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게임 생활! 전 리니지 폐인이었는데, 인생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왠 게임 얘기야?
올 봄에 '디지털노마드week in Incheon' 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유주제로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디지털노마드 라이프를 추구하는 분들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대부분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자기를 알리는 내용들로 준비를 했는데, 저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경험담에 비추어 말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슬기로운 게임생활'이라는 타이틀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참고로 그 때 발표했던 자료는 총 10 페이지로 아래와 같이 구성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 몇 분은 게임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던 걸 보면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주긴 했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노마드 프로그램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넥스트챌린지 주관)

리니지? 그 리니지!
그럼 어떤 게임을 했느냐? 이름만 들어도 눈이 동그래질 수도 있는 리니지를 했습니다.
리니지를 플레이한 적은 없더라도 이름은 누구나 들어봤을겁니다. 저는 그 유명한 리니지의 IP를 계약해 넷마블에서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했습니다.
NC소프트의 원조 리니지는 해본 적이 없지만, 그걸 모르더라도 핸드폰만 있으면 장소 구애 없이 언제 어디서나 예쁜 캐릭터들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게 매우 큰 장점(이지만 이는 추후에 매우 큰 단점으로...)이었습니다.
모바일로 MMO RPG를 하게 되면 더이상 퇴근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잠깐 잠깐 짬내서 캐릭터를 키우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모든 재미를 24시간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다는게 큰 매력이었구요. MMO(massive Multiplayer Online) RPG(Role Playing Game)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틀 형성하며, 아주 빠른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하면 돈 많이 써요?
리니지를 한다고 하면,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돈 많이 써? 얼마나 써?"
그럼 전 대답하죠. "돈만 쓰는게 아니야, 시간도 써. 엄청 엄청 많~~~~이"
게임이 원래 시간을 은근~~ 히 많이 잡아먹긴 하지만, 저에게 리니지는 거의 직업처럼 다가왔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ㅋㅋ) RPG는 시간 투자 대비 성과가 확실하게 나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 계속할수록 성취감이나 만족도가 높아졌거든요. 나중에는 모임에 나가서도 얘기는 하지 않고, 폰만 쳐다보는 상황에 점점 약속도 만들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상황이 되었죠. 모바일 게임이라 장소의 구애는 없지만, 편하게 게임하려면 집이 최고?인 아이러니! XD
그럼 돈은 별로 안 썼나봐?
음... 제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많이 쓴 것 같은데, 지금도 게임하고 있는 옆사람들을 보면 전 쓴것도 아니구나 싶게 썼습니다. ㅎㅎ 무슨말이냐면, 게임에서 돈을 쓴다는 개념이 상대적일수 밖에 없어서 입니다.
그래서 적게 쓰면 0원일 수도 있고, 많이 쓴 분은 1년에 일 억 이상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오랫동안 하는 사람들은 보통 1년에 몇 천 만원 이상은 쓰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게임 잘 만들면 이 분들이 돈 쓰러 와주실 거 같아요!!! 🤣)

게임 내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30위 전후반의 투력 랭킹을 가진 이 캐릭터에 들어가는 한 달 유지비가 얼마나 될까요? (답은 비밀입니다. ㅎㅎ) RPG게임에서 투력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유지비는 기본이고 시간도 많이 들여서 노력을 해야 남들보다 빠르게 높은 투력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하루에 얼마나 했어요?
다시 게임 투자 시간으로 돌아오자면, 처음엔 직장 다니면서 하다 보니 퇴근 후에 1-2시까지 게임만 꼬박하다 잠들었구요.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를 하고 난 뒤엔 새벽 4-6시까지 게임하고 잠들었다가, 다시 그 날 아침 9시부터 다시 게임을 하는 패턴으로 지냈습니다. 당시에 게임상에서 길드로 불리우는 집단의 대표:길드장(군주)이라는 걸 맡고 있었는데, 회사든 게임이든 대표가 되면 역시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게임과 길드 운영 두 가지를 하려다 보니 시간을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재미있어요?

게임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보면,
- 경쟁에서 승리 후 성취감 19.1%
- 세계관-스토리 등 콘텐츠의 즐거움 23.6%
- 노력을 보상받을 때 만족감 18.0%
이런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저 또한 위와 같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다 어우러졌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의 삶은 노력한다고 그 결과값을 100% 만족할 만큼 돌려주지 않지만, 게임은 대부분 투자 노력에 비례하여 그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족감, 성취감에서 희열을 느끼고 계속 게임을 이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니지 같은 게임하면 돈 번다던데?
PC리니지는 아이템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템을 만들어 거래를 하는 '작업장'이라는 개념도 존재합니다.
모바일 리니지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 거래는 불가능하지만, 자신이 키워온 캐릭터를 판매할 수 있는데, 사실 들어간 돈에 비해 턱도 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서 재테크가 불가능한, 돈 쓰는 취미로 접근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나쁜일은 없었나요? 이상한 사람들 많아 보이던데...
사람이 많이 모이면 항상 탈은 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정말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리플리 증후군)도 만났는데, 정말이지 멘탈이 나갈 정도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어떤 커뮤니티던 사람이 많으면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후회 안해요?
여기서부터 반전 포인트입니다. 😁

위 표는 제가 운영하던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엑셀로 정리하고, 통계 내고 이를 반영해서 작전을 짜거나 포상을 하는 기반으로 삼았던 자료입니다.
한 무리의 장을 맡으면서 조직을 운영하게 되고, 그 안에서 만들어져 돌아가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이 공간이 현실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고생도 많이 하고 속상한적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나름대로 운영의 고충을 이해하고, 리더의 의견을 설득하고 전달하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생들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곁에 남아서 게임과 상관없이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었구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한 직군을 형성하고 있어서, 정말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할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인맥 아닌 인맥을 쌓게 되었습니다.
성실한 면을 좋게 봐준 어느 회사의 대표님은 제가 게임하고 운영하는 모습만 보고 자기들과 핏이 맞을 것 같다며 스카웃 제의를 해주셨습니다. 면접을 약속한 날 이력서를 들고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이력 하나 물어보지 않고 먼저 스카웃한 그 대표님의 용기가 엄청난 듯도 하네요. (면접 후에 대표님은 같이 하자고 했는데, 회사가 집이랑 너무 멀어서 결국 포기했어요 ㅠㅠ)

저와 비슷한 사례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님도 WOW라는 게임을 할 때 같이 게임 하던 어린 친구가 구직 활동 때문에 게임을 그만둔다고 했더니 그 친구를 바로 채용한 일화도 있지요. (방송 화면 캡쳐 발췌)
그리고,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도 제법 했는데요. 게임 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국내 뿐 아니라 해외도 가리지 않고 다니면서 소중한 인맥을 쌓고, 게임을 안 하는 지금도 그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똑같은 취미활동이더라도, 게임을 했다고 하는 것과 골프를 했다고 하는 것은 제법 큰 인식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제가 게임을 오래 했다고 하면, 대개 부정적으로 판단을 당하곤 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해 받지 못하는 영역이며, 그저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한 철 없이 나이 먹은 사람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반면에, 취미로 골프를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건강하고 건전하고 트렌디하다고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그래서 진짜 게임이라는 취미가 부정당해야 하는가?라는 자아성찰의 느낌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깨달았기에 이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저는 곁에 두고 자주 볼 수 있는 '친구'도 많이 만들었고(사회생활 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 만들기 어려운 거 다들 공감하시죠?),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하는 친구들도 보았고, 조직 운영에 대한 직-간접체험도 징그럽게 해보았고, 가려고 생각도 못해본 곳으로 여행도 다녔고, 스카웃 제의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준비하는 사업을 함께 키워나갈 파트너도 만났네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생각보다 엄청난 끈기와 인내력이 있다는 걸 증명
돈 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렇게 미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하고 연습했던 걸 보면(RPG 게임을 즐기려면 생각보다 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당장은 돈도 못 벌고 공부하고 준비할게 끊임 없이 많겠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과 만족감은 게임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크고 값질 것 같습니다. (그 보상이 돈이면 더욱 좋긴 하겠죠? 하핫)
한 때 무언가에 미쳐보았던 사람이라면, 그 때에 쏟아부었던 에너지를 다른 곳에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에너지로 판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나아갈 때 원동력으로 쓰면 어떨까요? 제가 지금 그렇거든요. 내가 그 힘든 게임도 그 오랫동안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했는데(?)!! 못할 게 어디있어?! 파이팅입니다!!