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하기로 했습니다. 긴 글이네요!
안녕하세요, 스타트업용 임직원 개인화 복지 솔루션 베니즈를 만들던 유시원입니다.
피봇하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한지는 일주일정도 되었는데, 글로 적어 내려니 한없이 막막한 마음부터 앞섭니다.
정말 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지났지만, 가벼운 형태로 조금만 풀어 남겨 보려고 합니다.
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피봇하게 되었고, 위 고민에 대해 가볍게 풀어 써 보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에 대한 고민이 돌고 돌아 결국은,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이 되었네요.
쓴 소리 환영합니다. 제 사고에 대해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쓴 소리-생각해볼 거리-던지고 싶은 말-훈수 어떤 종류건 모두 환영하니 댓글로 적어 주세요 :)
다 쓰고 나서 보니까 열심히 감성을 판 것 같아 약간 민망합니다.
#1 나는 왜 창업을 하는가?
1-1 창업을 시작한 대학생
저의
"창업.. 해볼까?"
"근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 맞나?"
"에이 일단 해보지 뭐"
는 작년 12월이었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창업경진대회가 열렸거든요.
전역도 했겠다, 개발도 할 줄 알겠다, 창업동아리도 해봤겠다 아이템도 없이 참가 결정부터 합니다.
어떤 아이템으로 피칭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우리나라 어디에서 돈이 흐르는지를 생각합니다.
제 아버지는 해외영업 직무 출신이셨고, 기업에서는 선물을 할 일이 참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프티핏을 구상했습니다.
교내 대회에서는 운 좋게 수상을 하게 됩니다.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 몇 명을 꼬셔, 팀을 만듭니다.
동아리에서 했던 것처럼 저희끼리 모여 열심히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고객은 따로 만나지 않았습니다.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기업 담당자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그게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고, 학교가 바빠지니 자연스레 '창업 프로젝트'는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되었습니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말로만 떠드는 대학생 예비창업가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저도 그런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1-2 창업을 꿈꾸기 시작한 중학생
중학교 1학년 때 사회 교과목을 맡으신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두 가지 삶의 형태를 제시하고 둘 중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손을 들게 하셨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적당히 편하고 여유롭게 살지만,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하는 사람
살아가는 내내 힘들 수 있지만,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
후자를 골라 손을 든 학생은 40명가량의 반에서 저 혼자였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 번 태어나서 사는 거, 제가 이 세상에 존재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Benefit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사소하고 미약한 실천으로 유니세프 정기후원 / 정기 헌혈 등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창업이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인 프로덕트를 만든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무렵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생활기록부 희망 진로 란에 CEO라고 적어 내었고,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걸 배울 것 같은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산업공학이 공학계의 경영학이라는 말을 듣고 산업공학도도 꿈꾸었으나, 서강대학교에는 산업공학과가 없어 컴퓨터공학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막상 컴퓨터공학과에 오니까 정말 '공학'을 배우고 있지만요.ㅋㅋㅋ)
#2 나는 뭘 만들고 싶은가?
2-1 베니즈는 뭐가 문제였을까
1-1에서 언급했던 기프티핏은, 우리나라 어디에서 돈이 흐르는지를 생각하다 나온 형태입니다.
베니즈는 선물 24, 유어위시 등 기존 서비스들과 기프티핏의 차별점을 위해 약간 방향을 바꾼 솔루션입니다.
베니즈가 후행적으로 상정한 커다란 문제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중소기업 임직원 복지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분명히 문제이나, 베니즈는 이 커다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개인 간 소소한-가벼운 선물로 충분히 감동을 전달할 수 있으니, 회사에서도 저비용으로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소한 복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의 가설에서 나온 하나의 시도였을 뿐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회사에서 개인화 선택적 복지를 위해 도입한 복지카드(법인카드-개인업무지원비 등)가 오히려 해당 측면에서의 문제를 더 본질적으로 해결합니다.
대면 영업이나 콜드 메일, Meta 광고 등 몇 차례의 시장 진입 시도를 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한 이유는 베니즈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가 가치 한 줄로 고객을 충분히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악물고 2-3년 이상 영업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워킹할 것 같은 사업 모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에 기업 복지는 사라지지 않는 영역이고, 직원들의 만족도와 담당자의 편리성 측면에서 가치 있는 걸 만든다면, 어떻게든 영업에 초점을 맞춰 굴리면 사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아니더라도요.
하지만 영업에 초점을 최대로 맞춰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제가 원하는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접근 방법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2-2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건 뭘까
기업 임직원 복지와 관련된 조사 중, Perkbox라는 프로덕트를 발견합니다.
'칭찬과 리워드를 통한 조직 문화 구축'이라는 컨셉을 인상 깊게 보고 더 조사하다, HeyTaco라는 프로덕트를 발견합니다.
HeyTaco는 Remote work에서의 임직원 고립-단절감을 해결하는 프로덕트로, 전달되는 타코 이모지 개수를 세어 주는 간단한 슬랙 봇입니다. 한 명의 Founder가 7년간 만들어 오고 있는 작은 솔루션이지만,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삼쩜삼, 콴다 등의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HeyTaco를 보고 심장이 뛰는 걸 발견합니다.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뵌 김범욱 대표님의 프로덕트를 봤을 때였습니다.
공통점을 찾습니다.
제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게 뭔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저는 "작지만 확실하게 기능하는 SaaS"를 만들고 싶다고 결론내립니다.
저는 핵심 프로덕트에 복잡한 웹사이트 로직이 없어도, 그 가치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작은 프로덕트가 만들고 싶음을 깨닫습니다.
제가 진짜로 풀고 싶은 문제가 뭔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저는 비효율을 싫어합니다. 작은 것들 때문에 짜증이 나는 서류 작업이 싫고, 다 정해져 있는 프로세스를 의미 없이 반복해야 하는 작업들이 싫습니다.
공지사항을 확인하러 하루에 몇 번씩 학교 홈페이지(일반공지/장학공지/학사공지/학과공지 등등...)에 들어가는 게 싫어 슬랙 봇을 만들 만큼 (작년 이야기입니다,,) 반복적으로 귀찮은 일을 하는 게 싫어요.

너도나도 AI를 외치는 2023년에도, 아직도 사람이 하나하나 노가다를 해야만 하는 업무들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저는 어떤 형태건 "비효율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결론내립니다.
2-3 스타트업 vs 개인사업
@박건호 심사역님과 커피챗 중, 그럼 제가 동경하는 작은 프로덕트가 어디까지 클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제가 심장이 뛴다고 느낀 두 개의 프로덕트는 둘 다 아주 큰 비즈니스의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혼자서는 답을 찾지 못할 것 같아 김범욱 대표님께 커피챗 하자고 냅다 들이받습니다.
대표님이 그리고 계신 큰 꿈에 대해 듣습니다.
분명 데모데이에서 들은 솔루션은 정말 작은 단계였지만,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통해 훨씬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점을 배웁니다.
듣고 골똘히 고민해 보니 보니 분명 HeyTaco도, 칭찬 문화 독려 차원에서 더 나아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거기 대표님의 미션이 다른 곳에 있어서 HeyTaco는 거기서 머무고 있는 것일 뿐.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듭니다.

(허락을 따로 받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가립니다)
알고 보니 스타트업 계의 많은 비즈니스들이 사실 작게 시작한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우리가 아는 자피어Zapier나 경쟁사 유니토Unito도, 지금은 수십 수백 개의 Integration을 지원하는 강력한 노코드 통합 툴이지만, 시작은 깃허브와 Write 두 개만을 이어주는 작은 SaaS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심합니다.
"작지만 확실하게 기능하는 SaaS"를 만들어 세상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프로덕트를 만들 겁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오고, 복지 문제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는 프로덕트로 피봇하기로 결심합니다.
앞으로도 천천히, 오래 달릴 겁니다.
열심히 적었는데, 막상 뭘 해낸 건 아직 없습니다.ㅋㅋㅋ
아직은 저도 말만 거창한 대학생 창업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창업을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하고, 졸업하고도 하고, 취업했다가도 나와서 또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20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지치지 않고 계속 하려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힘들더라도 즐겁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오래 진정성 있게 달리겠다는 출사표로, 돌아오는 학기부터 학교를 쉽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로서의 창업 프로젝트와, 진지한 창업의 가장 큰 차이는 투입할 수 있는 진심의 차이임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좀 더 본격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가는 길에 스치는 많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한 분씩 만나뵐 때마다, 참 많이 배웁니다.
흔쾌히 만나 주시고, 만나자고 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흡수해서 세상을 더 편리하게 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
왜 피봇했는지 적으려고 시작했는데, 주절주절 길게 썼는데도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지는 못했네요.
모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