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스타트업을 가지마오.

찌들어야만 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낭만은 있을지언정 이런 상큼함은 없다.
대기업과 공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높은 성장 가능성과 스타트업만의 문화를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고, 지금도 스타트업의 역동적인 생태계를 몹시 사랑하고 있다.
나는 10년 이상 스타트업에서의 실패, 좌절과 정신적인 괴로움, 쾌감 등등을 모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어보았다. 결실은 달콤할 수도(아닐 수도) 있지만 과정은 모두 쉽지 않다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며 주변 지인들 또한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고 고생했던 사람들 또한 많은데, 굳이 스타트업이라는 힘든 길을 계속해서 선택한다는 것은 뭔가 그것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 것일까?
스타트업에서 신입, 멘티, 멘토, 사수의 역할을 모두 경험하고 현재 100만 명의 DAU를 보유한 스타트업 운영을 하는 처지에서 지금 만약 초기 스타트업을 가게 된다면 고려할 것들을 다음과 같다.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이며 다양한 상황과 요인에 의해 여러 가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내가 고려할 것들 (5명 미만)
1. 대표와 창업자
초기 스타트업은 당연히 창업자들의 역량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하고 있는 창업 분야에서 실전 경험이 충분하거나 엑싯 경험이 있는 대표라면 이번 스타트업도 잘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물론 투자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다.
2. 사수
성장을 기대하고 가는 것이라면 사수가 있는 것이 필수이다. 삽질을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누군가가 앞에서 끌어주거나 좋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초기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일한다는 것은 0.5x0.5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어느 정도 이상의 경험과 실력이 있다면 스스로가 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항목은 무시될 수 있을 것이다.
3. 보수(Reward)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보수와 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수란 꼭 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만으로 아무런 계약도 없이 일을 하는 때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계약에 관해 계속 흐지부지 얼버무리는 스타트업은 당연히 다른 것들도 잘할 리가 없는 스타트업이므로 빨리 탈출하는 것이 이롭다.
4. 급여가 밀린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당연히 자금난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그 만큼 급여가 밀리는 일도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이번달에 회사가 돈이 없다면 당연히 다음달에도 돈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달은 사정상 급여를 주지 못하고 투자나 다른 방법을 통해 다음달에 같이 지급된다고 하는 말은 반은 진실일 수 있지만 반은 의도치 않은 거짓말일 수 있다.
간단히 예를 들면 급하게 30만원이 필요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에 받기로 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 30만원이 없는 친구는 일주일 뒤에도 그 돈이 없어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같은 상황을 겪고 시간, 수천만원대의 금전, 정신적인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급여가 밀린다고 해당 스타트업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표나 회사에 대한 믿음, 나의 기여에 대한 믿음, 급여 외의 다른 보상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나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고 무얼 할지를 결정해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고려할 사항에 넣게 되었다.
5. 아이템? 글쎄...
나에게 아이템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 초기 멤버들의 팀워크와 역량만 받쳐준다면 아이템은 피벗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투자하는 기업들도 아이템보다는 구성원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어비엔비를 포함한 세상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피벗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낸 경우도 많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아이템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니모니 또한 썸원 이전의 프로젝트에서 피벗을 한 케이스이다.
6. 워라벨? 글쎄...
칼퇴, 유연근무, 적은 근무시간, 재택 근무…
초기 스타트업이 이러한 것들을 가져간다면 난 아마 입사하지 않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은 자본과 시간일 텐데 저러한 것들을 고려한다면 과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어느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빠르게 MVP를 제작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야만 일정한 궤도에 스타트업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해야할 것은 많고, 리소스는 모자른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초기일수록 상큼함 대신 시큼함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시간은 말 그대로 생명줄과 같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자금이 소진될 뿐만 아니라 세상의 니즈가 변하거나 경쟁자들이 먼저 그럴듯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간 안정적인 스타트업들을 찾아보는것이 더 적성에 맞을 수 있다.

자금 및 투자 문제, 잘못된 아이템 등으로 인해 스타트업이 실패한다. 이것을 직시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떤가?
물론 지금까지 나열한 항목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파괴되거나 뒤집힐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초기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한명 한명의 영향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큰 이점이다.
당연히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의 몫이며, 단순 느낌만이 아닌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며 좋은 선택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시큼한 곳에서 부대이며 하이 리턴을 기대해 볼 것인가?
상큼한 곳에서 우아하게 성장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
다만 어떤 환경에서든 얻는 것이 있다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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