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min Park
몰입
- 개발 초기에는 엄청난 몰입을 경험했다. 요구사항을 일단 빠르게 구현해보는 시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눈은 항상 피로했고 과열된 엔진처럼 뇌가 과 부하가 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 뭔가 기능이 대충 굴러갈 때쯤에는 몰입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부터 버그 수정, 잔 기능 개선 등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개발들이 시작되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크지 않아서 굉장히 피로했고, 솔직히 이때는 재미도 없었다. 억지로 억지로 몰입했다.
- 나를 갈아 넣어서 한참을 개발하고 나면 타고 남은 재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 짰던 코드를 계속 보고 수정하다 보면 정신을 붙들고 있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가벼운 알코올, 커피, 음악 등 외부의 힘을 받아서라도 집중력, 활력을 유지했다. 이것들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좀 더 몰입하게 했다.
불면
- 평소에 잠을 잘 자지 못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가끔 불면이 찾아왔다.
- 특히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개발 초기에 종종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했다.
- 무언가 뇌가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는 느낌이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깨어있는 기분,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 원래는 불규칙한 수면을 매우 싫어하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는 그냥 하루쯤 뜬 눈으로 보낸다고 어떻게 되겠는가 싶어서 그냥 작업물을 열었다.
불안
- 잘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주기적으로 번아웃이 찾아오고 불안을 느꼈다.
- 닿을 듯 닿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 빨리 개발하고 싶은데 속도가 붙지 않아 종종 조급했다.
외로움
- 우리 앱은 디자인 요구사항 난이도가 높았고, 종종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혼자 개발하다 보니 막히는 부분이 찾아오고 이 지점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제품에 대해서는 디자이너와 아주 긴밀하게 소통했지만, 개발에서 막힐 때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언제까지 문제를 파보고 어느 선에서 접어야 하는지 애매 모호해서 막막할 때가 많았다.
- 개발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지루해질 때쯤에 더더욱 외롭다. 개발 초기보다는 퀄리티를 높이고 구석구석 못 건드린 부분들을 고쳐주는 시기에 특히나 그랬다.
- 레고를 부수고 다시 만드는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만들 때도 많았다.
애착
- 일과 직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았다는 것은 아주 매우 큰 행운임을 알았다.
- 한편으로는 어떤 날은 너무 재미있다가도 어떤 날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황홀
- 출시 후 황홀했다. 감정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아서 또 잠이 오지 않았다.
- 생각지 못하게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기도 했다. 행복했다.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그간의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 슬프게도 황홀함은 며칠 뒤 사라졌다. 다시 또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Ob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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