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만에 내 손으로 집 지어보기 - 개발자, 디자이너 부부의 민박집 만들기 #3
지난 4월, 8일 동안 집을 한 채 지었다.
2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하루 10 ~ 12시간 씩 노가다(?)를 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경험으로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피라미드는 인간이 만든 것이 확실하다.

8일동안 직접 지은 집
어느날 아내가 이런 곳이 있다면서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이 영상을 보고 든 생각,
내 손으로 집을 짓는게 진짜 가능할까?
명색이 메이커인데 민박이든, 주택이든 건축하려면 내가 지식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건축도 결국 외주인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맡기면 나쁜 결과물을 받아보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내 손과 발은 뇌보다 빨랐다. 경쟁이 치열해서 입학 대기 신청을 걸어두었고, (운이 좋게도) 한 달 후에 건축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토요일부터 그 다음주 토요일까지 8일동안 20명(강사님들 포함)이 함께 6평 크기의 목조주택을 짓는다.
2개 팀으로 나뉘어서 건축을 하는데, 나는 우리팀 작업 반장이 되었다. (팀원들이 모두 우리 아버지랑 연배가 비슷했는데 모두 "반장님, 반장님" 하시며 대우해주셨다.)
하루만에 바닥이 만들어졌다.

사흘만에 벽이 만들어졌다.

나흘만에 지붕이 올라갔다. 나흘만에 구조 공사가 끝이 났다.

닷새째부터는 설비, 내외부 마감을 했고 마지막 날까지 80~90% 정도 완성을 시켰다. 아래 사진은 교육이 끝난 후 강사 선생님들께서 마무리까지 해주신 결과물의 내외부 모습이다.


결국 커뮤니티더라

건축학교를 베이스로 진행된 마을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자크르 마을
결국 커뮤니티였다. 말 그대로 건축 “학교”였다. (학교만큼 좋은 커뮤니티가 없다고 생각한다.)
8일동안 우리를 가르쳐주셨던 강사분들은 건축학교 선배님들이었다.
건축을 배우는 동안에도 동문분들이 계속 찾아오시는 것을 봤고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교장 선생님 내외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가르치는 우리도) 정통으로 건축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런저런 건축과 관련된 실전 경험을 하다보니, 작은 집 짓는 것 정도는 가르쳐 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거에요.
(우리 부부 혼자 이렇게 만든게 아니에요) 오신 분들(동문들)과 같이 고민해 가면서 같이 만들어 온거에요.
같이 고민했고, 같이 만들어 가고 있다.
건축 학교를 중심으로 가지 뻗은 다른 활동들도 모두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하는 것들이었다.
동문들만 가입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협동조합을 통해 단독주택 건축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동문들의 스스로 집짓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원한다.
동문들이 이주해서 살 수 있는 시골 마을을 만들고 있다.
교장 선생님 내외께서 지금까지 했던 사업들이 다 망했지만 건축학교는 아직까지 잘되고 있고 망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실제로 벌써 7~8년정도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건축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커뮤니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일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
단독주택 건축 과정, 건축 전후에 필요한 지식, 단독주택 건축 시장에 대한 이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시장과 관련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깐이지만 해봤다.
건축 배우러갔다가 커뮤니티 빌딩, 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사업이라는 키워드들까지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거 내가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는데,
어쩌면 몇 년 뒤에 진짜 민박집을 내 손으로 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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