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리서치] 1년동안 리서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생긴 나름의 노하우
안녕하세요.
어제 '1년동안 리서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느낀 리서치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썼던 SurBay를 운영하고 있는 초보 메이커입니다.
어제의 글은 제가 갖게 되었던 의아함들과 저희 팀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하나의 의견을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Q. 설문조사와 인터뷰 같은 리서치는 왜 어려울까?
A. 리서치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은 불편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리서치'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저희 팀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정의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까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앞선 글에서 리서치의 어려움을 크게 1) 리서치 참여자 모집의 어려움과 2) 리서치에서 얻어진 결과/데이터의 유효성 검증의 어려움으로 나누었는데요,
전자의 경우 현재 리서치의 가장 큰 문제이자 저희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있는 부분이 아니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현재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후자인 '리서치에서 얻어진 결과/데이터의 유효성 검증의 어려움'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이것을 "리서치의 본질적인 난이도"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또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명확한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왜 어려운가에 대한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한 가지 전제 조건을 깔고 가려고 하는데요, 지금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리서치'는 학술적 목적의 리서치(academic research)가 아닌 비즈니스 목적의 리서치(business research or marketing research)라는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리서치가 어려운 이유는 리서치이기 때문입니다. (말장난 같아 보이겠지만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세요 ㅎㅎ) 리서치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조사하거나 알아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죠. 메이커분들에게 익숙할 만한 개념과 함께 첨언을 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리서치를 진행할 때는 <리서치 ≠ 가설 검증>이라는 것을 한 번쯤 리마인드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리서치를 가설 검증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리서치 그 자체가 가설 검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설 검증은 말 그대로 '내가 설정한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를 알아보는 것'이지만, 리서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관점의 차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겪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리서치를 유도하거나,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리서치의 결과가 나올 경우 그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리서치는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과정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쉬운 것도 조금은 이상하지 않을까요?
Q. 리서치 SaaS(구글폼, 네이버폼 등)로 설문지 또는 인터뷰지를 만들 수만 있다면 리서치는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인가? (리서치는 간편해진 것일까?)
A. 쉬워진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리서치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았다.
이 답변을 이렇게 단언하는 게 맞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도 의구심이 존재하지만, 일단은 지금까지의 제 공부와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기에 한 번 말씀을 드려봅니다.
리서치 또는 리서치와 관련된 SaaS(SaaS가 아니더라도 유관한 모든 프로덕트와 서비스까지 포함하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된 폼 류의 프로덕트부터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는 다양한 툴과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리서치를 편리하게 해주는 프로덕트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리서치라는 도메인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하는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리서치 그 행위의 난이도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먼저 리서치의 앞단에서 리서치 폼과 같은 프로덕트가 리서치를 편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메이커분들이 구글폼, 네이버폼과 같은 설문지폼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만들어 보셨을텐데요, 그러면 혹시 워드 프로세서 또는 수기로 설문지를 만들어 보신 적은 있나요? 만약 안 해보셨다면 다음에 리서치를 진행하실 때는 한 번 워드 프로세서나 수기로 먼저 설문지를 작성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리서치 폼은 리서치를 제작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습니다. 리서치 폼은 링크를 바탕으로 리서치를 공유하고, 리서치 응답, 즉 데이터를 모으기 편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즉, 엄밀하게 말하자면 리서치가 편리해진 부분은 있겠으나, 리서치가 쉬워진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리서치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을 물어봐야 되는지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의 정교함에 따라 데이터에 해당하는 답변(응답)도, 그리고 그 질문에 영향을 받게 되는 다른 질문도 의미가 커지는 것입니다.
Q. 리서치를 할 때는 무엇을 물어봐야 될까?
A.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아라.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조사자(응답자)의 경험과 생각을 최대한 깊게 들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한 다음 다시 리서치를 진행해라.
드디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 많으셨고, 부족한 글을 견디고 내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 앞에 두 질문과 응답이 선행된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예시로 들었듯이, 비즈니스를 위한 리서치를 진행하시는 많은 분들이 지불 의향 의사(WTP) 또는 제품/서비스의 시장성을 알아내기 위해 리서치를 진행하시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리서치는 극초기 단계에 사업계획서를 그럴 듯하게 쓰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안 좋은 인식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고요.
도구는 죄가 없습니다. 그것을 잘못 쓰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죠.
면접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사람들은 평소에 관여도가 낮은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질문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질문을 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전의식의 영역에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그 의도에 맞는 답변을 주게끔 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작정을 하고 고의적으로 답변을 이상하게 주지 않는 이상, 리서치에서 생기는 문제는 리서치 진행자/질문자에게 잘못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 질문할지 명확하게 정한 다음 리서치를 진행해야 됩니다. 한 발자국 물러나서 생각했을 때 내가 무엇을 질문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리서치를 진행하기 위한 리서치를 먼저 진행해야 됩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리서치는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행위와 과정인데,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질문만 던진다면 그 결과는 절대 좋을 수가 없겠지요.
시각 자료도 없이 글만 길어졌네요...ㅎㅎ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리서치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면서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갖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1년동안 시행착오를 하면서 그리고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며 얻게 된 나름의 인사이트이니 리서치를 진행하실 때 참고를 하시거나 반대로 저의 의견에 대한 의구심 또는 저보다 앞서 나가는 선배 메이커로서 조언과 피드백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