 이웃 모더레이터들을 선정하기도 하고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에게 경고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비방하는 컨텐츠나 댓글을 올리려고 하면 Nextdoor의 문화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컨텐츠인데 그래도 올리겠는지 물음으로써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넛지를 주는 등 다양한 장치를 해놨다.

Hackernews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8]을 명확히 하고 이에 공감하고 따르는 두터운 팬층이 있어 이들이 자발적인 모더레이션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가이드라인에 보면 내가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적지 않는 것,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아이디어나 뉴스에 대한 소스를 제공하는 것, 댓글을 달때 조롱이나 판단하는 언어를 쓰지 않고 호기심에 기반한 대화와 팩트 위주의 대화를 하는 등 디스콰이엇에서 참고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게임 이론을 보면 게임이 끝나는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설정한 상태에서는 결국 협력하는 시스템들이 가장 많은 이득을 얻고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는 자연의 진화, 인류 역사, 비즈니스 세계에서 계속 관찰된다. 단편적으로 세상을 제로썸처럼 보면 나의 이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협력하는 시스템이 이기게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신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9]

디스콰이엇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유저들로부터 디스콰이엇으로부터 용기를 얻어 사람을 만나고, 창업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이다. 디스콰이엇은 메이커들이 창작하는 과정에서 더 용기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마무리

혼란스러웠던 만큼 디스콰이엇 팀원들,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크다. 올해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PMF를 찾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했고 여러 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디스콰이엇도 불확실한 것이 많고 능숙함도 부족하다. 보통 이렇게 능숙함이 부족하면 리더와 조직 문화를 탓하면서 돌아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이성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부족함을 자기주도적으로 나서서 메꾸어주려고 하는 팀원들과 주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큰 힘이 되어준다. 위에서 길게 이야기한 디스콰이엇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것들을 정말 현실로 만들어주는데는 이런 팀원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기반되어 있다.

이런 혼란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버텨준 팀원들 그리고 지인들이 감사하다.

Foot Notes

[1] 올해에 미국에서 폐업하는 회사들이 3,000개가 되며 이들이 받은 펀딩은 40조 가량 된다. 이 40조는 위워크(11조 투자 받음)나 트래킹 되지 않는 수많은 회사들을 뺀 금액이다. —https://www.nytimes.com/2023/12/07/technology/tech-startups-collapse.html?unlocked_article_code=1.EE0.72Ei.6EUrNWKS-LRd&hpgrp=k-abar&smid=url-share

[2] 미션 주도적인 회사 vs 시장 주도적인 회사 — https://dis.qa/5VnIM

[3] 디스콰이엇 설립 직후 적은 글 — https://dis.qa/J2o

[4] 보통 창업은 정말 고통스럽다고 하며 창업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들이 느끼는 어떤 큰 결핍이나 상처를 메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5] 스티브잡스가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사람이 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깊은 감사함을 다양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멋진걸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깊은 배려와 사랑 같은 것을 감각하게 된다. 이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 https://book.stevejobsarchive.com/

[6] 미국 주식 트레이딩 앱인 로빈후드를 역겹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https://www.cnbc.com/2022/04/30/charlie-munger-says-the-robinhood-trading-app-is-justly-unraveling-for-disgusting-practices.html

[7] 링크드인의 건전함 — https://www.wired.com/story/twitter-alternatives-linkedin/

[8] 해커뉴스의 가이드라인 — https://news.ycombinator.com/newsguidelines.html

[9] 이에 대해서 체험해볼 수 있는 게임 — https://ncase.me/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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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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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수
손범수

디스콰이엇 항상 응원할게요!

Hyunsol Park
Hyunsol Park

감사합니다 :)

Shawny Kwon
Shawny Kwon

2023년도 고생 많으셨숩니다 대표님!!! 회고글 감명 깊게 읽었어요

Hyunsol Park
Hyunsol Park

무니스 회고글도 읽고 싶어요 :)

이홍열
이홍열

그래도 디스콰이엇에 이렇게나 많은 스타트업분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것은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스타트업 커뮤니티보다 디스콰이엇이 가장 활동이 활발하고 교류하기에 마음 편한 곳이라서 이 곳에 정착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올 한 해 디콰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Hyunsol Park
Hyunsol Park

감사합니다 홍열님. 앞으로도 세일즈 많이 알려주세요 :)

Hongbeom
Hongbeom

2023년에 디콰 덕분에 따뜻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올해도 수고 많으셨고, 2024년에는 좀 더 편안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Hyunsol Park
Hyunsol Park

홍범님도 2024년 따뜻한 한해 보내시길 바래요.

오현우
오현우

응원합니다! 디스콰이엇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Hyunsol Park
Hyunsol Park

감사합니다 ㅎㅎ 윤재님도 2024년 화이팅입니다!

나무영
나무영

유니콘 보다는 처음처럼 유니-기버가 되길 응원해봅니다!

Hyunsol Park
Hyunsol Park

유니-기버가 될 수 있도록 유니콘이 되볼게요!

이종창 Jongchang Lee
이종창 Jongchang Lee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 개개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날 확률이 높아지고 팀내부에도 컨트롤할 수 없는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간과했다." 너무 공감대는 대목입니다.

이종창 Jongchang Lee
이종창 Jongchang Lee

"생각 정리 후 한국에 돌아와 내가 바로 한 것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 디스콰이엇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우리의 미션과 비전 등을 문서로 정리해 소통하는 것이였다." 이것도 샌디플로어가 지금 봉착한 문제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네요.

David Bang
David Bang

회사의 단계마다 요구되는 창업가의 역할이 다르다더니 현솔님과 종창님 모두 딱 그걸 느끼고 계시는거 같네요. 다음 단계로 가셨단 뜻이니 지켜보는 사람으로선 멋지게 보입니다 힘내세요!

이종창 Jongchang Lee
이종창 Jongchang Lee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가 되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더더욱 빨리 PMF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 자신과 팀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는 역효과를 내어 팀분위기를 더 안좋게 만들었고 나를 포함한 몇몇 팀원들에게 번아웃을 가져왔다." 하나의 게시물에 댓글은 3개나 달아본적은 없네요. 디스콰이엇과 저희의 상황이 진짜 똑같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문제와 마음들이 글로 적혀져 있으니 현솔님의 고민이 너무 와닿고 있고요, 괜시리 조금 찡한 느낌이 나요.

Hyunsol Park
Hyunsol Park

사춘기같이 모두가 겪어야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올해 정신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종창님도 힘내시고 정신건강 관리 잘하시길 바래요 :)

David Bang
David Bang

두툼한 Foot Notes 문단마다 크으 하는 모먼트가 있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힘내세요 대표님!! 메이커들의 아버지!!

Hyunsol Park
Hyunsol Park

David님의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끈기 대단한 것 같아요.

David Bang
David Bang

사실 요즘은 좀 힘듭니다 ㅋㅋ 그래서 올해에 모든걸 걸어보려고요

유지나
유지나

22,23년도 디콰 덕분에 좋은 인연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가 닿길. 받은 만큼 갚아나갈게요,,, 디콰

Hyunsol Park
Hyunsol Park

뿌듯하네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유시원
유시원

"사업은 스프린트가 아닌 마라톤이다. 힘주고 하면 금방 지친다. 반면 즐길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 저도 늘 제 고객 분들께 좋은 제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이 나더라구요. 디스콰이엇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현솔님!

Hyunsol Park
Hyunsol Park

오 회사 문화 문제를 해결하고 계시군요. 멋진 문제네요. 좋은 말씀감사합니다!

김블루
김블루

"사람들이 깊은 고민들에 대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 자기 과시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공간, 배려심이 느끼는 공간, 그리고 이런 것들을 교류하면서 의미있는 유대를 형성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끌고 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모습이 멋지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소망하게됩니다. 솔직하게 생각을 나눠주셔서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2024년도에도 응원하며, 화이팅!

Hyunsol Park
Hyunsol Park

김블루님도 2024년 화이팅입니다 :)

Hyunsol Park
Hyunsol Park

다운님 덕분에 올해 많은걸 해볼 수 있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다운님. 다운님도 화이팅!

Kyle Choi
Kyle Choi

통찰력있는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도 더욱 성취하는 디스콰이엇이 되길 응원합니다.

Cold Surf
Cold Surf

많이 공감이 가는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부터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꽤나 사는 편이라 현솔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많이 공감이 가네요. 인터넷 세상이 도래하면서, 그 걱정거리를 음악으로 표현했던 RadioHead의 OK Computer가 생각납니다 ㅎㅎ 요즘 도파민으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 도파민에 둘러싸여서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중심을 잡으시려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습니다. 2024년의 디스콰이엇과 현솔님의 행보도 응원합니다!

형욱군
형욱군

창업자들이 겪는 고민과 과정들은 제 스스로의 고민이나 아픔에 공감할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볼때마다 정말 힐링 되는 기분이 드네요. 너무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더욱 잘 헤쳐 나가실 거라 믿고 응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올해 디스콰이엇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어 멀리 떨어져있는 한국에 창업자분들과 소통을 할수 있었어서 너무 더욱 기억에 남고 최근에는 제 일이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갑작스레 소통을 못하게 된게 아쉬운 부분이네요. 앞으로 오래 오래 같이 고민하고 나아갈수 있었으면 하네요. 디스콰이엇 팀 파이팅!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래요! :)

Hyunsol Park
Hyunsol Park

형욱님도 한해 고생많으셨어요!! HYEL도 올해 좋은 한해를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

김주형
김주형

I lov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