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오영준
오영준 ·

혼자 제품 만드는 사람이 개발을 멈춰야 할 때

제가 만들고 있는 휴튼은 현재 제품 개발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이제 초기 유저를 모으기 시작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개발해야 할 것이 산더미지만, 여기에서 제품을 더 개선하기보다는 실제로 잘 사용하는 분들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중요한 단계라고 판단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6월 한 달은 제품의 완성도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고, 7월은 이제 본격적으로 GTM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온갖 방법을 통해 초기 유저를 공격적으로 모으기보다는, 우선 Lenny가 얘기한 super-specific who를 찾아 그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는 지난주~이번주 초 며칠동안 🔥디스콰이엇 트렌딩 프로덕트에 오르며 계획보다 많은 분들이 유입되어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콜드 메시지를 보내자

그래서 7월의 가장 중요한 태스크는 super-specific who를 찾아 그들에게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방금 말씀드린 Lenny의 뉴스레터에서도 언급된 바 있고, 그만큼 극초기에는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난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겠지?'라는 우아하고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휴튼에서 정의하는 super-specific who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인스타그램으로 일일이 찾아 메시지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얼마나 찾을 것이며,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 것이며 하는 것이었습니다(이 과정에 대해서도 다른 메이커로그로 다뤄볼게요🤐).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검색해야 최대한 타깃에 가까운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예상 전환율을 고려했을 때 몇 명에게 연락을 해야 최소 N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들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작성해야,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고 설득력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등 고민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냥 아무에게나 스팸성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 문제는 콜드 메시지가 아니라 cold feet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6월 내내 개발만 했던 제가 7월이 되니 개발에 더더더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참고로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다만 혼자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해 취미로 개발을 해온지가 벌써 4년이네요. 처음에 개발을 배운 과정도 유튜브에서 한 인도인 아저씨의 세 시간짜리 강의를 반복해서 본 것이 거의 전부여서 실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 제가 머리 처박고 하루종일 코딩만 하고 있던 겁니다.


매일 회고를 하며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걸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일입니다. 내가 정성껏 만든 걸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죠. 모두가 내 제품을 만족스럽게 사용하며 행복해하는 '생각랜드'에서 나오기가 두려운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휴튼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이걸 본격적으로 세상에 내놓는 건 결코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7월이 되어 머릿속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 찾아야지, 리스트업해야지, 메시지 작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는 코딩만 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명분도 좋습니다. 백로그가 산더미만큼 쌓여있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이 많고,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릅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챗GPT가 제가 과거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능까지 도와주니 더 신나게 개발에 빠진 거죠.


겨우겨우 본성을 거슬러 타깃에 가까운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구글 시트에 리스트업하고 나서도 똑같았습니다. 진짜 해야 하는 일은 그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인데, 시트에 수북히 쌓여가는 계정만 보고 흡족해하고 있던 겁니다. 마치 성과를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 Action-faking

엠제이 드마코는 그의 책 <언스크립티드>에서 action-faking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진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 자신을 잠시 속임으로써 '좋은 기분'이 들도록 행동을 취하는 것

저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개발을 많이 쳐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려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래서 해결책은?

사실 이건 심리적인 문제라 뚝딱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딱히 없는 것 같고요, 다만 내가 지금 회피하고 있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는 것 자체가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인지해야 행동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저도 회고를 통해 이 문제를 인지한 뒤 개발 일정을 모두 미뤄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가 시도한 방법은 구글 캘린더에 아예 시간을 박아두는 건데, 이것도 회피에 대한 의지가 너무 크면.. 무용지물...





First1000 그룹의 글
30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Suhyun Jung
Suhyun Jung

인지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 정말 공감입니다! super-specific who들에게 컨택함을 통해 휴튼이 힘을 받아 나가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오영준
오영준

수현님 감사합니다!! 수현님도 화이팅🔥🔥🔥

하도경
하도경

저희도 이전에 action-faking의 함정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써보고, 저희가 생각할 때 서비스는 분명히 계속 좋아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인생에서 중요한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란 얘기가 있듯이 결국 더 중요한건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구요. 빠르게 'super-specific who'를 찾아 확실한 피드백을 받아보시길 응원할게요!

하도경
하도경

그리고 어떻게 'super-specific who'를 찾아보셨는지, 그리고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지도 글로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정말로 'super-specific'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저는 어렵더라구요. 반응도 쉽게 얻지 못했구요. 그리고 이렇게 요청드리면 조금이라도 더 고객들에게 컨택을 하게 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꼭 고객들에게 컨택해보시고 후기 알려주세요!!! 기대할게요!!

오영준
오영준

오.. 소중한 경험담 감사드려요 도경님! 저도 계속해서 주의하겠습니다 ㅎㅎ 요청주신 부분도 정리되는대로 메이커로그로 작성해보려 합니다! 글로 쓰기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1~2주 정도 더 지켜본 뒤에 정리해볼게요🙂

이성규
이성규

엄청나게 공감이 됩니다... ㅠㅠ 앞으로도 계속 공유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 보고 바로 휴튼 가입해봤는데, 정말 초기 프로덕트이지만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고.. 덕분에 저도 글 도통 한번 안쓰다 쓰게 되네요 :)

오영준
오영준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규님! 앞으로 재밌게 글 써볼게요 ㅎㅎ 휴튼에 대한 피드백이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

이창대
이창대

뭔가 몰입해서 만들다 보면 그 안에 갇힐 때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계속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야 의도적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서 더 공감이 가네요. First1000 클럽에 얼른 가입해야겠어요 ㅎㅎ

오영준
오영준

ㅎㅎ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지하는 것도 어렵지만 의도적으로 벗어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

이대한
이대한

개발을 하다보면 개발하는 일 자체에 몰입하게 되어 얼른 시장에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좋은 프로덕트는 메이커와 고객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죠. 항상 능동적으로 고객을 우선 만나고 고객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오영준
오영준

네 맞습니다!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하는데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네요 ㅎㅎ

Daeseung Lee
Daeseung Lee

1인 개발로서 공감됩니다. 제품의 부족한 점도 보이고 무엇보다 그것을 고칠 수 있으니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단기 계획이라도 제대로 잡고 뭐가됐든 고객과 만나는 것을 실행하는게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부터 실행하려고요

오영준
오영준

ㅎㅎ 맞습니다 눈에 보이는 걸 바로 고치고 개선할 수 있으니 그 유혹을 쉽게 떨쳐내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dwankim
dwankim

> 저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개발을 많이 쳐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려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거 너무 공감되네요ㅠㅠ 신나게 코딩을 하다가 문득 "지금 정말 이게 중요한 일인가?"하고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오영준
오영준

맞아요. 개발에 몰입하다가도 한번씩 잊지 말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ㅎㅎ

허재준
허재준

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저도 MVP를 이제 막 만들고 연락을 돌려야할 페이즈에 있는데, 막연한 두려움에 자꾸만 미뤄지네요... 그래도 적어주신 내용처럼 목표에 맞춰 매일 ToDo 를 클리어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황인선
황인선

글을 읽기 쉽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많이 배웁니다 🥰

Doeon Kwon 권도언
Doeon Kwon 권도언

영준님 메이커로그가 Must Reads 217에 선정되었습니다. https://stib.ee/fQG8

월개론
월개론

이 워딩 너무 인상깊어요. Super specific who에 직접 컨택해야한다는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