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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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7 | 스캐폴딩(scaffolding)이 우리가 찾는 실린더일까?

Rationale

💡 일단 화용론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복병을 폭넓게 탐색해봐요.

💡 계속 “실린더”를 파헤치는 노력을 멈추지 마시길!

💡 이제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여러분의 직관을 교정해봐요.

💡 송로버섯을 찾기 위해선 농부의 계산과 돼지의 발견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해요. 이번주엔 기술적인 요소를 꼭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 <Log 5 | More guides on how to think 중>

저번 로그에서, 전 모두에게 한국어 학습의 복병을 폭넓게 탐색해보길, 동시에 “돼지의 발견”을 위해 기술적 측면도 고려해보길 조언해드렸어요.

그리고 저번 주 금요일, 팀원 모두 이에 적극적으로 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각자의 관점에서 복병을 더 탐색하고, 이를 간단하게나마 도울 수 있는 데모를 보여주셨습니다.

당연히 모두의 관점은 조금씩 달랐어요. 하지만 “실린더”를 파헤치는 노력을 멈추면 안돼요. 누군가의 데모가 더 쓸모있으니 이건 가져가고 저건 버리자 — 는 생각을 하기 전에 (물론, 때론 그래야할 때도 있지만), 모든 관점을 아우르는 우아한 진실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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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하면 쓰나요? 이번엔 제가 먼저 실천해보일게요. 아담 그랜트의 <히든 포텐셜>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모두의 관점이 수렴하는 “실린더”를 찾은듯 해요. 바로 스캐폴딩(Scaffolding) 이에요. 모두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유연한 입력과 동기 유지가 한국어 학습의 주된 복병으로 지목되는데, 스캐폴딩이 이 둘을 우아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적어도 제 생각은 그래요! 이번 로그에서 스캐폴딩이 우리가 찾는 “실린더”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연구 방향성을 제안해볼테니,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무엇이 한국어 학습의 복병인가?

우선 금요일에 있었던 데모를 다시 살펴볼게요.

image.png먼저 채은님은 최애 아이돌의 발화로 예를 들어주는 앱을 만들어오셨어요. 가령, BTS를 최애 아이돌로 입력하고 Have you eaten 을 배우고 싶은 문장으로 입력하면, 유튜브에서 “방탄 뷔 형 밥 먹었어?”란 제목의 영상을 찾아주고 설명을 덧붙여주는 앱이에요. 최애 아이돌의 발화라면 “귀를 쫑긋 세우고” 학습할 것이란 기대를 담아 만드셨어요.

image.png이와 비슷하게, 채윤님은 최애 아이돌과 유사한 이름을 지어주는 앱을 선보이셨어요. 정재현을 최애 아이돌로 입력하면 성씨가 아이돌을 따라 정 씨로 정해지고, 학습자의 성격에 따라 나머지 이름을 정해주는 식이에요 (위 선택지의 경우 정채윤이 출력으로 나옵니다! 이유는 채윤님이 계획을 세우고 따르는 성격이 아니라서…라 합니다). 채윤님 또한 채은님처럼 최애 아이돌을 매개로 학습자의 흥미를 돋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아 만드셨어요.

image.png한편 지민님 은 대화를 하며 눈치껏 학습을 도와주는 앱을 보여주셨어요. AI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가도 “I want to learn how to speak ‘I’m a big fan of you’”라 말하면, 적절한 함수를 적재적소에 호출해 도와주는 식이에요. 위 데모의 경우, “저는 당신의 큰 팬이에요”란 번역과 함께 문장 속 단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함수가 호출이 됩니다. 이로부터 지민님은 “생성 AI를 기반으로 유연한 입력을 받고 유연한 출력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하셨어요.

image.png사랑님은 유연한 조사학습에 주안점을 두셨는데요. 어떤 단어든 입력하면 그 단어에 적절한 조사를 찾아주는 앱을 만드셨어요. 위 예시의 경우 적절한 조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는 프롬프트에 조사에 대한 맥락만 넣어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랑님의 시도도 핵심은 지민님과 비슷해요 — 사용자가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에 꼭 맞는 유연한 입력을 제공해주는 것이죠.

자, 이렇게 네 명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총 2개의 복병을 공통적으로 짚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 유연한 입력을 찾아주는 것이 복병이다

지민님이 떠올린 대화형 피드백, 사랑님이 떠올린 조사 피드백 모두 학습자의 요구에 맞춰 유연한 입력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해요. 그도 그럴것이 혼자서 원서를 읽거나, Grammar in Use 연습문제를 풀 때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단어, 표현, 문법이 있는데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챕터가 짜잔! 하고 만들어지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학원을 가거나 구글링을 하는데, 이 경우도 여전히 가려운 곳을 단번에 긁어주지는 않아요. 보통 창피함을 무릅쓰고 선생님에게 집요하게 물어보거나 서너개의 탭을 열어보는 수고를 들여야 답을 얻어낼 수 있죠.

2️⃣ 학습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 복병이다

한편 동기를 유지하는 것도 유연한 입력 못지 않게 어려워요. 다이어트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고, 어떤 것이든 오래걸리는 일은 동기 유지가 어려워요. 언어학습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채은님과 채윤님이 최애 아이돌로 흥미를 돋구는 시도를 하신거구요.

유연한 입력과 동기 유지 — 모두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크게 이 둘을 복병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둘을 해결해보느냐?

유연한 입력 따로, 동기 유지따로 손을 보기보단… 스캐폴딩을 기술적으로 구현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캐폴딩이란?

💡 스캐폴딩은 학습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일시적인 뒷받침입니다.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스캐폴드가 무엇인지, 제가 이해한 선에서 설명해볼게요. 스캐폴딩(scaffolding)은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가 1976년, 엄마가 아이에게 피카부 (까꿍)를 가르치는 양상을 연구하며 처음 제안한 개념이에요 (Scaffolding Technique, Gonulal & Loewen, 2018).

image.pngPlaying Peekaboo - How to play Peekaboo with your baby!

위 영상을 보면, 처음엔 엄마가 배개를 들며 영문을 모르는 아이의 주의를 끄는 것으로 놀이를 시작해요. 배개로 얼굴을 가렸다가, “피카부!“하며 얼굴을 보였다가를 반복하며 아이가 피카부의 기본적 문법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립니다.

image.pngPlaying Peekaboo - How to play Peekaboo with your baby! - YouTube

그러다보면, 종국엔 아이가 스스로 피카부를 할 수 있게 돼요. 스스로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얼굴을 보이며 엄마가 ”피카부!“를 말하기를 기다려요. 엄마의 “스캐폴딩”덕에 난생 처음 피카부의 재미를 자유자재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image.png“The Incredible Story of the 8 ‘Kids,’ Harlem Chess Players

“… 킹의 폰은 두 칸 전진하고 뒤이어 나이트가 한 칸 앞으로, 한 칸 대각선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는 규칙을 터득하는게 따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이들이 흥미를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6학년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체스 게임을 소개하게 됐을 때 그는 거꾸로 가르쳤다. 체스 말들을 체스판에 놓고 게임 막판부터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상대방을 외통수에 몰아넣는 방법을 다양한 방법을 가르쳤다. 그 구조물이 학생들을 뒷받침한 첫 임시 구조물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길이 보이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겠다는 꿈을 접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에 불을 지피려면 길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그게 임시구조물(scaffolding)이 하는 역할이다.” — <아담 그랜트, 히든 포텐셜>

아담 그랜트는 그의 신간, <히든 포텐셜>의 도입에서, 2년 만에 할렘가 아이들을 전국 체스 챔피언으로 이끈 애슐리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애슐리가 이들 레이징 룩스 팀의 “히든 포텐셜”을 끌어내는데 썼던 방식이 스캐폴딩이었습니다. 체스의 기본 규칙부터 가르치지 않고, 거꾸로 체스의 결정적인 순간 — 엔드 게임에서 킹을 체크 메이트로 몰아넣는 상황 — 을 먼저 배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것인데요. 킹을 궁지로 몰아넣는 방법이 보이자 승리로 가는 길이 열렸고, 이길 방법이 생기자 학생들의 “결의에 불을 지필 수 있었다” 합니다. 승부욕에 불타오른 한 학생은 침대에 누워 체스판의 정사각형 64개를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체스를 둘 정도였다네요.

말도 못뗀 아이가 피카부를 스스로 터득할 리 없으며, 체스 초짜라면 엔드게임에 돌입하기도 전 체크메이트를 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애슐리의 도움으로, 피카부와 체스의 재미를 우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피카부를 하며 놀고 상상 속에서 체스를 할 수 있게됐죠.

image.png이들이 받은 “도움”은 마치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철거하는 임시 구조물 (scaffold)과 비슷합니다.

스캐폴딩이란 그렇게, 학습자 혼자선 발휘하기 어려운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일시적인 뒷받침인 것입니다.

스캐폴딩의 조건?

그럼 학습자를 뒷받침하는 도움이면 모두 스캐폴딩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학습자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며, 그래야만 제대로된 스캐폴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적당한 난도 유지 / scaffolding is contingent

image.png<Theoretical Physicist Brian Greene Explains Time in 5 Levels of Difficulty (WIRED, 2023)>

먼저 첫번째 조건입니다. 위 영상에서 언변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은 시간의 개념을 아이에게, 고등학생에게, 대학생에게, 대학원생에게, 그리고 전문가 동료에게 설명해보이는데요. 아이에겐 의자 앞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지만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공간과 시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느정도 수학적 기반이 있는 고등학생에겐 운동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고등 수학만으로 증명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전문가로 갈수록, 대화는 더 깊어지고, 더 어려워지고, 더 철학적으로 변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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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Schematic representation of the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 Adapted from: <Scaffolding learning: Principles for effective teaching and the design of classroom resources (Taber, 2018)>

브라이언 그린은 대화 상대의 수준에 맞추어 난도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는 것인데, 그게 바로 스캐폴딩의 첫번째 조건입니다. 스캐폴딩은 적당히 어려운 수준을 유지해야합니다. 학습은 학습자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쉬우면 (Zone of Actual Development에 있으면) 배울 것이 없어 학습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어려우면 (Zone of Distal Development에 있으면) 뒷받침을 해줘도 소화가 불가능합니다. 학습자의 수준보다 살짝 어려운 수준을 유지하며 뒷받침을 해줘야하며, 그래야만 학습이 이뤄집니다.

2️⃣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는 티키타카 / scaffolding is collaborative &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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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ed from — <Scaffolding Instruction for English Language Learners: A Conceptual Framework (Walqui, 2006)>

오른쪽은 스캐폴딩의 모범적 예입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적당한 난도 유지 이상의 무언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자신있게 말하자 무엇을 근거로한 자신감인지 묻고 (I agree with you, but why do you say that with confidence?), 뒷받침이 불완전하자 보충하기를 기다리고 (Because it says that? — 이후 이어진 의도된 침묵), 수정헌법 14조의 핵심을 힌팅하고 (Okay, not any citizen?),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수정헌법 14조에 연결지어보길 조언합니다 (Okay, so is the 14th Amendment helpful to you?).

즉 선생님이 학생이 스스로 이해를 재구성해볼 수 있는 물꼬를 터줍니다.

그냥 인강처럼 가르쳐주면 되지, 왜 굳이 물꼬를 터주는 수고를 하는 걸까요?

가르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스캐폴딩은 학습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뒷받침입니다. 여기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은 메타포가 아닙니다. 진짜 읽히는 그대로가 목표입니다. 스캐폴딩의 토대가 되는 비코츠키의 사회학습이론은 학습자는 이미 알 준비가 돼 있으며, 그저 그 포텐을 터트려줄 전문가 (More Knowledgeable Other)의 도움이 필요한 것 뿐이라 가정합니다 (물론 첫번째 조건 — 적당한 난도 유지 — 가 성립한다는 조건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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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ed from — <Scaffolding learning: Principles for effective teaching and the design of classroom resources (Taber, 2018)>

사실 그리 가정하지 않으면 학습의 역설 (The Learning Paradox)을 풀 수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노예 소년에게 적절한 질문을 이어가는 것만으로 소년 스스로 기하학적 증명을 해낼 수 있음을 보인적이 있습니다 (이를 기록한 플라톤의 <메논>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아예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플라톤은 잊고 있던 전생의 지식을 상기함으로서 학습이 가능하다는 상기설 (Theory of Recollection) 로 그 역설을 풀고자 했습니다. 반면 비코츠키의 사회학습이론은 보다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비코츠키의 관점에서, 소크라테스는 소년의 ZPD 안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구성 해볼 수 있는 물꼬를 터준 것입니다. 즉 소년은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재구성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것입니다 (Taber, 2018).

image.png이는 지민님의 직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적당히 어렵든 매우 어렵든 둘다 새로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학습이 가능한 것인가? 란 제 질문에, 지민님은 유저가 느낄 익숙함과 낯섬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서 가능하다는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게 소크라테스가 노예 소년에게 준 뒷받침입니다. 그는 익숙함을 재구성해 낯섬을 이해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준 겁니다.

다시 스캐폴딩 예로 돌아와, 이번엔 학생의 관점에선 봅시다. 학생은 조금이라도 캥기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선생님에게 마음 편히 물어봅니다. 학습자 스스로 수정헌법 14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며 (It’s like everybody should get the same rights and protection, no matter, like, race and religion) 이어진 선생님의 확인에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도 수정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꼬리 질문을 합니다 (No matter if they are a citizen or illegal, they should get the same protection).

즉 학습자는 이해가 될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티키타카”를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제대로된 스캐폴딩에선 선생님만 떠들지 않습니다. 학생이 선생님과 “티키타카”하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으며 (scaffolding is interactive), 동시에 선생님은 학생이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재구성의 물꼬를 터줍니다 (scaffolding is collaborative).

3️⃣ 서서히 사라짐 / scaffolding fades ove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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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언어학습 앱 Babbel에서 불어 레슨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객관식이지만 선택지가 merci 밖에 없어요. 무조건 맞히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Babbel이 조금씩 멍석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 문제에선 선택지가 4개로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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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가선 최소한의 멍석만 남기고 치워버립니다. 실제 대화와 같은 상황에서 merci가 언제 필요한지 잘 판단해서 답을 해야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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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ffolding in Teacher–Student Interaction: A Decade of Research (Pol et. al, 2010)>

이처럼 점진적으로 멍석을 치우는 것이 스캐폴딩의 마지막 조건 — 서서히 사라짐 — 입니다. 교수자의 관점에선, 이미 학습된 것들을 위한 뒷받침은 서서히 치우게 됩니다. 동시에 학습자의 관점에선, 서서히 책임이 커지게 됩니다. 마치 피카부 학습을 마치면 스스로 게임을 통제하는 아이처럼요.

케이스 스터디 - Learning Chess with Dr. Wolf

정리하자면, 스캐폴딩은 적당히 어려워야 하고,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는 티키타카를 해줄 수 있어야 하고, 서서히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학습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 오늘의 ZPD가 내일의 ZAD가 되는 - 일시적인 뒷받침이 되어줄 수 있어요.

언어학습 앱을 살펴보면, 진정 스캐폴딩이라 할 수 있는, 위 3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앱은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산타토익은 적당한 난도를 유지하는 알고리즘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으나,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는 티키타카를 해주진 않아요. 그저 스파링 상대가 되어줄 뿐인 스픽도 마찬가지고요. 듀오링고는 Explain My Answer기능으로 “티키타카“는 가능하지만,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기보단 바로 답을 알려주기만 해요.

image.png가장 스캐폴딩에 근접한 앱은 완전히 다른 도메인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Learn Chess With Dr. Wolf 란 체스 코치 앱이에요. 혹시 애슐리가 레이징 룩스팀을 위해 만들어준 스캐폴딩을 구현한 앱은 없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앱인데요. 와, 전 이 앱으로 체스를 처음 배웠는데, 쓰는 내내 현존하는 에듀테크 중 가장 스캐폴딩에 근접했다 는 생각을 했어요.

image.png닥터 울프는 체스 게임을 하면서 친절한 훈수를 두는 식으로 “Teach as you go” 해주는데요. 제가 선택한 수준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훈수를 둡니다. 가령, 수준을 beginner로 설정하면 (위) Developing with Tempo와 Making Discovered Attacks 만을 훈수두는 반면, advanced로 설정하면 (아래) 고급 기술인 Taking Open Files와 Trapping Pieces 만을 가르쳐줍니다. 사용자 스스로 수준을 설정한다는 것만 빼면, 적절한 난도를 유지한다는 스캐폴딩의 첫번째 조건을 제한적으로나마 충족합니다.

image.png닥터울프와 체스를 둘 때, 현 상황을 두고 “티키타카“를 할 수는 없지만, 힌트를 요구할 순 있어요. 그런데 힌트를 한번만 누르면,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아요. 왼쪽처럼, ”비숍을 꺼내기 위해선 먼저 길을 터줘야 할거야 (To develop a bishop, you have to clear the way for it first)” 하며, 재구성의 물꼬를 터주는 훈수를 둬줍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힌트를 한번 더 눌러 울프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수를 알 수 있고요. 티키타카가 불가능하다는 것만 빼면, 스캐폴딩의 두번째 조건도 제한적으로 충족합니다.

image.pngimage.png닥터 울프엔 차근 차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Lessons”도 있는데요. 이 레슨을 시작하면 처음엔 멍석을 깔아주지만 레슨이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치웁니다. 가령, 캐슬링 레슨의 경우, 처음엔 비숍도 나이트도 없는 상황에서 바로 캐슬링을 해볼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다가도, 레슨의 말미에 가선 나이트를 우선 치워야만 캐슬링이 가능한 상황을 주고 “한번 최대한 빨리 캐슬링 해봐 (Castle as quickly as possible)”라며 도전정신을 자극합니다. 스캐폴딩의 마지막 조건 — 서서히 사라짐 — 을 충족하는 설계라 볼 수 있습니다.

스캐폴딩이 우리가 찾는 실린더일까?

스캐폴딩에 대한 설명을 끝냈으니, 다시 논점으로 돌아가 볼게요.

image.png자, 닥터 울프와 같은 것이 스캐폴딩이라면 말입니다. 스캐폴딩은 우리가 풀고 싶었던 유연한 입력 과 동기 유지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실린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한 난도를 유지 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수준에 맞춘 유연한 입력을 제공하게 됩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아이에게 맞추어 시간을 설명하듯, 닥터 울프가 딱 제 수준에 맞는 훈수를 두듯이요. 동시에 학습자에게 멍석을 깔아주면 알아서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애슐리가 체스를 거꾸로 가르쳐 할렘가 아이들의 의지를 불태웠듯, 제가 결국엔 체스에 재미가 들려 닥터 울프 연간 구독을 해버렸듯 말예요.

So what? — 특허와 논문의 방향성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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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의 방향성을 크게 “Dr. Wolf, but for learning languages”로 잡아볼 수 있습니다.

  • 범위가 중요한 특허의 경우, 닥터 울프를 외국어 학습 용도로 재해석한 스캐폴딩 기술 (a properly scaffold-ed version of Dr. Wolf, but for learning second languages)을 목표로,

  • 깊이가 중요한 논문의 경우, 한국어 학습 시 자주 범하는 사회적 결례 교정에 초점을 맞춘 스캐폴딩 기술 (a properly scaffold-ed version of Dr. Wolf, but for avoiding Faux Pas in the Korean language)을 목표로,

잡아볼 수 있습니다.

Discussions

하여, 제가 여러분과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다음 셋입니다.

1️⃣ 질문 1 — 스캐폴딩이 우리가 찾던 실린더인 것 같나요? 위화감이 든다면 무엇인가요?

2️⃣ 질문 2 — “닥터 울프를 외국어 학습 용도로 재해석한 스캐폴딩 기술”이란 특허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질문 3 — “한국어 학습 시 범하게 되는 사회적 결례 교정에 초점을 맞춘 스캐폴딩 기술”이란 논문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생각해보고, 그간 흐릿했던 우리 퍼플 프로젝트의 해상도를 한번 힘껏 올려봅시다 :)


<이전로그>

Log 1 |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Log 2-1 | [UPDATE#1]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by 지민님

Log 2-2 | [UPDATE#1]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by 채은님

Log 3 | 실린더 로고의 탄생
Log 4 | 리더는 먼저 공언하고 먼저 믿어야 한다

Log 5 | more guides on how to think

Log 6 | 논문보다 특허가 먼저다

Codename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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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Log 6 | 논문보다 특허가 먼저다

Ratio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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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1 -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중>

첫번째 로그에서 정성지표로 3가지를 설정 했었는데요. 이때까지만해도 논문을 “최우선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선 논문 후 특허를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특허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보니 그러면 안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앞으로의 일정을 뒤집기로 결정했습니다:

  • as-is: 선 논문, 후 특허

  • to-be: 선 특허, 후 논문

이번 로그를 통해 이 결정의 이유와, 이로써 확정된 6월부터 10월까지의 자세한 일정에 대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왜 선 특허 후 논문인가?

1️⃣논문을 먼저 쓰면 신규성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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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n’t that cool? You see the rubber banding up…

… 이 예외규정은 최소한의 보호수단일 뿐이다…. 또 정 팀장은 “자신이 발명을 공지한 날로부터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은 1년 이내, 일본은 6개월 이내에 특허를 출원할 수 있지만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신규성 예외규정이 없다”며 “자국에서 발표된 논문이 아니면 구제해 주지 않는 중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가 논문이 발표된 기술은 신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 < 논문과 특허, 두마리 토끼 잡기 (동아사이언스)>

같은 특허더라도 출원 전 자기공지를 하게되면 커버리지가 좁아집니다. 자기공지도 공지는 공지이므로 특허의 신규성 (출원된 발명이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거나 이용가능하게 되지 않고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을 잃게되거든요. 유명한 일례로 애플의 러버 밴딩 (Rubber-banding) 특허 무효화 사건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이 효과도 같이 시연해보였는데요 (위). 대중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환호했지만, 당시 애플은 아직 러버 밴딩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선 (한국에서도) 자기공지 1년 이내에 출원하면 신규성을 인정해주는 예외 조항이 있긴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예외조항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가령 유럽에선 자기공지 예외조항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유럽 회사와의 러버 밴딩 특허 공방에서 패소했었죠. 결정적 사유는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가 6년전 자기공지를 했어서… 였습니다. 만약 그날 러버 밴딩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같은 특허지만 유럽에서 로열티를 받아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저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지구적인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이 low-hanging fruit을 마다하며 논문을 먼저 쓸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2️⃣ 좋은 논문이 곧 좋은 특허는 아니다

그런데 자기공지만 피하면 되는 것이라면… 그냥 논문 발표 전에 출원만 하면 되는거 아닐까요? 일단 논문을 완성하고 그걸 그대로 특허 명세서로 옮겨서 학회 발표전 심사신청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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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 vs. 특허 쓰기, 심영택 미국 특허변호사>

… 특허의 목적은 오로지 수익 창출이다. 발명가는 수익 창출을 위해 발명을 착상하며, 수익 창출에 필요한 합법적 금지권을 확보하기 위해 특허를 출원·등록-유지한다. 따라서 발명가는 수익 창출의 필수 요건인 광활한 권리범위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넓은 청구항 범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상기 범위 주변의 공터 형성을 방지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발명가는 특허출원 시 ‘전향적 과장’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 <논문 쓰기 vs. 특허 쓰기, 심영택 미국 특허변호사>

그 경우, 신규성은 문제 없겠으나, 특허가 특허의 구실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깊이가 중요한 논문과는 달리 수익 창출이 목적인 특허는 범위가 중요하거든요. 연구의 목적은 우주의 진리를 파헤치는 것에 있습니다. 통일장 이론 급의 일반화에 도전하지 않는 이상, 연구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리의 좁디 좁은 틈새를 찾아 깊게 수렴하게 됩니다. 그렇게 인류의 지식을 1 나노미터 확장하는 성과를 이룩해 명망있는 저널에 논문이 개제되는 영광을 안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특허를 내게되면 “마이크로지뢰”에 그치게 됩니다. 공터가 많은 이 지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변리사를 수임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뢰에 자세한 설명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어 우회도 쉽습니다. 때문에… 심영택 변리사의 말대로, “논문 쓰듯 특허를 쓴 발명가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특허의 청구항에 “전향적 과장”을 더해서라도 (~= 자소설을 써서라도) “대형지뢰”를 매설하고자 하는 것이 특허입니다.

그러니 좋은 논문이 바로 좋은 특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출원을 하나마나한 미약한 지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더 깊은 논문을 쓸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목적은 지뢰매설이 아닙니다. 첫번째 로그에서 밝혔듯, “기술적인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특허에 도전해보는 것이지, 우리가 삼성이 멀티터치를 두고 애플과 공방을 벌이듯 누군가와 특허전쟁을 벌이는 일은 없을겁니다. 사실 특허로 인정 받을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대형지뢰던 마이크로지뢰던 큰 상관이 없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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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ed from Writing in the Sciences (Stanford School of Medicine)>

전 그럼에도 논문을 쓰기 전 “전향적 과장”을 우선적으로 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더 깊은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거든요.

모든 연구는 무엇이 알려졌는지, 무엇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볼 것인지 순으로 좁혀가며 전개됩니다. 마치 위 그림의 역삼각형과 같이요. 이런 연구자의 고민은 신규성과 진보성을 고심하는 발명가의 사고와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하나 다른 점은 앞서 언급했듯 “전향적 과장”을 위해 역삼각형이 아닌 역사다리꼴이 목표라는 것인데요. 이를 가이드 삼아 논문을 먼저 쓰는 경우 보이지 않는 진리의 빈틈으로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우리가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팀은 아니더라도, 독창적인 사고를 돕는 도구로서 대형지뢰를 매설하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하는 것입니다.

결론 — 선 특허 후 논문

신규성 예외조항의 기준이 나라마다 제각각이기에 순서를 뒤집는게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특허는 깊이보단 범위가 중요하기에 논문을 그대로 특허로 출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향적 과장”이 더 독창적인 수렴점을 비춰줄 것이기에 우선 특허에 도전하면 더 깊은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 이제부턴 우선 특허를 노리고 이후 논문으로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해봅시다.

그럼 앞으로의 일정은?

💡 그 주의 목표는 얼마든지 순서가 바뀌거나 생략되어도 좋습니다. 그 달의 목표만 달성하면 됩니다!

  • 6월 1일 → 6월 30일 — 특허) “어떻게 한국어 학습을 혁신해보겠는가?”에 자신있게 답하기

    • W1: done

    • W2: done

    • W3: done

    • W4: “농부의 계산” 주 — 과학과 직관을 바탕으로 해상도 높이기

  • 7월 1일 → 7월 30일 — 특허) 심사 신청 하기

    • W1: “돼지 고르기” 주 — 뜻밖의 발견을 위한 간단한 프로토타입 만들기

    • W2: “돼지의 발견” 주 — 연세대 한국어 학당의 L2 learners를 대상으로 선행연구(pilot study) 진행

    • W3: “송로버섯 찾기” 주 — “어떻게 한국어 학습을 혁신해보겠는가?”에 대해 6월에 내놓은 답변의 해상도를 높이기

    • W4: 심사 신청 주 —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특허 명세서 작성 및 심사 신청하기

  • 8월 1일 → 8월 30일 — 논문) 실험 준비 마치기

    • W1: “농부의 계산” 주 — 범위에서 깊이로 전환. What is known / what is unknown / the burning question / how를 설정하기

    • W2: “돼지 고르기” 주 (1) — 프로토타입 개발하기

    • W3: “돼지 고르기” 주 (2) — 실서비스 앱 개발 및 배포 (front = next.js + vercel / back = @김유빈 )

    • W4: “돼지 고르기” 주 (3) — 실서비스 앱 개발 및 배포 (front = next.js + vercel / back = @김유빈 )

  • 9월 1일 → 9월 30일 — 논문) 초고 완성하기

    • W1: “돼지의 발견” 주 — 말레이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집 (interpreting data)

    • W2: “송로 버섯 찾기” 주 — 데이터의 함의 고찰 (discussing implications)

    • W3: 논문 작성 주 — 서론, 본론, 고찰, 결론 — 뼈대, 근거, 중심 생각 완성

    • W4: 논문 마무리 주 — 살 채워넣기 & 교수님의 피드백 받기 & 교정하기

  • 10월 1일 → 10월 30일 — 논문 & 특허) 논문 투고 및 특허 보완하기

    • W1: 교수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논문 교정하기

    • W2: 논문 교정 및 투고 — 여기에 송로버섯이 있습니다!

    • W3 → W4: 이전 만큼 할 일은 없을 것. 하지만 특허 심사 과정 중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 혹은 우리가 보완하고 싶은 경우, 이 때 시간을 내서 보완하기.

  • 11월 초 — 한국 디지털 콘텐츠 학회에서 발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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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추계종합학술대회 및 대학생논문경진대회 공고

    작년엔 11월 9일 ~ 11월 10일이 학회 기간이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일정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 6월 → 11월 실린더 팀의 루틴 🚴

    • 매주 목요일 7시 반에 논의 진행 & 액션 플랜 수립 (@김유빈 은 비대면으로 참석)

      • @김유빈 — 논의 계획은 목요일 논의가 있기 전, 6시까지 미리 문서화

      • @김유빈 — 논의가 끝난 후, 액션 플랜을 취합해 토요일 오후 9시까지 디스콰이엇에 로그 올리기 (단, 특허 준비 주엔 자기 공지를 방지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공개)

    • 매주 수요일 오후 9시까지 전 주에 할당된 과제 수행

    • 매달 둘째주에 @김유빈 은 휴가를 써서 팀원과 대면 논의 진행 (라포 형성의 목적도 있음 🙂)

    • 한달에 1-2번, 필요에 따라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가 / 디자이너 /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드릴 예정. 자율적으로 참석하시길!

Action Plan

  • 모두에게 — 위 일정 중 학교의 중요한 일정과 겹치는 부분은 없는지? 혹시 이해가 안되는 계획은 없는지? 추가 건의사항은 없는지?

  • 한 분 — 다음주 수요일까지 대학생 변리 감면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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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log.naver.com/kipoworld2/221584012571

    어떻게 변리사 수임을 감면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주시기 바랍니다. 연세대 내 관련 부서에 연락해 지원 방법을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빨리 수임 신청을 해주시길. 국비지원 과정은 보통 오래 걸리는 사안이니, 아직 특허 아이디어는 없더라도 신청은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유빈 — 2024년 6월 23일 오후 여섯시까지 첫번째 데모에 대한 피드백 디스콰이엇에 업로드 하기


<이전 로그>

Log 1 |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Log 2 | [UPDATE#1]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Log 3 | 실린더 로고의 탄생
Log 4 | 리더는 먼저 공언하고 먼저 믿어야 한다

Log 5 | more guides on how to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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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Log 5 | more guides on how to think

Rationale

첫번째 로그에서 목표를 설정했고, 실린더 팀은 이에 응해 두번째 로그에서 (위) 첫번째 드래프트를 공유했습니다.

이번 로그에선 이를 읽고 제가 팀원 분들에게 해드린 조언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전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게 제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보어가 수학을 공부해라, 물리의 음악을 들어라가 아닌, 그 둘을 구분하는 시야를 밝혀준 것처럼, 리더는 What to think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How to think를 가이드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 Log 1 중

첫번째 로그에서 공언했듯 리더로서의 제 역할은 How to think에 대한 가이드이며, 이에 입각해 총 4가지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1. forget about pragmatics (for now) / 일단 화용론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복병을 폭넓게 탐색해봐요.

  2. keep looking after the cylinder / 계속 “실린더”를 파헤치는 노력을 멈추지 마시길!

  3. calibrate your intuitions with literature / 이제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여러분의 직관을 교정해봐요.

  4. theory will take us only so far… but experiments alone take us nowhere — we need both / 송로버섯을 찾기 위해선 농부의 계산과 돼지의 발견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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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 각 조언에 대한 자세한 배경이 담긴 다섯번째 로그, “Log 5 | More guides on how to think”입니다.

1️⃣ — forget about pragmatics (for now)

💡 일단 화용론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복병을 폭넓게 탐색해봐요.


“ …교수님의 부탁(이자 우리의 목표)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한다.” — Log 1 중

저번 로그에서 언급했듯, 시작부터 화용론으로 스코프를 좁혔었는데요. 교수님의 부탁이 그러했으니 그 명분은 스킵하고 일단 제약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답변을 읽어보고 나니 제가 실수를 했다는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위화감 1️⃣ — 팀원 스스로 제약을 벗었다. 우선, 로그를 보면 한국어 학습의 주요 복병으로 두가지를 꼽으셨습니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되는 복병과 (e.g. 한국인은 “yes, I don’t want it”에 익숙하나 자기중심적인 영어에선 “No, I don’t want it”이 맞다) 언어 구조 및 활용 습관의 차이에서 기인되는 복병을 (e.g. 한국인은 주어 생략에 익숙하나 영어에선 그러면 안된다) 꼽으셨는데요. 전자는 화용론적 복병이라 볼 수 있겠으나, 맥락변칙적 속성이 없는 후자는 화용론적 복병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언어 학습자가 자주 마주하는 복병임엔 틀림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생각에 “화용론적 학습”이란 제약에 벗어나 답변에 포함시켰을 것이라 생각해요.

image.png<@강지민(학부대학 공학계열) 님 — 밈을 따라가는 것도 복병이다>

image.png< @Chaeeun Lee 님 — 발성과 구어체도 복병이다>

위화감 2️⃣ — 비화용론적 복병도 중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분의 기록을 살펴보면 비화용론적 복병도 화용론적 복병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영국 유학 시절 ”How goes it?”이란 슬랭을 따라잡지 못해 뇌정지가 온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어를 배우다가 복잡한 성조를 담아 발성하는게 어려워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밈, 슬랭, 발성도 분명 언어학습의 상당한 복병입니다. 이럼에도 “그건 우리의 주안점이 아니니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 하기엔, 전 화용론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없어요. 실린더 팀의 철학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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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감 3️⃣ — 대중에게 와닿지 않는다. 아울러 대중에겐 “화용론”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픽에서 틀려야 현실에서 트인다 — 스픽의 문구는 너무나도 명쾌합니다. 이정도는 돼야 대중에게 와닿는 명분이죠. 물론 아직 우리의 목표를 구체화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이효리가 퍼플에서 틀려야 화용론이 트인다라 말하는건… 자르곤을 남발하는 지루한 광고가 될 것 같아요. 우리의 목표는 연구이니 대대적인 마케팅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명쾌한 전달력은 논문을 쓸때도 중요합니다. 파인만의 그 유명한 말대로, If you cannot explain something in simple terms, you don’t understand it 이니까요. 화용론의 필요성을 명쾌하게 풀어내지 못하면 리뷰어가 you don’t know what you are talking about이라며 의심할 수 있습니다.

image.png하여, 일단 화용론에 얽매이지 맙시다. 밈이든, 발성이든, 콩글리쉬든, 당장 떠오르는 복병을 자유롭게 논의하도록 해요. 그리고 왜 화용론인가?가 자명해질 때 다시 돌아오도록 해요. 지금은 잊고, 스픽의 문구에 버금가는 명쾌한 명분이 떠올랐을 때 화용론으로 돌아오도록 해요.

2️⃣ — keep looking after the cylinder

💡 계속 “실린더”를 파헤치는 노력을 멈추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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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의가 오가던 중, 저희는 저희가 제시하고 있었던 다양한 방향성들이 결국 하나의 공통적인 부분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 서비스, 실제 대화 맥락을 활용한 서비스, 학습자의 모국어를 기반으로 한국어를 전달하는 서비스 모두, 어떻게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익숙하게 만들 것이냐에서 기인되는 수단이었단 것입니다.” — Log 2 중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하는 어려움이든, 언어의 활용습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어려움이든, 결국 다른 문화와 습관에 익숙해져야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모국어와 타겟 언어의 차이에 익숙해져야 그 복병을 뛰어넘을 수 있겠죠. 두 복병을 관통하는 “실린더”를 파헤치는 첫 시도를 훌륭히 해내신 것 같습니다!

“... In short, motivated people stick with tasks. This is important in SLA because SLA is such a protracted process; it takes years for someone to reach advanced levels of ability with language.” — <Key Terms in Second Language Acquisition, VanPatten, 2015>

앞으로 더 많은 복병을 발견하게 될거에요. 가령, 익숙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길고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버텨낼 동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바디프로필 자랑해야지), 독서를 할 때 (더 멀리 보는 사람이 돼야지)와 마찬가지로 언어학습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할 동기가 중요합니다. VanPatten의 말대로, “motivated people stick with tasks”하거든요.

익숙해져야 한다, 동기를 유지해야한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져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언어학습을 바라보는 관점이 하나 더 생겨버린 이상, 현재의 실린더인 “사람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질 수 있어야 한다.”를 다듬어 익숙함과 동기가 양립하는 더 우아한 실린더를 파헤쳐보란 조언입니다.

비단 동기만 있지는 않겠지요. 논의가 지속 됨에 따라 수많은 복병이 쏟아질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이번주에 해내신 것처럼 실린더를 우아하게 다듬어가길 바라요.

3️⃣ — calibrate your intuitions with literature

💡 이제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여러분의 직관을 교정해봐요.


동일한 의미라도 다르게 전달한다 : 문화적으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해당 언어를 이용하는 개인들은 동일한 의미를 담은 발화를 전달할 때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략] … “한국인들에게 "너 밥 안 먹을래?"라고 질문하면 이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히기 위해 "응, 안먹을래!"라고 답변합니다. 하지만 영어로 해당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No, I don't want to eat it."이라고 표현합니다. — Log 2 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탁월한 직관입니다. 만약 제가 실수로 Yes, I don’t want to eat라 말하면, 상대는 What do you mean? Do you want it or not?이라며 혼란스러워힐 것입니다. 그리고 전 영문을 모른채 얼굴을 붉히겠지요.

“[You look very tired today]라는 phrase는 무례하다는 느낌을 준다라는 대화를 했다. 한국에서 [오늘 조금 피곤해보여]라는 phrase 또한 확실히 좋은 의미로 받아드려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key point는 한국과 미국이 이 똑같은 문장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점에 있다. ([직역]을 하는 것이 best가 아니라는 것)” — 사랑님의 개인 로그 중

@Sarang Choi 님이 경험하신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오늘 조금 피곤해보여”가 한국에선 무례하진 않지만, 영어로 “You look very tired today”라 말하면 의도치 않은 결례를 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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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윤 님이 떠올린 “마약 베개”도 마찬가지고요. 이또한 그대로 직역했다간 얼굴 붉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결례는 피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직관입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 스스로도 늘 마주하는 복병이기에 이에 쉽사리 답하기 어려울겁니다. 있더라도 그 객관성에 스스로 의구심을 품을수도 있구요. 이처럼 직관의 한계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부를 해야합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면 직관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을 초월해 더 멀리보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번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우선, 용어부터 찾아봅시다. 위와 같은 상황처럼 의도치 않게 결례를 범하는 상황을 Faux Pas라 부릅니다. 가령, “그 펜을 제게 주시겠어요?”를 그대로 직역해 “Give me the pen”이라 말하면 의도치 않게 4️⃣가지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의미더라도 “Can I have the pen?”이라 돌려 말해야 그런 Faux Pas를 피할 수 있을겁니다.

… When an individual is assessed on interpersonal dimensions, poor language fluency leads to a less negative impression of culturally inappropriate behavior, but this shielding effect is reversed when the dimension of evaluation is professional competence. —<Language Fluency and the Evaluation of Cultural Faux Pas: Russians Interviewing for Jobs in the United States, Molinsky, 2005>

자, 여기서 Faux Pas에 대한 우리의 직관을 “교정”한다 함은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Faux Pas를 키워드로 잠깐 학술 검색을 해보니 위와 같은 연구가 있더군요. 나름 인용수도 높아 읽어봤습니다. 초록을 스키밍해보니, 원어민은 비원어민의 언어가 서툴수록 Faux Pas에 관대하나, 동시에 전문적 역량에 대해선 더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을 띤다고 주장합니다.

image.png이게 무슨 말인가, 데이터를 살펴봅니다. 위 막대 그래프를 보면, 똑같은 Faux Pas를 범해도 언어가 서툴수록 원어민이 관대하게 받아들입니다 (relatively high willingness to help). 언어를 못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니! 초보자에겐 가슴이 놓이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게,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전문성을 평가받는 상황이라면 같은 Faux Pas에 대하여 유창한 사람보다 서툰 사람이 더 비판적으로 평가받습니다 (relatively low professional competence). 초급자가 일상적인 대화에선 Faux Pas의 면죄부를 얻을 수 있지만, 직장이나 아이엘츠 스피킹 시험에선 소위 억까(?)를 당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양날의 검 같은 데이터입니다.

… These findings suggest, for example, that the interpersonal arena may be a safe haven for cultural learning: it may be a place to hone one's skills in a somewhat forgiving environment before exposing oneself to professional evaluation, where poor language fluency accentuates rather than modifying the negative impression created by culturally inappropriate conduct.

이에 연구진은 비원어민의 사회 진출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합니다. 일단 Faux Pas가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interpersonal arena”에서 연습을 하고, 밖에서 억까를 당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오르면 사회에 진출시키자는 주장인거죠.

image.png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우리의 거친 직관이 더 섬세하게 교정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창성(fluency)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Faux Pas의 뉘앙스된 진실에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논문 한편으로 결론짓기엔 성급한 일반화일 순 있으나,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는 직관에서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첫 시도도 탁월한 직관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는 것만 보이기에 직관만으로 진실의 뉘앙스까지 꿰뚫어보긴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선 직접 실험을 해보거나, 이미 실험을 진행한 거인의 시야를 확보해야합니다.

4️⃣ — theory will take us only so far… but experiments alone take us nowhere — we need both.

💡 송로버섯을 찾기 위해선 농부의 계산과 돼지의 발견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해요. 이번주엔 기술적인 요소를 꼭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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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 (핵분열은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수식을 보며) 봤지? 불가능해.
로런스 — 아주 우아해. 명쾌하기도 하고. 하지만 계산에 문제가 하나 있어.
오펜하이머 — 어디?
로렌스 — 옆방에. 알바레즈가 (핵분열을) 해냈어.
… 영화 <오펜하이머> 중

영화 <오펜하이머>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1938년, 독일의 화학자 Otto Hahn 과 Fritz Strassmann는 우라늄을 중성자로 폭격해 두 원자로 쪼개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제자였던 알바레즈는 이발소에서 집어든 신문에서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뛰쳐나와 오펜하이머에게 달려갑니다. That’s impossible! — 오펜하이머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믿지 않았지만, 이내 알바레즈가 핵분열 재현에 성공합니다. 이를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실험 물리학자 로렌츠가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오펜하이머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 Theory will take you only so far!

image.png<… 저게 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안보였던 것들이에요. <낄끼빠빠 알고리즘 (43:18)>

문헌조사, 이론적 계산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야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려 들 때 그렇습니다. 제가 뤼튼에서 “낄끼빠빠 알고리즘”을 연구할 때가 딱 그랬습니다. 에이전트에 눈치를 심는 알고리즘이 목표였는데 그런 선행연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경우, 이것저것 뒤적이며 논문을 읽기보단 일단 실험을 해보는게 낫습니다. 일단 실험을 해보니 1) 에이전트가 “아니 그건 못 해”라 인정해야될 때도 있음이 보였고, 2)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만으론 특정 기능을 보장할 수 없음이 보였고, 3) 멀티턴 상황에선 자신감 측정이 부정확함이 보였고, 4) 스무고개만 하고 도망가는 문제가 보였고, 5) 다 만들고보니 학습 데이터가 없을 땐 속도와 효율이 안좋은 알고리즘이라는게 보였습니다. 다, 막 연구에 착수했을 땐 예견할 수 없었던 낄끼빠빠의 “뉘앙스” 였습니다 (details visible only in hindsight).

“… 1944년 노벨상 수상자인 실험물리학자 이시도어 라비는 "요즘 유럽의 실험물리학자는 간단한 덧셈도 한 번에 못하고, 이론물리학자는 자기 신발 끈도 맬 줄 모른다."며 이론과 실험이 멀어져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pg. 40, 신의 입자, 리언 레더맨>

그렇다하여 일단 만들고 보자! 아 몰라 일단 실험부터 해보자! 식의 태도는 또 좋지 않습니다. 조금만 앉아서 생각해보면 굳이 실험을 할 필요가 없을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간단한 덧셈조차 실험하려드는 실험물리학자”가 돼서는 안됩니다.

image.png…“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 그리고 새로운 발견은 종종 농부와 돼지, 그리고 송로버섯에 비유된다.”<pg. 44, 신의 입자, 리언 레더맨>

즉 우린 이론 물리학자이자 실험 물리학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선 농부가 되어 송로버섯의 명당을 찾아야 합니다. 계산과 선행연구 조사로 직관을 최대한 다듬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명당을 찾았다면 이젠 돼지에게 뜻밖의 발견을 맡겨야 합니다. 모든걸 예견할 순 없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과감하게 실험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빠르게 송로버섯, 실린더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배우고 활용하겠다란 결론하에 기술적인 요소는 우선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 Log 2 중

그러니 이번주엔, 저번주와는 달리 기술적인 요소를 꼭 고려해보시길 바라요. GPT4o도 좋고, 퀘스트 3도 좋습니다 (이미 언어학습 앱이 많습니다). 스픽과 같은 이미 출시된 서비스를 모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송로버섯의 위치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돼지에게 몸을 맡겨 뜻밖의 발견을 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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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4 | 리더는 먼저 공언하고 먼저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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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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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4 | 리더는 먼저 공언하고 먼저 믿어야 한다

얼마 전 @강지민(학부대학 공학계열) 님께서 팀을 대표하여 퍼플 프로젝트의 두번째 로그를 올리셨는데요. 사실 그 훌륭한 첫번째 시도를 올리시기 전, 제게 개인적으로 그 글을 올려도 될지, 허락을 구하는 연락을 하셨답니다. 이에 전 당연히 올리셔도 된다고, 제게 허락을 맡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답해드렸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아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지, 실린더 팀은 어떤 문화를 표방하고자 하는지 특별히 공언한적이 없더군요. 메이커로그 조차 검사를 하는 헬리콥터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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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로그를 작성하실 때 제게 검토를 받으실 필요 없어요. 자유롭게 올리셔요 :) 뤼튼에선 휴가를 쓸 때, 법카를 쓸 때 출퇴근을 할 때, 결재를 올리거나 플렉스에서 출퇴근 도장을 찍거나 할 필요 없었어요. 리더가 팀원을 우선적으로 신뢰하는 “선제적 믿음”이 회사의 문화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우선적으로 신뢰를 받으니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애사심도 생기고 불필요한 절차없이 생산적으로 생각할 수 있더라구요. 그러니 저도 여러분들을 선제적으로 믿으려고 해요. 어떤 글이든 ”퍼플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글이라면 올리셔도 돼요. 해상도가 낮아도 되고 장황해도 됩니다. 여러분들이라면 빠르게 멋진 아이디어에 도달하리라 믿고 있으니 괜찮아요 ㅎㅎ 그러니 자유롭게 생각의 발자취를 남기셔요! (선제적 믿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넷플릭스 창업가가 쓴 <No rules rules>를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래서 즉각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지민님, 채은님, 채윤님, 사랑님 모두 어떤 생각이든 좋으니 자유롭게 생각의 발자취를 남기라고. 퍼플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는 조건 하에 스스로 결정하셔도 된다고. 그래야 생산적인 생각이 가능하다고.

아니나 다를까, 공지를 하자마자 바로 사랑님께서 “개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글을 써도 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이에 전 설레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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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이든 기준은 “퍼플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에요. 우리 팀의 철학은 모두의 관점을 맞대서 진실을 보는 것이니 사랑님의 개인적인 고민도 큰 도움이 되죠! 그러니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거기에 대한 생각을 모두가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주시면 더 좋고요!

라 답해드렸습니다. 팀원이 어떤 부분에서 합치에 이르렀는지를 두번째 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합치에 이르진 못한 개개인의 관점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공유되어야 합니다. 첫번째 로그에서 말씀드렸듯 어떤 관점이든 hint of truth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님은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를 꼭 자세히 이해하고파, 위와 같이 답해드렸습니다.


찰나의 담화였지만 전 리더로서 다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1. 리더는 먼저 공언해야한다 — 전 헬리콥터 맘과 같은 리더가 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제가 그렇게 공언하지 않았기에 지민님은 제게 허락을 구했어야만 했습니다. 앞으론 제가 추구하는 철학, 의사결정 과정, 문화 등을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명문화해 공언해야할 것임을 배웠습니다.

  2. 리더는 먼저 믿어야 한다 — 제가 선제적 믿음의 문화에 대해 공언하자마자, 사랑님께서 가지고 있던 고민을 모두에게 공유해주셨습니다. 먼저 믿지 않았다면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을거에요. 선제적 믿음을 공언하자마자 바로 그 효과를 목격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먼저 믿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물론, No Rules Rules에서 경고하듯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맥락을 꼭 넛지해드려야겠지만요!)

리더로서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제 부족함이 보일 때마다 이렇게 솔직한 회고와 레슨런을 꼭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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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3 | 실린더 로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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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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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3 | 실린더 로고의 탄생

...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을 지양, 변증법 (dialectics), 또는 아우프헤벤(aufheben)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관점에서 ⭕️만 보는 사람은 다른 관점에서 네모만 보는 사람과 합의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점을 초월하는 3차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둘이 우아하게 공존하는 원통, 실린더를 볼 수 있습니다.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중. 실린더 팀의 철학에 관하여>

저번 첫번째 로그에서 실린더 팀의 철학에 대해 소개를 했었습니다. 진실은 항상 초관점적이다는 믿음하에, 항상 모두의 관점을 맞대어 우아한 진실을 보고자하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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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나름 새롭고 명확한데...  팀의 로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변증법을 설명하는 한 영상에서 따온 이미지를 일단 로고로 넣었었는데요. 너무 이과스럽고 칙칙하고 생기가 없어보여 고민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팀을 대표하는 로고인데! 영 기세가 살지가 않아서 좀 그렇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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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우리 실린더 팀의 @임채윤 님께서 미적감각이 뛰어나시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얼마 전, 연세대에서 아카라카 축제가 열렸는데, 채윤님이 직접 제작한 스티커가 (위) 불티나게 팔렸다해요. 이 스티커를 처음 보았을 때,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과 세련미를 챙기는 능력이 탁월하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 우리에게 필요했던 로고 디자이너가 팀에 계셨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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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채윤님께 실린더 팀의 로고 제작을  부탁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작업을 해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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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실린더 팀의 로고가 탄생했습니다 ☺️ 너무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3차원의 실린더를 그리지 않고도 우리의 철학을 담아내는 단순함(오른쪽을 살짝 비워 알파벳 C를 만들었습니다),그리고 한끝차이로 의미를 부여하는 단아함까지(네모와 원이 합쳐져 C라는 “우아한 진실”이 만들어집니다). 너무 마음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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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님의 센스에 힘입어 우리 팀이 계속 “우아한 진실을 파헤치는” 철학을 견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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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2 | [UPDATE#1]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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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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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 1 |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자

Rationale

  전 현직 군인입니다. 하지만 혁신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옥스포드의 조지은 교수님, 크리에이트의 채은님, 지민님, 채윤님, 사랑님과 함께.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조지은 교수님의 반가운 연락이었습니다. “큰 언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같이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연락. 옥스포드에서 Politely (한국어 반-존 변환기) 를  함께 만들었던 경험이 있던 터, 교수님께서 언어학습의 복병을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하신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설레는 마음으로 수락했지요.

  곧 군인이 될 처지에 그게 가능할까 싶겠지만, 나름의 계획이 있었습니다. 연세대 생성 AI 학회 크리에이트 를 교수님과 이어주고 제가 연구조교를 맡기로 한 겁니다. 입대 전 크리에이트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독 예리하고 좋은 질문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고 답해야하는 그런 질문들이요. 하여 유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인상이 남아있었고, 이곳이라면 교수님의 야심찬 비전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교수님 휘하에 지민님, 채윤님, 채은님, 사랑님이 RA로, 전 열정 페이 연구조교로 모이게 되었고,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디스콰이엇에선 좀 낯선 프로젝트일 것 같아요. 사업보단 연구에 가깝거든요. 이곳엔, 이를테면 “GPT4o로 2주안에 전화영어 서비스 MVP 만들고 PMF 찾기 ㄱㄱ” 가 목표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잠깐만, 전화영어가 최적의 언어 학습법 맞아?”란 의문을 제기하며 교과서와 논문을 집어드는 사람들은 몇 없을겁니다.

  그럼에도 디스콰이엇에서 building in public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오펜하이머가 핵폭탄 개발을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에게 되려 맨해튼 프로젝트의 자문을 구했던 이유와 같습니다. 공자가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라 말한 이유와 같습니다. 아래 실린더 팀의 철학에서 후술하겠지만, 같은 쟁점을 본인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우아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눈 먼 장님들은 보지 못하는 “코끼리”를 비로소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인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업가, 메이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피드백을 받고, 그로 말미암아 더 설득력있는 논문을 쓰고파 디스콰이엇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언더독 디스콰이엇을 응원하고픈 마음도 있었고요 ;))

앞으로의 기록은 연구실판 “나 혼자 산다”의 형식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끼리 공유하는 문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여러분의 생각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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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 그 첫번째 문서, “Log 1 | Kick-off" 입니다.


Aim

일단 팀은 꾸려졌습니다. 그런데 우린 뭘 해야할까요?

교수님의 부탁(이자 우리의 목표)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한다.

“아.. 너무 덥다”는 맥락에 따라 그 함의가 달라집니다. 가령 텁텁한 방안에서 발화한 경우 “에어컨을 켜자”는 뜻일 수 있고, GS25를 바라보며 발화한 경우 “포카리스웨트 한 병?”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또 존댓말의 경우, 동급생끼리는 반말을 쓰는게 통상적 규칙이나,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발표를 하며 서로를 언급할 땐 “이제부터 지민님께서 시장가능성에 대해 이어 발표하시겠습니다”하며 청중 앞에선 존대를 해야할 것입니다. 이와같은 언어의 맥락변칙적 특성을 화용론 (Pragmatics)이라 부르며, 우리는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하는 것에 그 주안점을 둡니다.

교수님의 발제는 여기까지입니다. 추상적이지만, 이는 의도된 것입니다! 교수님은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며 같이 목표의 해상도를 높여가길 바라셔요.

Guides on how to think

  그럼 제 역할은 무엇일까요? 전 What to think보단, How to think를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The important thing isn’t “can you read music”. It’s “can you hear it”. Can you hear it, Robert?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닐스 보어는 실험 물리학에 재능이 없는 스스로에 낙담하는 오펜하이머에게 넌지시 묻습니다. 중요한건 물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를 “듣는” 것이라 조언하는데요. 이에 깊은 감명을 받은 오펜하이머는 캠브릿지에서의 실험 물리를 떼려치우고 이론 물리를 배우기 위해 괴팅겐으로 떠나게 됩니다.

… 수년 후 오펜하이머는 “수학적인 어려움입니까, 물리적인 어려움입니까?”라는 보어의 질문이 매우 좋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했다… (3장,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어보면 영화에선 낭만적으로 각색된 보어의 진짜 질문이 나옵니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오펜하이머에게 그것은 “수학적인 어려움 입니까, 물리적인 어려움 입니까?”라머 질문 겸 조언한 것인데요. 그는 수년 후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매우 유용한 질문이었다”고 회고합니다. 물리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오직 수식에만 의존해야만하는 것은 아니며, 그 수식 너머의, 이를테면 “물리의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말합니다.

  전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게 제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보어가 수학을 공부해라, 물리의 음악을 들어라가 아닌, 그 둘을 구분하는 시야를 밝혀준 것처럼, 리더는 What to think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How to think를 가이드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하여, 전 여러분들에게 “독서가 답이다! 가자!”, “스피킹이 답이다!”하며 What to think를 못박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What to think는 힘껏 열어재끼고 모두 여러분들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대신 보어처럼 How to think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언하고자 합니다. 늘 혁신하기 위해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혁신 호소인 으로서, 그 최단거리에 대해선 나름의 경험과, 직관과 지식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호소인이니 아는 것보단

모르는게 더 많지만요!).

그러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부디 따라와주시길 바라요 :)

“작금의 기술” - AI로 한정 짓지 말자

  우선, 우린 목표 달성을 위해 AI, VR, AR 등 어떤 기술이든 활용합니다. GPT4o가 주목받고 있다하여, 제가 ML 엔지니어라 하여 AI로 우리의 툴셋을 한정짓지 않을겁니다. 더 많은 도구를 알고 있어야 수평적 사고 (Lateral thinking)에 유리합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어떤 기술이든 활용해보겠다는 태도를 지니시길 바랍니다.

예컨대, AI만큼 VR도 화용론 학습에 유용할수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 시간대,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인 맥락을 가르치기에 좋은 미디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조지은 교수님께선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Conversing in the Metaverse를 쓰시기도 했습니다.

AI든 VR이든 어떤 기술을 반드시 쓰고야 말겠다는 강박을 가지기보단, 수중에 최대한 많은 도구를 확보하고 가장 우아한 방법을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봅시다.

“혁신” — 뜻밖의 복병에 집중하자

제가 막 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팀을 꾸려 Wisdomify란 “우리말 속담 역사전”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콜라가 없으니 펩시라도 마시자”라 검색하면 역으로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을 찾아주도록 파인튜닝된 BERT 모델이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고맙게도 여기저기서 흥미를 느끼며 도움을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reverse-dictionary란 문제는 문득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설단현상 (Tip-of-the-tongue) 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풀어온 문제였습니다. 이미 널리 쓰이는 역사전으로 OneLook도 있었고요. 그래서 좀 더 “풀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니 일반적인 단어보다도 속담이나 사자성어, 격언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더 빈번하더군요. 그게 뜻밖의 복병이겠구나 싶어 Wisdomify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OneLook의 한국어 버전을 만들었다면, 과연 사람들이 그만한 관심을 가졌을까 싶어요. OneLook보다 월등히 대단한 성능을 보이지 않는 이상, “뭐야 이거, 이미 있는거 아냐?” 싶은 반응에 그르쳤을 거에요. 하지만 Wisdomify는 설단현상의 뜻밖의 복병을 시원하게 긁었보았기에, 프로토타입 수준의 성능으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파파고보다, 구글 번역보다 영-한 번역을 월등히 잘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그건 대단한 혁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박사님으로 가득찬 네이버 클로바, 구글 브레인을 군인 1명과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이 월등히 앞서는건 쉽지 않습니다. 반면, 예컨대 외국인들이 유독 존댓말의 맥락변칙적 특성을 어려워한다는 뜻밖의 복병을 포착하고 그것을 해결해보는 것은 승산이 있습니다. 정작 결정적인 병목이 존재하지만 모두가 쉽게 눈치채지는 못하는 것이 복병이기에 그 해소에 집중하면 보다 더 경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여, 우리는 한국어 화용론 학습의 뜻밖의 복병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고 해소함으로서 보다 더 경제적으로 혁신을 꾀해보도록 합시다.

Auxiliary question 1 —일단 영어부터

💡 우리는 영어 화용론을 학습할 때 어떤 복병을 마주하는가?

뜻밖의 복병을 파악하고파도, 한국어에 이미 능숙한 우리는 외국인이 마주하는 복병을 포착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복병을 우선 역지사지해보는건 어떨까요? 우리는 영어 화용론을 학습할 때 어떤 복병을 마주하는지 먼저 생각해봅시다.

Auxiliary question 2 — 유사성 유추

💡 그로부터 한국어 화용론 학습의 복병을 유추해보라. 그들은 어떤 복병을 마주하겠는가?

가령, 제 개인적인 영어 화용론 학습에서의 복병은 dish it out, catch-22, faustian bargain 같은 opaque idioms이었습니다. Literal meaning으로 부터 맥락 상 함의를 유추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dish it out이 무슨 뜻일 것 같나요?). 이로부터 외국인들도 우리말 속담 혹은 사자성어— 산 넘어 산, 가는 날이 장날, 조삼모사 — 의 화용론적 함의 파악이 유독 어려울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Auxiliary question 3 — 독자성 파악

💡 물론 한국어는 영어와 다르다. 한국어 화용론 학습의 독자적 복병은 무엇인가?

조지은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어 존대의 맥락변칙적 특성을 외국인이 유독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이는 영어엔 없는 한국어의 독자적 특성입니다. 이렇듯 한국어 화용론 학습에서만 마주하는 복병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그런 독자적인 복병을 파악해봅시다.

Auxiliary question 4 — 새로운 형태

💡 혁신은 새로운 형태를 요구한다. 보조 질문 2, 보조 질문 3에서 파악한 복병을 작금의 기술로 새롭게 해결해볼 수 있겠는가? 무엇이 새로운가?

image.png<Mapping the Mind of a Large Language Model, Anthropic, 2024>

앤트로픽은 최근 연구에서 LLM의 속마음을 조작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LLM 속 “골든 게이트 다리” 정보가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뉴런을 증폭한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신기하게도 골든 게이트 다리에 빙의한 답을 내놓게 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위 영상을 보면, 조작 후 “I'm the Golden Gate Bridge..."로 답변이 바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ChatGPT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훌륭히 베껴냈지만 모든걸 말이나 이미지로 설명해야만 합니다. 반면 엔트로픽의 연구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쿵푸를 다운로드 받듯, 인공지능에게 정보 그 자체를 이식하는 것도 근 미래에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 혁신은 어떤 문제를 푸는 새로운 형태를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ChatGPT도 이젠 지루합니다. 과연 모든 걸 설명해줘야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생성 AI의 종착역일까요? 대화를 넘어서는, AI 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시도가 다음 혁신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비단 인공지능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날개를 퍼덕이는 비행기도 있었지만, 라이트 형제는 날개를 퍼덕이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고안했습니다. 날개있는 선풍기도 있었지만, 다이슨은 아이들이 손을 넣어도 안심할 수 있는 선풍기를 고안했습니다.

이렇듯 혁신은 기존의 문제를 푸는 새로운 형태를 요구합니다. 보조 질문 3에서 파악한 language-agnostic 복병, 보조 질문 4에서 파악한 korean-specific 복병을 작금의 기술로 새롭게 해소하는 방안을 고안해보세요. 다이슨 선풍기와 같은 방법이 있을까요?

Auxiliary question 5 — 타당한 명분

💡 혁신의 형태는 타당한 기능을 따라야한다. 보조질문 4에서 고안한 형태엔 타당한 명분이 있는가? 아님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인가?

4:51 - “You might as well extend the screen… and.. oh look! It’s a phone!”

<Dave2D | Rabbit R1 - We gotta talk...>

얼마 전 출시한 Rabbit R1은 새롭습니다. 이렇게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LLM 에이전트는 처음입니다. 새로움 만큼은 💯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저 새롭기만 한 것에 있습니다. Dave2D의 지적대로, 왜 굳이 그런 폼팩터가 필요한가, It could have been a phone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 the novelty instead will come at high-leverage points that "meet us where we are" today in the tools we're already familiar with.”

< Josh Miller on the future of interface>

혁신을 하고 싶다면 그저 새롭기만 해선 역부족입니다. 아이들이 손을 넣어도 다치지 않는 다이슨 선풍기처럼, 새로우면서도 그 새로움에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The Browser Company의 대표, Josh의 말을 빌리자면, 새롭긴 새롭되, 그 novelty는 “meets us where we are today” 해야합니다. 우리가 그 새로움을 자연스럽게 필요로 해야합니다.

보조 질문 4에서 고안한 형태엔 타당한 명분이 있나요? 혹시 그저 새롭기만한건 아닌가요? 한번 깊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So, what’s your answer?

💡 자, 이제 작금의 기술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을 혁신해보라. 무엇을 왜 혁신할 것인가? 어떻게? 왜 그 방법이어야만 하는가?

보조 질문을 거쳐왔다면 이제 궁극적인 목표의 해상도를 최대로 높여봅시다. 어떤 뜻밖의 복병을, 어떤 새로운 기술로, 어떤 타당한 명분에 의거해 해결해볼 수 있을까요?

Output Metric

하나 확실히 해야하는건, 우린 사업이 아닌 연구를 위해 모인 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리를 추구하는 스타트업보단 진리를 파헤치는 연구소에 가깝습니다.

1️⃣ 올해 가을 한국 콘텐츠 학회 최우수 논문 선정 —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러니, 우리의 최우선 성과는 좋은 논문을 쓰는 겁니다. 조지은 교수님께서 한국 콘텐츠 학회에 논문을 투고 해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전 이에 한술 더떠 이 학회의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걸 제안합니다.

2️⃣ 공동 특허출원 —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렇긴해도 우린 언어학자는 아닙니다. 다들 크리에이트에 모인 이유도 각자의 분야에서 기술을 융합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기술적 가치도 인정받을 필요가 있으며, 이에 전 공동으로 한국어 화용론 학습 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걸 두번째 성과지표로 제안합니다.

3️⃣ 실 서비스 앱 배포 — 효과적인 가치의 전달을 위해

이 프로젝트도 3달 뒤면 마무리가 될 겁니다. 전 모든게 끝난 뒤에도, 여러분들이 이룩한 학문적, 기술적 성취가 앞으로의 커리어 개척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1년뒤, 10년뒤에도 언제든 폰을 꺼내 “제가 이런걸 만들었어요. 한번 써보실래요?”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앱을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Philosophy

흔히들 뉴턴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설명입니다. 사실 만유인력의 발상은 “그럼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거지?”란 모순에서 시작했습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모든 사물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면,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가? 지구가 어떤 힘으로 물체를 당긴다고만 주장했던 기존의 학자들과는 달리, 뉴턴은 중력이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라는, “사과가 떨어진다” 와 “달은 떨어지지 않는다”가 동시에 참일 수 있는 우아한 진실을 꿰뚫어본겁니다.

image.png전 그런 식의 우아한 사고를 물리 밖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아담 그랜트가 그런 시도를 그의 저서 <Think Again>에서 해냅니다. 자신감은 얼마나 가져야 하는가?란 물음에, 누군가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포스터 신드롬을 피할 수 있다.”라 주장할겁니다. 한편 이에 반박하며 ”아니다, 항상 겸손해야한다. 그래야 빈수레가 요란해지는걸 피할 수 있다“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럼 자신감의 sweet spot은 어디일까요? 둘 중 한 명이 맞고 한 명은 틀린 걸까요? 이것도 틀리고 저것도 틀리니 난 grey zone에 있겠다는 양비론이 답일까요? 아담 그랜트는 두 주장이 양립할 수 있는 “자신있는 겸손함”을 제안합니다. 자신이 항상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을 유지하되 (low confidence in competence), 난 틀리더라도 언제나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를 (high confidence in oneself). 뉴턴과 같이, 양극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우아한 진실을 꿰뚫어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우아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image.png<Project Liminality - Dialectical Thinking>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을 지양, 변증법 (dialectics), 또는 아우프헤벤(aufheben)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관점에서 동그라미만 보는 사람은 다른 관점에서 네모만 보는 사람과 합의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점을 초월하는 3차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둘이 우아하게 양립하는 원통, 실린더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팀의 이름을 실린더로 정했습니다. 진실은 항상 초관점적이다는 믿음하에 우아한 진실을 파헤치는 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요.

image.png화용론 학습을 혁신함에 있어, 누구는 독서가 답이다, 누구는 GPT4o와 대화하는게 답이다, 누구는 메타버스에서 눈치코치 대화하는게 답이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견해 차이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결코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해 난 이렇게 생각할게” 식의 시니컬한 agree to disagree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모두가 자신있는 겸손함의 자세로 seeking the elegant truth across discrepancies — 모두가 우아한 진실을 함께 파헤쳤으면 좋겠습니다.

Rule #1 — Carefully listen to views that are different from yours. Every view reveals a hint of truth, however scant it may be.

그런 철학을 모두가 지닌다면 분명 단기간에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은 백지이지만, 모두의 “hint of truth"를 맞대어 찾아낼 우아한 실린더의 잠재력은 아이폰에 준할 것이라 믿습니다.

... Then Henri told me. "Yeah, we are making a cell phone. Its code name is Purple". Just like that, I had joined the biggest super-secret project at the company, perhaps in Apple's whole story. - <6장, Creative Selection by Ken Kocienda>

아이폰의 키보드를 발명했던 켄 코시엔다의 <Creative Selection>을 읽어보면, 아이폰 프로젝트가 초기에 Purple이라는 코드 네임으로 불렸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의 목표가 구체화되기 전까진, 우리도 프로젝트를 Codename Purple로 부르는건 어떨까요? 나중에 구체화가 되면 더 나은 이름을 붙여봅시다 :)

Action Plan

  • June 6, 2024 — 논의 해주셨으면 하는 것들

  • ◦ 교수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 ◦ 제게 물어보고 싶은 것?

  • ◦ how to think, 성과 지표 중 바꾸고 싶은 것? (가령, 굳이 이런 보조질문이 필요한가요? 도 환영!)

  • ◦ 6월 16일까지 구체화를 끝내고 바로 MVP 착수 or 7월 1일까지 구체화를 끝내고 MVP 착수 — 무엇이 나을지?

    • @김유빈 의 생각 — 전자의 경우, 시험을 보는 동안 개발을 끝내고 바로 회의에 돌입할 수 있음.

    • @김유빈 — June 8, 2024 에 디스콰이엇에 Kick-off 글 올리기.

  • June 13, 2024 오후 9시까지, 디스콰이엇에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첫 답변시도 올리기 (불완전해도 되니, 가감없이 올려주세요!)

Codename Pur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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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눈먼 혁신가

미래가 창창한 아이들을 눈앞에두고

왜 자꾸만 입양을 하려드는걸까.

무언의 부부싸움 속에서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문 밖에 버려지고

입양아의 얼굴엔 물음표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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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Log 1 | The devil is in the user inte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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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tive AI Apps Struggle With Retention (Sequoia Capital, 2023)>

많은 사용자가 생성 AI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가 리텐션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집약체인 ChatGPT도 초딩 메타버스 Roblox보다 리텐션이 안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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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mentation Before Replacement (Kamradt, 2023)>

A graph showing the time it took for various social media platforms to reach 100 million users

<AI’s Meteoric Rise Is a Trillion-Dollar Opportunity in the Making (Yahoo Finance, 2023)>

왜 리텐션이 안나올까? 생성 AI 시장이 과속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은 도구(브라우저, 검색엔진, 등)와 철학(보안, HTTP 표준 등)을 천천히 구축하며 7년에 걸쳐 1억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ChatGPT는 단 두 달 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도구도, 철학도 채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전무후무한 속도로 1억을 모았다. 그래서 모든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도구가 맞나? 저 철학이 맞나? — 사용자도, 메이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리텐션이 안정적으로 나오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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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12 Reasons Startups Fail (CBINSIGHTS, 2018)>

그럼 생성 AI 시장에서 PMF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게 정답이다, 저게 정답이다 확신하지말고, 겸손한 자세로 실험을 반복하는게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스티브 워즈니악도 개인용 컴퓨터는 “비디오 게이머나 쓰는 죽어가는 유행”이라 예측했었다. 천재 엔지니어도 희대의 오판을 내리는데 우리는 오죽할까.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No market need”인 것만 봐도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볼 수 있다. 도구도, 철학도 여물지 않은 생성 AI 시장은 더욱이 그러하다. 이 바닥에선 확신보단 겸손이 더 중요하며,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꾸준히 실험해야 PMF를 찾기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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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ounading Variables — (XKCD, 2021)>

그런데 실험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실험 결과로부터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변인통제를 해야한다. 물론 너무 많은 변인을 통제하려 들면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린스타트업>의 방식대로, 가볍게, 단순하게, 빠르게 실험을 설계하는게 현명하다. 하지만 아예 변인을 통제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특히 눈에 띄지 않는 교란변인 (confounding variable)을 통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반응을 얻고도 제품의 성/패를 결론 짓기가 어렵다.

image.png<뤼튼 플러그인 랜딩 페이지 (뤼튼, 2023)>

고백하자면 뤼튼이 딱 그런 실수를 했었다. 올해 상반기, 교란변인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채 뤼튼 플러그인을 출시했었다. 뤼튼은 디비피아, 원티드, 올스테이, 타다, 식신 등 다양한 한국 시장의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연결해주는 플랫폼 비전에 도전하고 있다. 이 길이 정답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뤼튼은 빠르게 실험을 진행했다. 올해 8월, 맥락에 따라 분위기 좋은 맛집을 식신에서 찾아주고, 궁금한 논문을 디비피아에서 찾아주고, 채용공고를 원티드에서 찾아주는 생성 AI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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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나이더만의 골든 규칙 중 "Keep users in control" 규칙을 어긴 뤼튼 플러그인 (실제 사용자 데이터, 2023)>

하지만 막상 사용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슴 아프게도 예상에 못미치는 리텐션을 마주했다. 생성 AI판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오히려 당연하다. 하지만 "사용자는 뤼튼 플러그인에 관심이 없구나"라 결론짓고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가기엔 뭔가 애매했다. 정성분석을 해보니 사용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와 같은 상황. 사용자는 고도비만 일주일 식단관리 해줘라 부탁했지만 뤼튼은 운동을 찾아주는 <플랜핏>을 호출한 상황이다. 원치 않은 플러그인이 호출되니 사용자는 운동 말고 식단 을 재차 물어본다. 여기서 그냥 생성을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뤼튼은 또 <플랜핏>을 호출한다. 그러자 사용자는 식단 짜달라고 라며 짜증을 내곤 대화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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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rule of UI design #7 - keep users in control (Shneiderman, Desigining the User Interface, 2018)>

벤 슈나이더만의 책 Designing the User Interface을 보면 "The Eight Golden Rule of Interface Design"을 소개하는데, 그 중 일곱번째 규칙인 "keep users in control"을 어긴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기존의 경험을 크게 바꾸는 기능의 권한은 왠만하면 사용자에게 부여해야한다. 하지만 뤼튼 플러그인은 그러지 않았다. 플러그인을 끌수는 있었으나 번거로웠다. 플로팅 토글을 눌러 실패한 플러그인을 굳이 찾아 해제 해야했다.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교란변인이 존재했던 것이다. 사용자가 플러그인에 가치를 못느껴서 나가는건지, 그냥 사용성이 좋지 않아 나가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플러그인의 성/패를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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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eep users in control"을 안해주냐며 불평하는 라이너챗 리뷰 (라이너 ChatGPT: 웹 및 YouTube용 AI Copilot, 2023)>

생성 AI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달리고 있는 라이너도 비슷한 실수를 했었다. 얼마 전 <라이너챗>을 출시했는데 당시의 리뷰를 훑어보면 1점 리뷰가 꽤 달려있다. 내용을 보면 진짜 너무 거슬려요 , 기능을 끌 수 있는 기능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란 불만이 대부분이다. "Keep users in control" 규칙을 합당한 이유없이 위반한 것이다. 지금은 <라이너챗>을 해제할 수 있도록 대응했다. 하지만 라이너도 분명 헷갈렸을 것이다. 사용자가 <라이너챗>이 필요없어서 1점을 메긴것인지, 아니면 그낭 쓰기 불편해서 1점을 메긴 것인지. 사용성이라는 교란변인을 통제하지 못해 성/패를 가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image.png<“These are not three separate devices — these are one device” (Apple, 2007)>

교란변인을 잘 통제해 가설을 성공적으로 검증한 예로는 애플의 아이폰이 있다. “음악, 전화, 인터넷을 하나의 기기에서 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열광할 것이다”는 것이 아이폰의 가치 제안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해보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스마트폰이 없던 당시엔 불확실성 가득한 제안이었다. 그래서 애플은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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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 Secret iPhone Launch Team: The Event That Began It All (WSJ, 2017)>

그러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각종 교란변수를 걷어내야만 했다. 그 중 하나가 가상 키보드였다. 햅틱 피드백이 없는 가상 키보드는 부정확할 수 밖에 없었다. 별 생각없이 그대로 출시하면, 자꾸만 오타가 나서 아이폰을 안쓰는 것인지, 아니면 3-in-1은 딱히 필요없어 안사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터 였다. 그래서 애플은 맥락에 따라 키의 히트 면적이 변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눈에 보이는 크기는 그대로인데, T 를 입력하면 그 다음으로 올 확률이 높은 H의 히트 면적이 살짝 커진다. 이어서 H 를 입력하면 E 의 히트 면적이 굉장히 커진다. 그렇게 물리 키보드에 준하는 정확도의 가상 키보드를 만들었다. 블랙베리 수준의 사용성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큰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렇게 애플은 유력한 교란변인을 통제했고 3-in-1 가치 검증에 집중할 수 있었다.

<Hick's Law Applied to Investments - Too Many Darn Choices! (Disciplined Systematic Global Macro Views, 2019)>

애플과는 달리 뤼튼은 최소한의 사용성을 잡지 못했다. 교란변인으로 작용해 결론 짓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플러그인의 성/패 판단을 보류하고 한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나의 경우 주된 교란변인인 "Keep users in control"을 통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할게 뭐 있나, 그냥 라이너처럼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면 끝날 일 아니냐, 싶을수는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권한을 너무 많이 주는 것 또한 좋지 않다. 힉의 법칙 (Hick's law)에 의하면 선택지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반응 속도는 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어보는 것도 눈치껏 해야지 "00 플러그인을 실행할까요?"를 매번 물어보는 것 또한 짜증날 것이다. 대신, 언제 어떤 플러그인을 호출할지 알아서 "낄끼빠빠"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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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배경에서 GGPP(낄까빠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GPP는 생성이 필요한 상황( generate ), 플러그인이 필요한 상황 (use )를 눈치 껏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이 없으면 ( if uncertain )사용자에게 "00 플러그인을 실행할까요?"라 재차 물어본다 (ask ). 물론 힉의 법칙에 의거, 매번 물어보는 것 또한 눈치없는 행동이다. 그래서 자신있다면 굳이 물어보지 않고 바로 실행한다(execute ). 그렇게 사용자의 눈치를 살피며 낄 때는 끼고 뺄 때는 빼는 것이 GGPP 알고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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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vil is in the details (The Free Dictionary)>

"The devil is in the details" 라는 관용표현이 있다. 예상치 못한 디테일이 큰 문제의 주요인이 됨을 뒤늦게 깨닫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UI의 디테일을 챙기지 못해 뤼튼 플러그인 시즌 2에 도전하는 뤼튼이 딱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제 우리는 The devil is in the user interface 임을 안다. 그래서 GGPP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성/플러그인 사용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결정의 "자신감"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연구과제다. 학교 연구실에선, 대기업에선 해보기 어려운 연구다. 그래서 더더욱 이 연구의 성과를 PMC에서 짧게 나마 공유해보고자 한다. 정확도 1% 올리는 연구, 연구를 위한 연구, 사용자 효용이 보이지 않는 연구에 지친 ML 엔지니어가 GGPP 연구를 보고 "뤼튼에 가면 저런 연구를 할 수 있구나"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PMC의 목표로 <ML 엔지니어 5명과 커피챗>을 설정했는데, 많은 엔지니어가 이 글을 읽고 커피챗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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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비거주 대장장이는 뭘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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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장간에는 나, 가인이, 종한이, 태훈이, 석범이, 홍기, 용욱이, 태영이 이렇게 8명이 같이 지내고 있다.  다들 멋있고 자신만의 엣지가 있는 유능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과 지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창업에 대해, 인생관에 대해, 재미에 대해 각양각색의 관점에서 사유해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얼마 전, 이른바 <오픈 위클리> 세션에 외부 메이커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뒤로는 욕심이 많아졌다. 대장장이들끼리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2시간만에 경험했다. 전무후무한 인생의 궤적을 보며 감탄을 하고, 신선한 꿈과 야망에 나도 눈이 트이고, 어디가서 쉽게 공유하지 못하는 과거의 시련, 그리고 그것을 멋지게 극복해낸 스토리를 들으며 나도 경험치가 올라갔다. 

그래서 우리는 <비거주 대장장이 멤버쉽>을 기획하게 됐다. 더 대담한 인생의 궤적, 더 신선한 꿈, 더 귀감이 되는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우리가 운영해보기로 했다. 대장장이와, 특히 현강이와 함께 우리가 꿈꾸는 커뮤니티를 적어내려갔고,  이번주에 그 초안이 나왔다. 


 

비거주 멤버쉽의 혜택은 위와 같이 기획하고 있다.  월 1회 대장간 오픈 파티 초대되어 멋진 메이커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가 진정성있는 사람들만을 초대할 것이기에 “qualified”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무작정 네트워킹만을 하기엔 무안하니 다른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월 1회 10분 세미나를 할  예정이다.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연사를 초청할수도 있고 대장장이가 세미나를 준비할 수도 있다. 가령 내가 내 전문성을 살려 LLM과 인문학의 교차점같은  세미나를 열수도 있다. 또 멤버쉽에 가입한 메이커는 다른 메이커의 연락처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같은 소속감을 느끼는 사이라면 커피챗을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중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능력있는 메이커가 모이는 자리는 흔치 않다. 그래서 월 1회 10분,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모두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고 싶다.  1 on 1으로도 메타인지를 도울 수 있지만 한 개인에게 받는 피드백은 필연적으로 주관이 섞일 수 밖에 없다. 반면 다수가 도와주는 메타인지는 좀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넣은 혜택이다. 


비거주 대장장이는 또 무엇을 원할까? 우리의 예상이 틀렸다면 어디가 틀렸을까?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생각을 기록에 남긴다. 행복한 고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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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김유빈

뤼튼이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1억을 베팅한 이유 (1/3) | 압도적인 생산성

뤼튼은 올해 상반기 프롬프트 엔지니어 공개채용을 시작했습니다. 경력무관, 코딩무관, 최대 연봉 1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잇따라 화제가 됐었는데요. 그러나 정작 뤼튼에선 자세한 설명 없이 침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왜 중요한지. 우리가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반짝 유행에 불과한 건 아닌지. 물음표 가득한 질문이 많습니다. 뤼튼이 내린 나름의 결론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억을 베팅한 이유는 셋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프롬프트 한 줄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심리와 AI심리에 모두 능통해야하는 독특한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명칭은 사라지더라도 “AI 심리학자”로서의 역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합니다.

요컨대, 뤼튼은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압도적 생산성, 전문성, 그리고 역량의 연속성에 1억을 베팅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이번 글에선 첫번째 이유인 압도적 생산성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교보문고에 쌓여 있는 GPT 관련 서적>

최근 집 근처 교보문고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한 부스에 ChatGPT 관련 서적만 수북히 쌓여있더군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인공지능 업계에 몸담은지 3년이 돼가지만 인공지능 모델이 이만한 대중적 관심을 끌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신기하고 반가워서 얼른 하나 읽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ChatGPT가 뭐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걸까.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언어모델의 무엇에 매료되어 너도나도 공부하려는 걸까.

<politely - 한국어 높임법 스타일러 (김유빈, 2023)>

지금은 그 이유를 압니다. 하지만 OpenAI가 ChatGPT를 공개했을 때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존댓말-반말 변환기인 politely 를 파이썬으로 한땀한땀 구현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가령 “난 감자 안먹는다. 너나 먹어라”며 철벽치는 동백꽃 주인공의 명대사를 “난 감자 안먹어요. 당신이나 먹어요”로 변환해줄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
# --- 께서 --- #
RULES.update(
	    {
	        rf"(어머니|어머님|아버지|아버님|선생님|할머니|할아버지){TAG}NNG{SEP}(?P<MASK>\S+?{TAG}JKS)": (
	            {SELF},
	            {f"께서{TAG}JKS"},
	            {f"께서{TAG}JKS"}
	        )
	    }
	)
	
# --- 란다 -> 래요 / 랍니다 --- #
RULES.update(
	    {
	        rf"(?P<MASK>(란다|래요|랍니다){TAG}EF)": (
	            {f"란다{TAG}EF"},
	            {f"래요{TAG}EF"},
	            {f"랍니다{TAG}EF"}
	        )
	    }
	)
...

<politely - 한땀한땀 구현한 높임법 규칙의 일부 (김유빈, 2023)>

대신 코딩을 해준다던 ChatGPT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높임법의 규칙을 직접 공부하고 한땀한땀 코딩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이 재밌는걸 남에게 시킬 필요를 못 느꼈거든요. “어머니/어머님/아버지/아버님…”이 주어일 경우 “께서”를 붙인다는 규칙, “-란다”의 존대는 “-래요”, 격식체는 “-랍니다”라는 규칙을 슬기롭게 추가하며 거의 반년에 걸쳐 완성했던 것 같습니다.

<”너는 이제부터 한국어 높임법 전문가야” 프롬프팅 결과 (김유빈, 2023)> 

그만큼 공들여 만들었기에 ChatGPT를 써본 뒤의 충격은 더 컸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저도 한번 써보게 됐는데요. 동백꽃 단락을 넣어주고 너는 이제부터 한국어 높임법 전문가야. 아래 글을 존댓말로 고쳐 써줄래? 라 ChatGPT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는 위와 같았습니다. 존댓말로 고쳐 써달라는 한마디로 그 많은 문장이 10초만에 예의 바르게 바뀌었습니다.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꼬박 반년에 걸쳐 구현한 걸 ChatGPT는 프롬프트 한줄로 10초만에 구현해내다니.

<“현재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 – (Karpathy, 2023)>

아, 사람들이 ChatGPT에 열광하는게 이거구나. 그래서 Karpathy가 “현재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 트윗을 날린 것이구나. 파이썬을 몰라도, 장인정신이 없어도, 전문지식이 없어도, 이제는 누구나 말 한마디로 10초만에 문제를 푸는 시대가 도래했구나.

사람들은 말 한마디면 글을 요약해주고, 이메일을 써주고, 광고 카피를 써주는 ChatGPT의 압도적인 생산성에 열광하고 있다는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 AI 카피라이터를 표방했던 초기 뤼튼의 랜딩 페이지 (뤼튼, 2022)>

초창기 뤼튼은 그 압도적 생산성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당시 랜딩 페이지를 보면 50개가 넘는 “툴”을 앞세워 홍보했던 걸 볼 수 있는데요. 구글 검색 광고 / 세일즈 이메일 / SMS 광고 등 수많은 툴을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 전문 작가를 고용할 필요도, 대규모 데이터셋을 구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프롬프트 한마디만 공들여 작성하면 수시간만에 유용한 툴을 찍어낼 수 있었습니다.

ChatGPT와 하이퍼클로바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이 없었다면 수시간이 아니라 수개월이 걸렸을 겁니다. 50개나 되는 툴을 단기간에 출시하는 건 상상도 못했겠죠. 

<GPT4 Developer Livestream – GPT4는 종이에 휘갈긴 낙서를 보고 웹사이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 (OpenAI, 2023)>

우리는 압도적인 정도를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생산성을 목전에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전 GPT4를 공개하는 영상에서 OpenAI는 기가막힌 데모를 보여줬습니다. GPT4는 ChatGPT와는 달리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도 이해할 수 있는 다중모달 (multimodal) 모델입니다. 영상을 보면 GPT4에게 “My joke website”의 스케치가 적힌 낙서를 보여주자 스케치와 똑같은 웹사이트를 생성해주는걸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제는 “낙서를 보고 웹사이트를 만들어줘” 한마디와 함께 이미지 하나만 첨부하면 공들여 부연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연 프롬프트 한 줄에 천냥 빚을 갚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뤼튼은 그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무기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불러올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 생산성. 그게 뤼튼이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1억을 베팅한 첫번째 이유입니다.

다음 글 예고 - 1억 베팅의 두번째 이유는 독특한 전문성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인간-AI심리에 모두 능통해야합니다. 인간심리에서 실마리를 얻어 최적의 프롬팅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AI심리는 무엇이 다른지 파헤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유사과학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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