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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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열심히 하는 파운더는, 옆 팀을 베끼는 파운더보다 늦다.

· 스스로를 노출시키곤, 본대로, 기계적으로 해라.

18개월짜리 딸은 쉽게 티나지 않지만, 내가 와이프를 대하는 모습을 순간순간 꼭 포착하고 저장해낸다. 퇴근한 내가 자기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딸에겐 이미 700일이 넘는 데이터가 있다.
딸의 어리숙해보이는 UI 이면에 CPU(?)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아이는 자신이 넘어졌는데도 바로 부모가 달려오지 않을것 같으면, 멀리 도망가 자신을 찾아줄때까지 벽을 바라본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했을때 조금 멋져 보이는 일을 했노라면, (예를 들어 머리핀을 스스로 꼽았다던지 등) 눈썹을 치켜들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발 뒷꿈치를 연신 들어댄다.
아이는 낯을 가리는 타인 앞에선 그토록 거부하던 밥을 한숟갈 정도 애써 먹는다.
그리고 다시 먹이려고 하면, 다른 곳을 손가락질 하며 내 관심을 돌린다. 남 앞에서 실증내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뜻으로 나는 읽힌다.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것, 부모의 말보다 그들의 행동이 더 진실된 데이터라는 사실을 얜 대체 뭘 보고 터득한걸까.

두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아이는 모든것을 보고 있었고, 분명 이미 모든걸 안다. 느낀다.

근데 이게 한창 OS를 설치중인 아이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일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고, 저장하고, 따라하게 하는 이 무시무시한 관측력이란걸 성인인 우리도 커리어에서 스타트업에서 활용할수 있지 않을까?

몰론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성장을 빨리 하려면 이런 인간의 관측력을 활용하면 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가, YC가 working model 인거다.

1️⃣ 제일 좋은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자.
가깝게 지내는 사람, 사용하는 언어, 생각체계, 심지어 느껴야할 바람직한 감정과 태도를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건 그냥 내가 사는 환경을 바꿔버리는거다.
나는 YC에 가기 전에 YC파운더들을 여럿 만나 인터뷰했고, YC에 준비하는 YC Seoul Meet up도 2018년 만들어 운영했었는데, 매일 먹고 자며 실리콘밸리 창업가들, 이쪽 생태계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던게 어느새 지금 내가 된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YC에 들어가서 노출된건 이런 것들이었다.
A. 최신 문화와 기술 트렌드 최앞단의 정신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자세, 그리고 그들의 문화.
B. 현시대 가장 효율적인 창업의 표본을 만들고 있는 날고 기는 창업가와, 이들을 믿어주는 투자자.
C. 창업과 투자 원칙, 방법론과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들.

솔직히 YC에서 느낀 흥분과 감격만큼, 이런 그들과 제대로된 소통을 할수 없다는 답답함, 수치심도 컸다. 그래도 일단 그 안에 있어야, 볼수 있는게 생긴다.
파운더여, 당신이 성장해야할 분야내 제일 좋은 곳에, 당신 스스로부터 갖다 놔라.

2️⃣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꾸역 꾸역 봐라.
똑같이 YC에게 인정받아 스타트업을 빌딩하고 있는 주변 배치 파운더들은 아무렇지 않게 프로그램에서 가르친 프레임워크들을 그대로 적용하여 서비스를 런칭했고, 고객을 인터뷰했고, 기계적으로 영업해댔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했다. 배아프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었다.

프레임워크는 같은 배치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지만, 정작 봐야 했던건 문서나 강의가 아니라 그걸 집에 가서 되든 안되든 실천하는 실행가들이었다. 좋은 개발자가 코드 치는 방식, 관점과 차원이 다른 세일즈 팀원이 콜하는 톤, 매번 기깔나는 UI를 뽑아내는 PM의 감각 등 사실상 스타트업 해자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행위가 문서로 전달될리 만무하다. 어떤 제약 조건에서, 어떤 옵션들을 두고 이러이러한 결정들이 어떤 픽셀 단위까지 내려졌는지 똑똑한 주니어라면 너무 너무 궁금하다.

딸이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더 진실된 데이터로 삼듯, 파운더도 옆 팀이 하는 말보다 하는 행동에서 훨씬 많이 배운다.

말 말고, 행동을 봐라.

3️⃣ 그리곤 그대로 베끼자.
베끼는건 따로 애쓸 필요가 없다. 제대로 볼수 있는데까지만 오면, 그대로 된다. 지나고 보니, 스타트업 프레임워크들을 있는 그대로, 꾸준히 적용하는 팀들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내가 YC에서 목격한 성공의 과정은 사실 한국에서의 성공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미국 시장은 더 공평하고 순진했고, 투명했다. 그래서 프레임워크대로만 하면 더 쉽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주관적이며 주체적인 내 관점과 실제 시장 현실의 괴리가 매우 컸으나, 결국
A. 내 관점을 내려놓고,
B. 옆에서 하는 팀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며,
C. 좁고 잦은 실행으로 그 괴리를 줄여가며 창업의 모멘텀이 생기게 되었다.

본대로, 기계적으로 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__

딸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삶의 역학을 터득하기 위해 오늘도
내가 와이프를 어떻게 대하는지,
밖에서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면밀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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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같은 working model을, 한국에서 미국을 준비하는 초기 팀이 처음부터 옆에 두기는 쉽지 않다. Founder Sprint에선 4주 동안 최대 10팀이 매주 두 번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실행하는걸 옆에서 보고 그대로 베끼며 가설과 ICP, 미국 진출 방향을 다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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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간다면, 20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커리어 조언 10가지.

1/ Leverage 말고, Arbitrage.
이직할때 흔히 레버러징을 얘기하는데, 주니어에게 레버러징은 위험하다. 입사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부풀려진 기대치를 계속 유지하는건 길게 보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가진게 뭔지, 시장에서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보고 가장 돋보일 곳에 놓는 Arbitraging을 하자. 내 경우,
A. 한국어, 영어 둘 다 네이티브.
B. 유전공학을 전공하며 연구실에서 배운 가설검증 방법론.
C.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 센스.
D. 발표와 세일즈.
그렇게 모두 스킬셋이 모두 필요했던, 한국의 작은 농업 ICT 스타트업에서 USDA 인증을 담당한 Head of ECommerce로 시작했다.

2/ 가리지 말고, 다 해보자.
MannaCEA 시절 B2B, B2G, B2C, F&B, Commerce까지 안해본 사업 영역이 없었다. 남들이 사업모델 하나 런칭할때 우리는 5-6개를 런칭했다. 지금 내가 스타트업에게 가르치는 내용과는 상반될수 있는데, 커리어 초기엔 깊이가 얕아서 쥘수 있는 레버리지가 범위밖에 없다. 업무 범위에 선 긋지 말자.

3/ 한 사이클은 끝까지 보자.
회사도 투자사도 통상 3년 이상의 경력을 선호하는데, 사업 사이클을 경험하는 최소 단위가 3년쯤 되기 때문이다. 1년차에 신사업을 준비하고, 2년차에 확장하며 성과를 확인하고, 3년차에 그 성과로 다음 신사업이나 피벗을 준비한다. 1-2년차에 나가는 경우를 보면, 무거워진 책임이나 바뀐 역할을 번아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꽤 많다.

4/ 대신, 내릴 역은 정해두자.
그럼 3년 동안은 그냥 버티라는 건가? 아니다. 일례로 종로5가역에 강연을 가는데 급행은 거기 서지 않았다. 구로역에서 미리 갈아타면 바로 앞 완행을 타면 되고, 종착역인 용산까지 가면 번잡한 플랫폼에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당장 갈아탈 이유가 없어도 제때 갈아타지 않으면, 열차는 종착지에 도착할 뿐이고 그땐 벌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5/ 지키려 할수록 뺏긴다.
겁이 많고 계산도 엄청 많이 하는 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한다. 가장 안전한 커리어 플레이북은 스타트업과 똑같이 업사이드를 보며 달리는 거다. 커리어도 보호하고 지키려고 할수록 더 쉽게 빼앗기고, 더 빠르게 도태된다.

6/ KPI와 상관없는 네트워킹은 줄이자.
주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성과를 만들어본 실무 경험이다. 실무는 꾸준히 쌓이고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나야 한다면, 얻으려고 말고 도와주고 싶어서 만나자. 되도록 윗사람보다 동년배나 후배를.

7/ 같은 리스크라면, 미국을 찍자.
한국 기준, 제대로된 커리어를 빌딩하려면 서울, IT라면 강남을 빼놓고는 엄두내기 어렵다. 유럽, 간혹 일본에서 커리어를 쌓고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같은 수준의 리스크라면, 미국이 10배, 아니 100배 낫다.

8/ 다른 업계 친구를 오래 두자.
6번과는 다른 얘기다. 내겐 정말 친한 친구가 딱 3명이 있다.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 100만 인플루언서로 일하는 친구, UN에서 일하는 친구. 많게는 15년, 적게는 11년 된 이 소수 친구들의 속성과 성격, 커리어는 결국 내 커리어의 평균이 되며, 그들의 인생을 더 깊게 알수록 그들이 십수년 터득한 플레이북이 내게 더 입체적으로 적용된다.

9/ 해본 만큼, 꾸준히 쓰자.
500에 들어가 2-3년이 되고 나서야 VC 관점의 글을 올렸다. 잦은 출장에 원격으로도 기업을 발굴해야 해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여파가 예상보다 컸다. 기업들이 먼저 찾아주는 초기투자자가 됐고, 지금의 Outsome은 그 꾸준한 글쓰기의 열매다.

10/ 크게도, 작게도 보지 말자.
실리콘밸리도 결국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삶의 현장이라는 결론에 이르는데 꽤 오래 걸렸다. 낮은 자존감은 내 앞의 상대를 과대평가하던지 과소평가하는 극단의 착시를 일으키는데, 투자자와 고객사 미팅에서도 어찌나 완벽히 작동하는지 놀랄 정도다.
그들도 사람이다.

적다 보니, 20대의 나에게만 할 말은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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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하는 액셀러레이터를 만드는 방법.

· 지원팀 하나에 1.2시간, 그래서 8기에 5~10팀만 뽑는다.

YC W20에 있을때, 오피스아워는 Bookface에서 우리가 직접 신청하는 거였다. 담당 파트너와의 1:1을 15분, 30분 단위로 잡고 스케쥴이 컨펌되면, 해당 시간에 정해진 오피스로 찾아가, 정해진 포맷 없이 바로 대면 대화가 시작됐다. 주변 배치 파운더들은 거기서 들은 프레임워크를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적용해서, 고객을 인터뷰했고, 기계적으로 영업해댔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했다.

근데 그때 배치가 197팀이었다. 팀이 200개 가까운데, 파트너들은 어떻게 한 팀씩 그렇게 붙잡을수 있었을까? AC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엔 좀 찾아봤다.

1️⃣ YC는 커질수록 쪼갰다.
YC 첫 배치는 8팀이었고, 한 배치가 100팀을 넘긴건 20번째 배치에 와서였다. YC가 직접 쓴 'Scaling YC'를 보면 팀이 늘때 제일 먼저 한게 배치를 작은 그룹으로 쪼개는 일이었다. 그룹 파트너가 3개월 동안 깊이 알수 있을 만큼의 팀만 맡게 하려는 거다.

지금 YC의 구조는,
A. 배치를 3개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을 다시 6-10팀짜리 섹션으로 쪼갠다.
B. 그룹 오피스아워는 2주마다, 1:1 오피스아워는 파운더가 원하는 만큼 연다.
C. 파트너가 모자라면 Visiting Group Partner를 데려와 채운다.

숫자로 보면,
S20 배치, 오피스아워 총 3,600시간 ÷ 약 200팀 = 팀당 18시간 남짓.

그리고 24년엔 1년 2배치를 4배치로 바꾸면서, 연간 팀 수는 그대로 두고 한 배치를 250팀 안팎에서 100팀 안팎으로 줄였다. 돈도 브랜드도 제일 많은 곳이, 결국 파트너가 깊이 알수 있는 팀 수로 돌아온거다.

YC는 파트너 수를 늘려서 이 비율을 지켜낸다. 초기 기업 진단 미팅을 내가 직접 하는 구조에선, 지킬수 있는 방법이 팀 수를 묶는 것 하나일듯.

2️⃣ 큰 AC는 진단부터 줄인다.
한국 기준,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는 팀을 많이 뽑을수록 수지가 맞는 구조인데, 매출이 느는건 당연하고, 포트폴리오 수가 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팀이 나올 확률도 자연히 커진다. 그러나 이런 구조의 문제는, 파트너를 늘리지 않고는, 사람 한 명이 쓸수 있는 시간은 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원팀 50-100개 × 진단 미팅 평균 1.2시간 = 60-120시간.
이게 한 기수를 뽑기 전, 진단 미팅에만 드는 시간이다.

팀 수를 늘리면서 이 시간까지 지킬 방법은 구조상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진단부터 가볍게 바꾸는 쪽으로 간다. 파트너의 시간을 들인 진단이 없다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파운더에게 간다.
프로덕트를 앞세워 ICP 없이 무턱대고 링크드인 DM을 수십, 수백개를 보내고,
VC 미팅 준비차 IR Deck만 여러번 수정하며, 프로그램 기간이 검증 없이 소진된다.
고로 진단 미팅은 줄일수 있는 비용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본체다.

3️⃣ 내가 만들고 싶은 액셀러레이터.
YC 초창기의 폴 그레이엄과 제시카 리빙스턴은 창업자들을 불러 저녁을 먹이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코치이자 조력자였다. Outsome을 시작할때 내가 붙잡은 질문도 비슷했다. 투자자보단 코치로써, 펀드만큼 깊이 파운더 여정에 임팩트를 끼칠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외부 자금이 아니라, 매출로 스스로 굴릴수 있을까.

5~10팀으로 묶으면 뭘 포기하나? 당장의 매출 말고는, 오히려 얻는게 더 많다.
A.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새로운 멘토를 붙이고, 커리큘럼을 실시간으로 고칠수 있다.
B. 한 팀에 내가 쏟는 시간이 늘어난다.
C. 팀 수를 채우느라 팀의 성공률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팀일수록 성과가 어느정도 리니어하게 따라온다. 이 기간만큼은 프로그램과 나에게 미쳐서 달려달라고 부탁드리는 것도 그래서다.

Before: "AI 기반 HR 솔루션으로 채용과 온보딩 프로세스를 혁신합니다."
After: "LA 지역 50-200인 물류회사 HR매니저가 신규 직원 온보딩에 평균 3주를 쓰고 있고, 이걸 이틀로 줄입니다. 파일럿 2곳, 리텐션 88%, ACV $24K."

이 Before에서 After로 바뀌기 시작하는 지점이 1.2시간짜리 진단 미팅이고, 그걸 4주 내내 끝까지 붙잡고 갈수 있는게 5~10팀이라서다.

그럼 나 같은 경우 매출은 어떻게 키우나? 작게 가니 오히려 밖에서 먼저 인바운드로 찾아온다. 대학교 같은 기관에서 소개와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리퍼럴로 들어오는 팀도 많아졌다. FS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시장에 테스팅하는 중이다.
· US Track, 이번 10월까지 3번, 16개 팀이 참가했고,
· Founder Workation, 40여개 팀

궁극적으로 Outsome은 펀드 모델이다. 정말 큰 엑싯은 프로그램 매출이 아니라, 이렇게 깊게 키운 기업에 투자해서 그 기업의 엑싯으로 만든다. 고로 몇 팀을 받느냐보다, 받은 팀이 얼마나 크느냐가 결국 우리의 숫자다.

비단 스타트업 파운더에게만 첫 2-3년 니치하게 가자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당장 나부터 작게 뽑고, 깊게 보자는 거다.

정리.
· YC도 커질수록 쪼개서, 파트너가 깊이 아는 팀 수를 지켰다
· 수를 늘리면 정확한 진단부터 타협된다
· 소수이면, 수용하는 만큼 성과가 따라오고, 소개와 엑싯으로 돌아온다

한국에서 첫 매출은 나고 있는데, 미국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에 아직 직함 단위로 답이 안 나오는 팀이라면, 그 질문을 1:1로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을 확률이 높다. 해당된다면, 지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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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스타트업의 생산성은 데스크에서 나오지 않는다.

· 만드는 속도는 이미 10배.

20대 초중반, 진천에 위치한 MannaCEA란 스타트업에서 10여명 규모의 팀을 이끌었던적이 있었다. 파운더들부터 팀원까지 모두가 20대인 우리 팀 문화는 기획이나 미팅을 좋아하지 않고, 무언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현장으로 가는게 핵심이었다. 20명 남짓한 회사에 팀원들 각각 법인차가 있었다.

Head of Ecommerce로 나는 그당시 우리가 수경제배로 키우는 엽체류 말고도 다양한 식자재를 우리 이커머스에서 판매해야 했는데, 작물을 키우는 인근 농장에 가 작물들을 직접 소싱하기도 했고, 오프라인 사업화의 일환으로 우리 작물로 메뉴를 만들어 Manna Kitchen이란 음식점을 이태원에 런칭하기도 했고, 이를 확장시켜 샐러드 도시락을 동대문 푸드트럭에서 바로 팔아보는 경험도 하게 된다. 현장성이 강조되다보니 농장쪽에 일에도 관여되어, 미생물학을 부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아시아 최초로 우리 수경제배 농장을 미국 USDA 유기농 인증을 받아내는 경험도 했었다.

월급이 많았던것도 아니고 서울에서의 직장생활도 아니었는데, 기획한 일이 바로 시장 반응으로 돌아오는걸 눈으로 실시간 볼수 있었던 그 환경이 나에겐 너무나 큰 성장 핵킹이었다.

생산성이 극대화 되었다는 바야흐로 Ai시대, 요즘은 나는 데스크 앞에서 자동화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스타트업에서의 생산성이란 무엇일까?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한다.

1️⃣ 만드는 속도는 이미 10배.
불과 2-3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빠르다는건, 대기업이 4-5개월 걸릴 일을 3-4주안에 내는 속도였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일주일을 넘어가면 안되는 수준이 되었다. 우리가 투자자를 설득하고 있는 반나절 동안, 잘하는 팀들은 기능 3-4개를 런칭해 테스팅하고 있다. 체감상 10배는 빨라졌다.

근데 MVP가 하룻밤이면 나오는 세상에선,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상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한다. 만들수 있느냐보다 시장에 닿을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거다.

내 데스크 위의 자동화도 비슷하다. 자동화는 만들고 정리하는 쪽의 속도는 확실히 올려주긴 하는데, 적어도 초기 팀 기준으로는 고객 반응이 돌아오는 속도까지 같이 올려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듯 하다.

그럼 진천에서 나는 왜 그렇게 빨리 컸을까? 말할 시간에 바로 운전해서 농장에 갔고, 기획할 시간에 우리 작물로 메뉴를 만들어 이태원에서 테스팅했고, 샐러드 도시락은 푸드트럭에서 바로 팔아봤다. 기획에서 고객 반응까지, 원자로 이뤄진 현실세계에서 내 판단이 물리적인 세계에 부딫히는 한바퀴가 짧을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만든 개수로 생산성을 재지 마라.

2️⃣ 생산성은, 고객 반응이 돌아오는 횟수다.
실리콘밸리식 런칭은 완성의 순간이 아니라 학습의 시작이다. 제품 완성도보다 데이터 루프, Iteration 속도가 중요하고, 런칭일은 피드백을 수집하는 날이다. 고로 스타트업의 생산성은 하루에 몇시간 일했는지보다, 이번주에 기획한 일이 몇번 고객 반응으로 돌아왔는지로 재는게 맞다고 본다.

함정은 AI가 기획을 거의 공짜로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덱도, 리서치도, 자동화 플로우도 데스크에서 끝없이 나오니,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든다. 근데 과한 기획은 현장에서 부딪히는 과정에서 내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내가 짜놓은 틀에 맞춰야 하니까, 애초에 내가 원하는 답만 들린다.

특히 아래 세가지는 데스크에서 절대 안 나온다. 설문조사로도 못 하고, 비대면 줌콜도 위험하다.
A. 고객이 왜 우리 솔루션을 찾아왔는지.
B. 이 문제가 왜 유독 해당 고객에게 아픈지.
C. 어떤 대안을 시도했는지.

데스크 리서치는 이런 대면 인터뷰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준비 과정이다.

데스크에서 끝내지 마라.

3️⃣ 아낀 시간은 현장으로.
요즘 잘하는 팀들을 보면, 신기능이 대거 개발되고 있는 와중에 파운더들은 발로 뛰며 영업하고, 제안서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된다. AI가 만드는 동안, 파운더는 밖에 있는거다.

그때 우리에게 법인차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에겐 AI가 있다. 둘다 결국 고객 앞에 더 빨리 가라고 있는거다.

데스크에서 아낀 시간은, 현장에 쓰자.

AI로 만드는 시간은 줄었는데 기획한 일이 아직 고객 반응으로 한번도 돌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필요한건 데스크보다 현장이다. Founder Sprint는 4주 동안 팀의 가설, ICP, 미국 진출 방향을 빠르게 다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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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들이 자주 하는 습관 9개, S부터 F급.

1️⃣ 매주 고객 인터뷰하기, S.
초기 Founder가 회의실에서 10시간 고민하는 것보다 고객 10명 만나는게 훨씬 낫다. 좋은 Pivot도 대부분 전략 회의가 아니라 고객 대화에서 나온다.

2️⃣ LinkedIn 1일 1포스팅, C.
약간 밥먹는거 운동하는거랑 비슷하다. 사업에 엄청 크리티컬은 하지 않지만, 그냥 깔고 가야 하는거. Founder가 직접 Distribution을 만드는건 지금 가장 싸게 할수 있는 Marketing이고 Fundraising이다. 근데 콘텐츠 만들다가 Product 만드는 시간/인터뷰 시간이 줄면, 바로 D.

3️⃣ 주 2-3번 Networking Event 가기, D.
Customer가 있는 행사면 가라. 근데 Founder들끼리 명함만 주고받고 "오늘 Networking 많이 했다" 하고 돌아오는 거라면 의미 없다. 그 시간에 고객 한 명 더 만나자.

4️⃣ 매달 Investor Update 보내기, C.
이것도 기본으로 깔고 가는 행위이다. 숫자가 안 좋을 때도 보낼수 있어야 한다. 좋을 때만 연락하는 Founder보다, 안 좋은 숫자와 다음 Action까지 공유하는 Founder를 투자자는 더 오래 지켜볼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라운드는 업데이트만으로는 부족.

5️⃣ Co-founder랑 매일 15분 Sync, B.
15분 아끼려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한 달 달리는게 더 비싸다. 초기엔 Alignment 자체가 속도.

6️⃣ PMF 전에 마케팅 대행사부터 쓰기, 완전 F.
고객이 왜 사는지도 모르는데 광고비부터 늘리면, 안 팔리는 이유를 더 비싸게 배우는거다. 먼저 직접 팔아보자.

7️⃣ Traction 없이 VC 50명에게 Cold Email, F.
Fundraising을 하는게 아니라, 나중에 쓸 Intro 기회들을 미리 소진하고 있는것. 투자자가 다시 볼 이유부터 만들자.

8️⃣ 하루 12시간, 주 6일 일하기, A.
초기에만 그런 시기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다. 이렇게 올인할수 있다면 그냥 계속 그렇게 가야한다. 적어도 3-4년은. 그렇게 하는 팀의 성과가 다르더라.

9️⃣ 경쟁사 매일 확인하기, D.
정신건강에 안 좋다. 경쟁사가 뭘 출시했는지는 참고하면 되지만, 고객이 왜 돈을 내는지는 직접 알아내야 한다.

그럼 딱 하나만 매주 반복해야 한다면? 매주 고객 인터뷰.

고객을 만나고, 뭘 원하는지 확인하고, 만들고, 돈을 받을수 있는지 확인하자.
그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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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루틴 91%를 찍은 달, 와이프에게 칭찬은 몇 번 했을까.

· 칭찬에 메마른 사회.

오늘 아침, 분주하게 헬스 루틴을 끝냈다.
가슴 근육 통증이 있어 벤치프레스도 원껏 못하고 대충 씻고 마무리하려는데, 탈의실에서 마주친 나이 지긋한 주민분이 말을 거신다.

"아 뒤에서 보니 몸이 아주 좋네. 내 손주가 평택 오산에서 공군부사관인데, 이번에 바디빌딩 챔피언을 준비하고 있어.."
예상한 것보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5-10분간 이야기에 열심히 호응해 드렸다. 불과 몇 개월 전에도 나를 붙잡고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 건지, 손주가 그만큼 자랑스러우셨던 건지.. 그런데 그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잘 모르는 분에게 칭찬을 가만히 듣고 있는 내가 어색했지만, 결론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곤 그분께도 훌륭한 손주 두셨다고 말씀드렸다.

기분을 좋아라하는 나를 보며, 우리 와이프는? 딸은? 어제 내가 만난 파운더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 얼마나 칭찬에 메마른 삶을 살고 있나. 얼마나 칭찬을 빚지며 살고 있을까. 돈도 들지 않는 이 칭찬이란 게 내가 몸담은 한국 사회에, 실리콘밸리 창업 신에 더 많이, 더 자주 보이면, 그 경제적(측정된다면) 가치를 환산할수 있을까 싶었다.

칭찬이 빠진 자리는 그냥 비어 있지 않는듯 하다. 이번 추석 연휴(9/24~27) 경찰에 들어온 가정폭력 신고는 하루 평균 1,294건으로, 평소 909건보다 42.4% 많다. 연간으로 봐도 2023년 23만 830건에서 2025년 28만 9,368건으로 2년 새 25% 넘게 늘었다.
우리는 매일을 이렇게 강팍하고 바쁘게, 메마르게 살아간다.

1️⃣ 생산성 91%, 화평 80%. 숫자가 좋았던 달에 놓친 것.
이번 달 루틴헙은 생산성 수치는 좋았지만(mirror 루틴 제외시 91%), 기대만큼 화평을 잘 지킨 달은 아니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밀린 예방접종까지 맞으며 홍역을 치러야 했고, 심지어 나까지 이상한 목감기에 컨디션 난조, 와이프는 역대급으로 바쁜 스프린트+컨퍼런스 일정에 눈코 뜰 새 없는 9월이었다. 링크드인에 이럴 때도 글을 올려야 하나, 이럴 때도 큐티하고 성경 읽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다. 근데 그 9월을 끝낸 오늘, 10월 1일이 기어코 오더라. 당신에게도 찾아왔지 않았나.

일단 10월 첫날인 오늘 당장, 칭찬에 메말랐을 와이프에게 칭찬을 듬뿍 듬뿍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 9월 루틴헙 결산
· 8월엔 9월 목표를 따로 적지 않았다. 대신 8월에 무너졌던 몸 쪽 칸 중 산책이 제일 크게 돌아왔음. 48% → 90%.
· 그 사이 7월, 8월 연속 만점이던 화평이 처음으로 깨졌다.

Overall
· 평균 루틴 성공률: 84% (MoM +1%p)
· 90% 이상 달성: 6/10 (8월 5/10 → 9월 6/10)
· 성경, 기도 총 1,569분. 8월 1,739분보다 170분 줄었고, 정확히 30/30으로 찍힌 날도 8월, 25일 → 9월, 16일로 줄었다.
· 헬스, 글, 산책, 콜드샤워 4칸이 통째로 빈 날은 9/5 하루뿐.

Highs
· 산책(90%): 8월 48% → 9월 90%. 최대 상승폭(+42%p). 날씨.
· 헬스 74% → 80%, 글 77% → 80%. 8월에 꺾였던 칸들이 조금 다시 올라옴.
· 성경(100%), 기도(100%), S5(100%), L1017(100%).

Lows
· 화평(80%): 8월 100% → 9월 80%(-20%p). 9/9~9/13 5일 연속 공백, 9/26에 한 번 더 비었다.
· Mirror는 네 번 찍고 9/6 이후로는 한 번도 못 찍었다.
· QT 100% → 97%. 9/5 하루 빔.
· 기도는 추석 연휴 중에 9/25 11분, 9/26 10분, 9/27 2분까지 내려갔다.


· 생산성에 도움이 필요한 파운더분들이 있다면, 현재 사용 중인 RoutineHub 템플릿(2026 ver.) 공유드립니다. 댓글에 이메일 남기시거나 D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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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리텐션이 좋아도, 그 이후를 말 못한다면 파트너 미팅을 넘기 어렵다.

· 지표가 좋다면, 그 원인까지 알자.

심사역때, 6-7개월 정도 팀에 붙어서 멘토링하며 빌딩 중이던 딜이 있었다. 제조 수리업 분야의 Vertical SaaS였고, OCR과 머신러닝을 적용한 OS를 대규모 프렌차이즈들과 제조사들에게 적용시키겠다는게 가설이었다.

하우스 이벤트에도 파운더를 초대해 미리 파트너와 심사역들에게 인사시키고, 몇주 후 IC에 올렸다. 파트너 미팅이 잡혔다. 첨언하면, 파트너는 쿡킹된 딜, 그러니까 내 심사역의 리소스가 상당히 들어간 딜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 심사역도 그동안 다른 딜을 못본거니, 은근 부담되는 자리가 된다.

고로 이쯤되면 심사역과 파운더는 한팀으로 움직이며, 마치 CSO로써 IR 미팅 전에 파운더에게 여러 번 가이드를 드리게 된다. 이번 IR의 경우, 현재 트랙션이 대기업과의 POC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과의 매출 정도였고, 극초기 딜인 것과 파운더가 IR 카리스마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빠른 사업단의 실행력과 프로덕트 Moat로 승부를 내야 하는 케이스였다.

1️⃣ 좋은 숫자는 다음 질문을 부른다.
그렇게 IR이 진행된다.

피터: "파트너님, 이번에 제가 소개드릴 팀입니다. XX님과 더불어 총 3명의 코파운더분들은 S대 출신, 데이터분석 분야로 획은 그었던 기업에 오랜기간 함께 일하셨고, 현재 제조 수리업 분야 SaaS를 만들고 계세요”.

미팅이 진행되고, 팀소개, 트랙션, 팀 장표까지 무난하게 지나 이제 시장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파트너: “초기 트랙션도 있고, 기술력도 있는거 같아요. 근데 대표님은 왜 이 분야를 탭핑하신거에요?”

이 경우, 위 질문의 의도를 아래 3가지 정도로 유추하고 대응할수 있는데

A. 큰 그림을 잘 모르겠다.
대응법: Wedge. 현 프로덕트에서 모이는 데이터/인사이트가 어떤 인접 분야/시장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단계별 새로운 인사이트 제공.

B. 팀을 보니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닌거 같다.
대응법: Founder-Market Fit. 사적인 네트워크 또는 파운더 본인의 스토리로, 이 업계에 어떻게 발담그게 됐는지, 어떤 문제를 포착했는지 감정을 담아 설명하고, 질문자가 처음 들어봤을만한 새로운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C. 시장이 작아 보인다.
대응법: Why now. 고객 수 × 단가로 계산한 바텀업 시장 규모를 제시하고, 왜 지금 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지를 근거와 함께 짚어준다.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한데, ‘다 안다’ 보다는, ‘생각한 부분이고, 여기까지는 생각했다’ 정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위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파운더는 페이스를 잃었고, “좀더 자료를 준비해보겠습니다”는 식의 답변으로 IR이 마무리 되었다.

2️⃣ 내가 딜마다 리텐션 노하우를 반드시 묻는 이유.
결국 딜은 해당 기간에 투자까지 가지 못했고, 다른 하우스가 추후 투자하게 된다.

투자자 자리에 앉아보면, 팀이 뽐내고 싶은 좋은 숫자란게 결국 다음 리스크에 대한 VC 질문의 시작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잘하는 팀은 이럴때 사용할수 있는 카드들을 여럿 준비하고, 제때 활용해야 하며, 카드들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해야 한다.

어떤 IR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기는 법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리텐션이 좋다면,
A. 왜 (어떤 깊은 문제들이 풀리고 있길래) 그런지 반드시 알아야 하고,
B. 그 좋은 리텐션이 사업을 next step으로 확장하는데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말할수 있어야 한다.

3️⃣ 챌린지에 에너지가 드는 미팅.
이유가 빠진 숫자를 들으면, 투자자는 그 이유를 직접 캐묻느라 챌린지를 하게 된다. 미팅을 하고나서, 창업가의 일방적인 논리를 듣고 챌린지하는데에 상당한 에너지가 쓰였다면, 거의 모든 경우, 좋은 딜이 아닌게 된다. 좋은 창업가와의 대화는

첫째, 중립적이며 관찰적(?)이고,
둘째, 상식적인 의견들의 취합이기에 물흐르듯 진행되고,
셋째, 편하게, 서로가 배우며, 스스로 설득되며 진행된다.

그날 파트너 미팅은 애매한 미팅류에 속한다. 그래도 완전 아닌것 보단 나은데, 그렇다고 딜을 미스한다고 해도 그리 아쉽지 않은. 소개를 받는 딜들중 70-80%가 여기에 속한다.

정리해보자.

· ‘좋은 트랙션이 있다’로 끝나면 안된다.
· 리텐션 숫자보다, 그 숫자를 지켜낸 노하우에서 우리 깊이를 어필하자.
· 좋은 IR은 팽팽한 공방전이 아니라, 양쪽이 스스로 설득된다.

지표가 있다면, 투자자는 숫자보다, 그 다음이 궁금하다.

라운드를 돌기 전, 리텐션 숫자 다음 문장을 만들수 있는 가장 비싼 시간이다. Founder Sprint는 이 시기에 팀의 가설, ICP, 미국 진출 방향을 빠르게 다시 검증한다. 지금이 그 시기라면, FS에서 같이 뜯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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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게으른 파운더가 A급 실무자보다 사업을 더 잘한다.

· 기술자 모드에 갇히는 파운더.

24년 500의 팔로알토 Founder Retreat을 맡던 중이었다. 파운더, 정부 및 재단 담당자들, 500 US와 코리아 팀까지 수십여명, 그동안 내가 진행해온 Retreat 중엔 큰 규모에 속한 배치였다. 일당백하는 리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획하고 리드해야 했는데, 시작되면 변수가 쏟아지는 Retreat은 업무상 J성향이 되는 나에게 무지 힘이 들었다. 한번 내려놓기 시작하니 다음 날 내려놓아야 할게 더 많아졌다. 그럴때 마다 매우 아팠지만(?), 내려놓는게 더 쉬워지더라. 그렇게 2주 뒤 한국으로 돌아와 매일 가던 카페로 출근하다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조급함을 버리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 해 여름 우리 프로그램 팀은 단 3명이었고, Seed X4에 지원한 약 200여개 기업을 2주 동안 리뷰하고 인터뷰해야 했다.

게으른 파운더가 잘 한다는 표현은 특히 내가 보는 초기 팀들 기준으로는 맞는 경우가 많다. 똑똑한 창업자는 연 10억 언저리 까지는 마케팅 카피도 웬만한 외주보다 잘 쓰고, 엑셀도 더 실무적으로 다루고, 투자자와 고객 대응도 더 논리적으로 해내는데, 벤처화가 시작되는 구간부터 (팀원 수로는 20명쯤이 넘어가고, 연매출 20-30억을 넘는 구간) 이 슈퍼맨이 당황하기 시작하는거다. 하루는 24시간인데 투자라운드도, 전략도, 팀관리도 해야 한다.

이럴때 실무는? 그는 그럼에도 혼자 다 하길 원한다. 다른 팀원이 퀄리티를 타협하는 꼴을 견디기 힘드니까. 머릿속에서 “이 일을 이렇게 멀리 돌아가며 맡길바에 지금 내가 20분 투자해서 더 정확하게 깔끔하게 하자”가 매번 반복된다.

1️⃣ 기술자 모드에 갇히는 이유.
Gerber는 The E-Myth Revisited란 책에서 창업자가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하는데, 동의하는 바이다.
A. 시장을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Entrepreneur
B.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Manager
C. 일을 직접 해내는 Technician

첫 고객 몇 곳까지는 C를 직접 해야만 한다. 근데 C에만 취중하면 안되는 상황은, 부지런하게 일한 당신이 벤처화해야 할때 반드시 찾아온다. 메이저 투자 라운드는 당신이 사이드로 병행해서 되지 않고, 5 figure에서 6 figure 어카운트를 클로징하는것은 당신이 개발을 병행하면서 될수 없다. 우리 사업의 넥스트를 그리는 일도, 때로는 수개월간 파운더 당신의 온전한 집중을 받아야 정착된다.

고로 C에 갇혀 있는 경우가 훨씬 더 큰 문제다. 직접 코드 짜고, 직접 영업하고, 직접 고객 대응하는등, 겉보기엔 열정적인 매일의 일상이, 자기 자신에게, 나아가 우리 사업에게 가장 큰 병목이 된다.
한 SaaS 창업자는 초기 고객 5곳을 모두 직접 홀로 잡았다. 첫 계약은 밤새 만든 PPT로, 두 번째는 지인 소개로, 세 번째는 콜드메일 300통으로. 세일즈 팀원은 이 과정에 개입된적이 없으니, 그 과정을 재현할수 없었고, N+1번째 고객부터 성장이 멈췄다.

내가 다시 안 해도 되게 만들어라.

2️⃣ 게으르면 위임을 배운다.
위임의 핵심은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업무들’을 어떻게 빨리 돌아가게 하는지 터득하는건데, 그래야 파운더 본인이 잘할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스타트업에 들어온 야심 많은 팀원 그 누구도, 대표가 골조를 다 만들어낸 IR Deck의 그래픽 작업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

위임은 자세라기 보다는 연습이고 훈련이다. 파운더 재능의 에센스를 짜내서 팀원이 그대로 복붙 실행할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들려면 문서화, 이슈대응 프로토콜, 자동화가 필요한데, 이는 많고 꾸준한 시간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팔로알토에서 매번 아팠지만 내려놓는게 더 쉬워졌던 것도 같은 이치였던거 같다.

하나씩 내려놔라.

3️⃣ 게으른 것과 현장에서 빠지는 건 다르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는 2005년, 이미 연매출 수조원대 회사를 만들고도 CEO 자리에 복귀해,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관리, 현장 M&A까지 직접 다 뛰어다녔다. 이는 위임하라는 얘기와 정반대처럼 들리는데, 게으른 파운더가 손을 떼는 건 반복 업무지 현장이 아니다. 내가 보는 Founder Mode는 자동화된 상태에서 대표가 언제든 실무로 투입되어 QA를 스스로 납득되는 수준으로 올려내는 사이클이며 시스템이지, 추상적인 마인드셋 같은게 아닌거다. 반복을 내려놓은 파운더가 붙어야 할 곳은

· 신규 고객 발굴, 기존 고객의 업셀링과 크로스셀링
· 투자자 핸들링
· 큰 고객사의 컴플레인, 핵심 팀원의 퇴사, 경쟁사 신규 기능 대응 같은 예외적인 일
이다.
스케일 단계부터는 이 중 예외 구간이 창업가 업무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게 정상이다. 반복도 쌓여야 넘길수 있는데, 나도 500에서 같은 형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만 수십번 돌리며 지금의 Outsome이 나왔다.

반복은 넘기고, 예외에 붙어라.

창업자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고 자아가 커서 감당하는게 버거운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내려놓는다는건 결국 그 자아와 매일 싸우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창업자는 그 누구보다, 매일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아프더라도, 오늘 하나씩 내려놓자.

매출 연 10억 언저리, 혼자 다 해내던 방식이 막히기 시작하는 구간이 Technician 모드에 머무는 비용이 가장 커지는 때다. Founder Sprint에선 이 시기에 가설과 ICP, 미국 진출 방향을 4주 안에 다시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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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먼저 할 필요는 없습니다.

·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는다.

얼마 전 Bloom 커뮤니티 X Airwallex 행사에서 연사로 서게 되었다. 대담 후반에 모더레이터분이 물었다. "미국에서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결국 신뢰의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미국을 1순위 시장으로 꼽은 분들이 제일 많던 자리라, 다들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었을거다. 질문의 전제부터 뒤집어보자.

"아무도 여러분한테 묻지 않으면 얘기하지 마세요. 한국에서 왔고 11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있는데, 등 얘기하지 마세요."

미국에 와서 스몰토크를 해야 하는 한국 파운더 입장에서 가장 편한 대화주제를 빼라는게 좀 불편하게 들릴수 있는 얘기이긴 한데, 미국에서 첫 B2B 미팅을 잡는 초기 팀 기준으로는, 출신을 먼저 밝혀서 득을 보는 경우는 없다. 이렇게 하면, 대화가, 나아가 관계가 가벼워진다.

오늘은 그 이유와, 그럼 언제 진짜 현지 회사가 되면 되는지를 얘기해보려 한다.

1️⃣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워낙 동질적이라 베트남 등 비슷하게 생긴 동얀권에서 온 사람들도 한눈에 보이는데, 미국은 아니다. 베트남 억양으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 시민권자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새삼스럽게 출신을 얘기하는건, 억양도 외모도 신호가 안 되는 곳에서, 굳이 내가 먼저 "한국에서 왔다"는 신호를 켜는 셈이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

“11월 7일까지 있어요."

이런 류의 말이 나오면, 상대 입장에서 나는 고객/ 파트너 후보가 아니라 일주일 뒤에 떠날 방문객으로 각인된다. 이건 빼박이다. 곧 떠날 사람한테 자기 회사 문제를 털어놓을 이유는 거의 없지 않나.

그럼 뭘 먼저 말하나? 차라리 말을 말아라.
침묵을 버티는거라도 적응이 되어 이젠 가능하다면, 상대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 그리고 우리가 그걸 어떻게 풀고 있는지를 얘기하라. 내가 늘 하는, 수단 말고 목적을 팔라는 얘기와도, 결국 같은 얘기다.

묻기 전엔, 꺼내지 마라.

2️⃣ 힌트는 웹사이트에서 먼저 샌다.
말을 아껴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흔적이 다른데서 새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 나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A. 명함은 들고 다니지 말고, 웹사이트로 대신한다. (명항을 안쓴다)
B. 웹사이트 하단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한글/영어 주소가 박혀 있다면, 이를 미국 주소로 바꾸거나 아예 지운다.
C. BTS, 김치 얘기로 아이스브레이킹 하지 않는다. 현지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매일 봐서, 오히려 진지하게 안 보인다.

(속이라는게 아니다. 묻지 않은 정보를 먼저 꺼내지 말라는거다.)

재밌었던건 그날 Airwallex의 Yuna Kwon님의 결론도 같았다는거다.
결제와 송금을 매일 보는 분이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냥 현지 사업자인 척, 굳이 해외 사업자 티를 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영문화된 도로명 주소부터 지워라.

3️⃣ 법인은 입금 다음이다.
그럼 진짜 현지 회사, 미국 법인은 언제 세우나?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A. 계약이 체결됐고,
B. 한국 계좌로 3,000달러든 5,000달러든 실제로 받아봤고,
C. 그런 구매가 다른 고객에게서도 일어날 것 같을때.

델라웨어 법인을 만드는 순간부터 프랜차이즈세와 주 세금을 비롯해 서너가지 신고가 따라붙고, 현지 세무사 비용만 연 200~300만원이 나가는데, 매출이 없는 상태에선 그 돈을 태울 이유가 거의 없다.

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법인이 꼭 필요한 절차가 생기는 그때가, 세울 때다.

매출 없이 법인부터 만들지 말자.

정리.

· 묻지 않으면, 한국에서 왔다는 말도 언제 돌아가는지도 먼저 꺼내지 않는다.
· 명함 대신 웹사이트, 한글 주소는 영어로 바꾸거나 지운다.
· 법인은 계약과 첫 입금이 반복될 것 같을때 세운다.

우리가 내뱉을 첫 문장을, 고리타분한 우리의 출신 이야기 말고, 상대의 문제로 채우자. 상대의 티셔츠에 대해 칭찬하는것도 좋겠다.

_

위 세일즈 첫 문장을 실제로 나와 함께 뱉어볼 자리가 이번 수요일 저녁에 있다. 참석하는 파운더가 60초 동안 뭘 만들고 있는지, 트랙션이 어디까지 왔는지, 누가 첫 B2B 고객이 될지를 얘기한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 없이, 그 숨막히는 60초를 채울수 있는지, 같이 해보자.

2.5만명 User를 채운, Outsome FS6기 Manyfast - Software Planning AI 허재혁(Leo Heo) 대표가 PLG에서 Enterprise Sales로 넘어간 얘기도 직접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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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하세요? 그럼 무료로 절대 풀지 마세요.

· 초기 고객에게 공짜로 주면, 매출보다 정보를 먼저 잃는다.

“올 연말까지 유료화하려 합니다."
“…음, 대표님, 내일 유료화해보세요."

IR콜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대표님 표정이 잠깐 굳었던걸 기억한다. 무리한 요구처럼 들렸을수도 있겠다. 프로덕트의 방향에 대한 내용도 아니고, 투자 라운드에 대한 조언도 아니다. 가뜩이나 예민한, 무려 고객에게 돈을 받는 일을 이렇게 대충 얘기한다니.

아직 제품이 덜 다듬어졌고, 고객도 몇 없고, 지금 돈 얘기를 꺼내면 그나마 있는 사용자도 떠날 것 같았을테니까.

그 마음을 안다. 나도 오래 믿었다. 공짜로 뿌려서 먼저 쓰게 만드는게 순서고, 유저, 레퍼런스 수가 쌓이면 돈은 따라온다고. 그러나 그 순서로 가면 매출만 늦어지는게 아니라 피와 살이 되는 정보가 먼저 사라진다는걸 나중에 알았다.

1️⃣ 유료화는 매출이 아니라 데이터.
왜 돈돈 거리나? 돈을 받는 순간 네개의 데이터가 한꺼번에 답으로 돌아온다.
A. 돈 낼 가치가 있나,
B. 고객군 중 누가 지불 의향이 있나,
C. 그중 누가 가장 많나,
D. 그가 얼마를 낼 의향이 있나.
나는 이중, B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머리 상상 속 존재를 실제로 눈으로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다는것.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우리가 앞으로 평생 다뤄야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관찰하게 된다는것. 더이상 내안에 답이 없고, 돈을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 인지하게 되는점.

그럼 무료 사용자한테 물어보면 안 되나? 물어볼 순 있는데 답이 같은 값으로 안 온다. 이 제품에 아무것도 걸지 않았으니 가볍게 쓰고 가볍게 의견을 낸다는게 문제다. 유료 고객은 다르게 묻는다. 그 건을 올린 사람 이름이 결재선에 남아있으니 이 제품이 진짜 문제를 풀어주는지 깊게 파고든다.

팀 내부 점검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료 사용자 수만 크면, 내가 먼저 확인하는건 그 수가 아니라 왜 아직 아무도 돈을 안 냈는지다. "아직 안 물어봤다"면 실행 리스크로 적고, "물어봤는데 안 냈다"면 제품과 시장 리스크로 적는다. 앞쪽은 이번 분기에 지울수 있고, 뒤쪽은 라운드 하나가 필요하다.

무료 유저 서빙은 서버비만 아니라 온보딩과 CS, 기능 요청 대응까지 팀의 제일 비싼 시간을 태우는 지출이다. 가격 정보는 한 줄도 안 쌓인다. 같은 Runway를 태워도 무료로 태운 쪽엔 사용자 수만 남는거다.

한국은 무상 PoC가 당연한 관행이라는 얘기, 대기업 구매팀 상대해본 대표라면 다 아는 얘기고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백번 양보해서, 그 자리에서 받아낼 대가가 꼭 돈일 필요는 없다. 현업 부서 리소스를 얼마나 배정받는지, 데이터를 얼마나 열어주는지도 사실상 값이다. 금액을 못 받으면 그 리소스라도 계약서에 박아두자.

2️⃣ 미국에선 공짜가 호의로 안 읽힌다.
공짜 말고, 깎아주는게 훨씬 좋다. 체감상 무료 PoC는 고객도 투자자도 진지하게 안 본다. 게다가 $5k에서 $10k는 담당자가 procurement 없이 재량으로 승인해서 내부 리소스를 배정한다. 고로 첫 거래는 작게라도 끊자.

계약서엔
A. 파일럿 기간(30일~),
B. 수치화한 프로젝트 성공 기준,
C. 넘기면 연간 계약으로 간다는 조항,
D. 파일럿 비용 차감.
이 네 가지만 넣고, 사인은 담당자 말고 예산 쥔 사람과 하자.
할인을 해야 하는 경우엔, 예를 들어 정가가 $20,000라고 하면, 첫 3개 고객에게 $5,000로 풀어줘도 된다.
여기선 깎아주는 형태로는 쓰지 말고, 정가는 계약서에 그대로 박고, 차액은 로고 사용권과 케이스 스터디, 레퍼런스 콜과 맞바꾼 Design Partner 조건이라 적어도 된다. 한번 내려간 가격은 갱신 때 다시 못 올리는 경우가 많고 미국 VC는 그 갱신 숫자를 NDR로 보기 때문이다.

3️⃣ 돈보다 먼저 받아내야 하는 전리품이 있다.
POC와 유료 고객에게서 뜯어내야 하는 목록을 중요도 순으로 추려본 적이 있는데, 1위는 고객이 타사 제품과 비교해준 경쟁 분석 자료다. 돈 쓰는 쪽은 왜 우리를 골랐는지 내부에 설명해야 하니 비교표를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공동 2위가 레퍼런스 요청과 선주문,
3위가 고객 사례 연구다. 전부 돈을 낸 고객만 준다. 공짜로 쓰는 사람은 경쟁사와 비교해주지도, 이름 걸고 추천해주지도 않는다.

정리.
· 유료화는 매출 이벤트라기보다 질문에 가깝다
· 한국의 무상 PoC 관행에서도 리소스 배정은 받아낼수 있다
· 경쟁 분석 자료와 레퍼런스는 돈 낸 고객만 준다

지금 쓰는 사람마저 떠날까봐 가격표를 못 붙이는 마음, 이해된다. 그래도 이번 주에 한 곳만 골라서 내일 유료화해보자.

그 "내일"을 4주 안에 실제로 돌려보는게 Founder Sprint 8기가 하는 일이다. 무료 사용자 수 말고, 첫 $5k가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같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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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부모님 사진관의 최대 매출원은, 결국 사진이 아니었다.

추석이다. 명절이면 아무래도 가족 얘기를 하게 되는데, 오늘은 내 첫 사업 선생님이었던 부모님 얘기를 해보려 한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은 남아공 타운십(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만들어진 흑인 집단 거주지)에서도 사진관을 하셨다. 버스 정류장, 슈퍼마켓처럼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자리에 가게를 두셨는데, 주고객이던 전문 사진기사들뿐 아니라 그냥 지나가던 행인들에게까지 커피와 간식, 앉을 자리를 무료로 내주셨다. 방학이면 나도 가게에 나가 일을 거들었다.

1️⃣ 같은 사진종이를, 앉아 있던 손님에게 팔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네였는데도, 결혼식이나 졸업식 같은 날은 물론이고 평범한 날에도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남기고 싶어했는데, 커피 한 잔 받아 들고 앉은 손님들은 사진을 찾으러 왔다기보다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러 왔다.

그렇게 앉아 있던 손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 핸드폰 속 사진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핸드폰 사진을 블루투스로 옮겨 뽑아주자고 제안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났다.

숫자로 돌려보면, 일반 사진 한 장 2란드 (당시 200원). 블루투스로 옮겨 뽑는 사진 한 장 7란드.
종이원가가 큰 사진사업에서 똑같은 종이 한 장으로 마진이 3-4배 남았다.
이는 그냥 혼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손님이 오래 머무는 모습을 보다 눈에 걸린거다.

동네 전체가 드나드는 가게가 되니 팔 거리는 그 뒤로도 차고 넘쳤다.
· 지갑 속 미니 사진
· 핸드폰 키링 사진
· 개인 사진을 입힌 컵
· 핸드폰 사진 백업 서비스

2️⃣ 출근길 손님은 다른걸 원했다.
오전 8시와 오후 5시, 출퇴근 시간엔 또 다른 부류의 직장인들이 들어왔다. 사진 접수하던 직원에게 이력서를 뽑아달라,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했다. 인터넷이 비싼 남아공에선 이메일도 팩스처럼 돈 받고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아버지께 컴퓨터를 한 대 더 들이자고 제안드리고, Xerox에서 복합기를 렌탈했다.
· 이력서 작성은 건당 20란드
· 복사는 2란드
· 이메일 발송은 10란드

사실 주 수입원이던 사진기사들에 대한 의존성이 우린 늘 불안했다. 경쟁업체가 현상 가격을 내리거나 사진기, 프린터 같은 공짜 제품을 뿌리는 행사를 할때마다, 수백만원어치 현상물이 그쪽으로 넘어가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 프린트 사업이, 수년 뒤 사진 매출이 떨어졌을때 해당 가게의 가장 큰 매출원이 되어 있었다.

왜 그게 가능했을까? 사진기사만 보고 장사했으면 출근길 손님은 애초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 일이 없었을거다. 초기 스타트업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적어도 내가 보는 한국 초기 팀들 기준으론, 첫 ICP 하나만 보고 달리다가 다른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가 아직까진 좀더 많은듯 하다. 새로운 제품과 기능은 매일 새로운 손님을 관찰할때 산발적으로 찾아오고, 그래서 크로스셀링은 사실 우선순위를 파악하는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정리.

· 오래 머문 손님을 보며, 같은 종이를 다른 가격에 팔수 있었다.
· 다른 시간대에 오는 손님들의 수요를 관찰했고, 이게 가게의 다음 핵심 매출원이 됐다.

20여년이 지나 한국과 실리콘벨리에서 창업가들을 만나는 지금도, 그 가게에서 몸으로 배운게 제일 자주 꺼내 쓰는 프레임워크다. 명절은 가족이 제일 오래 머무는 자리 아닌가. 오래 머물러야 보이는것들이 있다. 이번 연휴엔, 좀 오래 앉아 있어 보자.

모두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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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우리 서비스명을 지워도 말이 되는 IR덱은, 미국에서 읽히지 않는다.

· 슬라이드 세 장, Before/After로 바꿔보기. 실예시.

3-4년 전 YC 투자 유치 이후, 요세미티에 놀러갔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현지 B2B SaaS 전문 VC 하우스 파트너였다. 요세미티라 목소리도 때때로 들리지 않아서 어떻게 해서든 끊으려고 말을 멈춰도 다짜고짜, 우리 서비스를 이미 공부해왔다며 말을 이어간다. 20-30분간 자신이 왜 우리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지 핏칭하는데, 내용이 이랬다.

나는 Data Governance만 지난 10년간 팠고 너희 팀이 무얼하려는지 안다. 너희가 Series A 가려면 이런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이런 기능들도 필요할거다. 내가 투자하면 이런 사람들 소개시켜줄수 있다. 한번만 만나자.

통화를 하며 시켜놓은 피자가 단단하게 식었다. 그런데 끊고 나서 더 오래 걸렸던건 따로 있었다. 그 파트너가 우리 회사를 세 줄로 설명했는데, 내 덱은 그때 20-30장이었다.

덱은 우리가 발표하는 자료가 아니다. VC가, 고객이 우리 없이 읽고나서 옮길때 쓰는 자료다. 미국 초기 미팅은 보통 20-30분 줌 콜이고, 담당 심사역은 당일, 어쩌면 콜 즉후, 우리가 없는 데스크 앞에서 우릴 한 줄로 옮긴다. 한국 팀들이 실리콘벨리 VC 앞에서 힘겨워하는 지점은 첫 60초인데, 그 안에 탈락이 확정된다는 얘기라기보다, 그 60초에서 옮겨 적을 한 줄을 못 건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Earn your next 10 seconds 라는 표현처럼, VC 앞에서 얘기할때 우리는 문장 뒤에 따라올 다음 10초를 얻기 위해 지금 VC의 관심을 얻어내야 한다. 이렇게 못하면, 뒤에 붙은 29장은 아예 열리지도 않는다.

그럼 30장 중 어디부터 고치나? 한국 팀들 덱에서 제일 자주 걸리는 세 장이다.

1️⃣ 첫 장: 시장 규모 → 옮겨 적을 한 줄.
Before: "글로벌 시장 규모는 120조원이며, CAGR은 18%입니다”.  한국 심사역 앞에선 큰 야망으로 읽혀 칭찬받을수도 있는 방식이다.

미국에도 TAM SAM SOM 장표가 나온다. 다만 그 120조원은 같은 폴더에 들어 있는 다른 덱 열 개에도 거의 그대로 적혀 있어서, 파트너가 회의에서 옮겨 적을 문장으로는 안 남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국은 금융권과 투자 전문가 집단이 훨씬 많고 미국은 문제를 직접 풀어본 파운더 출신이 많기 때문에, 시장을 도출할때는 Bottom up 방식으로 가야한다.

After: "미국 동부에서 HIPAA 데이터를 다루는 모바일앱 운영하는 기업중 시리즈 B 이상 2000곳. 고객당 ACV $100K. $20M이 SOM입니다”

2️⃣ 기술 장표: 아키텍처 → 권한의 이동.
Before: “AI 모델 구조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문제를 푼다.” 한국에선 설명할수록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실제로 좋은 기술도 많다.

미국에선? “핏칭한지 5분 지났는데 아직 고객 얘기가 안 나오네. 고객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기술보다 제일 먼저 우리 고객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짚어줘야 한다. YC에서 반복하는 말을 기억하자. If you're over-explaining the tech, you probably don't have users yet.

After: "보안 컨설팅 펌이 6주 걸려 하던 HIPAA 감사 대응을, 이제 고객사 컴플라이언스 매니저가 이틀 만에 직접 끝냅니다. EHR 3곳의 접근 로그를 실시간으로 받는건 저희뿐입니다"

3️⃣ 트랙션 장표: 상대가 이미 아는 것 → 상대만 모르는 것.
Before는 "승인을 받아야 매출화가 가능합니다" 같은 문장이다. 상대가 이미 깔고 있는 전제라, 읽고 나가도 파트너 손에 남는게 없다. 특허 개수도 비슷한데, 몇 개인지보다 어떤 청구항이 경쟁사를 막는지를 묻는다.

After: (우리만 아는 지난달을 올린다). “$10K MRR (Nov) → $30K (Dec)  시리즈 B 헬스케어 앱 4곳과 연간 계약, 그중 2곳은 CISO가 직접 서명했습니다" 같은 추세와 계약 로고, 초기면 pilot 결과나 pre-orders.

이게 안 통하는 팀도 있다. 임상 바이오, 승인 전 기기, 정부과제로 버티는 팀은 매출이 없는게 정상이라, 그 자리엔 다음 마일스톤과 붙어 있는 병원, 비희석 자금이 들어간다. 대신 날짜를 박는다. "2027년 3월 FDA 510(k) 제출, 임상 사이트 병원 2곳 확정, NIH SBIR $300K 수령"

VC가 연 검토하는 기업 1,000개,
그중 투자까지 가는 곳 1~2곳.
0.1~0.2%.
이 확률에서 40장을 끝까지 읽어주는 투자자는 없다.

정리.
· 첫 장은 회사 이름을 지우면 말이 안 되는 한 줄로 연다
· 기술 장표는 아키텍처 대신 권한의 이동을 보여준다
· 트랙션 장표엔 상대가 이미 아는 전제 말고 우리만 아는 지난달 지표를 넣자.

미국에서 이미 첫 매출이 나고 있고, ICP가 직함 단위까지 좁혀진 팀이라면, 지금 덱이 그 성과를 못 따라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해당된다면, 지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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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초기 스타트업 평가 기준 3가지. https://lnkd.in/gexXkz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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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미국 진출을 1년 정도 미뤄야 하는 팀의 공통점.

· 지금 가면 1년 뒤보다 비싸게 배운다.

한 미팅에서 한 팀에게 "1년 미루세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대표님 표정이 굳어졌다. 미국향 B2B SaaS를 만들고 있었고, 영문 발표자료는 현지인 기준에도 깔끔했고, 프로덕트 데모도 인상적이었다. 미국 VC 2군데와 IR 미팅 일정까지 이미 잡혀 있던 터였다.

근데 내가 물어본건 하나였다. "한국에서 유료 매출이 나고 있나요?" 대답은 "아직 무료 파일럿이요"였다. 파일럿이라는건, 고객이 돈을 낼 이유를 아직 못 만들었다는 뜻이지 시장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파운더분들 중에 공감하시는 분이 꽤 있을거라 예상하는데, 이 글은 미국에 가지 마라는 글이 아니다. 갈 사람은 결국 가게된다. 다만 지금 가면 1년 뒤보다 비싸게 배우는 팀이 있다는 얘기를 하려 한다.

1️⃣ 한국에서 돈이 안 도는 구조로 가는 팀.
미국 투자자가 초기 한국 스타트업 아니, 비미국 출신의 초기 기업에게 기대하는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완벽하게 현지화된 미국용 IR 덱이 아니라, 한국에서라도 SI든 컨설팅이든 뭐든 돈을 받아본 경험이다. 제대로된 지표가 훨씬 더 설득력 있다는 걸 난 수없이 직접 목격했다. YC 면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몇 사람들이 돈을 내고 있나?"인데, 시드 기준으로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단계별로 보면,
1/ 한국에서 매출을 통한 메인 가설 및 팀 오퍼레이션 검증
2/ 정부 지원금 + 초기 투자금으로 미국내 MVP의 프로덕트화 & 버티컬 유저 인터뷰
3/ 코파운더 급 1-2명이 3~6개월 중/장기 체류하며 초기 고객 및 파트너 확보
4/ PM·세일즈 조직 미국 정착과 동시에 사업화
의 순서인데, 각각의 단계마다 최소 수억~수십억이 드는 게임이다. 특히 2번에서 3번 구간에서는 미국 로컬 VC와 한국의 기관투자가가 반드시 필요한데, 1번이 없으면 이 구간의 IR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제는 1번을 건너뛰고 2번부터 시작하는 팀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고객이 돈을 내지 않은 상태의 PoC, 무료 파일럿, 파일럿 후 피드백이 없는 상황을 팀이 "우리가 뭔가 된 것 같다"는 시그널로 받아드린다면 이는 위험하다. PMF가 있는 팀은 돈이 들어오는 계약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우리가 검증하려는 메인 가설에 대해, 적어도 한국에서 연매출 X억 찍고 얘기하자. 이게 다다.

2️⃣ ICP를 한 문장으로 말하는 팀.
진단 미팅에서 ICP가 누군지를 물어보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 답변의 구조(Who, In which case, Instead of what, at the cost of X)로 팀의 깊이가 보이고,
둘째, 이 질문에 대한 파운더의 반응 자체가 고객을 얼마나 만나봤는지를 드러내는거다.
"우리 고객은 미국 중소기업 HR 담당자입니다"라는 식의 한 문장 답변이 나오면 십중팔구 고객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이다.

ICP를 구성하는 변수들(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예산 사이클, 담당자의 개인 KPI, 계약 구조, 심지어 세세한 기능/API 요청 수준의 디테일)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이 깊이가 없으면 미국 가서 콜드 아웃바운드를 돌려도 리드로 전환되지 않는다. ICP가 부정확하면 CAC만 태우게 되는거다.

미국은 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CAC가 한국보다 최대 4-5배 저렴하다. 그만큼 신규 서비스들을 잘 믿어주고 실험해준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건 ICP가 정교한 팀에게만 적용되는 혜택이다. ICP가 한 문장인 팀에게는 그 4-5배가 고스란히 비용이 되는거다.

정리.

· 한국에서 매출이 도는 구조가 없으면, 미국 가서도 없다
· ICP가 한 문장이면, 미국의 낮은 CAC는 내 것이 아니다
· 1년 미루는건 포기가 아니라, 1년 뒤 더 싸게 가기 위한 투자다

미국 진출을 미루라는 말을 듣고 속상할수 있다. 근데 한국에서 첫 유료 고객 1명 만드는게, 지금 비행기 타는 것보다 더 빠른 길이다. 반대로, 위 두 가지에 해당 안 되는 팀이라면 지금이 1년 뒤보다 싸다. 메인 가설로 부터 매출이 나오고, ICP가 좁혀졌다면, 기관투자를 받지전에, 지금 어렵더라도 가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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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실패한 파운더가 실리콘벨리에서 성공할거라 믿는 이유. https://lnkd.in/gF6GCQvq

· 실리콘밸리에 꼭 가봐야 하는 3가지 이유. https://lnkd.in/g3p-5y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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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파운더의 번아웃은 자랑스런 상흔이 아니다.

1️⃣ 나는 결혼한 파운더에게, 그의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건 코파운더가 아니라 배우자라고 본다. 가정이 행복해야 스타트업이 잘된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하더라도, 와이프가 양육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는 나와 5-10배 차이난다. 그러나 그녀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끔 일상에서 최대한 협조한다면, 배우자는 내게 1-2년을 허비했을 사업적 선택들을 스킵하게 해주는 세심한 조언을 해준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첫째, 컨텍스트다.
우리가 마치 클로드에 우리의 컨텍스트를 담아내듯, 와이프는 지난 10년간의 내 컨텍스트를 몸소 나와 경험한 사람이다. 이 세상 누구도, 이런 데이터는 없다.

둘째, 클로드보다 더 입체적으로 봐준다.
더 입체적인 조언을 해줄수 있다는건,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준다는 뜻인데, 파트너는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도 파악하여 조언해준다. (배고픈지, 예민한지, 등) 나는 예민할수록 확대해석을 하곤하는데, 와이프와 대화하다 보면,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셋째, 더 길게 봐준다.
창업자는 매일 매일의 파도가 너무 생생하다 보니, 근시안이 된다. 조급해진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와이프는 이런 파도들을 나보다 더 멀리서, 길게 봐준다. 나와 인생을 함께 베팅하는 파트너에게 “천천히 가자”라는 말을 듣는 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수 없는 위로 아닌가.

  • 아이 음식 뎁혀서 먹여주기
  • 설거지 담당하기
  • 저녁 시키기
  • 집안 청소하기 등 몸으로 떼울수 있는걸 잘 해주기만 해도 우리 가정의 행복이 올라간다. 스트레스 없는 가정의 상태는 내 업무 효율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페이스조절의 실패로 발단되는 번아웃을 원천봉쇄 한다.

철저히 이기적인 관점으로 봐도, 장기적인 에너지와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배우자, 가정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 번아웃 줄이는 팁
A. 수면 시간은 협상 대상에서 빼기. 제일 먼저 깎이는데 제일 크게 돌아옴.
B. 아침 첫 한 시간은 알림 다 끄고 제일 중요한 일 하나만
C. 운동은 성과 말고 출석으로 세기. 20분이라도 매일
D. 사람 만나는 날과 혼자 일하는 날을 요일로 나누기
E. 주 1회는 반나절이라도 노트북 안 켜기
F. 캘린더에 일부러 빈칸 남겨두기.

3️⃣ 8월 루틴헙 결산
· 7월에 세운 목표는 못 지킴. Mirror랑 산책을 빈 시간에 두지 말고 다른 일정에 붙여보자고 썼는데, 딱 그 두 칸이 이번 달 하락 1, 2위가 됐다.
· 지키겠다고 적어둔 칸이 제일 크게 무너진 달임.

Overall
· 평균 루틴 성공률: 83% (MoM -9%p)
· 90% 이상 달성: 5/10 (7월 8/11 → 8월 5/10)
· 성경·기도 총 1,739분. 7월 1,586분보다 153분 늘었다.
· 10칸을 전부 채운 날이 9일, 행동 5칸이 통째로 빈 날이 2일. 중간이 거의 없다. 뭉텅이로 되고 뭉텅이로 안 됐다.

Highs
· 성경(100%), 기도(100%), QT(100%), 화평(100%), L1017(100%). 내면 쪽 5칸은 전부 만점이고, 떨어진 칸이 하나도 없다.
· 성경 97% → 100%, QT 97% → 100%. 7월에 남아있던 빈칸 두 개를 채움.
· 쌓는 방식도 바뀜. 7월은 7/14 베트남에서 각 60분 찍는 식의 피크가 있었는데, 8월은 31일 중 25일이 정확히 30/30으로 찍혔다.

Lows
· Mirror(42%): 7월 74% → 8월 42%. 최대 하락폭(-32%p). 8/13~8/21 9일 연속 공백.
· 산책(48%): 77% → 48%(-29%p). 8/16~8/21 6일 연속 공백. Mirror 공백 구간이랑 통째로 겹친다.
· 글(77%): 4월 83% → 5월 90% → 6월 97% → 7월 100% → 8월 77%. 3개월 올려서 완주했던 칸이 처음 꺾였다. 고레버리지 칸이라 이게 제일 아픔.
· 헬스 90% → 74%, 콜드샤워 97% → 84%.
· 떨어진 5칸이 전부 몸·실행 쪽이고, 내면 쪽은 0개다. 이번 달 하락은 통째로 한쪽에서만 나왔음.

8월의 문제도 바쁨은 아니었다. 일정 7개였던 8/12, 8개였던 8/24는 10칸 만점이었음. 대신 이번엔 요일로 갈렸다. 목요일 평균 20%. 8/20과 8/27은 헬스·글·Mirror·산책·콜드샤워가 전부 0이었는데, 둘 다 Founder Sprint 7기 세션이 오전부터 오피스아워까지 깔리고 저녁 미팅까지 붙은 날이었다.


· 생산성에 도움이 필요한 파운더분들이 있다면, 현재 사용 중인 RoutineHub 템플릿(2026 ver.) 공유드립니다. 댓글에 이메일 남기시거나 D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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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 7월 생산성 결산 - https://lnkd.in/gaPhCk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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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온 사람이 깨야하는 습관 3가지.

· 정해주길 기다리는 습관.
내가 초창기 멤버로 들어간 곳중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었다. 창업을 여럿해본 미국 유학파 CEO와 빛나는 이력의 CTO.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함께 있기 편한, K, N사의 사람좋아 보이는 S급 개발자들. 여기에 1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온 사업개발 전문가들, 그리고 백억원이 넘는 시드 투자까지. 하루 하루의 출근이 기대되고 재밌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어벤져스팀이었고, 될놈될 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만들려고 했던 프로덕트를 끝끝내 마무리짓지 못했다. 다 갖춘 팀이었고 매순간 진심이었는데, 고객이 눈 앞에 왔을땐 고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팀에 모인 화려한 대기업에서의 이력들이 가져온 습관이, 첫 3개월 안에 하나씩 깨지지 않았던게 이유였다고 본다.

나는 군대를 제외하곤 제대로된 직장생활없이 연거푸 초기 스타트업에 파운딩 멤버로 들어갔는데(MannaCEA, Stealth B2B, QueryPie), 그때마다 대기업에서 건너온 동료들이 비슷한 지점에서 비슷한 순서로 깨지는걸 봤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오늘은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해보려 한다.

1️⃣ 정해주길 기다리는 습관.
큰 조직은 월권이라는 명목하, 세세하게 자신의 전문분야가 존중받길 원한다. 일단 위에서 다 정해주고, 옆에서 실시간 서로 정하며 가기 바쁘다. 인사면 인사, 기획이면 기획. 일례로 이 대목에서 가장 예민한게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마케팅쪽, 사실 모든 팀들과 마찰이 아주 잦다. ‘고객 경험의 최적화’라는 주제에서 넘어, 어디까지를 디자인으로 봐야 할지를 생각하다보면 회사 밖으로 나가는 모든 결과물들을 디자인팀의 컨펌을 받아야 할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안그래도 디자인팀은 애환이 많지 않나.
A. 프론트엔드와의 신경전,
B. KPI를 수치화하기 힘든, 그래서 성과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업무의 특성,
C.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Entry barrier가 낮다는 업계의 편견.
D. 개발과 사업팀 대비 상대적으로 불리한 사내 정보의 비대칭 등.
월권에 유독 예민한 이유에 충분이 공감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자잰듯 업무의 범위와 역할을 지켜주는게 프로라고 생각하는 태도만을 매번 고수하는건 스타트업과 안맞는다.

월권을 유연하게 주고 받는 것에 불편한 사람은 대부분 스타트업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를 대표가 방치하면, 결국 대기업보다 훨씬 더 섬세한 스타트업의 조직안에서는 서로가 눈치보며 정해주길 기다리는 문화가 조성되며, 이는 트랙션과 우리 개발 속도에 치명적이다. 스타트업이 무례하기를 두려워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건 너무 큰 사치이다.

2️⃣ 이전 대기업에서의 프로세스를 언급하는 습관
이 업무를 더 큰곳에선 어떻게 했는지를 아는건 대기업 출신들과 함께 할때 얻는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그 업무를 추진하는데에 매번 사용되는 그의 명분이자 무기가 되면 안된다. 그만큼 더 많이 봤다면, 이를 여러 Stakeholder들과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업무/소통방식에서 팀원들은 당시에게 더 프로다운,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초기 커리어에서 가장 잘 어필되는 역량은 유연성임을 다시 기억하자. 대기업에서 15년 팠는데 왜 내가 초기 커리어냐고? 이 동네 기준으로는 그렇다. 이 동네는
A. 대기업의 트래픽/브랜드라는 말도안되는 치트키 없이 1을 만들어야 한다.
B. 뭘 알고 있는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무작정 단기간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C. 20-30년 간 쌓인 업계 고객 인사이트가 없다. 끽해봐야, 1-2개월 동안 쌓인게 다다. 대기업의 1/100으로 대기업보다 10-100배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D. 공채나, 버디 시스템, 제대로된 온보딩, 직장내 괴롭힘 교육, 회사 굳즈 및 OT 등의 프로세스 전혀 없이, 사실상 대표와 C-레벨의 감으로 뽑은 오합지졸(?)들의 Orchestration으로 운영된다.
대기업이라는 안락하고 두터운 환경에서 일관되게 터득한 분야의 깊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은 내가 지금 서있는 바닥이 언제든 꺼질수 있다.

Wework 핫데스크뿐인 이 조직에서의 신뢰는 0, 이 상태에서 쌓은 인사이트는 0에서 시작하는거다. 누구하나가 이 상황에 대해 무조건 더 잘 안다고 얘기하는건 조심스러워야 겠다.
3️⃣ 세일즈에서 이력으로 어필하던 습관.
화려한 이력, 학벌, 유려한 영어에 이목이 가는건 3초가 채 안된다. 스타트업의 고객은 전문가를 원하는게 아니라, 유독 나에게만 아프고 힘든 이 문제 앞에서 당신이 내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나를 궁금해한다. 위 어벤져스팀이 딱 여기서 깨졌다. 업계 최고 전문의들과 99.99% 멸균실을 갖췼는데, 우리에게 막상 아픈 부위의 수술을 맡길 환자를 찾지 못했다.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를 제대로 듣지 않았으며, 그저 환자들을 우리 방식대로 마음대로 진단하며, 우리 이력으로 그저 믿어달라고만 얘기하기 바빴다.

정리.
· 명함, 결재선, R&R, 이력은 첫 3개월 안에 깨진다
· 실력은 그대로다. 습관이 값을 다시 매기는거다

20년 커리어가 3개월 안에 값이 다시 매겨져야 하는 상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함이 없어진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시 팔아야 하니까. 그래도 안에서 소화하고 나오자.

이 3개월을 밖에서 처음 겪으면 비용이 크다. Founder Sprint는 그 첫 3개월을 4주 안에 미리 겪게 하는 프로그램이고, 20년 커리어가 시장에서 얼마짜리인지 그 숫자가 생각보다 작아도 화내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과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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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관심 있는 투자자는 불편하게 한다.

10분 남짓했던 YC인터뷰 이후, 우리 담당 파트너였던 Brad Flora가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에게 관심있으니,
A. 고객의 계약서,
B. Google Analytics,
C. Cap Table
등 주요 지표와 문서들을 구글 드라이브로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렇게 불편할수 있는 자료와 지표들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Brad가 눈물겹게 고마웠다. 그만큼 우리와의 10분이 어필된거구나. 이때 깨달은 바를, 스타트업 IR에 적용해보려 한다.

1️⃣ 관심 있는 투자자는 불편하게 한다.
미팅 초반에 CAC나 Payback Period, Runway등을 묻는 투자자가 있다면, 이건 사실 관심의 신호다. 앞선 YC 인터뷰 예시처럼, 몇분간 우리 입으로 설명한 시장과 프로덕트는 이미 어느정도 어필됐으니, 돈을 어떻게 쓰는지까지 보겠다는거다.

왜 불편한 게 좋은 신호일까?

VC가 관심 없는 팀한테 꼬리 질문을 5개씩 던질 이유가 없다. 반대로 미팅 내내 편안하고 "좋은 질문이네요"만 계속 나오면, 투자자가 더 이상 파고들수 있는 이유, 그 동기를 못 찾은 상태.

한국 기준, 편안한 미팅 대부분은 투자자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남은 시간을 예의상 채우는 중이다.

파운더의 불안함이 더 자극되겠지만, VC의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불편할수록, 쏠릴수록 사실은 좋은거다.

2️⃣ 48시간내에 액션이 있는가.
관심 있는 시드 VC는 거의 예외 없이 48시간 안에 후속 액션을 건다.

YC 인터뷰 이후 오는 허탈감에 그 당시 상영하던 호아킨의 Joker를 보는 와중 Brad에게 전화가 왔다. 인터뷰 이후 불과 5-6시간 이후다.

VC의 후속 액션이 레퍼런스 콜이든, 추가 자료 요청이든, 공동투자자 소개든, 이를 인터뷰 이후 요청한다는 건 좋은 사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내부 승인 절차가 긴 대형 운용사는 예외일수 있다. 의례 해야 하는 절차의 일부일수 있기 때문에.)

Docusign에서 발표한 자료의 숫자로 돌려보면, IR 미팅 10건 중 후속 미팅까지 가는 건 보통 2-3건이고, A. Unit Economics, B. Runway, C. Cap table과 관련된 꼬리 질문을 3개 이상 받은 팀 중에선 이 비율이 절반 가까이로 올라간다. 이 2-3건은 거의 예외 없이 48시간 안에 연락이 온다.
· 48시간 안에 후속 메일이 오면 진짜 관심
· 일주일 뒤 "다시 검토해볼게요"는 대기 리스트
· 2주 넘기면 사실상 Pass

3️⃣ 투자자는 3분 안에 두 갈래로 갈린다.
투자자가 덱 하나에 쓰는 시간은 평균 3분 44초다. YC는 10분의 인터뷰로 세기의 유니콘들을 뽑아내는 조직이다.
한국 시드 VC 미팅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첫 3분의 Problem Statement와 팀 소개에서 이미 더 파고들지, 예의상 듣고 넘어갈지가 갈린다. 앞서 얘기한 ‘더 물어볼 동기’는 이 3분에 심어지는 것이다.
내 경우, IR에서 더 물어보고 싶은 동기는 ‘시장을 얼마나 좁게 잡았는지’, 그리고 ‘이런 ICP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 왜 이 팀이어야 하는지’를 3-4문장 안에 설명할수 있느냐가 기준이 된다.

좀더 설명해보자.

시드 기준, 내가 추천하는건, 현재 세일즈되고 있는 ICP 단위로 쌓아올린 시장계산법이다. 예를 들어,
- 우리 Vertical Ai가 타겟하는 Wellness Spa들은 주로 LA와 마이애미에 있고,
- 이중 LA와 마이애미에서 2곳 이상이 POC를 진행하고 있는데,
- 위 샾들은 모두 공통점이, 시술 종류가 10가지, 근무하는 종업원이 5명 이상.
- 이를 기준으로 보면 LA내 300곳, Miami에 300여곳이니, 샾당 월 200불 씩, 60020012  = 1,440,000 USD ARR.
TAM SAM SOM 장표 이전에 이런 로직들을 심어 우리의 Fundraising(Growth) Rationale을 구체화하면 좋겠다.
여기에 채널별 CAC/Conversion을 덧입혀 우리의 시장 GTM을 구체화하면 더 플러스.

시드 보다 더 앞단인 Pre-seed라면?
고객이 없는 단계면 ICP 가설만 봐도 충분하고(이럴땐 누구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 장황하게 꾸민 Unit Economics, Projections는 금물이다.

그래도 감이 안온다면, 미팅 끝나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다음 단계가 뭔가요?"
I. 의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파운더나 업계 전문가 소개, 이런 이런 사인이 있다면 업데이트 해주시면 좋겠다 도 포함.
II. 의향이 많이 있다면, 후속 미팅 날짜 제안 또는 하우스내 다른 팀원/선임과의 미팅
III. 의향이 없다면,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줘도 괜찮냐, 고민해보겠다, 뭉뚱그려 좀더 업데이트 달라는 식.

정리.

  • 편한 미팅이 좋은 미팅이라는 착각이다. 불편함을 반기자. VC도 진심이니까 깊게 들어오는거다.
  • 숫자를 물어보는 투자자는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 48시간 안에 연락이 없으면 대부분 완곡한 거절로 봐야 한다. 미련두지 말자.

미팅이 불편했다고 낙심할 필요 없다. 투자자가 불편하게 판다는건, 그만큼 시간을 쓸 가치가 있다고 본거다. 거절이 반복되면 물론 쉽지 않다. 어렵더라도, 불편한 미팅을 더 많이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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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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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이 피벗을 못하는 이유, 구조 그리고 대안.

· 조합규약. 사전동의권. 연대책임. 하방방어.

조합규약(LPA)이 강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GP 중 창업가 출신 비율이 실리콘밸리 대비 낮은 한국에서 기관투자 이후의 피벗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가지 구조적 이유를 꼽으면,

A. 주목적.
VC들이 치를 떠는 대목이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된 GP는 주목적 투자 대상에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집행해야 한다. 참고로, 정부 펀드의 주목적 비율 평균은 50~70% 수준이니 대다수인셈.

B. 사전동의권.
2026년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투자자 전원의 개별 동의에서 집합적 동의로 완화됐지만, 그래도 사업 방향 전환시 투자자동의가 필요하다.

C. 연대책임.
피벗은 곧 투자금 용도의 변경이다. 26년 개정 표준계약서는 창업자의 연대책임 사유를 넷으로 좁혔는데, 그중 하나가 투자금을 약정된 용도와 다르게 쓴 경우다. 판단이 틀렸을 때 책임이 법인이 아니라 개인에게 남는다.

D. RCPS.
국내 신규 투자의 73.4%가 우선주이고 대부분이 상환권을 붙인 RCPS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 상환권이 포함된 딜은 통상 1~3%에 그침. 고로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등 하방방어에 맞춰진 돈 = 기관투자금 인거다.

지금 시리즈A 정도를 앞둔 스타트업들이 보통 4-5년차 정도라고 하면, 그동안 이 업계에서 천지가 개벽할만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를 보면(COVID와 AI) 피벗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살아남기도 힘든 스타트업이, 기관투자를 받는 당시에 정해놓은 트랙대로 살아남았다는건, 10년간 바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태풍과 쓰나미가 두어번 몰아쳤는데 배형으로만 살아남았어야 한다는 식인거다.

그럼 기관투자를 받으면 끝인가?
아니다. 받기 전에 정해둘수 있는게 꽤 있다.

대안.

1️⃣ 투자 받기 전에 사업목적을 넓게 쓰자.
정관과 투자계약서의 사업 범위를 좁게 적어놓으면 인접 시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상위 카테고리로 적어두면 같은 방향 전환도 피벗이 아니라 사업의 확장으로 읽힌다. (SEO에도 불구하고, 기업명과 서비스명을 따로 만드는 한국인들의 본능적 이유)

2️⃣ 어느 펀드 돈인지 먼저 확인하자.
같은 VC라도 조합마다 주목적이 다르다. 텀싯 받기 전에 어느 조합에서 나오는 돈인지, 주목적이 뭔지 물어보는 파운더는 많지 않은데, 꼭 물어보자. 채하는 돈이 이런류에 속한다.

3️⃣ 피벗 말고 ICP 교체로 풀어라.
FS6기에서 만난 팀 중에 범용적인 생산성툴을 그대로 두고 타겟만 미국향 Healthcare 쪽으로 바꿔서 미국 현지 매출을 XX억 단위로 키운 케이스가 있다. 사업 방향이 그대로니 동의 절차도 안 걸릴수 있다. 이건 네러티브의 영역이다. 실제로도, 진짜 피벗이 필요한 경우보다 타겟이 잘못 좁혀진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4️⃣ 미국 진출을 피벗 창구로 써라.
델라웨어 법인을 세우고 SAFE로 받으면 상환권도 주목적도 없다. 한국 법인은 그대로 두고 미국에서 새 가설을 돌릴수 있는건데, 세팅 순서가 중요해서 미리 설계해야 한다.

정리.
· 한국의 피벗 제약은 대표 성향도 있겠지만, 계약 구조에서 온다
· 투자 받기 전에 사업목적과 조합 주목적부터 확인하자
· 대부분의 경우, Hard 피벗보다 ICP 교체가 빠르다

그럼, 기관투자를 안받은 당신은? 피벗을 맘껏 할수 있어야 한다. 기업가치와 트랙션을 올리기위해 해야 한다.

특히 텀싯 받기 전 4주는 가장 비싸게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사업목적을 어떻게 적을지, 어느 조합 돈을 받을지, 방향을 미리 틀어둘지가 이 구간에서 다 정해진다. Founder Sprint는 바로 이 시기에 팀의 가설, ICP, 미국 진출 방향을 빠르게 다시 검증한다.

지금이 그 시기라면, FS에서 같이 뜯어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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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핫한(?) 커리어들, VC 렌즈로 보기.

· 커리어도 결국 포트폴리오다.

파운더들 만나다 보면 커리어 전환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제 파운더로써 할거 다해봤으니 유튜버 할까, 정치 할까, 바이브코딩으로 앱이나 계속 만들까. 나 역시도 문득문득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파운더도 결국 사람이고, 사업이 매일 잘될순 없다. 자연스럽게 다른 길이 궁금해질수 있겠다. 오늘은 한번 VC가 스타트업을 볼때 쓰는 렌즈, 즉
A. Scalability,
B. Moat,
C. Unit Economics,
D. Platform Risk,
E. Exit.
위 다섯가지를 커리어에 그대로 대입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1️⃣ 유튜버.
Scalability는 이론상 무한대인데, 실제로 보면 상위 1%가 전체 광고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전형적인 Power Law 구조다. 내가 보는 문제는 Platform Risk인데, 유튜브 알고리즘 한 번 바뀌면 매출이 반토막나는 구조는 VC 입장에서 보면 매출의 90%가 단일 고객에 걸려있는 B2B 스타트업이랑 본질적으로 같다. Moat은? 콘텐츠 자체는 복제가 되니까, 결국 사람 자체가 IP가 되어야 하는데 그 IP가 10년 이상 유지되는 크리에이터는 거의 없다. MrBeast처럼 채널 밖에서 사업을 만든 케이스가 있긴 한데, 그건 이미 유튜버가 아니라 사업가로 Pivot한 셈이라 논외.

2️⃣ 연예인.
유튜버랑 약간 다르다. TAM은 크고, 본인이 곧 브랜드라 Moat이 있어 보이긴 한다. 근데 실제 Unit Economics를 뜯어보면, 아이돌 기준 초기 계약은 소속사 7에서 9, 아티스트 3에서 1 정도고, 거기서 멤버 수로 또 나눠야 하고, 전성기는 길어야 7-10년이고, 유지비용(외모 관리, 트레이닝, PR)은 매년 올라간다. 감가상각이 매-우 빠른 자산에 가깝다. Rihanna나 Jessica Alba 처럼 Exit을 만든 케이스가 눈에 띄긴 하는데, 그건 전형적인 생존편향이다. 실제 비율은 극히 낮음.

3️⃣ 정치인.
J커브가 가장 긴 커리어다. 한국 기준, 보좌관이나 당직자로 시작해서 초기 10-15년은 거의 Burn Rate만 존재하고 Revenue가 없다. 근데 일단 당선되면 레버리지가 압도적이다. 입법, 예산, 인사권. 문제는 Exit이 사실상 없다는 점인데, IPO도 M&A도 없이 임기 끝나면 가치가 급락한다. (재선이라는 Bridge Round가 있긴 한데, 시장 타이밍을 극단적으로 탄다.) VC 관점에서 가장 치명적인건, 고객이 유권자라서 Product-Market Fit을 본인이 컨트롤할수 없다는 점이다.

4️⃣ 바이브코더.
지금 기준으로 가장 핫한 커리어 중 하난데, VC 관점에서 가장 걱정되는건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진입장벽이 없으면 마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0으로 수렴한다. 2015-2018년 코딩 부트캠프 붐때도 주니어 개발자 공급이 폭발하면서 초봉이 눌렸고, 초기 Crypto 마이닝도 궤적이 비슷했다. 지금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서 단가가 높지만, AI 도구가 더 좋아지면 바이브코더한테 맡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해질수도 있다. 코딩 대행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 Moat이 될수 없는 구조인거다.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쪽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는데, 대부분은 거기까지 안 간다.

5️⃣ 헷지펀드매니저.
Unit Economics만 보면 다섯 개 중 압도적 1등이다. 전통적인 2/20 구조(운용보수 2% + 성과보수 20%)에 AUM이 커지면 한계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한다. (실제로는 Fee Compression이 진행중이라 업계 평균이 1.3/16 정도까지 내려왔는데, 그래도 다른 커리어 대비 압도적이긴 하다.) 근데 진입장벽이 아이비리그 + 골드만삭스 + 10년이라, 대부분한테는 TAM 자체가 0인 시장이다. 완벽한 BM인데 플레이할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Small Addressable Market.

정리.

유튜버는 Platform Risk,
연예인은 감가상각,
정치인은 Exit 부재,
바이브코더는 Moat 부재,
헷지펀드매니저는 진입장벽.

근데 솔직히, 스타트업 파운더도 이 렌즈로 보면 별로다. 실패율 90% 이상, Runway 태우면서 Unit Economics가 마이너스인 시간이 길고, 한국 기준 Exit은 극소수. 어떤 커리어든 완벽한건 없다. VC가 완벽한 회사를 찾는게 아니라 리스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팀을 찾는 것처럼, 커리어도 결국 본인의 리스크 요인이 뭔지 정확히 알고 가는게 중요한거다.

다른 길이 좋아 보이는건 지금이 힘들다는 신호이긴 한데, 그게 나쁜건 아니다. 뭘 하든, 본인의 리스크는 알고 가자.

이 리스크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은 그 시장에서 직접 굴러보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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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금 받고 나서 알게 되는 비용 4가지.

· TIPS R&D 5억, 공짜 맞나?

정부지원금은 무상 출연금이다. 대출이 아닌건 맞다. 급하면 받아야 한다. 다만 우리의 비용이 계약서 본문이 아니라 별표와 요령에 흩어져 있어서, 협약서에 사인하는 시점엔 정작 후회할 것들이 잘 안 보인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국을 떠났고 심지어 내 이름 한자도 잘 모른다. 이게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복잡한 정부문서에 에너지를 쓰는게 매-우 아깝고, 나아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돈 쓰는걸 정부돈으로 하는게 조심스럽고, 솔직히 좀 불편하다. 그래서 일찍이 정부 돈은 정말 필요할때만 받자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흑자내며 자생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특화된 투자를 하며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고로 아래는 그 편향이 섞인 목록일수도. 여튼 하나씩 세어보자.

1️⃣ 지원금을 받을때 내 현금이 먼저 나가는 경우. 민간부담금. 
'정부 75% 지원'은 총 사업비의 75%지, 내가 쓸 돈의 75%가 아니다.

유명한 세 개의 예시.
· 초창패 1억, 자부담이 지역에 따라 10~30%라 천만원~4300만원까지 벌어짐.
· 디딤돌 2억, 정부지원 75% 이내라 총사업비 ~2.6억, 민간부담 7000만원
· TIPS R&D 5억, 기술개발자금의 80% 이내라 민간부담 1.25억, 그중 현금이 50% 이상이니 6250만원
식의 구조다. 

정부출연금은 협약 후 분할로 들어오고 정산까지 묶여 있는데, 민간부담 현금은 앞에 먼저 나간다. 월 4000만원 쓰는 팀이 TIPS 협약하면서 6250만원을 빼면 런웨이가 한 달 반 줄어드는건데, 그 돈은 과제 회계로 들어가서 정작 정말 급한 이번달, 해외 부스 비용 또는 서버 비용에 못 쓴다.

현물로 채우는 쪽도 공짜는 아니다. 현물은 보통 기존 인력 인건비로 계상하는데, 협약기간 동안 같은 사람의 인건비를 다른 사업에 중복으로 올릴수 없다. 개발자가 둘인 팀에서 한 명을 현물로 걸면 그 사람은 그만큼 장부상 이 과제 사람이 되고, 연구노트와 참여율 증빙이 따라붙는다.

고로, 선정 자체보다 협약 시점의 통장 잔고 확인이 필요하고, 붙었는데 현금을 못 맞춰서 협약을 못 하거나, 브릿지를 급하게 돌게도 된다. 

역설적으로 정부 돈을 받는데, 런웨이 계산에 민간부담 현금을 반영해야 하는 웃픈 상황..

2️⃣ 기술료- R&D 과제엔 붙고 사업화 지원엔 안 붙는다.
이 둘을 섞어서 알고 계신 경우가 꽤 많다. TIPS 공식 안내에 따르면, 성공 시 출연금의 10% 기술료 납부(R&D 5억을 받았으면 5천만원).

총 납부 한도는 정부지원연구개발비 기준으로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20%고, 경상기술료로 걷을 땐 아래로 계산된다.
· 매출 1억 × 기술기여도 67% × 요율 5% = 335만원
· 징수기간은 매출 발생 회계연도부터 5년, 또는 협약종료 후 7년 중 먼저 오는 시점까지

반면 예비, 초창패는 사업화자금이라 기술료 개념이 없다. 대신 자부담이 앞에 붙는다. 이게 실무에 무슨 의미인가? 경상기술료는 매출이 나기 시작한 해부터 걷히니까, 제품이 막 팔려서 재투자해야 하는 그 시점에 현금이 같이 빠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납, 미확정 기술료는 시리즈 A나 M&A 실사에서 우발부채로 잡힌다.

매출이 나서 내는 돈이면 좋은거 아닌가? 맞다. 다만 사업계획서에 매출 전망을 크게 적을수록 심사엔 유리하고 나중에 낼 돈은 같이 커진다는건 알고 적자.

3️⃣ 중도 포기. 피벗에 값이 붙는다.
이게 스타트업한테는 제일 큰 항목이라고 본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과제 수행을 포기하면 3년 참여제한이 붙는다. 참여제한은 사안에 따라 6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가고, 환수는 참여제한과 별도 처분됨.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인정되면 기간과 금액을 감면받을수 있지만, 그 판단을 받는 절차 자체에 대표의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스타트업의 꽃이 피벗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크리티컬한데, 1~2년 안에 피벗을 하면, 협약서에 적은 개발 내용과 지금 실제로 팔리는 제품이 갈라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결국 실무에서, 하나는 과제용 제품과 진짜 제품을 따로 굴리게 된다. 협약을 못 바꾸니까 얼마 없는 인력이 반으로 갈리는 셈.

4️⃣  대표의 시간 = 계산서에 안 올라오는 비용
진도보고, 단계보고, 최종보고, 정산, 성과 추적. 대부분 대표나 CTO가 직접 붙는다. 완전 우리에게 핵심 코어 인력들 아닌가. 

숫자로 못 적는 항목이라 다들 0으로 놓고 시작하는데, 실제로는 3억짜리 과제에서 대표가 쓰는 시간은 3억 보다 훨씬 더 값지다. 특히 같은 기간에 대표가 진두지휘해야 하는 고객 인터뷰를 못 돌아, 팀 전체 스케쥴이 밀리면 팀의 비용은 최소 몇배로 든다.

제일 자주 보는 단골 시나리오는, 단계평가와 정산이 몰리는 달에 세일즈 미팅이 겹치면 대표는 둘 중 하나를 놓는데, 놓는 쪽은 마감이 없는 쪽, 즉 고객이다.
결론. 

정부지원금을 재고하시라 말씀드리는 이유를 꼽자면
4 > 3 >>> 넘사벽 >>>> 2, 1

정부지원금은 정-말 크게 수틀리면 깔고 가는 정부가 주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사용하지 말고 처음부터 버텀업 사업해야 한다.

버텀업을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그 카드가 없는 시장 방식으로 굴러보는거다. 실리콘밸리엔 중기부도 창업진흥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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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Shin

Peter Shin

스톡옵션을 받으면 안되는 경우 5가지.

· 팀원으로써 받을때 실무 팁.

초기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으로 제대로 엑싯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나마 카카오 같은 2세대 벤처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보는데, 여튼 어떤 의미에선 스톡옵션은 마치 팀원과 피를 섞는, 그래서 좀더 센 카드라고 한국에서 인식되는 편이다. 

스톡옵션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값을 모르고 받는 형태가 많고, 아직까진 기분내는 느낌이 좀더 강하다.

아래 다섯 개에 해당된다면, 옵션 줄이고 현금을 더 받는게 맞다고 본다.

1️⃣ 계약서에 ‘세제적격’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
다섯 개 중에 금액으로 제일 크게 벌어지는 항목인데, 나머지가 안 중요해서가 아니라 이건 회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무조건 발생하는 차이라서 순서상 먼저 보자는 얘기다.

한국 스톡옵션은 두 종류다. 적격이면 행사이익을 양도소득으로 털수 있고, 비적격이면 그 이익이 내 연봉에 그대로 얹혀서 근로소득으로 잡힌다.

숫자로 돌려보면,
행사가 1,200원, 행사 시점 시가 14,000원, 8,000주.
행사이익 = 12,800원 × 8,000주 = 1억 240만원.
의 시나리오 기준으로 

· 비적격일땐, 연봉 7,000만원인 사람한테 얹히면 한계세율 38% 구간. 지방세까지 41.8% → 약 4,280만원
· 적격일땐, 중소기업 주식 양도소득세 10%, 지방세 포함 11% → 약 1,126만원

차이 3,150만원. 같은 회사, 같은 주식 수인데 세금만 3.8배 차이가 난다.

왜 그럼 다 적격으로 못할까? 
적격 요건이 은근 까다롭다. 벤처기업 요건, 주주총회 특별결의, 행사가액이 시가 이상, 부여일로부터 2년 이상 재직 등. 하나 삐끗하면 비적격으로 떨어짐.

2️⃣ 시리즈 B 이후인데 연봉을 깎고 받을 때.
시리즈 B쯤 넘어가면 옵션에 남아 있는 배수가 초기만큼은 안 나오는 편인데, 문제는 오퍼를 받는 시점에 이걸 계산해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거다. 퍼센트만 듣고 초기 스타트업 옵션이랑 같은 물건으로 취급하게 된다.

밸류 600억 회사에서 0.05%를 받았다고 하자. 지금 값은 3,000만원이다. 회사가 3배 커져서 1,800억이 되면 9,000만원. 행사가 빼고 세금 떼면 손에 6,000~7,000만원.

여기서 확률을 곱하면 더 현실적으로 계산할수 있는데,
7,000만원 × (3배 성장할 확률, 넉넉히 30%) × (그게 실제로 현금이 될 확률, 40%) = 기대값 840만원.

반대편은 이렇다.
연봉 1,200만원 더 받기 × 4년 = 4,800만원. 확정.

레이트 스테이지면 현금으로 받자.

3️⃣ 4년을 못 채울것 같을 때. (대부분 못 채운다)
Vesting 4년에 Cliff 1년. 이게 표준인데 한국 스타트업 평균 재직기간은 2년 안팎이다. 내가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회사가 피벗하거나 팀이 흩어지거나 다운라운드를 맞는 경우까지 다 포함해서 그렇다.

8,000주 기준으로,
· 1년 미만 퇴사: 0주
· 2년차: 4,000주
· 3년차: 6,000주
· 4년 만근: 8,000주

근데 진짜 함정은 베스팅이 아니라 퇴사 후 행사기간이다. 보통 90일.

2년 일하고 나온다고 하자. 4,000주 × 1,200원 = 480만원을 90일 안에 현금으로 넣어야 한다. 회사는 비상장이다. 넣으면 뭐가 남나. 팔 곳 없는 주식, 그리고 비적격이면 근로소득세까지.

그래서 실제로는 대부분 포기한다. 옵션 취소율이 계속 오르는 이유고.

베스팅보다 행사기간을 먼저 물어라.

4️⃣ 0.1%가 뭐의 0.1%인지 안 물어봤을 때.
"0.1% 드릴게요"만 들으면 사실 판단할수 있는게 거의 없다.
· 지금 발행주식 기준인가, 완전희석(FDSO) 기준인가
· 퍼센트가 아니라 몇 주인가
· ESOP 풀이 총 몇 %고 지금 얼마나 남았나

그리고 희석. 0.1%로 시작해도,
시리즈 B에서 신주 20% → 0.08%
시리즈 C에서 15% → 0.068%
ESOP 풀 확대 → 0.065%

원래의 65%다. 라운드 한두 번 더 돌면 반토막.

Anti-dilution은 투자자한테만 있는 조항이라 직원 옵션에는 안 붙는다. 고로 퍼센트로 말하는 오퍼는 일단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는게 맞다고 본다.
퍼센트 말고 주식 수로 받아 적자.

정리.

A. 세제적격인지 확인하고,
B. 스테이지 대비 배수가 남아 있는지 계산하고,
C. IPO 말고 다른 엑싯 경로를 묻고,
D. 퇴사 후 90일에 낼 현금을 미리 세어보고,
E. 퍼센트가 아니라 주식 수로 받는다.

어려운 대화여도, 물어보자.
그리고 이 다섯 개에 답이 시원하게 나오는 회사라면, 사실 다른것도 잘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질문은 옵션 실사가 아니라 회사 실사이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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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The High Line, 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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